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NOW] “日 새 연호 발표, 한일관계 어떤 영향 미칠까”

[세계NOW] “日 새 연호 발표, 한일관계 어떤 영향 미칠까”

2019.04.05. 오전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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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FM 94.5) [세계를 만나는 시간, NOW]

□ 방송일시 : 2019년 4월 5일 금요일
□ 출연자 :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 



◇ 전진영 아나운서(이하 전진영): 다음 달 1일이면 일본에 나루히토 왕세자가 새로운 일왕으로 즉위합니다. 그리고 즉위를 한 달 앞둔 최근, 일본에 새로운 연호란 게 발표됐죠. 그런데 이 연호란 개념이 한국에서는 다소 생소합니다. 그래서 오늘 NOW 인터뷰에서는 이번 한 주 동안 이슈가 됐던 일본의 연호가 무엇인지, 그리고 한일관계에는 이것이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전문가와 함께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성공회대 일본학과 양기호 교수, 전화로 연결돼 있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 (이하 양기호): 안녕하십니까.

◇ 전진영: 대한민국에서는 연호라는 개념이 참 생소하거든요. 이 연호란 게 어떤 거고, 연호가 바뀐다는 건 어떤 의미입니까?

◆ 양기호: 그러니까 원래 이게 중국이나 일본에서 쓰고 있었던 건데요. 한나라 때부터 황제가 영토하고 백성을 지배하는 것뿐만 아니라 시간을 지배하는, 그러니까 일종의 왕명 하에서 백성의 시간을 지배하는 장치로써 작동해왔다. 이렇게 볼 수 있거든요. 그런데 일본에서는 계속해서 연호를 써왔는데 평균 5년 정도 썼습니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250개 정도 연호를 사용했는데요. 좋은 일이 있을 때 연호를 또 하나 바꾸고, 또는 흉년이 들거나 큰 가뭄이 들거나 할 때는 또 연호를 하나 바꾸고 그렇게 했었습니다. 그런데 1868년 메이지유신을 하면서는 한 명의 일왕이 하나의 연호를 사용하는 걸로 그렇게 원칙이 정해져 있습니다. 그래서 메이지, 다이쇼, 쇼와, 그다음에 헤이세이, 그리고 이제 다음 달 1일부터는 레이와 이렇게 쓰게 됩니다. 아직까지 사실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이걸 이전에는 썼다가 폐지했는데 유일하게 지금 연호를 쓰고 있는 나라가 바로 일본입니다.

◇ 전진영: 연호를 일본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쓰는 국가라고 말씀해주셨잖아요. 그래서인지 연호를 쓰는 게 시대착오적이다, 라는 논란 자체도 일본 내에서 나오는 것 같더라고요.

◆ 양기호: 맞습니다. 역시 아무래도 조금 익숙하지 않습니다. 그때그때 연호가 몇 십 년 만에 한 번씩 바뀌다 보니까 모든 것이 또 바뀌어야 하거든요. 그리고 젊은이들한테 이게 사실은 익숙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젊은이나 또는 외국과의, 지금 일본도 글로벌 국가가 돼가지고 세계 각 국가에 연락을 많이 하지 않습니까. 그럴 경우에는 일본 연호를 쓰는 것은 굉장히 조금 외국인으로선 알기 힘든 거죠. 그러니까 대부분 서기를 쓰고 있고, 단지 관공서라든지 보수적인 단체들은 굉장히 즐겨 사용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1975년에는 대부분 8할 이상이 주로 연호를 많이 사용한다고 했는데, 최근 조사를 보게 되면 7할 이상은 대부분 연호 또는 서기를 병용하는 그런 응답을 하고 있고, 3할 정도만 연호를 쓰고 있다. 연호를 쓴다는 것은 사실 일본 국내적인 것입니다. 이미 글로벌 국가로서 일본에 사실 좀 어울리지 않는 측면도 없지 않아 있습니다.

◇ 전진영: 레이와가 어떤 뜻인가요?

