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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5년 10월 29일 (수)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남채은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이원화 변호사(이하 이원화): 우리 형법 제328조에는 ‘친족상도례’에 관한 규정이 있습니다. 직계 혈족이나 배우자 같은 친족 사이에서 발생한 재산 범죄는 형을 면제하도록 한 특례죠. 그러니까 범죄 자체는 성립해도 가족이란 특수성을 고려해 처벌을 면제하겠다는 것입니다. 이 조항은 1953년 형법 제정과 함께 만들어져 무려 70년 넘게 유지돼 왔는데 지난해 6월 헌법재판소가 이 친족상도례 조항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죠. 헌재에서 친족상도례의 헌법 불합치 결정이 내려지던 당시 여론은 방송인 박수홍 씨의 출연료 횡령 사건으로 떠들썩했습니다. 그리고 해당 재판은 여전히 진행 중인 상황인데요. 과연 헌재의 결정이 박수홍 씨 친형 부부의 횡령 사건 결과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또 유독 가족 간의 금전 갈등이 잦은 연예계 전반에도 여파가 있을까요? 이런 경우는 과연 어떨까요? 헌재의 헌법 불합치 결정이 내려지기 전에 발생한 사건이라면 여전히 친족상도례 조항이 적용될 수 있을까요? 오늘 사건 X파일에서 이 부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X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은 로엘 법무법인 남채은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오세요.
◇남채은 변호사(이하 남채은): 안녕하세요. 남채은 변호사입니다.
◆이원화: 먼저 ‘친족상도례’라는 형법상의 특례 규정이 정확히 어떤 내용인지부터 짚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남채은: 네, 친족상도례는 우리 형법 제328조에 규정된 내용인데요. 쉽게 말해 가족 간 절도 사기 횡령과 같은 재산 범죄에 대해 가족이라는 특수한 관계를 고려해 국가의 형벌권 행사를 제한하는 제도입니다. 이 조항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요. 첫 번째는 제1항의 형 면제 규정입니다. 이는 처벌을 완전히 면제해 주는 것으로 여기에 해당하는 친족의 범인은 직계 혈족, 배우자, 동거 가족 또는 그 배우자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제2항의 친고죄 규정인데요. 그 외의 친족 간에 벌어진 재산 범죄는 피해자가 직접 고소를 해야만 처벌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이원화: 그러니까 부모나 자식, 배우자 같은 친족 사이에서 재산 관련한 범죄가 발생한다고 하면 그 금액이 10억이 됐든 50억이 됐든 형을 면제해 준다 이런 개념인 건데 애초에 왜 이런 규정이 만들어진 건가요?
◇남채은: 이 조항은 법은 가정의 문턱을 넘지 않는다는 옛 법언의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국가가 가족 내부의 문제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1953년 형법 제정 당시부터 포함됐죠. 하지만 시대가 많이 변하지 않았습니까? 가족의 형태도 다양해지고 개인의 재산권에 대한 인식도 높아지면서 이 조항이 오히려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를 보호하고 피해자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됐습니다. 심지어 가족이라는 특수성을 악용하는 범죄도 늘어났고요. 실제로 2012년에 헌법재판소가 합헌 결정을 내린 적이 있었지만 그 후로도 현실과 맞지 않는 악법이다라는 비판이 계속되다가 마침내 지난해 6월 헌법재판소에서 헌법 불합치 결정을 하면서 다른 결정을 내리게 된 것입니다.
◆이원화: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는 것의 의미는 뭐라고 봐야 할까요? 어떻게 바뀌게 되는 겁니까?
◇남채은: 헌법 불합치 결정이란 해당 법 조항이 헌법에 위반되기는 하지만 즉시 효력을 없애는 경우에 생길 사회적 혼란을 막기 위해 법을 개정할 때까지 한시적으로 그 효력을 유지시키는 결정입니다. 즉 친족상도례 조항은 위헌이지만 당장 없애지는 않을 테니 국회에서 올해 말까지 법을 개정하라고 시한을 주고 개정 전까지 해당 조항의 적용을 중지시켰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이 조항에 대해 가정의 평화라는 입법 목적은 정당하지만 재산이 거의 전무하거나 경제적 약자인 가족 구성원의 재산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국가의 형벌권 행사를 막아 평등 원칙에 어긋난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재산 범죄에 대해 일률적으로 형을 면제해 주는 것은 더 이상 정당화될 수 없다고 본 것입니다.
