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의 동상들...뱅크시 "물속에 버린 노예무역상 동상 다시 세우자"

고난의 동상들...뱅크시 "물속에 버린 노예무역상 동상 다시 세우자"

2020.06.13. 오후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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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이드 사태 속 동상들 잇단 철거·훼손 위기
식민주의·인종주의 관련 인물 재평가 요구 분출
화가 뱅크시 "콜스턴 동상 꺼내 다시 세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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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국에서 촉발된 인종차별 철폐 시위에서 백인 경찰 다음으로 눈총을 받았던 대상이 바로 말없이 서 있던 동상들이었습니다.

미국은 물론 영국 곳곳에서 끌어 내려지거나 물속에 버려졌는데요.

얼굴 없는 화가 뱅크시가 항구에 버린 노예무역상의 동상을 다시 세우자는 이색 제안을 내놨습니다.

임수근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영국 런던박물관에 서 있던 동상 하나가 크레인에 매달려 있습니다.

수난의 주인공은 자메이카의 사탕수수 농장 두 곳에서 500여 명의 노예를 부렸던 악명 높은 노예상 로버트 밀리건입니다.

[존 빅스 / 런던 타워햄리츠 구 시장 : 이 사람은 노예무역을 했습니다. 엄청난 부를 가져다 줬지만 노예무역으로 착취당한 사람들에겐 엄청난 고통을 줬습니다.]

에드워드 콜스턴에 비하면 밀리건은 그나마 대우가 나은 편입니다.

과거 노예무역의 중심지였던 영국 남서부 브리스톨 시내에서 콜스턴은 시민 수천 명이 보는 앞에서 내동댕이쳐졌습니다.

8만여 명의 노예를 팔아넘긴 이 17세기 노예무역상은 시위대에 끌려다니다 결국 물속으로 던져졌습니다.

[사무엘 마틴 /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 그의 동상을 미술관에서 보길 원했는데 그가 한 행위를 볼 때 물속에 처넣은 것도 괜찮은 결론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백인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지난달 25일 숨진 플로이드를 추모하는 집회 과정에서 미국과 영국의 동상들이 잇따라 철거와 훼손 위기에 몰리고 있습니다.

인종 차별 반대 시위의 물결 속에서 식민주의, 인종주의에 연관된 역사적 인물들을 재평가해야 한다는 요구가 분출된 것입니다.

이런 가운데 얼굴 없는 화가 뱅크시가 콜스턴의 동상을 물에서 꺼내 다시 세우자는 이색 제안을 내놨습니다.

그는 제안에서 콜스턴 동상을 그리워하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모두를 위해 물속 동상을 다시 끌어낸 뒤 목에 밧줄을 걸고 끌어내리는 형태로 다시 동상을 세우자고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하지만 그의 제안이 실현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브리스톨 시의회는 물에서 건져 올린 콜스턴의 동상을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는 플래카드와 함께 박물관에 전시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YTN 임수근[sglim@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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