◆ 양기호: 레이와는 일본 최고의 시가집 만요슈(万葉集)에서 따왔다고 하는데요. 이게 ‘초봄에 좋은 달이 뜨니 공기가 맑고 바람은 부드럽다’ 이렇게 설명하고 있고. 아베 신조 총리가 직접 나서가지고 ‘아름다운 마음을 모아가지고 문화를 태어나게 하고 키운다’ 이런 뜻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사실 아베 총리가 강조한 것이, 이것이 처음으로 만든 일본제 연호다. 그러니까 만요슈라는 8세기에 있었던 일본의 단가집에 의해서 가져왔다,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는데 사실 몇몇 지적이 있었는데요. 이것은 중국에 원래 있던 산문에서 따온 거다라는 것이 밝혀졌고. 또 사실 만요슈를 만들었던 시대가 나라 시대인데, 그때는 백제계 도래인들이 많이 일본에 가가지고, 나라 시대라는 건 사실 백제의 선물 또는 나라는 백제의 동생 이렇게 이야기를 많이 하거든요. 그런 면에서 본다면 레이와라는 것은 저는 일본적인 것보다는 이런 중국과 백제의 영향을 받아가지고 만들어낸 하나의 또 일본 나름대로의 작품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도 됩니다.

◇ 전진영: 새 일왕이 즉위하는 게 5월 1일이라고 말씀을 드렸는데, 연호는 그보다 한 달 전쯤에 발표된 거잖아요. 원래 이렇게 미리 발표합니까?

◆ 양기호: 원래 당일 날 발표하게 돼 있거든요.

◇ 전진영: 즉위하는 당일 날요.

◆ 양기호: 맞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사실 지금까지는 왕은 사망에 의해서만 퇴위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예전에는 몇 백 년 전에 그런 사례가 있었다고는 합니다만 살아생전에 퇴위하는 것은 굉장히 드문 일입니다. 그러다 보니까 차기 일왕도 정해져 있고, 또 퇴임하는 과정이 있었고 하다 보니까 지금은 한 달 앞당겨서 이렇게 발표를 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나름대로 아베 수상이 저는 재미를 봤다고 생각하는데요. 이게 지금 상당히 일본 내에서 아베노믹스도 지금 약발이 약해져가지고 경기가 지금 감퇴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10월 달에 지금 8%인 소비세를 10%로 올려야 하거든요. 여기에 대한 조세저항도 강하고 해서, 아베 수상은 여러 가지 국내적으로도 조금 쉽지 않고 또 외교상으로 봐도 그렇게 큰 실적이 거의 없습니다. 지금 북방영토 문제에 대해서 러시아가 거절했고, 그다음에 여러 가지 한일관계도 매끄럽지 않고 해가지고 여러 가지 그런 것에 대한 어떤 뭔가 만들어야 하는 입장이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이렇게 분위기를 좀 일신하면서 그리고 미리 발표하고, 그러다 보면 역시 산업 효과도 있는 것이고. 특히 4월 27일부터 일본에서 드물게 10일 동안 연휴가 이어지거든요. 그게 한 3조3000억 원 정도 일본이 국내여행 비용을 쓴다고 해요. 그런 면에서는 경기를 진작시키는, 그리고 시대가 바뀌었으니까 일본 국민들도 새로운 어떤 마음가짐으로 새로 시작하는 그런 면에서는 상당히 일본 내에서는 평가하는 분위기고요. 아베 수상에 대한 지지도도 3% 올라가지고 아베 내각을 지지한다는 비율이 53%에 달했습니다.

◇ 전진영: 실제적으로도 좀 올랐네요.

