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하선자 감염 후폭풍...의료진 '집단 따돌림' 항의

日 하선자 감염 후폭풍...의료진 '집단 따돌림' 항의

2020.02.23. 오후 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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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하선 日 60대 여성 감염 확인
지난 14일 검사 후 음성 판정…19일 하선
21일 고열 증세…병원 이송 후 양성 확인
14-19일 사이 선내 감염 가능성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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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일본에서는 음성판정을 받고 배에서 내려온 60대 여성의 감염이 확인된 뒤 후폭풍이 거셉니다

이제 지역으로의 감염 확산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데, 현지 분위기 알아봅니다. 이경아 특파원!

지난주 귀국한 호주 승객 2명에 이어 문제 없다는 판정을 받고 하선한 60대 일본 여성도 확진 판정을 받았죠?

어떻게 확인된 겁니까?

[기자]
하선 첫 날인 지난 19일 배에서 내려간 60대 일본 여성이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여성은 남편과 함께 배에 머물다 지난 14일 검사를 받고 음성이 확인돼 19일 집으로 돌아갔는데요.

이틀 뒤인 21일 이 여성은 39도 가까운 고열 증상을 보여 병원으로 간 뒤 최종적으로 양성 반응을 받았습니다.

검사를 받은 14일부터 배에서 내린 19일까지 이 기간 동안 선내 감염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는데요.

이미 귀가해 일상생활을 하고 있는 일본인 탑승객이 970명에 달해 지역 사회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일본 전국에서 감염이 확인된 사람은 크루즈선 승객을 포함해 770명이라고 NHK는 전하고 있습니다.

[앵커]
현장에 있던 승객과 의료진을 바라보는 일본 사람들의 심경도 복잡한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 의료단체에서 이례적으로 성명을 냈다는데 어떤 내용입니까?

[기자]
일본재해의학회는 이번 사태 이후 현장 대응에 나선 의료진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고 성명을 냈습니다.

현장에 다녀온 의사나 간호사들을 마치 '세균' 보듯 하는 집단 따돌림 등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에 항의하는 내용을 담았는데요.

학회 측은 의료진 가족들이 다니는 보육원이나 유치원에서 아이들을 보내지 말라고 요구하거나 직장 상사가 현장 지원을 다녀온 것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는 사례도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학회 측은 이제 이 문제는 인권문제로 다뤄져야 한다며 편견과 선입견에 근거한 비판이 용납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반응이 나오고 있는 것은 이번 상태를 접하는 일본 사람들의 불안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다른 지역으로 이주한 이 지역 주민들도 일본 사회 안의 차가운 시선에 고통받은 사례가 적지 않았는데요.

농후접촉자로 분류돼 아직 배에 남아있는 일본인들은 귀가하더라도 이런 일을 겪지 않을까 우려한다는 인터뷰가 일본 언론을 통해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이제 지역 사회로의 감염 확산은 돌이킬 수 없는 상황 아닌가 싶은데요.

일본 사회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습니까?

[기자]
일본 정부의 초기 예방 대책이 사실상 실패한 만큼 이제 대응 태세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일본감염증학회는 지난 21일 성명을 통해 경로를 알 수 없는 지역 사회 감염 사례가 이어지는 만큼 이제 예방 단계에서 감염 만연 단계로 전환해 이에 맞는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일본 사회도 이제 지역 사회의 감염 확산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면서 대책에 고심하는 모습입니다.

도쿄도는 도 공무원 뿐 아니라 일반 기업들에게도 재택근무 등을 권장하면서 이와 관련해 필요한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높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지브리 미술관이 다음 달 17일까지 문을 닫는 등 주요 명소도 잇따라 운영 중단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 개막한 일본 프로야구 경기장에는 응원가를 부르거나 어깨동무 등 관람객끼리 접촉하는 것을 자제해 달라는 안내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제 일본 사람들의 일상 속에 확산하기 시작한 바이러스는 앞으로 일본 사회의 모습을 크게 바꿔놓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도쿄에서 YTN 이경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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