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직전 품에 안은 딸 건네줘..." 호주 흉기 난동 사망자들에 추모 물결

"사망 직전 품에 안은 딸 건네줘..." 호주 흉기 난동 사망자들에 추모 물결

2024.04.15. 오후 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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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 직전 품에 안은 딸 건네줘..." 호주 흉기 난동 사망자들에 추모 물결
애슐리 굿 / ⓒ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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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을 지키려다 칼을 맞은 아이 엄마, 시민들을 지키려다 목숨을 잃은 보안요원 등 호주 쇼핑몰 사망 피해자들을 추모하는 물결이 일렁이고 있다.

14일(현지 시간) 영국 BBC, 호주 9뉴스 등 외신은 흉기 난동 가해자로부터 아기를 지키려다 숨진 여성을 비롯해 여섯 명의 피해자들에 대해 보도하며 그들의 사망을 추모했다.

지난 13일 오후 3시 20분께 시드니 동부 교외 본다이 정크션 웨스트필드에서 40대 남성 카우치가 30㎝ 길이의 흉기를 들고 나타나 쇼핑객들을 공격했다. 이 사건으로 여성 5명과 남성 1명 등 피해자 6명이 현장에서 숨졌다.

사망자 중에는 자신의 딸을 지키려다 칼에 맞고 사망해 전 세계를 안타깝게 한 38세 여성 애슐리 굿도 포함됐다. 보도에 따르면 애슐리는 사망 직전 모르는 남성에게 아이를 보호해달라며 건넨 것으로 전해졌다.

애슐리에게서 아이를 건네받았던 남성은 9뉴스에 "아이의 상태가 상당히 좋지 않았다"며 "바닥에 피가 많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미 칼에 찔려 다친 상태였던 아이는 시드니 아동 병원으로 즉시 이송돼 수술을 받았고 현재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애슐리는 전 호주 풋볼 선수 케리 굿의 딸인 것으로 알려졌다. 애슐리의 아버지가 한때 몸 담았던 노스멜버른 풋볼 클럽 선수들은 지난 14일 검은 완장을 차고 경기에 임하며 애슐리의 죽음을 추모했다.

애슐리의 가족은 "어머니, 딸, 여동생, 파트너, 친구 이상인 애슐리의 끔찍한 죽음으로 인해 큰 충격을 받았다"면서도 "애슐리와 그의 딸을 향해 사랑을 표현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시드니 어린이 병원 의료팀, 경찰, 그리고 애슐리를 대신해 아이를 돌봐준 두 남성에게도 감사를 전했다.

호주의 백만장자 기업가 존 싱글턴의 딸인 던 싱글턴(25)도 이번 흉기 난동에 의해 사망했다. 던이 일하던 의류 브랜드 화이트 폭스 부티크의는 소셜미디어(SNS) 계정에 "던은 미래가 창창했던, 다정하고 마음씨 좋은 사람이었다. 그의 가족과 친구들에게 깊은 사랑과 애도를 보낸다"고 추모의 글을 적었다.

불과 1년 전 파키스탄에서 호주로 이민 온 30세의 무슬림 남성 파라즈 타히르는 칼을 맞고 사망했다. 그는 쇼핑몰에서 보안 요원으로 일하던 중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가해자의 공격에 개입하려다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무슬림 공동체는 성명에서 "시민들을 위해 봉사하다 비극적으로 목숨을 잃은 파라즈는 우리 공동체의 소중한 일원이자 헌신적인 보안 요원"이라며 "우리의 생각과 기도는 파라즈의 가족 뿐만 아니라, 이 무의미한 폭력 행위로 피해를 본 다른 모든 희생자들 및 그들의 가족들과 함께 할 것"이라고 전했다.

사건이 일어난 쇼핑몰을 운영하는 센트레 그룹 역시 타히르가 비극적인 순간 지역사회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타히르의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슬퍼하는 모든 이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했다.

뉴사우스웨일스(NSW)주 경찰청장은 사망자 6명 중 5명은 여성인 가운데, 흉기 난동범인 카우치가 여성을 표적으로 삼아 범죄를 저지른 게 분명해 보인다고 전했다. 카우치의 가족은 성명을 통해 카우치가 10대 때부터 정신질환을 앓아 왔으며 수년간 치료를 받아왔다고 밝혔다.

한편, 사건 당시 홀로 범인을 제압해 더 큰 피해를 막은 여성 경찰관 에이미 스콧 경위는 현지에서 영웅으로 떠올랐다.

당시 카우치에게 달려간 스콧 경위는 "흉기를 내려놓으라"는 명령을 따르지 않자 망설임 없이 그를 사살했다. 이후에는 쓰러져 있는 피해자들에게 가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하기도 했다.

스콧 경위의 이 같은 대응 장면은 SNS를 통해 확산하면서 화제가 됐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스콧 경위는 명실상부한 영웅"이라며 "그의 행동으로 여러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고 경의를 표했다.

디지털뉴스팀 이유나 기자

YTN 이유나 (ly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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