◆ 양기호: 올랐습니다. 전반적으로는 지금 이제 레이와 자체가 사실 일본인들한테는 어감이 참 좋습니다. 들리는 것이 상당히 뭐랄까, 좀 밝고 미래지향적인, 뭔가 새로 약동하는 봄 같은 그런 기분 같은 것이 있다고 해석하고, 실제로 듣다 보면 그런 느낌도 없지 않아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는 그 효과를 좀 살리려고 여러 가지 한 달 전에 미리 발표를 해가지고 그런 효과를 추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전진영: 아베 총리 입장에서는 본인의 전략이 맞아 들어간 것 같은데. 우리나라 입장에서 봤을 때는 우리나라 외교부에서도 새 연호 발표에 대해서 ‘앞으로 한일관계가 미래지향적으로 나아가기를 기대한다’는 공식적인 입장을 내놨습니다만, 요즘 워낙 한일관계가 좋지 않은지라 이런 일본의 변화에 대해서 우리도 좀 한일관계에 있어서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이런 기대감도 나오거든요. 어떻게 보십니까?

◆ 양기호: 예, 맞습니다. 그렇지만 지금 한일관계가 워낙 엄중한 데다가 구조적이고 또 장기적으로 한일관계가 개선될 전망이 별로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출구전략 만들기가 쉽지 않거든요. 사법부의 판단도 있고 하기 때문에. 그렇기 때문에 이것 자체가 큰 영향을 줄 거라고 보진 않습니다만 지금 일본 내에서 상당히 여러 가지 좋은 분위기고, 또 일왕 즉위를 앞두고 해서 한일 간에 또는 한중일 간에 날 수 있는 대화의 분위기는 지금 무르익고 있다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는 저는 긍정적인 효과를 보고 있다고 보고요. 이제 5월 초가 되면 새로운 일왕이 등극하게 됩니다. 그리고 6월 28~29일 오사카에서 G20, 물론 우리 문재인 대통령도 참석할 예정이시고. 그런 만남의 장이 있습니다. 또 10월 1일에는 외국의 많은 손님들을 불러서 일본에서 잔치를 벌이거든요. 등극 세리머니를 합니다. 그런 점에서는 이런 5월 달에 있을 즉위, 그리고 6월 달에 있을 G20 회담, 그리고 또 아마 가을에 있을 한중일 정상회담, 제8차입니다. 그리고 10월 중순 쯤에 예정되고 있는 아마 등극 세리머니, 이런 것들을 한다면 어떤 면에서는 일종의 그런 축하를 겸해가지고 한중일 간에 이런 딱딱한 분위기를 좀 쇄신할 수 있는 그런 모멘텀으로써 활용할 수 있는 좋은 기회도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는 약간 긍정적으로 보고 싶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 전진영: 새 일왕으로 즉위하게 될 나루히토 왕세자는 어떤 인물인가요? 한일관계에 있어서의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는 인물인지도 궁금하거든요.

◆ 양기호: 네. 전에 아키히토 일왕은 상당히 한일관계에 대해서 성심성의를 가지고 있는 분이었고요. 그런 점에서는 2001년에 아키히토 일왕이 본인의 조상 중에서 백제계가 있었다는 것에 대해서 발언하고, 마음속으로는 아마 한국을 방문하고 싶다는 그런 생각도 있었다고 봅니다. 지금은 나루히토 왕세자는 일본 국민들한테는 굉장히 인기가 좋고요. 1960년생이고 원래는 드물게 역사학을 전공했습니다. 대개 지금까지 일본의 왕족들은 이공계 아니면 식물학이라든지 이런 걸 주로 좋아했었는데, 일본 국내 교통사 그런 물류사에 대해서 역사를 전공한 사람이고. 또 등산이라든지 조깅 같은 취미를 가지고 있고, 또 비올라 연주 이런 것도 굉장히 즐기는 음악가입니다. 그런 점에서는 앞으로 한국으로선 사실 지난번에 외교 문서가 나왔습니다만, 노태우 정부에서도 일왕의 방한을 추진한 적이 있었거든요. 그리고 우리 이낙연 총리께서 작년에 남미에서 세계물포럼 회의가 있었는데 그때 직접 나루히토 왕세자를 만나서 적절한 시기에 한국을 방문했으면 좋겠다는 요청을 드린 바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는 또 일본에서도 역시 과거 역사 같은 것이 우리 한국에서는 많이 느끼고 있고. 그런 점에서는 쇼와 일왕을 벗어나서 비교적 평화적이었던 아키히토 일왕, 또 굉장히 어떤 뭐랄까 열린 개방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는 나루히토 왕세자가 또 새로운 일왕이 된다면 한일관계에 저는 조금 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고 그렇게 저는 좀 좋게 보고 있습니다.

