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트럼프의 국가 자본주의, 중국 사회주의 닮아"

WSJ "트럼프의 국가 자본주의, 중국 사회주의 닮아"

2025.08.12. 오전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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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이 자본주의의 나라 미국을 점차 '국가 자본주의'로 탈바꿈시키고 있으며, 그 배경에는 글로벌 패권 경쟁자 중국의 고속 성장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미국식 국가 자본주의로 나아가는 미국'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2기 집권 후 취해온 일련의 조치와 정책을 분석해 이같이 보도했습니다.

특히 '미국식 국가 자본주의'의 사례로 상호 관세 부과를 통해 거둬들인 2,090조 원 규모의 투자 유치 약속을 비롯해 립부 탄 인텔 최고경영자를 향한 사임 요구를 들었습니다.

또 US 스틸의 인수를 허용하면서 일본제철로부터 받아낸, 한 주만 보유하더라도 중요 경영 사안에 대해 거부권을 갖는 주식인 '황금주'도 언급했습니다.

이어 엔비디아와 AMD가 중국에 특정 반도체를 판매하고 거둔 수익의 15%를 미국 정부에 내기로 한 것도 국가 자본주의 사례로 꼽았습니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에게 반기를 들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기관을 가차 없이 다루고 있는데, 이번 기사를 게재한 월스트리트 저널이 대표적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엡스타인 의혹'을 제기한 월스트리트 저널과 소유주인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을 상대로 100억 달러 규모의 명예훼손 소송을 걸었습니다.

자신의 거듭된 요구에도 기준금리를 내리지 않은 연방준비제도, 정치적으로 불리한 통계를 발표한 노동통계국은 수장이 교체압박을 받거나 실제로 교체됐습니다.

은행과 로펌도 트럼프 대통령의 눈 밖에 나면 불이익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이런 모습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자국의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을 상대로 했던 것과 '데자뷔'라는 게 월스트리트 저널의 지적입니다.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은 금융 혁신을 억압하는 중국의 규제 당국을 비판했다가 금융회사 앤트 그룹의 기업 공개 취소, 반독점 행위에 따른 3조 9천억 원의 과징금 부과 같은 보복을 당했습니다.

또 중국은 민간 기업들이 공산당에 '황금주'를 발행하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US 스틸 매각으로 확보한 '황금주'도 이를 모방한 것으로 신문은 평가했습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사기업의 결정을 국가가 이끄는,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혼합 형태"라며 이를 "미국적 특색이 있는 국가 자본주의"라고 명명했습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의 '방위 생산법',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의 구제 조치, 코로나19 대유행 시절의 조치 등 국가가 기업 경영에 개입한 전례는 일시적이었습니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국가 자본주의를 체계적·영속적으로 구현하려 한다는 지적입니다.

중국의 시진핑 체제를 연상케 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는 다분히 '중국식 사회주의'를 닮아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분석했습니다.

공산당의 주도 아래 '광속으로 건설되는 거대한 공학 국가'인 중국과 달리, 미국은 민주주의에 발목이 잡혀있다는 게 트럼프의 인식이라고 짚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이처럼 민주주의적 가치와 핵심 요소들을 무시한 채 일방통행식 행보를 보여왔습니다.

이는 중국과 달리 미국이 '법률적 장애물'에 막혀있다가는 중국에 추월당할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작용한 것으로 월스트리트 저널은 추정했습니다.

하지만 국가 자본주의는 필연적으로 왜곡, 낭비, 연줄 등 부작용을 수반하며, 시장에 의한 자원의 분배와 비교한 비효율을 낳을 수밖에 없어 성공 가능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중국이 성공을 거둔 것도 언뜻 국가 주도 같지만, 실상은 시장의 힘에서 나왔다고 신문은 지적했습니다.

그 예로 시 주석이 경제에 대한 국가 통제를 강화하면서 중국의 성장세가 둔화했으며, 철강과 자동차 등의 초과 생산이 가격과 기업 이익의 폭락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습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트럼프의 시진핑 모방엔 한계가 있다"며 "국가 자본주의가 미국에서 얼마나 자본주의를 대체할지는 민주주의의 견제와 균형이 얼마나 잘 유지되는지에 달렸다"고 덧붙였습니다.




YTN 이승윤 (risungyoo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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