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 100일...여전히 오지 않는 '미얀마의 봄'

쿠데타 100일...여전히 오지 않는 '미얀마의 봄'

2021.05.11. 오후 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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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얀마 군부가 2월 1일 쿠데타를 일으킨 지 오늘로 꼭 100일째가 됐습니다.

여전히 군경은 자국민에게 실탄을 쏘며 밤낮없이 시민을 잡아가고 있고 시위대는 빼앗긴 '미얀마의 봄'을 되찾기 위해 목숨 건 투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취재 기자 연결합니다. 이여진 기자!

벌써 쿠데타 100일이 됐습니다만, 미얀마 군부의 유혈진압은 현재진행형인 거죠?

[기자]
어제도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현재까지 미얀마에서 군경의 유혈진압에 숨진 사람은 781명이고 체포된 사람은 4천916명입니다.

지난달 24일 열린 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서 나온 '즉각 폭력 중단' 등 5개 항의 합의안이 무색할 정도입니다.

합의 직후에는 실탄 대신 새총을 민간 주택을 향해 쏘아대는 영상이 SNS에 올라와서 '아 그래도 조금은 신경을 쓰는구나' 싶었는데요.

사흘 만에 군부는 '미얀마 상황이 안정되면 아세안 정상들의 권고를 고려해보겠다'며 합의를 부정하는 발언을 발표했습니다.

합의 이후 최소 22명이 더 숨진 것으로 미얀마 인권단체가 집계했습니다.

어제 SNS에서 발견한 그림입니다.

8살 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미얀마 상황은 이렇습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무슨 일이 생기면 "경찰이 오고 있으니 걱정 말라"고 말하지만, 미얀마에서는 "경찰이 온다. 도망가자"고 말한답니다.

집에 있는 아이들조차 군경의 총에 맞아 숨지는 나라, 미얀마의 봄은 아직 올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앵커]
아웅산 수치 고문이 가택 연금된 지도 100일이 됐는데 어떻게 지내고 있습니까?

[기자]
수치 고문은 어제 화상으로 진행된 공판에서 화면상으로 모습을 나타냈는데 비교적 건강해 보였다고 변호사가 전했습니다.

재판부는 수치 고문이 5월 24일에 열리는 다음 법정 공판에 처음으로 직접 출석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수치 고문 변호인 킨 마웅 조 또한 처음 수치 고문을 대면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동안에는 줄곧 화상으로만 대화를 나눴는데요.

킨 마웅 조는 수치 고문과 법적인 사안만 논의했기 때문에 현 위기 상황에 대해 수치 고문이 얼마나 알고 있는지 모른다고 전했습니다.

변호사는 수치 고문뿐 아니라 함께 구금된 윈 민 대통령과 수도 네피도의 시장도 건강해 보였다고 전했습니다.

들어보시죠.

[킨 마웅 조 / 수치 고문 변호인 : 세 사람 모두 건강해 보였어요. 5월 24일에 직접 만나면 수치 고문으로부터 지시를 받을 수 있을 겁니다.]

수치 고문은 가택 연금된 이후 여러 건의 범죄 혐의로 기소됐는데요.

불법 수입한 워키토키를 소지하고 사용한 혐의를 비롯해 지난해 11월 총선 과정에서 코로나19 예방 수칙을 어긴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이후 선동과 전기통신법 위반, 뇌물 수수와 공무상 비밀 엄수법 위반 혐의가 추가돼 혐의가 모두 인정되면 수치 고문은 40년 안팎의 징역형이 선고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수치 고문 나이가 75세니까 40년의 징역형이 선고된다면 무기징역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앵커]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미얀마 민생이 지난 100일간 더 어려워졌겠군요.

[기자]
지난 10년간 민주화 바람 속에 불완전하게나마 성장했던 경제는 뒷걸음질 치고, 국민의 삶도 피폐해졌습니다.

코로나19 사태에 쿠데타까지 겹치면서 내년에는 미얀마 인구 약 절반이 빈곤에 직면할 거란 경고음이 나왔습니다.

유엔개발계획 UNDP에 따르면 지난해 말 미얀마 가정의 83%가 코로나19 사태로 이미 수입이 거의 절반 줄었습니다.

여기에 쿠데타까지 겹치면서 빈곤선 아래에 사는 미얀마 국민이 2천500만 명으로 현재의 두 배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미얀마 인구는 약 5천400만 명입니다.

[카니 위그나라자 / UN 개발계획 아태지역 사무국장 (지난달 29일) : 코로나19 사태와 정국 혼란의 영향으로 몇 달 만에 (지난 10년간의) 개발이익이 사라지면 미얀마 인구의 절반이 가난했던 2005년으로 되돌아갈 수도 있습니다.]

[앵커]
지난 100일 동안 미얀마 쿠데타를 취재해오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사건이 있습니까?

[기자]
군부가 워낙 충격적이고 잔혹한 만행을 많이 저질러서 일일이 다 열거할 수는 없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영상은 카렌 소수민족이 사는 마을에 공습을 퍼부은 장면입니다.

모르고 봤을 땐 그냥 전쟁 영화 속 한 장면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는데요.

폭발음이 들리더니 사람이 몸을 피하자마자 집이 화염에 휩싸입니다.

아이를 안고 뛰는 주민들 바로 옆에서 폭발이 계속됩니다.

미얀마인들은 이처럼 군경의 무차별 발포 속에 하루하루 전쟁 같은 삶을 살고 있습니다.

또 가장 가슴 아팠던 사건은 7살 여자아이가 집에서 아빠 품에 안겨 있다가 군경의 총에 맞아 숨진 거였습니다.

3월 23일 만달레이에 있는 한 가정집에 군경이 들이닥칩니다.

식구가 이게 다냐고 묻는 군경의 질문에 아버지가 그렇다고 답하자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아버지를 향해 총을 쐈는데 품에 안겨있던 아이가 대신 맞은 겁니다.

군경은 이에 아랑곳 않고 19살짜리 소녀의 오빠를 피투성이가 되도록 때린 뒤 끌고 갔습니다.

현재까지 18세 미만 미성년자 50여 명이 군경에 희생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지금까지 YTN 이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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