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코로나19 비상'...감염자 수 대폭발 가능성

도쿄 '코로나19 비상'...감염자 수 대폭발 가능성

2020.03.26. 오후 5:13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NHK "오늘 현재까지 감염자 45명 이상 추가 확인"
도쿄 감염자 총 260여 명…日 전체 감염자 2,100명 육박
도쿄 내 감염자 절반 이상…감염경로 알 수 없어
AD
[앵커]
일본 내 코로나19 확산 상황이 심상치 않습니다.

며칠 새 감염자가 크게 늘어난 도쿄는 도지사가 '도시 봉쇄' 가능성까지 언급했는데요.

감염이 만연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문가 보고서를 바탕으로 일본 정부 차원의 대책본부가 곧 설치될 예정입니다.

도쿄 이경아 특파원!

오늘 하루 도쿄에서 어제보다 더 많은 감염자가 나왔다면서요?

[기자]
네.

NHK는 조금 전 도쿄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오늘 하루에만 도쿄에서 어제보다 더 많은 45명 이상의 감염자가 나왔다고 보도했습니다.

어제는 하루 41명 감염자가 나와 감염자 수를 집계한 이래 가장 많이 늘었는데요.

오늘은 이보다 더 많은 환자가 나온 겁니다.

이로써 도쿄 전체 감염자 수는 약 260여 명, 일본 전체로도 2천백 명에 육박하게 됩니다.

도쿄 내 감염자 중 절반 이상은 감염 경로를 알 수 없어서 어느 지역에 얼마나 바이러스가 퍼져있는지 파악할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현재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은 일본 정부도 이미 인식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가 일본 내에 만연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힌 전문가회의 보고서를 후생노동성을 통해 정부가 확인했기 때문인데요.

일본 정부는 이에 따라 최근 국회를 통과한 코로나19 특별조치법에 근거해 정부 차원의 대책본부를 설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도쿄도지사는 이번 주말이 폭발적인 감염 증가의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지금과 같은 상태를 그대로 방치해 환자 수가 급증해 도시 봉쇄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런 발표가 나오자 어젯밤부터 도쿄 내 슈퍼마켓 등에는 미리 생필품을 확보해두려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큰 혼잡이 빚어지기도 했습니다.

[앵커]
하토야마 전 총리가 이런 도시봉쇄까지 언급한 도쿄도의 대응을 신랄하게 비판했다면서요?

왜 그런 건가요?

[기자]
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코이케 도쿄도지사의 이런 발언을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그동안은 올림픽을 열기 위해 감염자 수를 적게 보여주고, 도쿄가 코로나19를 제대로 통제하는 척했는데 그러는 동안 감염이 크게 확산했다는 겁니다.

이건 시민 우선이 아니라 올림픽만 우선으로 생각한 정책이라며 맹렬히 비판했습니다.

사실 올림픽 연기가 결정되자마자 환자 수 통계가 급증하고 일본 정부와 도쿄도가 긴급 대응에 나서는 모양새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습니다.

이미 지난 19일 일본 정부 전문가회의가 일본 내 환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을 경고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올림픽이 어떻게 될 지 결정이 안 된 상황이라 감염 폭증 가능성을 알면서도 정부가 서둘러 대응에 나서지 않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도쿄가 특히 위험한 이유는 1,400만 인구가 모여 사는 일본 최대 도시이기도 하고요.

또 가나가와, 사이타마 등 주변 도시에서 도쿄로 통학이나 출퇴근 하는 사람이 하루 291만 명이나 되기 때문인데요.

이 때문에 도쿄를 막지 못하면 인근 지역으로 감염이 폭발적으로 확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상황이 심각한 만큼 도쿄 뿐 아니라 인근 지역 지사들도 주민들에게 주말 외출을 최대한 자제해 달라는 요청을 오늘 낮부터 계속 생방송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앵커]
도쿄는 세계적인 대도시인데 지금까지 환자 수가 지나치게 적게 집계된 것이 오히려 이상한데요. 왜 그런 겁니까?

[기자]
네. 그건 검사 수가 절대적으로 적기 때문입니다.

도쿄도 발표에 따르면 어제 하루 검사를 받은 사람은 74명에 불과했습니다.

이 중 절반이 넘는 41명이 양성으로 나타난 건데요.

일본은 증상이 있으면 일단 상담센터에 전화를 걸어 확인을 받은 뒤 병원에서 의사 진찰을 받습니다.

그때 의사가 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면 비로소 정해진 의료기관에서 바이러스 검사를 받게 되는데요.

일본 의사회는 이런 검사 체계로는 대응하기 어렵다면서 검사 단계를 줄여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또 다른 문제는 코로나19 환자를 받아들일 수 있는 의료시설이 크게 부족하다는 겁니다.

감염증에 대응할 특수 병실이 200개가 채 안되고 의료진에게 필요한 방호복, 소독액, 그리고 마스크까지 필수장비가 크게 부족한 상태인데요.

일본에서는 이런 상황 속에 감염 환자를 받으면 의료진이 감염돼 진료가 마비되는 이른바 '의료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많습니다.

검사 수를 늘리면 확진자가 늘 게 분명하고 환자를 다 수용하자니 병원은 준비가 안 돼 있어 결국 소극적인 검사 방식을 고수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도쿄에서 YTN 이경압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