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총리관저 앞 '反 아베' 함성...아베는 듣고 있었다!

[취재N팩트] 총리관저 앞 '反 아베' 함성...아베는 듣고 있었다!

2019.08.09. 오전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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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반도체 소재에 대한 수출 규제에 이어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에서 빼는 등 일본 아베 내각의 경제 보복이 계속되는 가운데 일본 시민들의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도쿄 연결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황보연 특파원!

어제 도쿄 총리관저 앞에서 아베 정권 규탄 집회가 열렸다면서요?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요?

[기자]
어제저녁 6시 반부터 1시간 동안 도쿄 총리 관저 앞에 일본 시민들이 참여한 아베 정권 반대 집회가 열렸습니다.

제가 놀랐던 건 기온이 35도 가까이 돼 굉장히 더웠고 평일인데도 예상보다 많은 분들이 모인 점입니다.

근처 지하철역 입구에서부터 총리관저 바로 앞까지 100m 정도 되는데요.

이곳을 잇는 그리 넓지 않은 도로에 시민들이 길게 늘어서는 상황이었습니다.

시민들의 손에 든 2가지 푯말이 특히 눈에 들어왔는데요.

하나는 일본 국기를 연상하는 'NO 아베' 푯말이고요.

다른 하나는 지난 1일부터 나고야에서 시작된 일본 최대 국제 예술제에서 전시 사흘 만에 우익들의 협박 등으로 전시가 중단된 평화의 소녀상 사진이 담긴 푯말입니다.

[앵커]
여기 모인 시민들은 어떤 분들이고 주로 어떤 얘기들을 하시던가요?

[기자]
집회는 최근 한국에 대한 아베 내각의 경제제재에 반대하는 일본 여러 시민단체가 공동으로 마련했습니다.

그런데 시민단체 회원만 참여한 것은 아니고 여러 단체들이 SNS 등을 통해 이런 행사가 있으니 함께 하자고 미리 글을 올렸는데 이걸 보고 참석한 분들도 많았습니다.

일단 시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시죠.

[도마쓰 카츠노리 / 도쿄 시민 : 아베 정권이 지금 하는 일에 대해 강한 분노를 느끼고 있습니다.]

[히시야마 나호코 / 일본 도쿄 : (일본의 보복으로) 한일 어느 쪽도 행복하지 않습니다. 일본 기업도. 일본만 득이 되는 건 절대 없습니다.]

아베 내각이 하는 일에 분노를 느낀다는 얘기 들어보셨는데요.

이는 지난달 초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의 한국에 대한 수출 제재 조치 그리고 최근 수출 우대국가인 화이트 리스트에서 한국만을 뺀 아베 내각의 조치는 명백히 잘못됐다면서 한 말입니다.

이밖에도 여러분들의 얘기를 들었는데요.

일본 언론이 아베 내각의 잘못된 정책에 대해 제대로 짚지 않고 있고 특히 보수 언론들은 굉장히 잘한 일이라고 부추기면서 반한 감정을 높이고 있다면서 이를 지적하신 분도 있었습니다.

또 일본 정치인들이나 이를 떠받치는 보수 우익 세력들이 일본이 세계 최고라고 과신하면서 한국의 위상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조롱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는 것도 큰 문제라고 비판한 분도 있었습니다.

[앵커]
아베 총리는 과연 이런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까요?

[기자]
이런 시민들의 목소리를 아베 총리가 귀담아 들었을지는 모르겠지만 들은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일본 조간신문에는 전남 아베 총리가 몇시에 어디에 갔는지 총리관저 출근때부터 집에 들어가기 전까지 1분 단위로 실리는데요.

오늘 일본 조간을 확인해 보니 시민들이 총리 관저 앞에서 큰소리로 아베 반대 집회를 할 때 아베 총리는 관저 바로 옆에 있는 공저에 있었습니다.

관저는 총리의 집무실이 있는 곳이고 공저는 총리가 잠을 잘 수 있는 우리로 치면 공관입니다.

아베 총리는 주로 시부야에 있는 사저에서 머무는데 어제는 사저에 가지 않고 공저에서 묵은 것으로 돼 있습니다.

공저는 집회장소에서 50m 정도 밖에 안 떨어진 곳이라 아베 총리는 한 시간 동안 한국에 대한 제재 철회 등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분명히 들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아베 총리가 시민들의 이런 목소리를 귀담아 들었는지, 아니면 무시했는지는 앞으로 한국에 대한 대응을 지켜보면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앵커]
여러 일본 시민단체들이 모여 공동 기자회견도 했다면서요?

[기자]
총리관저에서 100m 거리에 국회의원회관이 있는데 그곳에서 일본 시민단체들의 공동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총리관저 앞 집회보다는 1시간 반 전인 오후 5시에 시작해 1시간 가량 이어졌는데요.

평화헌법 개정 반대 모임, 강제징용 배상 지원 모임 그리고 한일민간 교류 단체 등 10여개 시민단체 관계자 분들이 모였습니다.

여러 가지 얘기가 나왔는데요.

일단 한국을 대하는 아베 정권의 태도부터 비이성적이고 상식에서 벗어났다면서 한국 국민에게 너무 미안하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또 아베 내각의 앞뒤 안 가리는 한국 때리기는 강제징용 배상 판결의 반발이 분명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와 함께 아베 1강의 독주를 이어가고 있는 일본 보수 정권이 촛불혁명을 통해 이룩한 한국의 민주주의 개혁에 위기감을 느낀 것도 한국 때리기의 배경으로 지목하기도 했습니다.

이들 단체들은 앞으로 더 긴밀하게 협력해 잘못된 아베 내각의 정책을 바로 잡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앵커]
일본 내에서 일고 있는 이런 움직임이 악화된 한일 관계 개선이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거로 보나요?

[기자]
여러 뜻있는 시민단체가 힘을 모으기로 한 것은 분명 의미가 크지만 아직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 하는 게 현실입니다.

하지만 이번 공동 기자회견을 계기로 함께 더 힘을 모으고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알려 가기로 한 부분은 의미가 작지 않아 보입니다.

잘못된 일본 내 언론 보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국회 특히 야당에 이런 목소리를 전달하는 일을 하기로 한 부분도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이 기자회견에는 사민당 국회의원도 참석했는데 최근까지 참의원 선거와 아직 임시국회가 열리지 않아 본격적인 문제 제기가 안 되고 있지만 국회가 열리면 야당도 시민단체들의 이 같은 움직임에 동참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지금까지 도쿄에서 YTN 황보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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