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명절 나는 북한이탈청년들..."힘 합쳐 자립하는 날까지"

함께 명절 나는 북한이탈청년들..."힘 합쳐 자립하는 날까지"

2025.10.06. 오전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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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린 시절 북한을 떠난 북한이탈주민들은 한국에서 제대로 자리 잡고 생활하기가 녹록지 않다고 하는데요.

강원도 최북단의 카페를 운영하고, 추석에 함께 모여 명절을 보내며 편견을 이겨나가는 이들을 유서현 기자가 만나고 왔습니다.

[기자]
조심스레 두 손으로 잡은 술잔을 추석 차례상에 올리고, 다 같이 허리 굽혀 절을 합니다.

대가족의 명절 같은 모습인데, 이들은 각자 남으로 내려온 북한 이탈 주민입니다.

10여 년 전 공동생활가정에서 처음 만났을 때는 초등학생이었는데, 이제는 어엿한 청년이 됐습니다.

[김원일 / 북한이탈주민 : 안녕하세요. 저는 함경북도 출신이고, 김원일이라고 합니다.]

초등학교 때 북한을 떠나온 김원일 씨는 이제 강원도 철원 브런치 카페의 8년 차 셰프입니다.

돈가스와 파스타를 만들며 손님을 맞고 직접 키운 농산물을 가공해 팔기도 합니다.

[김원일 / 북한이탈주민 : 저희 가게에서 나가는 요리는 다 제가 하고 있고…. 다 맛이 있어서 다 자신 있습니다.]

김 씨와 함께 카페를 꾸리고 같이 농작물을 키우는 동업자 2명 역시 북한 이탈 청년들입니다.

모두 '총각 엄마'로 알려진 김태훈 씨의 공동생활가정에서 한 식구로 자랐습니다.

[염하룡 / 북한이탈주민 : 제가 초등학교 4학년에 만나서 지금 회사 다니고…. 삼촌이 저희 집에 봉사활동 하러 왔다가 하룻밤 같이 지냈던 게 지금까지 이어졌습니다.]

이들이 '삼촌'이라고 부르는 김태훈 씨는 20년 동안 북한 이탈 청소년들을 위한 공동생활가정을 꾸리며 20명 넘는 아이들을 키워왔습니다.

지금은 각자의 일을 하며 뿔뿔이 흩어져 있지만, 설과 추석 명절 때면 모여 여느 가족처럼 서로의 안부를 묻고 차례를 지냅니다.

[한진범 / 북한이탈주민 : 추석이잖아요. 다 모이거든요. 저는 그게 너무 행복했었어요. 저한테는 그게 너무 소중했거든요, 그 시간들이. 다 같이 모여서 서로 그냥 예전에 놀던 것처럼 놀고….]

함께 공부하고 학교를 보내며 북한 이탈 청소년들을 챙겨온 '총각 엄마' 김 씨는 이제 양육을 넘어 이들의 진정한 자립을 꿈꿉니다.

어느새 맛집으로 소문난 철원 브런치 카페의 운영 노하우를 살려 음식을 만들고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등 스스로 살아갈 방법을 가르쳐주려 합니다.

[김태훈 / '우리들의 성장 이야기' 대표 : 이 아이들이 뭔가를 하려고 해도 그냥 이 사회의 소수민, 이 사회의 약자로만 바라봐요. 그냥 편협한 시선으로만 바라보지 않았으면 하는 게 20년 전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북한이탈주민들을 향한 편견에 발끈하던 한 청년의 봉사활동에서 시작된 성장 이야기는 오늘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염하룡 / 북한이탈주민 : 가정이 한 번 붕괴가 됐기 때문에 저는 한국에서 좀 안정적인 가정을 만들고 싶은 꿈이 있습니다.]

YTN 유서현입니다.


영상기자 : 박재상


YTN 유서현 (ryush@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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