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론 소지' 불법 감금·고문하고 징역 3년...40년 만에 무죄

'자본론 소지' 불법 감금·고문하고 징역 3년...40년 만에 무죄

2025.10.28. 오후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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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카를 마르크스의 저서 '자본론'을 소지하고 있었다는 이유로 체포돼 징역을 산 정진태 씨가 40년 만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재판부는 정 씨가 불법 체포됐고 가혹 행위와 고문을 당해 허위 자백을 한 데다, 증거 압수 과정도 형사소송법을 어겼다며 당시 수사 전체가 모두 불법이었다고 밝혔습니다.

양동훈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올해 72살인 정진태 씨.

서울대생이었던 정 씨는 지난 1983년 '자본론' 등 당시 불온서적으로 지정된 책들을 집에 보관한 혐의로 체포됐습니다.

경찰서로 끌려가 폭행과 고문을 당했고, 이후 남영동 대공분실로 옮겨져 허위 진술을 강요당했습니다.

[정 진 태 : 여기는 벙어리도 말을 하게 되는 곳인데, 경찰서에서 얘기하지 않았던 새로운 거 한 가지만 얘기를 해주면 그냥 그걸로 종료시킬게.]

반국가 서적을 소지하고 사회주의 공부 모임을 조직했다는 혐의를 뒤집어쓴 정 씨는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고문과 강압 때문에 허위 자백을 했다고 호소해 봤지만 판결은 대법원에서 확정됐습니다.

[정 진 태 : 술 한잔 하지 이런 식으로 해서 모였던 사람들을 저쪽에서 제적생 모임이라는 걸 구성을 해서 한 것으로 각색했고….]

정 씨는 2년 3개월 만에 가석방됐지만, 반역자로 낙인찍혀 정상적인 사회생활조차 어려웠다고 토로했습니다.

[정 진 태 : (이력서를) 대기업도 내보고 중소기업도 내보고 했는데 하나도 안 되고, 애들 학원 보낼 돈도 없고 그래서 신문 배달을 시작해서….]

지난 2022년 조사를 시작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는 올해 4월 불법 감금과 고문이 인정된다며 진실규명 결정했습니다.

법원에서도 재심 절차가 개시됐고, 재판부는 검찰 구형을 받아들여 정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당시 정 씨는 영장도 없이 한 달가량 불법 구금 상태에서 수사받았고, 가혹 행위와 강압 때문에 허위로 자백했으며, 증거물 압수도 형사소송법을 위배해 진행됐다"며 당시 수사 전체가 모두 불법이었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정 씨는 1974년 군사정권이 조작한 민청학련 사건에도 연루돼 실형을 살았는데, 지난 2009년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두 번째 재심까지 무죄 선고를 받으면서, 평생을 짓눌러 온 '전과자'라는 굴레를 드디어 완전히 벗게 됐습니다.

단 한 번도 북한을 찬양한 적이 없는데도 고문과 강압 수사로 전과자가 됐다는 정 씨는, 자신과 비슷한 다른 피해자들도 구제될 수 있도록 사회가 적극 나서 달라고 촉구했습니다.

YTN 양동훈입니다.


영상기자 : 박재상 이근혁 정진현
디자인 : 지경윤


YTN 양동훈 (yangdh01@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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