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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로 노역했지만 '강제노동'은 아니다",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십니까.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일본 산업혁명 시설에서 이뤄졌던 '강제 노역'의 영어 표현 'forced to work'를 둘러싼 일본의 억지 주장입니다.
당초 한일간 원만한 합의로 양국 관계 개선의 단초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었지만, 오히려 악재로 부각하고 있습니다.
갈등의 쟁점은 지난 5일 세계문화유산위원회 회의에서 일본 정부 대표가 영어로 발언한 'forced to work'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입니다.
우리 측은 강제노동을 의미하는 '강제노역'이라고 표현하고 있는 반면, 일본 측은 강제노동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며 '일하게 된'이라고 단순 피동형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아전인수격 해석이 아닐 수 없는데요.
일본 내 보수층이나 우익 세력을 의식한 아베 정부의 역사 인식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최창렬, 용인대학교 교수]
"일본 중앙정부가 일본 지방정부를 설득시키기가 쉽지 않다. 그것은 사실은 일본으로서는 그것을 바라는 거겠죠. 명분이 있는 거니까. 이게 강제노동이 아니다. 그러니까 지금 일본이 해석하기로 '억지로 일했다'라는 표현이에요, 그 내용이. 단지 뜻에 반해서 강제노동한 게 아니라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기는 했는데 억지로 일한 것이다. 억지로 일한 것과 강제노동은 다른 것이거든요. 그렇게 되다 보면 일본 지자체들은 이것이 강제가 아닌데 우리가 이러한 것들을 해야 되냐고 이의를 제기할 수 있겠죠. 그런 것들이 일본이 노리는 속임수인 것 같아요."
일본의 왜곡된 해석은 더욱 근본적으로는 과거 일본의 침략·식민지배와 1965년 한일협정에 대한 성격 규정과 해석에 깊은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지난 6일 회견에서 "1944년 9월부터 1945년 8월 종전 때까지 사이에 '국민징용령'에 근거를 두고 한반도 출신자의 징용이 이뤄졌다"며 이런 동원이 "이른바 '강제 노동'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일본 정부의 기존 견해"라고 말했습니다.
한반도 침략과 식민지배가 합법이었다는 일본 측 기존 주장과 왜곡된 역사인식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죠.
침략과 식민지배가 합법이었으므로, 그에 따른 조선인 징용이 강제노동은 아니라는 논리로 풀이됩니다.
반면 우리 정부는 1919년 일제에 의한 강제 합병과 식민 지배는 당연히 불법이라는 입장이죠.
일본의 식민지배에 대한 한일 간 입장차는 1965년 체결된 기본조약에서도 해소되지 못했습니다.
한일 기본조약 2조는 '1910년 8월 22일 및 그 이전에 대한제국과 대일본제국 간에 체결된 모든 조약 및 협정이 이미 무효임을 확인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요.
이를 두고 우리나라는 강압·불법에 의한 일제의 조약이 체결 당시부터 불법·무효라고 해석하는 반면, 일본은 '이미'라는 조항을 근거로 체결 당시에는 합법이었으나 '국교정상화 시점'부터 무효라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일제 식민지배를 둘러싼 한일 간의 인식차에다 당시 강제 노역을 한 피해자들의 소송에 대한 우려도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이 '강제 노동'이라는 표현을 극구 꺼리는 것은 결국 대일 청구권 문제라는 지적입니다.
1940년대 일본 군수업체에 강제 징용된 피해자들은 후신인 일본 기업 신일철주금과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해 1·2심에서 패소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2012년 이를 뒤집고 배상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습니다.
이듬해인 2013년 서울고등법원과 부산고등법원은 피고 기업들에 위자료 지급을 명령했지만, 피고 기업들이 불복 절차를 밟아 현재 대법원에서 재상고심이 진행 중입니다.
[임방글, 변호사]
"당시 이 사람들이 강제로 왔지만 그게 그 당시에는 불법이 아니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불법이라는 표현이 들어가게 되면 향후 강제노역했던 사람들이 제기하는 손해배상 문제에 대해서 본인들이 책임을 져야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인데요. 그러다 보니까 일본에서는 저렇게 잉크도 채 마르기 전에 또다시 자기에게 유리한 해석, 아전인수격 해석으로 저렇게 했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우리 국민 입장으로서는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아까 말씀했듯이 적확한 표현을 썼으면 일본이 빠져나가지 못했을 텐데 그런 점에서 아쉬운 점이 있죠."
일본 정부가 아전인수격으로 해석을 내놓은 데에는 우리 정부의 미흡한 협상력도 아쉬운 대목입니다.
이런 가운데 일본 정부는 오히려 한술 더 떠 '강제 노동을 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국제사회에 널릴 알릴 방침이라고 밝혔는데요.
