미 전문직 비자 수수료 100배 인상에 인도 학생들 유학지 바꿔

미 전문직 비자 수수료 100배 인상에 인도 학생들 유학지 바꿔

2025.09.25. 오후 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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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 러크나우에 사는 파리디 우파다야(18)는 최근 컴퓨터 과학 분야 장학금을 받고 미국에 유학을 떠나기 위해 짐을 싸다가 황당한 소식을 들었습니다.

미국 정부가 21일부터 전문직 비자로 불리는 H-1B 비자 수수료를 기존 천 달러(약 140만 원)에서 100배인 10만 달러(약 1억4천만 원)로 인상했다는 뉴스였습니다.

그는 미국에서 수준 높은 교육을 받고 취업하면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품고 유학을 준비하다가 날벼락을 맞았습니다.

우파다야의 아버지는 현지시간 25일 로이터 통신에 "트럼프 대통령의 끝없는 이민자 공격으로 우리는 딸의 (유학) 목적지를 다른 곳으로 고려해야 할 상황"이라고 토로했습니다.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컴퓨터 공학 석사 공부를 하는 한 인도 출신 유학생도 빚 8만 달러(약 1억천만 원)에 불확실한 미래까지 맞닥뜨렸습니다.

미국 이민 당국의 표적이 될까 하는 우려에 익명을 요구한 이 유학생은 "지금 유일한 목표는 학위 과정을 마치고 인턴 직장을 구해 빚을 갚는 것이며 캐나다나 유럽 등 우리를 진정으로 원하는 곳이면 어디든 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H-1B 비자는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의 전문 직종 종사자가 받을 수 있으며 추첨을 통해 연간 8만5천 건만 발급됩니다.

이 비자가 있으면 기본 3년 동안 미국에서 체류할 수 있고, 비자를 최대 3년 더 연장하거나 영주권을 신청할 수도 있습니다.

그동안 미국 기술 기업들은 인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H-1B 비자로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했는데, 지난해 이 비자 발급자의 71%가 인도 국적자였으며 다음으로 많은 중국 국적자는 11.7%였습니다.

인도 정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미국에 머무는 해외 유학생 130만 명 가운데 인도 학생은 46만5천 명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인도 출신인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와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등도 과거에 학생 신분으로 미국에 입국해 실리콘밸리의 최고 경영진으로 성장한 전문직 비자 수혜자라고 로이터는 전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H-1B 비자 수수료가 대폭 인상되면서 인도 학생들은 이제 미국 대신 이민자에게 친화적인 다른 나라를 유학지로 찾고 있습니다.

글로벌 교육기업인 IDP에듀케이션의 지역 책임자인 피유시 쿠마르는 "많은 인도 학생과 학부모들이 현재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데, 영국과 호주, 아일랜드, 뉴질랜드 등이 대안으로 검토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미국이 해외 유학생들에게 문을 닫는 사이 중국을 비롯한 영국과 독일 등은 해외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중국은 과학·기술·공학·수학 분야의 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새로운 비자를 다음 달 1일부터 도입할 예정입니다.

이 비자 소지자는 취업이나 연구직을 제안받지 않아도 중국에 입국해 공부하고 일할 수 있습니다.

영국 정부도 H-1B 비자와 비슷한 자국 비자의 수수료를 아예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필립 아커만 인도 주재 독일 대사는 최근 소셜미디어 엑스에 자국의 이민 정책을 언급하면서 "독일 차와 같이 신뢰할 수 있고 예측도 할 수 있다"고 홍보했습니다.



YTN 한상옥 (hanso@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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