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했냐" 시청자 조롱에…"암으로 자궁 잃었다" 고백한 리포터

"임신했냐" 시청자 조롱에…"암으로 자궁 잃었다" 고백한 리포터

2023.12.11. 오전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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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했냐" 시청자 조롱에…"암으로 자궁 잃었다" 고백한 리포터
캐나다 방송국 '글로벌 뉴스 캘거리' 방송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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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의 한 교통방송 리포터가 생방송 도중 "임신했냐"는 시청자의 조롱에 "사실 암으로 자궁을 잃었다"며 자신의 투병 사실을 공개해 화제다.

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보도에 따르면 캐나다 방송국 '글로벌 뉴스 캘거리'의 교통방송 리포터인 레슬리 호턴(59)은 지난달 29일 아침 생방송 광고 시간에 자신의 신체를 비난하는 이메일을 받았다.

이를 확인하고 방송에 복귀한 호턴은 "방금 '임신을 축하한다'는 메일을 받았다"며, "낡은 버스 운전사 바지를 입으려면 이런 이메일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임신하지 않았다. 작년에 암으로 자궁을 잃었다"며 "이것이 내 또래 여성들의 모습이다. 당신에게 불쾌감을 준다면 그것은 불행한 일이다. 당신이 보내는 이메일에 대해 생각해보라"고 꼬집었다.

호턴은 WP와의 인터뷰에서 "갑자기 입에서 이런 말이 튀어나왔다. 전혀 계획하지 않았다"며 "내 모습을 부끄러워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35년 동안 방송계에 종사한 호턴은 지난 4년 동안 같은 사람에게서 이 같은 무례한 이메일을 받아왔다고 고백했다. 그는 "이 메일의 의도는 나에게 굴욕감과 수치심을 주고, 내 몸에 대해 나쁜 생각을 갖게 하려는 것"이라며 "더 이상 무시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방송국은 해당 영상을 X에 공유했고, 현재 조회수가 400만 회를 넘어섰다. 시청자들은 "잘했어요 레슬리", "당신은 멋지고 이 사람은 비열하다"며 그를 응원했다. 다만 발신자의 신상을 공개하라는 요청에 호턴은 "요점은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것"이라며 거부했다.

여성 언론인에 대한 온라인 괴롭힘은 지속적인 문제로 지적돼왔다. 2021년 국제 언론인 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여성 언론인 714명 중 4분의 3이 "업무 중 온라인 학대를 경험했다"고 답하기도 했다.

호턴은 "한 여성이 자신의 목소리를 찾고 당당하게 설 용기를 줄 수 있다면 기꺼이 그렇게 할 것"이라며 "우리 모두 조금 더 용기를 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YTN digital 서미량 (tjalfid@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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