일본 내에서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일본 산업혁명 시설에서 이뤄졌던 '강제 노역'의 영어 표현 'forced to work'를 둘러싼 일본의 억지 주장입니다.
당초 한일간 원만한 합의로 양국 관계 개선의 단초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었지만, 오히려 악재로 부각하고 있습니다.
갈등의 쟁점은 지난 5일 세계문화유산위원회 회의에서 일본 정부 대표가 영어로 발언한 'forced to work'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입니다.
우리 측은 강제노동을 의미하는 '강제노역'이라고 표현하고 있는 반면, 일본 측은 강제노동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며 '일하게 된'이라고 단순 피동형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아전인수격 해석이 아닐 수 없는데요.
일본 내 보수층이나 우익 세력을 의식한 아베 정부의 역사 인식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최창렬, 용인대학교 교수]
"일본 중앙정부가 일본 지방정부를 설득시키기가 쉽지 않다. 그것은 사실은 일본으로서는 그것을 바라는 거겠죠. 명분이 있는 거니까. 이게 강제노동이 아니다. 그러니까 지금 일본이 해석하기로 '억지로 일했다'라는 표현이에요, 그 내용이. 단지 뜻에 반해서 강제노동한 게 아니라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기는 했는데 억지로 일한 것이다. 억지로 일한 것과 강제노동은 다른 것이거든요. 그렇게 되다 보면 일본 지자체들은 이것이 강제가 아닌데 우리가 이러한 것들을 해야 되냐고 이의를 제기할 수 있겠죠. 그런 것들이 일본이 노리는 속임수인 것 같아요."
일본의 왜곡된 해석은 더욱 근본적으로는 과거 일본의 침략·식민지배와 1965년 한일협정에 대한 성격 규정과 해석에 깊은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지난 6일 회견에서 "1944년 9월부터 1945년 8월 종전 때까지 사이에 '국민징용령'에 근거를 두고 한반도 출신자의 징용이 이뤄졌다"며 이런 동원이 "이른바 '강제 노동'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일본 정부의 기존 견해"라고 말했습니다.
한반도 침략과 식민지배가 합법이었다는 일본 측 기존 주장과 왜곡된 역사인식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죠.
침략과 식민지배가 합법이었으므로, 그에 따른 조선인 징용이 강제노동은 아니라는 논리로 풀이됩니다.
반면 우리 정부는 1919년 일제에 의한 강제 합병과 식민 지배는 당연히 불법이라는 입장이죠.
일본의 식민지배에 대한 한일 간 입장차는 1965년 체결된 기본조약에서도 해소되지 못했습니다.
한일 기본조약 2조는 '1910년 8월 22일 및 그 이전에 대한제국과 대일본제국 간에 체결된 모든 조약 및 협정이 이미 무효임을 확인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요.
이를 두고 우리나라는 강압·불법에 의한 일제의 조약이 체결 당시부터 불법·무효라고 해석하는 반면, 일본은 '이미'라는 조항을 근거로 체결 당시에는 합법이었으나 '국교정상화 시점'부터 무효라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일제 식민지배를 둘러싼 한일 간의 인식차에다 당시 강제 노역을 한 피해자들의 소송에 대한 우려도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이 '강제 노동'이라는 표현을 극구 꺼리는 것은 결국 대일 청구권 문제라는 지적입니다.
1940년대 일본 군수업체에 강제 징용된 피해자들은 후신인 일본 기업 신일철주금과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해 1·2심에서 패소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2012년 이를 뒤집고 배상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습니다.
이듬해인 2013년 서울고등법원과 부산고등법원은 피고 기업들에 위자료 지급을 명령했지만, 피고 기업들이 불복 절차를 밟아 현재 대법원에서 재상고심이 진행 중입니다.
[임방글, 변호사]
"당시 이 사람들이 강제로 왔지만 그게 그 당시에는 불법이 아니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불법이라는 표현이 들어가게 되면 향후 강제노역했던 사람들이 제기하는 손해배상 문제에 대해서 본인들이 책임을 져야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인데요. 그러다 보니까 일본에서는 저렇게 잉크도 채 마르기 전에 또다시 자기에게 유리한 해석, 아전인수격 해석으로 저렇게 했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우리 국민 입장으로서는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아까 말씀했듯이 적확한 표현을 썼으면 일본이 빠져나가지 못했을 텐데 그런 점에서 아쉬운 점이 있죠."
일본 정부가 아전인수격으로 해석을 내놓은 데에는 우리 정부의 미흡한 협상력도 아쉬운 대목입니다.
이런 가운데 일본 정부는 오히려 한술 더 떠 '강제 노동을 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국제사회에 널릴 알릴 방침이라고 밝혔는데요.
일본 내에서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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