◆이원화: 당시 헌법 소원을 낸 청구인 가운데 1명이 지적장애인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어떤 사건이 있었던 건가요?
◇남채은: 네, 안타까운 사건이었는데요. 경남 창원시에 거주하던 지적장애 3급 장애인인 피해자는 아버지가 사망하면서 약 2억 원의 유산을 상속받게 됐습니다. 그런데 당시 장례식장에서 만난 작은아버지 부부가 동거를 제안하여 함께 살기 시작했는데, 작은아버지 부부는 피해자가 지적장애인이라는 점을 이용해 피해자의 상속 재산과 그동안 모은 급여 등을 수십 차례에 걸쳐 가로챈 것입니다. 이들은 피해자 명의로 대출을 받아 오피스텔을 산 뒤 그 소유권을 자신의 자녀 명의로 옮기기도 했는데 4년간 2억 원이 넘는 돈을 가로챘고 피해자에게는 빚 1억 원만 남게 되었습니다. 이에 한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작은아버지네 가족 4명을 준사기 및 횡령 혐의로 고소했으나 동거하지 않았던 기간에 빼앗긴 1,400만 원에 대해서만 횡령 혐의를 적용해 기소하고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는 친족상도례상 동거 친족에 해당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는 이유로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렸습니다.
◆이원화: 많은 분들이 기억하시겠습니다만 헌재 결정 당시 여론을 뜨겁게 달군 사건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박수홍 씨 사건이었거든요. 가족들 간의 금전 갈등 횡령 사건이 있었는데 대략 어떤 내용이었죠?
◇남채은: 네, 방송인 박수홍 씨 사건은 친족상도례의 문제점을 사회적으로 크게 공론화시킨 계기가 되었습니다. 사건의 개요는 박수홍 씨가 30년간 자신의 매니지먼트를 담당했던 친형 부부에게 출연료 등 100억 원대에 이르는 막대한 금액을 횡령당했다며 고소한 사건입니다. 이 사건에서 친족상도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것은 검찰 대질 조사 과정에서 박수홍 씨의 아버지가 나타나 ‘내가 아들 돈을 관리했고 내가 다 횡령했다’고 주장했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는 박수홍 씨의 아버지는 직계 혈족이므로 아들인 박수홍 씨의 개인 재산을 횡령했다면 친족상도례 제1항에 따라 처벌을 완전히 면제받게 됩니다. 반면 친형은 동거하지 않는 친족이므로 제2항에 친고죄가 적용되어 박수홍 씨가 고소를 한 이상 처벌을 피할 수 없습니다. 아버지가 아들의 개인 통장에서 돈을 빼돌린 부분에 대한 책임을 모두 지겠다고 나선 것은 결국 친형의 처벌을 막기 위한 법적 전략이었던 셈입니다.
◆이원화: 결국 박수홍 씨의 친형 부부가 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걸로 알고 있는데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이죠. 어떤 상황입니까?
◇남채은: 네, 박수홍 씨의 친형 부부는 박수홍 씨의 매니지먼트를 맡으며 엔터테인먼트 회사 자금과 박수홍 씨의 개인 자금 등 총 62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현재 항소심 재판이 계속 진행 중인데 횡령 액수와 범행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양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여 1심부터 상당히 오랜 시간 재판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검찰은 1심에서 친형에게 징역 7년, 형수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으나 재판부는 회사 자금 20억 원 횡령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친형에게 징역 2년을, 형수에게는 무죄를 선고했고 이에 대해 양측 모두 항소하였습니다.
◆이원화: 그런데 문제는 사건 발생 시점이 헌재 결정 이전이라 친족상도례가 적용될 여지가 있다는 점 같은데, 이런 경우 법원은 어떻게 뭘 기준으로 판단을 내리게 되는 건가요?
