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집단 발병지 우한, 방역은 성공 상처는 여전

첫 집단 발병지 우한, 방역은 성공 상처는 여전

2020.12.28. 오전 00:10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앵커]
전 세계를 전염병과의 전쟁으로 몰아넣은 코로나19가 시작된 지 만 1년이 됐습니다.

YTN은 오늘부터 사흘간 코로나19 1년을 되돌아보는 연속 보도를 준비했습니다.

코로나19를 처음 보고한 중국 우한은 극단적인 봉쇄와 통제로 확진자 발생이 멈추면서 일상을 빠르게 회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4천 명 가까이 숨진 데다 첫 집단 발병지라는 불명예 때문에 상처는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베이징에서 강성웅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기자]
양쯔강이 굽어 보이는 천8백 년 된 유적 황허루로 유명한 중국 우한.

코로나19 집단 발병이 시작된 곳이지만, 지난 6개월 동안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유흥가에는 젊은이들이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천진 / 우한 주민 : 우한이 다른 곳보다 안전한 것 같아요. 가장 위험한 곳에서 가장 안전한 곳으로 바뀐 거죠.]

한때 확진자들로 넘쳐났던 대형 회의장은 코로나 19 극복사를 홍보하는 전시관으로 탈바꿈했습니다.

단 10여 일 만에 지어진 야전병원들도 모두 문을 닫고 이제는 모형으로 볼 수 있게 했습니다.

사투의 현장은 조금씩 잊히고, 방역 성공이라는 성과가 부각되고 있습니다.

[샤오슈아이 / 前 우한 훠선산 야전병원 청년돌격대장 : 저는 90년 이후 출생자인데, 고생을 견뎌내는 정신이 훨씬 더 굳건해졌습니다.]

집단 발병이 처음 보고된 우한의 화난 수산물 도매 시장은 간판을 뗐습니다.

시장 안쪽은 거의 1년째 폐쇄된 상태고 바깥쪽 상가들도 모두 문을 닫았습니다.

하지만 단 넉 달여 만에 3천 800여 명의 목숨을 잃은 우한 주민들의 상처는 여전히 깊기만 합니다.

무엇보다 '사람 간에는 전염이 안 된다'는 당국의 거짓 발표가 희생을 키웠습니다.

코로나19에 걸려 갑자기 돌아가신 아버지의 시신 까지 빼앗겼던 아들은 그래서 더 원망이 큽니다.

[장하이 / 지난 2월 우한에서 부친 사망 (선전 거주) : 그들은 처음부터 거짓말을 하고 숨겼어요. 나중에는 습관이 됐죠. 그들이 진실을 말할 거라고 믿기는 어렵습니다.]

사랑하는 딸을 잃은 어머니는,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양민 / 지난 1월 우한에서 24살 딸 사망 : 제 딸은 정말 예쁘고 예의 바르고 뭐든 열성적 이었어요. 잘 웃고 잘 놀고 잘 먹고요.]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한은 이제 코로나19 기원 조사를 앞두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 조사단이 조만간 방문해 현장 조사 에 나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중국 정부는 코로나19가 우한에서 발생한 것이 아닐 수 있다면서 책임론을 반박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발생 1년 만에 중국은 강력한 봉쇄와 통제로 비교적 안전한 나라가 됐습니다.

하지만 전염병의 기원을 밝혀야 하는 숙제가 남아 여전히 소용돌이의 중심에 서게 될 전망입니다.

베이징에서 YTN 강성웅[swkang@ytn.co.kr]입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