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베이조스 창업자, 호화 결혼식 위해 베네치아 도착...명소에선 반대 시위

억만장자인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와 약혼녀인 로런 산체스가 주말 호화 결혼식을 앞두고 베네치아에 도착했습니다.

베이조스와 산체스는 수상 택시에서 손을 흔들며 그랜드 운하에 위치한 5성급 호텔인 아만 호텔 부두에 도착했으며, 두 척의 보안 보트가 뒤따랐습니다.

이에 시민 단체 12곳은 "베이조스를 위한 공간은 없다(No Space for Bezos)"는 구호를 내걸고 베네치아 주요 명소에서 항의 시위를 벌였습니다.

이들은 토요일에 보트로 운하 접근을 막아 하객들이 결혼식 장소에 이동하는 걸 막는 등 더 조직적인 시위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에 베이조스는 보안이 우려되자 결혼식 장소를 이탈리아 베네치아 중심가에서 외곽으로 옮겼습니다.

베이조스와 약혼녀 산체스는 오는 26∼28일 베네치아 중심가인 카나레조 지구에 있는 웅장한 중세 건물 '스쿠올라 그란데 델라 미제리코르디아'에서 결혼 축하 파티를 열 계획이었습니다.

새 결혼식 장소는 베네치아 동쪽 끝 카스텔로 지구의 아르세날레 전시장으로 전해졌습니다.

이곳은 사방이 물로 둘러싸여 있어 보트로만 접근할 수 있으며, 연결된 다리들을 들어 올리면 외부 접근이 차단돼 보안에 대한 우려를 덜 수 있습니다.

현지 시민단체는 결혼식 장소 변경 소식에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 중 한 명을 도시 밖으로 몰아냈다"며 환호했습니다.

베이조스는 전 부인 매켄지 베이조스와 25년간 결혼 생활 끝에 2019년 이혼한 뒤 방송기자 출신인 산체스와 약혼했습니다.

이번 결혼식에는 스타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와 킴 카다시안, 가수 믹 재거와 케이티 페리, 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트럼프 대통령의 딸 이방카 부부 등 약 200명의 유명 인사가 초대됐습니다.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관광도시 베네치아는 최근 몇 년간 관광객 급증에 따른 소음과 사생활 침해, 치솟는 집값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관광객에 밀려 떠나는 주민이 늘어나면서 베네치아가 거대한 세트장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베이조스가 도시 전체를 사실상 전세 내듯 빌려 초호화 결혼식을 치르려 하자 현지 시민단체와 주민들은 억만장자가 베네치아를 놀이터로 삼는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했습니다.

최근 며칠간 도시 곳곳은 '베이조스를 위한 공간은 없다'는 문구가 담긴 포스터로 도배됐고, 베네치아의 상징적인 건축물인 리알토 다리에는 결혼식 반대 대형 현수막이 걸렸습니다.

또 국제 환경 단체인 그린피스 등은 베네치아 산마르코 광장에 "결혼식을 위해 베네치아를 빌릴 수 있다면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한다"고 적은 대형 현수막을 펼쳐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멋진 운하 경관으로 유명한 베네치아에선 매년 결혼식 수백 건이 열리며 2014년 유명 배우 조지 클루니와 인권 변호사 아말 알라무딘의 결혼식은 현지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YTN 이승윤 (risungyoon@y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