◇남채은: 바로 그 점이 이 사건의 핵심 쟁점 중 하나입니다. 형벌불소급의 원칙에 따라 범죄 행위가 일어났을 때의 법을 적용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따라서, 헌법재판소의 헌법 불합치 결정 이전에 발생한 범행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친족상도례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다만 박수홍 씨 사건에서는 친족상도례가 적용될 수 있는 범위가 상당히 제한적인데 친족상도례는 기본적으로 개인과 개인 사이의 재산 범죄에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박수홍 씨 사건의 경우, 횡령 혐의의 상당 부분은 박수홍 씨 개인의 돈이 아닌 그가 소속되어 있는 매니지먼트 법인 자금과 관련되어 있는데, 법인은 대표나 주주와는 별개의 인격체이므로 법인의 재산을 횡령한 것은 법인에 대한 범죄이지 박수홍 씨 개인에 대한 범죄가 아닙니다. 따라서, 법인 자금 횡령 부분에 대해서는 가해자가 아버지든 형이든 친족상도례가 전혀 적용될 수 없습니다. 아버지가 나서서 개인 재산 부분만 본인이 했다고 주장한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이원화: 박수홍 씨 사례만큼 관심을 모았던 인물이 또 있죠. 바로, 골프선수 박세리 씨 이야기인데요. 아버지의 빚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선을 넘었다면서 가족 간 금전 갈등을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는데 이 사건도 여전히 해결이 안 된 걸로 알고 있거든요. 이 경우는 어떻게 봐야 할까요?
◇남채은: 네, 박세리 씨의 경우는 아버지가 국제 골프학교 설립 사업을 추진하면서 박세리 씨가 이사로 있는 박세리 희망재단의 명의와 도장을 위조해 사업 참가 의향서를 제출해 그 재단이 아버지를 사문서위조 등 혐의로 고소한 것인데요. 이는 가족 간의 금전 갈등이라는 점에서는 비슷해 보이지만 ‘친족상도례’와는 전혀 무관한 사건입니다. 우선 범죄의 피해자가 박세리 씨 개인이 아닌 박세리 희망 재단이어서 친족 관계가 아닐뿐더러 친족상도례는 절도 사기 횡령과 같은 재산 범죄에만 적용되는 특례인데, 사문서위조는 재산 범죄가 아니기 때문에 친족상도례 적용 대상이 아닙니다. 따라서 이 사건은 친족상도례의 적용 여부와 관계없이 법적 절차에 따라 수사와 재판이 진행될 것입니다.
◆이원화: 다른 사건들도 좀 살펴보겠습니다. 처제의 개인 정보를 도용해서 7천만 원 넘게 가로챈 형부의 사건. 이건 도대체 무슨 얘기인가요?
◇남채은: 네, 형부가 함께 거주하던 처제의 인적 사항과 신용카드 비밀번호 및 계좌번호 등을 알고 있는 것을 기회로 처제, 신용카드로 현금 서비스를 신청하거나 결제한 뒤 수수료를 제외한 금액을 현금으로 돌려받는 이른바 카드깡을 해 1년이 넘는 기간 7,700여만 원을 가로챈 사건입니다.
◆이원화: 이 사건이 발생한 게 언제죠?
◇남채은: 범행은 2021년 12월부터 2022년 2월 사이에 발생했습니다.
◆이원화: 그러면 친족상도례 규정이 적용되는 겁니까?
