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운' 휩쌓인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민간인 학살·화학무기 사용 놓고 '공방'

'전운' 휩쌓인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민간인 학살·화학무기 사용 놓고 '공방'

2022.04.13. 오후 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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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장기화로 접어든 우크라이나 전쟁이 평화 협상의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깊은 긴장 속으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전장이 수도 키이우 중심의 북부에서 동부 돈바스 지역 등으로 옮겨지면서, 또 다른 군사적 대충돌을 양측 모두 예고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이런 가운데 어린이와 여성을 포함한 많은 민간인 희생자가 속출하고 있고, 여기에 러시아군이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주장까지 더해지면서 전쟁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습니다.

국제부 이승훈 기자가 스튜디오에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먼저 긴장감이 감돌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진행 상황부터 정리해 볼까요?

[기자]
겉으로 보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다소 소강상태에 접어든 모습입니다.

하지만 전선의 긴장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서, 전쟁을 직접 취재하고 있는 기자들은 지금의 상황을, 태풍을 눈앞에 둔 고요함이라고 전하고 있습니다.

멀리서 포성이 들리면 곧 큰 물리적 충돌이 일어날 거라는 걸 아는 듯 개들도 크게 짖고 있다는 소식마저 전할 정도니까요.

현재 러시아군의 주력부대는 우크라이나 동부를 향하고 있습니다.

물론 전쟁 초반 수도 '키이우 주변을 포위'했던 러시아 주력 부대가 이미 새로운 배치를 마쳤다는 소식도 있습니다.

최근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인 하르키우와 동부 루한스크 등을 촬영한 위성사진에서 러시아 탱크와 병력수송용 장갑차 등 200여 대의 차량 행렬이 목격되기도 했습니다.

[앵커]
우크라이나 전쟁이 동부 지역을 중심으로 전개된다면 지금까지의 전황과는 어떤 다른 모습으로 전개가 될까요?

[기자]
가장 다른 건 산악 지형이 많았던 기존 전장과는 달리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은, 대부분 평탄한 평원에서 전쟁을 치룰거라는 겁니다.

지금까지 러시아군 작전을 보면 기갑 부대를 맨 앞에 두고 속전속결 전략을 취해왔는데요.

그런 작전을 하는 데는 북부보다는 동부의 평원 지역이 여러모로 러시아군에 유리할 거라고 보는 군사 전문가가 많습니다.

화력 면에서도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 전력의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에 평야 지대의 전투에서는 우크라이나군이 많이 고전하게 될 거라는 거죠.

[앵커]
러시아군의 대공세에 대해 우크라이나군은 어떤 대비를 하고 있나요?

[기자]
우크라이나군 역시 장갑차와 대전차 무기 등을 동부로 모으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과 서방을 통해서 대전차 무기와 대드론 무기를 지원받았는데요.

그런 무기들도 동부와 남부의 주요 지역에 배치하고 있습니다.

현재 전쟁에 참여하고 군인 수만 보면 두 나라는 차이가 없습니다.

대략 양측 모두 적게는 3만 명에서 많게는 4만 명 정도가 전투를 하고 있는데요.

그런 면에서 볼 때 우크라이나 동부를 맡고있는 우크라이나 주력군은, 지난 8년 동안 친러 분리주의 세력과 크고 작은 전쟁을 치러온 만큼 경험과 사기면에서는 우크라이나군이 오히려 러시아군을 앞선다는 말도 있습니다.

다만 또 다른 변수도 있는데요.

돈바스 등을 중심으로 한 동부 지역은 러시아 사람이 많이 살고 있는 곳입니다.

그런 이유로 해서 수도 키이우와는 달리 현지의 경찰 등을 통해 중요한 내부 정보가 러시아로 새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현지 군사령관이 '동부 전선에서는 밖에서는 러시아군과 싸우고 안에서는 점령군 돕는 이들과 또 다른 전쟁을 하고 있다'고 할 정도니까요.

이런 여러 상황으로 미뤄볼 때 동부 전선에서 예고한 우크라이나 전쟁은 지금과 다른 여러 변수 속에서 진행되면서, 지금보다 더 많은 민간인 피해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을 더하고 있습니다.

[앵커]
러시아군의 대공세를 앞두고 미국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추가 지원에 나섰다고요?

[기자]
미국이 공식적으로 밝힌 추가 지원 규모는 7억5천만 달러 정도의 무기 지원입니다.

우리 돈으로 대략 9천2백억 원이 넘는데요.

다만 이 돈으로 어떤 무기를 지원할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습니다.

대략적인 추정은 곡사포 등 중화기나 러시아의 공중 공격을 잘 막았던 스팅어 지대공 미사일 정도가 되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는데요.

그동안의 상황으로 볼 때 어느 정도 비슷한 지원이 이뤄지지 않을까 보입니다.

참고로 지난 2월 24일이었죠.

러시아 침공 뒤에 지금까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 규모는 17억 달러, 우리 돈으로 2조 9백억 원에 이르고 있습니다.

물론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 정도로는 러시아군을 막아낼 수 없다며 더 많은 지원을 요청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이번 돈바스 교전의 전세가 서방이 지금보다 공격용 무기를 얼마나 더 지원할지에 따라 판가름 분석 기사를 전하는 곳도 있습니다.

[앵커]
아직 동부 총공세는 시작되지 않았지만 이미 전쟁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곳이 마리우폴 아닙니까?

그곳에서는 벌써 만 명이 넘는 민간인 사망자가 나왔고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됐었는데요?

