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생리의학상 받은 중·일 학자들...수상 비결은?

노벨생리의학상 받은 중·일 학자들...수상 비결은?

2015.10.06. 오후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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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올해 노벨상 가운데 처음으로 발표된 생리의학상은 기생충과 말라리아 전염병 퇴치에 평생을 헌신한 학자 3명에게 돌아갔습니다.

특히 이번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에는 일본과 중국의 학자들이 포함돼 우리나라로서는 부러움의 대상일 수밖에 없는데요.

어떤 인물들인지 취재기자 연결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전준형 기자!

우리 시각으로 어제 저녁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가 발표됐는데, 모두 전염병 퇴치 연구에 평생을 보낸 노학자들이라고요?

[기자]
올해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는 모두 3명인데요.

말라리아와 기생충 관련 연구에 큰 공로를 세운 80대 노학자들입니다.

먼저 아일랜드의 윌리엄 캠벨과 일본 오무라 사토시 교수는 기생충 관련 연구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는데요.

'아버멕틴'이라는 약물을 발견해 열대성 기생충 질환을 퇴치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공로가 인정됐습니다.

현재 아버멕틴을 개량한 이버멕틴은 실명을 유발하는 회선사상충증 등 회충 관련 질병 치료를 위해 전 세계에서 연간 2억 명에게 투여되고 있습니다.

중국의 투유유 교수는 말라리아 환자의 사망률을 획기적으로 낮춘 '아르테미시닌'이라는 약물을 발견한 공로로 노벨상을 수상했습니다.

모기로 전파되는 말라리아는 지금도 아프리카 등지에서 매년 50만 명 이상이 희생되는 질병인데, '아르테미시닌'으로 사망률이 20% 이상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노벨위원회의 평가를 들어보시겠습니다.

[한스 포르스베르그, 노벨위원회 위원]
"(2015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들의 발견은) 의학계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치명적인 기생충 질병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혁신적인 치료법을 제공했을 뿐 아니라 개인과 사회 모두에 복지와 번영을 증진 시켰습니다."

[앵커]
일본과 중국에서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는 걸 보니 부럽기도 한데요.

특히 중국인으로서는 노벨상 과학 분야에서 첫 수상자죠?

[기자]
이번에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들은 모두 한 분야에서 오랜 기간 한우물을 판 노학자들입니다.

중국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투유유는 수십 년간 동서양 약품을 결합하는 방안을 연구해왔습니다.

1950년대에 통풍구조차 없는 열악한 시설에서 연구를 시작한 뒤 화학물질에 상처를 입거나, 중독성 간염을 앓기도 했고요.

1971년 항말라리아 효과가 있는 '개똥쑥 추출물'을 처음 발견하기까지 수백 차례 실패를 경험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투유유는 중국에서 과학 계통 권위자에게 부여하는 원사 선정에서 수차례 낙선했고, 박사학위는 물론 외국 유학경험도 없어 '3무 과학자'로 불리기도 했는데요.

50여 년간 중국 전통 의학과 현대 과학의 접목을 연구한 끝에 마침내 결실을 보게 된 겁니다.

중국 의학계의 평가를 들어보시겠습니다.

[장불리, 중국 중의학연구소장]
"투 교수 연구진은 오랫동안 실패를 거듭했습니다. 300여 차례 시도한 끝에 결국 성공을 거뒀습니다."

[앵커]
일본에서는 벌써 20번째 노벨상 과학 분야 수상자인데, 이번 수상자도 범상치 않은 이력을 갖고 있다고요?

[기자]
오무라 교수는 오랜 기간 기생충 연구에 매진해 노벨생리의학상을 거머쥐었는데요.

연구자가 되기 전 스키 선수로 활약하고, 야간 고등학교 교사 생활도 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학창 시절 스키를 좋아해서 고교 2학년 때부터 크로스컨트리 선수로 전국체전에 출전하는 등 스포츠에 빠져 공부는 뒷전이었다고 하는데요.

부친으로부터 "공부를 하고 싶으면 대학에 가도 좋다"는 말을 듣고 대학에 가고 싶어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오무라 교수는 대학 졸업 후에도 공고 야간부에서 교사 생활을 했는데요.

이때 온몸에 기름칠을 한 채 주경야독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자신은 대학까지 나왔는데 왜 공부를 안 했을까라고 반성을 한 게 결정적인 전환점이 됐다고 합니다.

이후 오무라 교수는 본격적으로 미생물 연구에 매진했고, 새롭게 발견해 열대 풍토병 치료제 개발로 연결된 화합물만 무려 450가지 넘는다고 합니다.

오무라 교수의 말을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오무라 사토시,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
"다른 사람들을 따라 하거나 베껴서는 절대 그들을 넘어설 수 없습니다. 본질적인 걸 추구해야 합니다.물론 많은 실패를 겪겠지만 다른 사람을 따라 한다면, 결코 능가할 수 없습니다. 학창시절부터 지켜온 삶의 원칙입니다."

[앵커]
일본에서는 노벨상 과학 분야에서만 벌써 20번째 수상자인데요.

이렇게 아시아에서 유독 일본인 수상자가 많은 어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걸까요?

[기자]
일본의 역대 노벨상 수상자는 23명인데, 이 가운데 20명이 과학 분야 수상자입니다.

분야별로 보면 문학상 2명, 평화상 1명을 제외하고 물리학상 10명, 화학상 7명, 생리의학상 3명 등으로 과학 분야 비율이 단연 높습니다.

이렇게 과학 분야에서 일본이 두각을 보이는 건 자신이 흥미를 느끼는 분야에 몰입하도록 하는 사회 분위기 덕분이라는 분석입니다.

학사 출신의 민간 기업 회사원이던 다나카 고이치 씨가 2002년 노벨 화학상을 받은 것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입니다.

작은 차이까지 꼼꼼하게 챙기면서 오랜 세월 한우물을 파는 일본 특유의 장인 정신이 노벨상의 밑거름이 됐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일본에서는 이런 장인 정신을 바탕으로 100년 넘게 한 분야를 전문으로 파고 있는 중소기업이 7~8만 개에 이르는데요.

이 중소기업들은 몇백 년간 핵심 기술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기술과 제품 개발을 게을리하지 않기 때문에 일본 과학 기술 연구를 뒷받침하는 힘이 되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지금까지 국제부에서 YTN 전준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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