◇남채은: 1심과 2심 법원은 이 사건이 헌법 불합치 결정 이전에 발생했고, 피고인과 피해자가 동거 친족 관계라는 점을 들어 친족상도례를 적용했습니다. 그래서 컴퓨터 등 사용 사기 혐의에 대해서는 형을 면제하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대법원은 친족상도례 적용의 전제가 되는 피해자를 다르게 해석했습니다. 형부가 처제의 정보를 이용해 돈을 빼내갔지만 실질적으로 금전적 피해를 입은 주체는 처제가 아니라 돈을 내어 준 카드사와 같은 금융기관이라고 본 것입니다. 피고인인 형부와 피해자인 금융기관은 친족 관계가 아니므로 당연히 친족상도례를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죠. 결국 대법원은 2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다시 돌려보냈습니다. 아주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원화: 네, 사건 X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양원 (newsfm0945@ytnradi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 방송일 : 2025년 10월 29일 (수)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남채은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이원화 변호사(이하 이원화): 우리 형법 제328조에는 ‘친족상도례’에 관한 규정이 있습니다. 직계 혈족이나 배우자 같은 친족 사이에서 발생한 재산 범죄는 형을 면제하도록 한 특례죠. 그러니까 범죄 자체는 성립해도 가족이란 특수성을 고려해 처벌을 면제하겠다는 것입니다. 이 조항은 1953년 형법 제정과 함께 만들어져 무려 70년 넘게 유지돼 왔는데 지난해 6월 헌법재판소가 이 친족상도례 조항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죠. 헌재에서 친족상도례의 헌법 불합치 결정이 내려지던 당시 여론은 방송인 박수홍 씨의 출연료 횡령 사건으로 떠들썩했습니다. 그리고 해당 재판은 여전히 진행 중인 상황인데요. 과연 헌재의 결정이 박수홍 씨 친형 부부의 횡령 사건 결과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또 유독 가족 간의 금전 갈등이 잦은 연예계 전반에도 여파가 있을까요? 이런 경우는 과연 어떨까요? 헌재의 헌법 불합치 결정이 내려지기 전에 발생한 사건이라면 여전히 친족상도례 조항이 적용될 수 있을까요? 오늘 사건 X파일에서 이 부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X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은 로엘 법무법인 남채은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오세요.
◇남채은 변호사(이하 남채은): 안녕하세요. 남채은 변호사입니다.
◆이원화: 먼저 ‘친족상도례’라는 형법상의 특례 규정이 정확히 어떤 내용인지부터 짚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남채은: 네, 친족상도례는 우리 형법 제328조에 규정된 내용인데요. 쉽게 말해 가족 간 절도 사기 횡령과 같은 재산 범죄에 대해 가족이라는 특수한 관계를 고려해 국가의 형벌권 행사를 제한하는 제도입니다. 이 조항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요. 첫 번째는 제1항의 형 면제 규정입니다. 이는 처벌을 완전히 면제해 주는 것으로 여기에 해당하는 친족의 범인은 직계 혈족, 배우자, 동거 가족 또는 그 배우자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제2항의 친고죄 규정인데요. 그 외의 친족 간에 벌어진 재산 범죄는 피해자가 직접 고소를 해야만 처벌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이원화: 그러니까 부모나 자식, 배우자 같은 친족 사이에서 재산 관련한 범죄가 발생한다고 하면 그 금액이 10억이 됐든 50억이 됐든 형을 면제해 준다 이런 개념인 건데 애초에 왜 이런 규정이 만들어진 건가요?
◇남채은: 이 조항은 법은 가정의 문턱을 넘지 않는다는 옛 법언의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국가가 가족 내부의 문제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1953년 형법 제정 당시부터 포함됐죠. 하지만 시대가 많이 변하지 않았습니까? 가족의 형태도 다양해지고 개인의 재산권에 대한 인식도 높아지면서 이 조항이 오히려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를 보호하고 피해자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됐습니다. 심지어 가족이라는 특수성을 악용하는 범죄도 늘어났고요. 실제로 2012년에 헌법재판소가 합헌 결정을 내린 적이 있었지만 그 후로도 현실과 맞지 않는 악법이다라는 비판이 계속되다가 마침내 지난해 6월 헌법재판소에서 헌법 불합치 결정을 하면서 다른 결정을 내리게 된 것입니다.
◆이원화: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는 것의 의미는 뭐라고 봐야 할까요? 어떻게 바뀌게 되는 겁니까?
◇남채은: 헌법 불합치 결정이란 해당 법 조항이 헌법에 위반되기는 하지만 즉시 효력을 없애는 경우에 생길 사회적 혼란을 막기 위해 법을 개정할 때까지 한시적으로 그 효력을 유지시키는 결정입니다. 즉 친족상도례 조항은 위헌이지만 당장 없애지는 않을 테니 국회에서 올해 말까지 법을 개정하라고 시한을 주고 개정 전까지 해당 조항의 적용을 중지시켰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이 조항에 대해 가정의 평화라는 입법 목적은 정당하지만 재산이 거의 전무하거나 경제적 약자인 가족 구성원의 재산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국가의 형벌권 행사를 막아 평등 원칙에 어긋난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재산 범죄에 대해 일률적으로 형을 면제해 주는 것은 더 이상 정당화될 수 없다고 본 것입니다.
