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쳐서 행복하게 살아" 중국에서 살인범 동정 여론 확산

"도망쳐서 행복하게 살아" 중국에서 살인범 동정 여론 확산

2021.10.19. 오후 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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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쳐서 행복하게 살아" 중국에서 살인범 동정 여론 확산
중국 당국이 공개한 현상수배 전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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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을 저질렀지만 소셜 미디어에서 동정을 얻은 살인 용의자가 숨진 채 발견됐다.

18일, 중국 푸텐 시 경찰은 중국 남부 푸톈시에서 이웃 두 명을 살해하고 3명에게 상해를 입힌 혐의로 수배된 어우진중(55)이 저항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밝혔다.

어우진중은 오랫동안 토지 분쟁을 벌였던 78세 남성과 그의 며느리를 살해했다. 남성의 아내와 손자(34) 그리고 9살짜리 증손자도 상처를 입었다.

18일 CNN은 "중국 SNS에 어우진중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그가 절대 잡히지 않았으면 한다는 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웨이보에는 '도망쳐서 남은 인생은 행복하게 살아라'라는 글들이 인기를 얻었다. 이웃을 두 명이나 죽인 살인범에 대한 동정과 지지는 매우 이례적이다.

어우진중의 웨이보와 중국 언론에 따르면, 어우진중은 89세 노모와 함께 제대로 된 집이 없이 푸톈시의 해변 마을에 있는 작은 판잣집에서 살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어우진중은 웨이보에 "지난 2017년 새집을 지으려고 오래된 집을 철거했지만, 이웃이 공사를 방해해 집을 지을 수 없다"고 하소연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경찰과 마을 관리, 정부 및 언론에 여러 차례 도움을 요청했지만,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

지난 10일에는 태풍으로 어우진중의 판잣집을 덮고 있던 양철 시트가 찢어지면서 이웃과 말다툼을 벌였고 결국 살인으로 이어졌다.

어우진중의 판잣집 사진이 올라오면서 웨이보에는 "그는 평생 법의 보호를 받지 못했다"면서 분노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그가 30년 전 바다에 빠진 어린 소년을 구출하고 2008년 돌고래 두 마리를 구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동정 여론이 확산됐다.

어우진중의 사연이 대중의 관심을 끌자 어우진중의 웨이보 계정은 삭제됐다.

중국인들은 "어우진중이 구세주에서 살인 용의자로 변모한 것이 오랫동안 중국 지방 정부를 병들게 한 권력 남용, 관료들의 무관심으로 이어지는 병폐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이들은 근본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유사한 비극이 반복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YTN 최가영 (weeping07@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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