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논란' 스페인 최고 문학상 수상 여성, 알고 보니 '중년 남성들'

'사기 논란' 스페인 최고 문학상 수상 여성, 알고 보니 '중년 남성들'

2021.10.18. 오후 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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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 논란' 스페인 최고 문학상 수상 여성, 알고 보니 '중년 남성들'
'카르멘 몰라' 관련 웹사이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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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인기 여성 작가 '카르멘 몰라'가 중년 남성 세 명으로 이루어진 작가 팀이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16일 더 가디언은 여성 작가 '카르멘 몰라'가 세 명의 남성이었다고 보도했다. 이들의 신원은 세 남성이 카르멘 몰라의 필명으로 쓴 소설 '야수'(The Beast)가 스페인 최고 문학상인 플라네타 상을 받으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시상식장에서 카르멘 몰라의 이름이 호명된 뒤 남성 세 명이 연단에 올라오자 스페인 문학계는 충격에 빠졌다.

대본가와 소설가 출신인 세 중년 남성 아구스틴 마르티네스, 호르헤 디아스, 안토니오 메르세는 지난 몇 년 동안 '카르멘 몰라'라는 필명으로 저서를 공동 집필해왔다. 이들은 플라네타상 수상으로 100만 유로(약 13억 8,000만 원)에 달하는 상금을 나누어 갖게 됐다.

세 남성은 카르멘 몰라 공식 웹사이트와 언론 인터뷰 등에서 자신이 40대 후반 여성 대학교수라고 주장해 왔다. 이들의 웹사이트에는 얼굴이 드러나지 않은 여성의 뒷모습 사진이 올라가 있었다. 세 남성은 "문학과 무관한 안정된 삶을 보호하기 위해 필명을 사용하고 신원을 밝히지 않겠다"고 말해 왔다.

또한 카르멘 몰라는 과거 인터뷰에서 "나는 오전에 대수학 수업을 한 뒤 오후 자유시간에 틈틈이 스릴러 소설을 집필한 세 아이의 엄마"라고 주장했다. 스페인 언론은 이들이 책을 홍보하기 위해 '워킹맘'이자 '대학교수'라는 여성 서사를 이용했다고 지적했다.

여성 연구소장을 역임했던 페미니스트 작가 베아트리즈 기메노는 남성들이 책을 홍보하기 가짜 여성의 신원을 만들어냈다며 분노했다. 기메노는 트위터에서 "이들은 수년간 가짜 프로필로 인터뷰를 해 왔다. 이들은 사기꾼"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세 작가는 마케팅을 위해 여성 작가 필명을 사용했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안토니오 메르세로는 스페인 신문 엘 파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여자 뒤에 숨은 것이 아니고 이름 뒤에 숨은 것"이라며 "여성 가명이 남성 가명보다 책이 더 많이 팔릴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짐작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그들이 집필한 책은 스페인에서 20만 부 이상이 팔렸으며 11개 언어로 번역돼 전 세계에서 판매됐다. 최근에는 드라마 시리즈 제작이 진행되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YTN 정윤주 (younju@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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