◆이원화: 당시 헌법 소원을 낸 청구인 가운데 1명이 지적장애인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어떤 사건이 있었던 건가요?
◇남채은: 네, 안타까운 사건이었는데요. 경남 창원시에 거주하던 지적장애 3급 장애인인 피해자는 아버지가 사망하면서 약 2억 원의 유산을 상속받게 됐습니다. 그런데 당시 장례식장에서 만난 작은아버지 부부가 동거를 제안하여 함께 살기 시작했는데, 작은아버지 부부는 피해자가 지적장애인이라는 점을 이용해 피해자의 상속 재산과 그동안 모은 급여 등을 수십 차례에 걸쳐 가로챈 것입니다. 이들은 피해자 명의로 대출을 받아 오피스텔을 산 뒤 그 소유권을 자신의 자녀 명의로 옮기기도 했는데 4년간 2억 원이 넘는 돈을 가로챘고 피해자에게는 빚 1억 원만 남게 되었습니다. 이에 한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작은아버지네 가족 4명을 준사기 및 횡령 혐의로 고소했으나 동거하지 않았던 기간에 빼앗긴 1,400만 원에 대해서만 횡령 혐의를 적용해 기소하고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는 친족상도례상 동거 친족에 해당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는 이유로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렸습니다.
◆이원화: 많은 분들이 기억하시겠습니다만 헌재 결정 당시 여론을 뜨겁게 달군 사건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박수홍 씨 사건이었거든요. 가족들 간의 금전 갈등 횡령 사건이 있었는데 대략 어떤 내용이었죠?
◇남채은: 네, 방송인 박수홍 씨 사건은 친족상도례의 문제점을 사회적으로 크게 공론화시킨 계기가 되었습니다. 사건의 개요는 박수홍 씨가 30년간 자신의 매니지먼트를 담당했던 친형 부부에게 출연료 등 100억 원대에 이르는 막대한 금액을 횡령당했다며 고소한 사건입니다. 이 사건에서 친족상도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것은 검찰 대질 조사 과정에서 박수홍 씨의 아버지가 나타나 ‘내가 아들 돈을 관리했고 내가 다 횡령했다’고 주장했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는 박수홍 씨의 아버지는 직계 혈족이므로 아들인 박수홍 씨의 개인 재산을 횡령했다면 친족상도례 제1항에 따라 처벌을 완전히 면제받게 됩니다. 반면 친형은 동거하지 않는 친족이므로 제2항에 친고죄가 적용되어 박수홍 씨가 고소를 한 이상 처벌을 피할 수 없습니다. 아버지가 아들의 개인 통장에서 돈을 빼돌린 부분에 대한 책임을 모두 지겠다고 나선 것은 결국 친형의 처벌을 막기 위한 법적 전략이었던 셈입니다.
◆이원화: 결국 박수홍 씨의 친형 부부가 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걸로 알고 있는데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이죠. 어떤 상황입니까?
◇남채은: 네, 박수홍 씨의 친형 부부는 박수홍 씨의 매니지먼트를 맡으며 엔터테인먼트 회사 자금과 박수홍 씨의 개인 자금 등 총 62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현재 항소심 재판이 계속 진행 중인데 횡령 액수와 범행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양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여 1심부터 상당히 오랜 시간 재판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검찰은 1심에서 친형에게 징역 7년, 형수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으나 재판부는 회사 자금 20억 원 횡령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친형에게 징역 2년을, 형수에게는 무죄를 선고했고 이에 대해 양측 모두 항소하였습니다.
◆이원화: 그런데 문제는 사건 발생 시점이 헌재 결정 이전이라 친족상도례가 적용될 여지가 있다는 점 같은데, 이런 경우 법원은 어떻게 뭘 기준으로 판단을 내리게 되는 건가요?
