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부유층, 수만 달러 내겠다며 '백신 새치기' 시도

미국 부유층, 수만 달러 내겠다며 '백신 새치기' 시도

2020.12.19. 오전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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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부유층, 수만 달러 내겠다며 '백신 새치기' 시도
사진 출처=Y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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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일부 부유층이 거액의 기부금을 제시하며 코로나19 백신 접종 새치기를 시도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18일, 미 일간지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부유층이 수만 달러의 현금을 내겠다며 코로나 백신 새치기를 문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14일, 미국은 미 식품의약국(FDA)이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의 긴급사용을 승인한 지 사흘 만에 백신 접종을 개시했다. 초기 물량이 매우 부족하기 때문에 엄격한 예방 접종 우선순위가 정해져 있는데, 백신은 의료 종사자 및 요양원 거주자, 필수 산업 종사자, 기저 질환자, 65세 이상 노인의 접종이 끝난 뒤 일반인들에게 차례가 돌아간다. 하지만 일부 부유층은 병원에 거액을 기부하겠다며 접종 순위를 앞당겨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코로나 백신을 가장 먼저 확보한 병원 가운데 하나인 LA 시더사이나이 메디컬센터의 제프 톨 박사는 최근 부유층 고객으로부터 "2만5천 달러(약 2,800만 원)를 기부한다면 백신을 먼저 받을 수 있느냐"는 문의 전화를 받았다. 톨 박사는 제의를 거부했지만 돈, 권력, 영향력을 이용해 백신을 먼저 맞으려는 부유층의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전부터 초기 코로나19 백신의 물량 부족이 암시장을 만들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 특히 의료 산업 종사자들이 친구, 가족 또는 가장 많은 돈을 내는 사람에게 백신을 우선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부유층을 고객으로 둔 병원들은 백신을 보관하기 위해 값비싼 초저온 특수 냉동고를 비롯한 부대 시설을 일찌감치 확보했다. 베벌리힐스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에산 알리 박사는 "매일 백신 접종을 원하는 사람들의 전화를 수백 통 받는다"고 말했다.

의사들은 공중 보건 지침을 준수해 연방 정부가 제시한 순서대로 백신을 접종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백신 보관 시설을 미리 확보한 병원의 경우 공급이 풀렸을 때 가장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VIP를 담당하는 익명의 의사는 "그들(부유층)은 기다리려고 하지 않는다. 그저 어떻게 해야 더 백신을 빨리 얻는지 알고 싶어 할 뿐"이라고 밝혔다.

특히 우선 접종 대상 기준이 모호해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우선 접종 대상인 65세 이상 노인과 필수 종사자의 경우 세부적인 우선 기준이 수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캘리포니아주에서만 약 1,200만 명(주 노동 인구의 3분의 2)이 필수 산업 종사자로 분류된다.

터스키기 대학의 생명 윤리학자 글렌 엘리스는 "이러한 모호함은 부유층이 스스로 우선 접종 기준에 부합한다고 주장하는 기회가 된다"고 밝혔다.

YTN PLUS 정윤주 기자
(younju@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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