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가이아나 영토 분쟁, 미중 대리전 양상

베네수엘라·가이아나 영토 분쟁, 미중 대리전 양상

2025.04.20. 오전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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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전쟁으로 격화하는 미국과 중국 간 힘겨루기가 가이아나와 베네수엘라 간 영토 분쟁으로도 번지는 양상입니다.

군사력 동원까지 시사하며 가이아나 지원 의사를 밝힌 미국을 상대로 중국은 베네수엘라의 영유권 주장에 힘을 실어주면서 남미에서 국지적 미·중 대리전이 벌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베네수엘라 국영 방송 텔레 수르 TV는 가이아나 주재 중국 대사 대리가 가이아나와 베네수엘라 간 영유권 갈등을 "우호적 협의와 협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습니다.

중국 측은 두 나라 간 대화 채널을 제안하면서 정치적 해결을 통한 분쟁 극복을 촉구하며 1966년 체결한 제네바 합의 원칙 준수를 강조했습니다.

이에 가이아나 외교부는 "중국의 명백한 내정 간섭 행위"라고 반발했습니다.

1966년 제네바 합의는 현재 가이아나 영토에 해당하는 에세퀴보(과야나 에세키바) 지역에 대해 베네수엘라 측 실효적 지배력을 인정할 여지를 주는 주장의 배경으로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에세퀴보 지역은 한반도 크기와 비슷한 가이아나 총 국토 면적(21만㎢)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며 금과 다이아몬드 등 각종 지하자원이 다량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인근 바다에서는 막대한 규모의 유전이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이 지역에 대해 베네수엘라는 1966년 제네바 합의를 통해 가이아나와의 분쟁에 대한 원만한 해결을 약속했다면서, 그 이전에 나온 영토 관련 협의 또는 중재는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반면, 가이아나는 1899년 중재 재판소 중재(당시 가이아나는 영국령)에 따라야 한다며, 베네수엘라의 주장을 억지라고 보고 있습니다.

1899년 중재 당시 에세퀴보 지역을 영국의 땅으로 인정받았기 때문에, 1966년 독립 이후엔 자연스럽게 가이아나에 귀속된다는 논리입니다.

가이아나 외교부는 규탄 성명에서 "에세퀴보 영토의 경계 문제는 제네바 합의에 근거하더라도 당사국 분쟁 해결 원칙에 따라 국제사법재판소(ICJ)에서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주권을 훼손하는 어떤 시도에 대해서도 단호히 거부한다"고 강조했습니다.

1966년 제네바 합의는 가이아나와 베네수엘라가 에세퀴보에 영토 분쟁이 존재함을 인정하고 양국이 평화적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을 모색하겠다고 약속한 것을 말합니다.

가이아나는 당시 영국에서 독립을 앞두고 있었기에 독립 이전에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협상이 필요했던 상황이었습니다.

중국 외교 관리의 이번 언급은, 중국이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에 직면한 베네수엘라의 '뒷배'라는 점을 환기하려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앞서 지난달 27일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가이아나에서 모하메드 이르판 알리 대통령과 만나 "가이아나 공격을 감행할 경우 베네수엘라는 몹시 나쁜 하루를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는 미국이 가이아나에 대한 군사력 지원까지 고려할 수 있다는 암시로 받아들여진다고 로이터 통신을 비롯한 주요 외신은 분석했습니다.

이에 대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루비오 장관을 '멍청이'라고 힐난하며 "우리는 그런 위협에 굴복하지 않는다"고 맞섰습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현재 가이아나 땅인 에세퀴보에 '과야나 에세키바' 주를 신설하고 다음 달 지방 선거·총선거를 통해 해당 지역 주지사와 국회의원을 뽑을 예정입니다.

이에 따라 해당 선거 전후 두 나라 국경을 둘러싼 갈등은 한층 첨예해질 전망입니다.




YTN 이승윤 (risungyoo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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