◇남채은: 바로 그 점이 이 사건의 핵심 쟁점 중 하나입니다. 형벌불소급의 원칙에 따라 범죄 행위가 일어났을 때의 법을 적용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따라서, 헌법재판소의 헌법 불합치 결정 이전에 발생한 범행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친족상도례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다만 박수홍 씨 사건에서는 친족상도례가 적용될 수 있는 범위가 상당히 제한적인데 친족상도례는 기본적으로 개인과 개인 사이의 재산 범죄에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박수홍 씨 사건의 경우, 횡령 혐의의 상당 부분은 박수홍 씨 개인의 돈이 아닌 그가 소속되어 있는 매니지먼트 법인 자금과 관련되어 있는데, 법인은 대표나 주주와는 별개의 인격체이므로 법인의 재산을 횡령한 것은 법인에 대한 범죄이지 박수홍 씨 개인에 대한 범죄가 아닙니다. 따라서, 법인 자금 횡령 부분에 대해서는 가해자가 아버지든 형이든 친족상도례가 전혀 적용될 수 없습니다. 아버지가 나서서 개인 재산 부분만 본인이 했다고 주장한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이원화: 박수홍 씨 사례만큼 관심을 모았던 인물이 또 있죠. 바로, 골프선수 박세리 씨 이야기인데요. 아버지의 빚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선을 넘었다면서 가족 간 금전 갈등을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는데 이 사건도 여전히 해결이 안 된 걸로 알고 있거든요. 이 경우는 어떻게 봐야 할까요?
◇남채은: 네, 박세리 씨의 경우는 아버지가 국제 골프학교 설립 사업을 추진하면서 박세리 씨가 이사로 있는 박세리 희망재단의 명의와 도장을 위조해 사업 참가 의향서를 제출해 그 재단이 아버지를 사문서위조 등 혐의로 고소한 것인데요. 이는 가족 간의 금전 갈등이라는 점에서는 비슷해 보이지만 ‘친족상도례’와는 전혀 무관한 사건입니다. 우선 범죄의 피해자가 박세리 씨 개인이 아닌 박세리 희망 재단이어서 친족 관계가 아닐뿐더러 친족상도례는 절도 사기 횡령과 같은 재산 범죄에만 적용되는 특례인데, 사문서위조는 재산 범죄가 아니기 때문에 친족상도례 적용 대상이 아닙니다. 따라서 이 사건은 친족상도례의 적용 여부와 관계없이 법적 절차에 따라 수사와 재판이 진행될 것입니다.
◆이원화: 다른 사건들도 좀 살펴보겠습니다. 처제의 개인 정보를 도용해서 7천만 원 넘게 가로챈 형부의 사건. 이건 도대체 무슨 얘기인가요?
◇남채은: 네, 형부가 함께 거주하던 처제의 인적 사항과 신용카드 비밀번호 및 계좌번호 등을 알고 있는 것을 기회로 처제, 신용카드로 현금 서비스를 신청하거나 결제한 뒤 수수료를 제외한 금액을 현금으로 돌려받는 이른바 카드깡을 해 1년이 넘는 기간 7,700여만 원을 가로챈 사건입니다.
◆이원화: 이 사건이 발생한 게 언제죠?
◇남채은: 범행은 2021년 12월부터 2022년 2월 사이에 발생했습니다.
◆이원화: 그러면 친족상도례 규정이 적용되는 겁니까?
◇남채은: 1심과 2심 법원은 이 사건이 헌법 불합치 결정 이전에 발생했고, 피고인과 피해자가 동거 친족 관계라는 점을 들어 친족상도례를 적용했습니다. 그래서 컴퓨터 등 사용 사기 혐의에 대해서는 형을 면제하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대법원은 친족상도례 적용의 전제가 되는 피해자를 다르게 해석했습니다. 형부가 처제의 정보를 이용해 돈을 빼내갔지만 실질적으로 금전적 피해를 입은 주체는 처제가 아니라 돈을 내어 준 카드사와 같은 금융기관이라고 본 것입니다. 피고인인 형부와 피해자인 금융기관은 친족 관계가 아니므로 당연히 친족상도례를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죠. 결국 대법원은 2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다시 돌려보냈습니다. 아주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원화: 네, 사건 X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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