◇ 전진영: 일왕이 나서서 본인의 목소리로 한일관계에 대해서 언급한다거나, 역사왜곡 문제나 기타 관련 외교적인 문제에 대해서 나서서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히거나 적극적으로 행동을 취하는 경우도 있습니까?

◆ 양기호: 그것은 어렵습니다. 사실 왜냐면 그건 국사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에 그것은 금지돼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것은 전전에 쇼와 일왕 때 역사적인 교훈인데요. 전에 말하자면 군 통수권, 모든 국사 행위의 총책임자가 일왕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전범인자였고 전쟁 책임에 대한 문제가 따랐거든요. 그래서 평화헌법에서는 일체 이런 국사행위에 대해서 일왕이 개입하지 못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일본 국민의 통합의 상징이고 그런 상징 천황제이지, 어떤 권력을 행사할 수는 없게 돼 있습니다. 말하자면 한일관계에 목소리를 낸다든지, 예를 들면 심지어 지금 레이와라는 자기 연호를 정할 때에도 일체 개입하지 못하게 돼 있습니다. 이것은 국사행위거든요. 사실 그것은 제3자적인 입장에서 본다면 약간 좀 뭐랄까 보기 드문 현상인데. 그러니까 지금 아키히토 일왕은 죽으면 이름이 헤이세이 일왕으로 바뀌거든요. 그러니까 본인의 이름을 정하는 데도 불구하고 본인의 이름을 정하는 데 있어서 절대 개입하지 못하게 돼 있습니다. 말하자면 연호를 정하는 것도 일종의 국사행위로 보고 있기 때문에 일본 정부에서 일체 이것을 금지하고 있거든요. 그런 면에서는 우리가 물론, 전범자이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해서 일본 왕실에서 일정한 수준의 사실 사죄도 했습니다만 그런 한국에 방문해서 독립유공자에 대해서 사죄한다, 이런 것들은 한국인의 심정입니다만 전후의 평화헌법상 일왕이 이런 국사행위가 금지돼 있다는 것은 우리도 참고할 필요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 전진영: 어찌 됐건 지금 한일관계를 끌어올리기 위해서 우리 정부도 굉장히 고심이 많습니다. 끝으로 교수님께서 한일관계 전문가시니까 앞으로 어떤 돌파구가 마련돼야 한다고 보십니까?

◆ 양기호: 지금 이제 강제징용에 대해서 일본 정부가, 한국 정부가 하루도 빨리 지금 대책을 내놔라는 것이 일본 측의 요구거든요. 그런데 저는 이것은 기본적으로 잘못됐다. 이것은 지난 20년간 일본의 전범기업들하고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법정에서 싸워온 것이고, 그 결과에 대해서 일본 기업들이 받겠다고 10여 년 전에 얘기한 바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것은 한국의 대법원 판결에 따라서 지금까지 결과를 수용하고 우리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일본의 전범기업들이 손해배상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고. 그리고 이것은 민사소송이기 때문에 한국 정부나 일본 정부나 한 발짝 뒤로 물러날 필요가 있습니다. 더구나 가장 중요한 문제점은 뭐냐면 일본 정부와 일본 기업들로 해서 행정지도를 통해서 절대 보상하지 말도록 지금 강제하고 있거든요. 이것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적절하지 못합니다. 단 한일관계가 악화되고 있는 부분도 있고, 우리 정부도 1965년 청구권 협정의 당사자이기 때문에 이 당사자로서의 적어도 어떤 책임성을 가지고 이 문제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대안을 모색할 필요는 있다. 한일 양자 모두가 현재 상황을 좀 이해하고 대화를 통해서 상호 이해를 심화시키면서, 그리고 한국 측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 한국 정부도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조금 당부드리고 싶습니다.

◇ 전진영: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양기호: 감사합니다.

◇ 전진영: 지금까지 성공회대 일본학과 양기호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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