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캐나다·우크라에 사과...군부 위축·협상파 힘 얻을 듯

이란, 캐나다·우크라에 사과...군부 위축·협상파 힘 얻을 듯

2020.01.12. 오후 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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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대통령, 캐나다 총리에 공식 사과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사과·철저한 조사 약속
이란 대학생들, 테헤란에서 군부·정부 비판 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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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항공 소속 여객기 격추와 관련해 피해국인 캐나다와 우크라이나 정상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했습니다.

그동안 '대미 항전'의 기세를 올렸던 이란이 초대형 악재를 만나면서, 이란 내에서 군부의 위세가 꺾이고 온건·협상파가 힘을 얻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취재기자 연결해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김형근 기자!

이란 대통령이 여객기 격추 피해자인 캐나다와 우크라이나 정상들에게 직접 사과했다구요?

[기자]
예. 그렇습니다.

로하니 대통령은 먼저 캐나다의 트뤼도 총리에게 깊은 유감과 사과의 뜻을 전달하고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로하니 대통령은 "사건 조사를 위해 국제적 규범 안에서 어느 나라든 협력하길 원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로하니 대통령은 또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도 "이번 여객기 참사에 연루된 모든 사람이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하겠다"면서 "이번 일은 이란군의 실수로 벌어졌다는 점을 전적으로 인정한다"며 사과했습니다.

[앵커]
이번 여객기 격추와 관련해 이란 내에서도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이란 대학생 수백 명이 테헤란 시내 대학 앞에 모여 군부와 정부를 비판하는 집회를 열었습니다.

학생들은 혁명수비대가 여객기 격추 사실을 시인하자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SNS를 통해 자발적으로 모였습니다

추모 인원이 수백 명 규모가 되자 학생들은 교문 앞 도로를 막고 반정부 구호를 외쳤습니다.

정부를 비판하는 시위는 테헤란 뿐만 아니라 시라즈와 이스파한, 하메단 등에서도 열렸다고 외신들은 전했습니다.

[앵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내 반정부 시위에 대한 공개적인 지지를 표명하면서 이란 정권에 대한 압박에 나섰다구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우리는 이란의 시위를 면밀히 지켜보고 있으며 이란 국민들의 용기에 고무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란 정부를 향해 "인권단체들이 이란의 시위에 대해 현장에서 감시하고 보도하는 것을 허용해야 한다"면서 "평화적인 시위에 대한 학살이나 인터넷 폐쇄가 있어서도 안된다"고 경고했습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이란 국민의 목소리는 분명하다"면서 "우리는 더 나은 미래를 누릴 자격이 있는 이란 국민과 함께 서 있다"는 트윗을 올렸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정부의 입지가 좁아진 틈을 파고들며 이란과의 협상 재개 등을 통해 국면 전환을 시도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그동안 대미 항쟁의 기세를 올렸던 이란 군부가 이번 여객기 피격으로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이란 군부는 여객기 격추라는 초대형 악재를 만나면서 치명상을 입게 됐습니다.

사상 처음으로 혁명수비대의 고위 장성이 국영방송을 통해 "모든 책임은 군에 있다"며 사죄하는 장면이 연출됐습니다.

이란의 자존심이라고 할 수 있는 혁명수비대의 고위 장성이 공개 석상에서 이렇게 납작 엎드린 것은 사실상 처음입니다.

그만큼 이란도 이 사안을 매우 엄중한 위기로 받아들인다는 방증입니다.

군부의 영향력이 당분간 상당히 위축되는 것은 물론 혁명수비대에 대한 수술도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강경파를 대변해온 군부의 세력이 위축되면서 온건·협상파들의 입지가 넓어질 것 같은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여객기 격추 사건으로 온건 성향의 협상파에 힘이 실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사실 현 정부를 이끄는 로하니 대통령은 온건파와 개혁 성향 유권자의 지지를 받고 당선됐습니다.

이후 미국, 유럽 등과 협상을 벌여 핵합의를 이끌어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가 핵합의를 탈퇴하고 이란에 경제재제를 가하면서 입지가 상당히 좁아져 있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의 솔레이마니 사령관 제거로 반미 강경파의 목소리가 더 커지면서 이란의 지배적인 여론이 됐습니다.

이 와중에 터진 여객기 격추사건은 이런 흐름을 순식간에 뒤집어 놓았습니다.

명분까지 상실한 상황에서 이란이 강경 노선에 변화를 주지 않는다면 국제사회에서 더 고립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입니다.

때문에 "이란 정부가 최악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굴복으로 보이지 않는 선에서 새로운 협상 제안을 할 수도 있다"면서 "여객기 격추가 대외정책의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국제부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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