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신청도 결국 수작업...日, 무늬만 '디지털' 행정

온라인 신청도 결국 수작업...日, 무늬만 '디지털' 행정

2020.05.15. 오후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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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일본에서도 코로나19 재난 지원금 신청이 최근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온라인으로도 할 수 있는데 구청마다 사람들이 몰려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는데요.

그 이유를 도쿄 이경아 특파원이 전합니다.

[기자]
이른 아침부터 구청 안이 재난 지원금을 신청하러 온 사람들로 붐빕니다.

이 중 상당수는 한국의 주민등록증 같은 '마이넘버' 카드로 온라인 신청을 하려다 안돼 결국 구청 문을 두드렸습니다.

[도쿄 시나가와구 주민 : 마이 넘버 카드의 전자증명서를 재발행하러 왔어요.]

[도쿄 시나가와구 주민 : (마이 넘버 카드) 비밀번호를 잊어버려서 확인하려고 구청에 왔어요.]

일본 정부는 처리를 빨리 할 수 있다는 이유로 온라인 신청을 권했습니다.

현재 15%대에 머물고 있는 마이넘버 카드 보급을 전 국민에게 확산시키려는 목표도 있었습니다.

[다카이치 사나에 / 총무성 장관 : 마이 넘버 카드를 갖고 있는 분들은 신청서가 도착하는 것을 기다리지 마시고 온라인으로 신청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하지만 결과는 반대로 나타났습니다.

이 카드를 평소 쓸 일이 없다 보니 비밀번호를 잃어버린 사람들이 확인을 위해 구청에 밀려든 겁니다.

카드는 개인별로 발급됐는데 재난 지원금은 세대 단위로 주는 것도 문젭니다.

카드 소지자의 정보와 세대 정보가 공유가 안 돼 지자체에서 누가 누구와 한가족인지 일일이 확인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호시카와 다케오 / 도쿄 미나토구 지원금 담당자 : 마이 넘버 카드를 이용한 온라인 신청은 세대원 정보를 손으로 입력하게 됩니다. 본인이 인식하고 있는 정보와 주민기본대장에 기록된 정보가 다른 경우가 있어 (확인이 필요합니다)]

이 구청의 경우 현재까지 1만 건이 넘는 온라인 신청을 하루 200건 정도 처리하는데 머물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신청서 정리에만 50일이 걸려 지원금은 7월이나 돼야 받을 수 있다는 얘깁니다.

최근 도쿄에서 코로나19 감염자 100여 명이 통계에서 누락된 일도 손으로 쓴 자료를 팩스로 한꺼번에 보낸 것이 원인으로 나타났습니다.

아베 총리는 긴급사태 해제를 선언하면서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생활 방식을 실천하자고 강조했습니다.

아직도 수작업과 팩스에 의존하는 일본의 아날로그 행정 역시 이번 일을 계기로 크게 바뀌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도쿄에서 YTN 이경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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