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발사체는 "미사일'"...北 식량지원은 '지지' 속내는?

美, 발사체는 "미사일'"...北 식량지원은 '지지' 속내는?

2019.05.09. 오전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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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 국방 당국은 북한이 지난 4일 발사한 발사체에 대해 '로켓과 미사일'이라는 표현을 내놓았습니다.

이런 가운데 백악관은 우리 정부의 인도적 대북 식량 지원에 대한 지지를 확인했습니다.

워싱턴 특파원 연결해 그 배경과 의미 알아봅니다. 김희준 특파원!

미 국방 당국이 북한의 발사체에 대해 로켓과 미사일이라고 표현했다고요

[기자]
지난 4일 북한이 동해로 발사체를 발사했을 때 던퍼드 합참의장이 전화해 '북한이 지금 로켓과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패트릭 섀너핸 미 국방장관 대행이 오늘 상원 세출위원회 국방 소위원회에 출석해 밝힌 말입니다.

북한의 발사 당시 합참의장으로부터 받은 첫 보고 내용을 전한 겁니다.

섀너핸 대행의 발언은 최근 미국이 항공모함 전단을 중동에 급파한 배경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잠시 거론됐습니다.

북한의 이번 발사체에 대해 미 국방 당국이 공개석상에서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입니다.

[앵커]
한미 당국은 그동안 북한의 발사체에 대해 미사일이란 표현을 쓰지 않아 왔지 않습니까, 그 배경이 주목되네요.

[기자]
섀너핸 국방장관 대행의 발언으로 미뤄, 미 당국이 북한의 최근 발사체를 미사일로 확정, 규정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지난 4일 북한이 발사했을 당시, 초기 판단으로 로켓과 미사일로 추정한 것만은 확실해 보입니다.

그러나 한미 당국이 북한 발사체에 대한 정밀분석을 진행하는 상황에서 미 국방 당국 수장이 한 이번 발언에 최신 분석결과가 반영됐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습니다.

한미 당국은 그동안 대북 대화를 위한 유화적인 기조를 유지하는 차원에서 '미사일'이라는 표현을 자제해왔습니다.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미사일'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으면서 발사 유예 조치, 모라토리엄 위반이 아니라는 취지로 발언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기정사실로 할 경우, 북한이 1년 넘게 핵실험도 미사일 발사도 하지 않았다는 트럼프 정부의 대북 정책 성과를 스스로 흐리게 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미사일 도발에 대한 추가 제재 가능성 등 비핵화 협상 재개의 길은 더욱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앵커]
국방 당국은 '미사일'이란 표현을 쓰기는 했습니다만, 미국 정부는 대북 인도적 식량 지원에 대한 연일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고요.

[기자]
오늘 트럼프 정부 내각회의가 열렸는데, 모두 발언 부분이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기자들 질문을 받았는데요,

"북한이 추가 도발했는데 한국이 북한에 식량을 지원하는 것에 트럼프 대통령이 괜찮냐'는 질문이 나왔습니다.

샌더스 대변인은 "대북 최대 압박 전략을 계속해 나갈 것이고, 초점은 비핵화에 있다"고 운을 뗐습니다.

이어 대북 식량 지원을 한국이 진행해 나간다면 미국은 개입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강력한 대북 제재를 유지하면서 북한 비핵화를 압박할 테니, 인도적 지원은 문제 삼지 않겠다는 뜻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그제 밤 한미 정상 간 통화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인도적 차원에서 대북 식량 지원은 시의적절한 조치"라며 지지를 보냈다고 청와대가 밝힌 바 있는데요,

백악관 발표에는 이 내용인 없었지만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을 비롯한 미 정부 핵심 인사들이 대북 식량 지원에는 유화적인 입장을 보여왔습니다.

한편 폼페이오 장관은 오늘 런던 정책연구소 연설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재확인하며 대북 최대 압박 전선에 대한 동참을 촉구했습니다.

[앵커]
미국 정부가 국내 강경파의 비판을 받을 수도 있는 대북 식량 지원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견지하는 이유 무엇일까요?

[기자]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꽉 막힌 북미 비핵화 협상 재개를 위한 포석입니다.

유엔 보고서가 밝혔듯 북한의 식량 작황이 10년래 최악이고, 북한 주민 절반이 심각한 식량 부족에 시달리며, 외부 지원이 절실한 상황인데요,

인도적 지원을 통해 이 같은 북한의 요구를 충족시키며 북한과의 대화 분위기를 조성해보겠다는 차원입니다.

북한의 발사체가 중장거리 미사일도, 미국을 위협하는 대륙간 탄도미사일도 아님을 내세우면서 대화의 문을 열어두고, 북한의 대화 궤도이탈을 막기 위한 또 유화 손짓을 내민 셈입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이 단거리 발사체 발사 직후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 위원장이 약속을 깨지 않을 것이라는 절제된 발언으로 대북 대화 동력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습니다.

다만 인도적 지원 카드를 북한이 얼마나 받아들일지는 미지수입니다.

영변 핵시설 폐기 대가로 제재완화를 강하게 요구해온 북한 입장에서 식량 지원을 협상 테이블에 다시 앉을 만한 동인으로 여기기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또 북한의 최근 발사 이후 미 의회 등 조야에서 강경론과 대화 회의론이 고개가 드는 상황도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적지 않은 부담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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