[기자]
어제 마리우폴 시장이 AP 통신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그런 말을 했었죠.

가장 적게 잡은 게 그 정도고 군인까지 포함하면 전체 사망자는 2만 명이 넘을 거라는 말도 마리우폴 시장은 했습니다.

마리우폴은 지역적으로 참 중요한 곳입니다.

남쪽에는 지난 2014년부터 러시아가 장악하고 있는 크림반도가 있고요.

그리고 윗쪽은 이미 친러 세력이 곳이고 바로 러시아 국경과 연결됩니다.

어찌 보면 연결의 고리를 끊고 있는 곳이라 이곳을 장악하려는 러시아와 한 달 넘게 격렬한 전투가 이어지고 있는 겁니다.

이미 도시는 90% 가 파괴돼 도시의 기능을 사실상 상실한 상태고요.

40만 명의 주민 가운데 여전히 14만 명 정도가 도시에 남아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먹을 것과 물, 그리고 전기 공급이 모두 끊겨 생존의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그곳을 방어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해병은 SNS에 "이제 남은 탄약이 없다. 우리 가운데 일부는 죽을 것이고 살아남은 사람은 포로가 될 거"라는 안타까운 소식을 전하기도 했는데요.

물론 우크라이나 당국은 주력 부대인 '아조우 연대'를 중심으로 잘 방어하고 있다면서 이 내용을 '가짜뉴스'라며 부인했습니다.

'아조우 연대' 한때 동부 지역에서 친러시아 세력과 맞서던 민병대에서 지금은 정규군이 된 이들인데요.

러시아군이 마리우폴에 화학 물질을 사용했다고 주장한 이들도 관심이 있는 사람에 따라 평가가 엇갈리고 있는 '아조우 부대'입니다.

[앵커]
이런 화학무기 사용 주장에 대해 러시아는 공식적으로 사용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고요?

[기자]
예상했던 당연한 수순으로 보이는데요.

그런데 하나 주목할 점이 있습니다.

화학 무기뿐 아니라 이미 화면을 통해 확인한 부차의 민간인 학살도 조작된 거라며 전면에 나선 사람이 바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란 겁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말을 직접 옮겨보면요.

'대량 살상 무기'가 있다며 이라크를 공격한 미국의 정보가 가짜 뉴스였던 것처럼 부차에 관한 모든 게 '가짜 뉴스'라는 겁니다.

그런데 푸틴 대통령의 입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말이 나온 게 매우 이례적입니다.

그동안은 거의 말을 안 했거든요.

특히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나는 일은 비극이지만 군사작전 외에 다른 선택은 없었고, 군사작전은 계획대로 수행되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푸틴의 말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협상은 없고 계속 전쟁하겠다.' 그런 말이라 우크라이나 전쟁 확산에 대한 걱정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앵커]
현재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평화협상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기자]
지금으로서는 '전혀 진전이 없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협상이 극도로 어렵다. 러시아가 협상에서 전통적인 압박 전술을 고집해 교착 상태에 빠졌다"는 게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의 공식 발언입니다.

반면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대표단이 요구 사항을 자꾸 바꿔 협상의 진척을 늦추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앞서 우크라이나는 1. 자국 안보가 보장된다면 러시아가 요구한 중립국화를 받아 들일수 있다.

2. 러시아가 무력으로 점령한 크림반도의 앞으로 15년간 지위에 대해 러시아화 협의할 수 있다는 내용의 협상안을 제안했는데요.

처음에는 다소 긍정적으로 나오던 러시아가, 부차 민간인 학살 의혹이 나오고, 돈바스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면서 입을 굳게 다물고 있습니다.

[앵커]
지금까지의 말씀을 정리해 보면 전선의 긴장은 높아지고 있는데 협상은 전혀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정리되는데요.

말씀대로라면 참혹한 전쟁을 통한 또 다른 민간인 피해가 나지 않을까 걱정이 되는데요.

[기자]
세계가 가장 걱정하고 있는 게 그겁니다.

조금 전까지 외신을 통해 들어온 화면을 모니터하다 왔는데요.

거리에서, 집에서 4백여 구의 시신이 확인됐다. 50여 구의 시신이 묻힌 집단 매장지가 확인됐다. 한때는 귀여운 아이가 웃으며 가지고 놀았을 '피에 젖은 인형' 같은 화면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전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이미 이번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는 죄 없는 민간인 특히 보호 받아야할 어린이와 여성이라는 게 확인됐습니다.

어린이 3명 가운데 2명이 피란길에 올랐고, 친러시아 세력이 장악한 곳에서는 갈 곳 없는 어린이를 수용소로 옮기고 있다는 소식도 들어옵니다.

여성의 성폭행을 러시아군은 '사실상의 군사작전'으로 이용하고 있는데, 유린의 방식에 대한 현지인의 증언은 고민 끝에 그걸 말씀드리지 않는 게 좋을 거라고 결정할 정도로 반인륜적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러시아군이 떠난 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국경을 통해 하루 3만여 명씩 지금까지 87만 명이 고향으로 돌아왔다는 겁니다.

다만, 그런 한편에선 여전히 폴란드 국경 등을 넘어오는 사람도 있는데요.

전쟁 초기 탈출 할 방법이 없어 등짐 봇짐 메고 걸어 걸어 도착한 가난한 피란민이 이제야 국경을 통과하고 있습니다.

[앵커]
지금까지 이승훈 기자와 함께 우크라이나 소식 정리했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YTN 이승훈 (shoonyi@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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