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환율·물가 '천정부지'...여행업계 '비상'

필리핀, 환율·물가 '천정부지'...여행업계 '비상'

2022.10.02. 오전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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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필리핀 세부는 물가가 저렴해, 전 세계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휴양지죠.

하지만 코로나19 규제가 풀리면서 관광 특수를 누린 것도 잠시, 최근 환율 급등으로 물가도 치솟으면서, 여행업계는 물론 현지 한인들도 다시 어려움에 놓였습니다.

필리핀 세부에서 이지수 리포터입니다.

[기자]
환전소 앞에 줄을 선 사람들.

달러당 페소 환율이 계속 올라 갖고 있던 미국 달러를 필리핀 화폐인 페소로 바꾸는 겁니다.

[나탈리 / 환전소 직원 : (얼마 전까지) 100달러를 페소로 바꾸면 5,000 페소였는데, 지금은 5,800페소로 환율이 약 15% 올랐습니다.]

최근 한국은 물론 전 세계가 달러화 초강세로 휘청이는 가운데, 필리핀 역시 달러 대비 페소 환율이 1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브라이언 / 필리핀 세부 : (환율이 올라) 필리핀의 모든 물가가 많이 올랐습니다. 특히 기름값이 많이 올라, 예전에는 1,000페소면 하루 차량을 운행할 수 있었는데, 요즘은 2,000페소 이상 기름을 넣어야 하루 차량을 운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월급은 그대로라서 기름을 넣고 나면 남는 것이 없습니다.]

고환율, 고물가 속에 현지 동포들은 경제적 어려움이 코로나19 때보다 더 크다고 입을 모읍니다.

필리핀은 연료와 쌀 등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급등하는 환율은 곧 수입 물가를 끌어올려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기 때문입니다.

[최희정 / 한식당 운영 : 갑작스럽게 너무 많이 올랐어요. 식재료 같은 경우 30%나 올랐고, 기름값도 두 배나 올라서 배달하는 한국 식당 같은 곳은 너무 어려움이 있거든요.]

여행업계도 그야말로 '비상'입니다.

올해 들어 코로나19 규제가 풀리고 여름 휴가와 추석 연휴가 이어지며 관광 특수를 누리는 듯했지만, 환율이 오르면서 여행 심리가 다시 위축됐기 때문입니다.

[박지훈 / 현지 여행사 운영 : 아무래도 관광 비용이 미 달러로 책정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지금처럼 갑자기 고환율의 상황이 벌어지면, 예전에 100만 원으로 예상했던 비용이 120만 원으로 추가 지출을 하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 고환율이면 여행심리가 위축되죠.]

실제로 필리핀은 관광 상품이 대부분 달러 기준으로 책정돼 있어, 그만큼 관광객들의 지출 부담이 커진 상황.

상대적으로 물가가 저렴할 줄 알고 여행 왔다가 예상 경비를 훨씬 초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슬 / 한국인 관광객 : 150달러에 오슬롭 (고래상어) 투어 예약을 했는데요. 한국 돈으로 18만 원인 줄 알았는데, 와서 보니, 21만 원이더라고요. 현지 물가가 한국과 같거나 비싸서 깜짝 놀랐어요.]

현지 여행업 관계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관광 상품을 기존 가격보다 훨씬 더 싸게 내놓거나 다양한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지만, 고환율 상황이 지속될 경우 관광 수요 회복에도 제동이 걸릴 전망입니다.

필리핀 세부에서 YTN 월드 이지수입니다.


YTN 이지수 (khj87@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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