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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5년 9월 26일 (금)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김연준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이원화 : 오늘 이야기해 드릴 이 사건은요. 억울하다란 말로는 결코 다 표현할 수 없는 들으면서도 차마 믿기 어려운 그런 이야기입니다. 사건은 한 남성이 자신의 아내를 살해하면서 시작됐죠. 남성 A 씨와 여성 B 씨는 당시 대한민국이 아닌 홍콩에 살고 있었습니다. 둘은 홍콩 현지에서 만나 결혼까지 했지만 여성 B 씨는 매일같이 남편의 폭행에 시달렸죠. 그리고 결혼 생활이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결국 남편의 폭력으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후 남성 A 씨는 싱가포르 한국 대사관으로 끌려가게 됐는데 남성 A 씨 입에서 나온 말은 자백이 아닌 정말 황당무계한 소설과도 같았죠. 아내가 북한의 간첩이라는 믿기 힘든 주장 대한민국 정부에서도 당연히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다음이었죠. 정부에서는 이 사건이 본질적으로 남편의 살인 사건이라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결국 그 사실을 묵인했습니다. 묵인 정도가 아니라 간첩 사건이라 둔갑시켜 대대적으로 알리기까지 했죠. 본인들의 목적을 위해 무고한 피해 여성을 간첩으로 몰아갔던 정부 사람이 그리고 권력이 어쩜 이토록 잔인할 수 있었을까요? 오늘 사건 X파일에서 이 사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의 X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도 로엘 법무법인 김연준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 김연준 : 안녕하십니까? 김연준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오늘 말씀드린 이 사건은 정말 소설이나 영화 속에서나 가능할 법한 그런 이야기입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처음부터 한번 차근히 짚어볼 거예요.
● 김연준 : 1986년 홍콩에서 만난 한 남녀가 백년가약을 올렸습니다. 신랑 윤태식 신부 김옥분 씨입니다. 1952년생 김옥분 씨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다양한 일을 했고 또 수지 킴이라는 가명을 쓰기도 했습니다. 김 씨는 윤 씨와 결혼하기 전 홍콩 남성과 결혼해서 홍콩으로 이주해서 살았지만 결혼 생활은 오래 가지 않았는데 그 뒤로 이제 김 씨는 한국 기업의 홍콩 주재원이었던 윤태식 씨를 만난 것입니다. 그런데 김 씨와 윤 씨의 결혼 생활 또한 비극으로 끝나게 됩니다. 윤태식 씨는 김옥분 씨와 결혼하고 바로 뒤부터 김 씨에 대한 가정 폭력을 계속했다고 해요. 그러다가 두 사람이 결혼한 지 채 1년이 지나지 않았던 1987년 1월 3일 윤태식 씨는 말다툼 끝에 김 씨의 목을 졸라 살해하고 맙니다.
◇ 이원화 : 사랑해서 결혼까지 했던 사람에게 폭행당하다 사망한다는 게 너무 안타깝고 이 남편 당연히 합당한 처벌받아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어떻게 됐습니까?
● 김연준 : 당연히 그래야겠죠. 윤 씨의 당시 입장을 생각하면 완전 이제 요즘 말로 멘붕이었을 겁니다. 일단 결혼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아내를 자기 손으로 살해한 것이니까 극도로 흥분하고 두려웠을 것이고요. 또 타지에 있죠. 자기 손으로 살해했을 때는 생각 못했던 김 씨 시신을 어떻게 해야 될지도 답이 안 나오지 않습니까? 이 사건은 이미 오래전에 전말이 드러난 사건이어서 내용을 복귀할 수 있기는 한데, 윤태식은 사망한 아내의 시신을 급한 대로 침대 아래에 이제 엉성하게 숨겨 놓은 다음에 이틀 뒤에 싱가포르로 이동해서 싱가포르의 북한 대사관에 망명을 신청하지만 거절당합니다. 윤 씨는 이어서 미국 대사관에도 방문했지만 마찬가지로 소득이 없었습니다. 얼마나 수상하겠어요? 북한 대사관 갔다가 바로 미국 대사관으로 간다는 게 윤 씨의 행적을 의심한 미 대사관 측에서는 다시 대한민국 대사관에 연락을 취하고 윤 씨는 주 싱가포르 한국 대사관까지 당도하게 됩니다.
◇ 이원화 : 어떻게든 자신의 잘못을 감추기 위해 별별 꼼수를 써봤지만 결국 뜻대로 되진 않았네요. 그나마 다행이다 싶습니다.
● 김연준 : 이야기가 거기에서 마무리됐다고 하면은 그나마 다행이다 싶을 텐데 사건 X파일에 소개될 정도의 사건들이 그렇게 심플하지 않더라고요. 저는 이 사건이 있었던 1980년대 사회상을 뭐 잘 알지 못합니다. 그런데 이 사건을 조사하면서 이런 식으로 사건이 전개된다고 싶은 대목이 지금부터 펼쳐집니다. 주 싱가포르 한국 대사관에서 조사를 받는 윤태식 씨는 갑자기 무슨 생각이 떠오른 건지는 모르겠지만 사실은 살해당한 살해한 아내 김옥분 그러니까 수지 킴이 사실은 북한의 간첩이었다 공작원이었다 이런 식의 주장을 했다고 합니다.
◇ 이원화 : 말도 안 되는 얘기인데 설마 우리 정부에서 그걸 곧이곧대로 믿었을 것 같지는 않거든요.
● 김연준 : 근데 내용 자체는 아무리 1980년대라고 해도 황당하거든요. 당연히 믿기 어려운데 어떤 일이 펼쳐지냐면요. 국가안전기획부 그러니까 안기부 지금으로 따지면 국가정보원인데 안기부가 갑자기 개입합니다. 그렇게 되니까 가정폭력 피해자이고 살인 사건 피해자인 김옥분 씨가 갑자기 북한 공작원 수지 킴으로 둔갑을 하게 되는 거거든요. 이것은 당시 안기부장인 장세동의 주도하에 윤태식이 아내 김옥분을 가정폭력 끝에 살해한 사건을 북한 공작원이 해외 주재원을 강제로 이제 북송 그러니까 납북하려고 시도했던 사건으로 조작을 한 겁니다. 윤태식 씨는 이로 인해서 마치 납치당하려고 했는데 공작원을 격투 끝에 이제 살해한 그런 반공투사와 같이 되는 것이죠. 1987년이면 한국 민주화의 역사를 생각해 보면 실제로 제5공화국에서 6공화국 개헌이 된 해이기도 하고요. 국민들의 전두환 정권에 대한 퇴진 요구가 매우 컸던 해라고 하는데 당시 한국의 국내 정치 상황을 생각했을 때는 이런 북한 관련 사건이 발생해서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릴 수가 있다면 국가 안보에 또 뭐 정권의 안정에 이용할 수 있다는 그런 생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 언론에서 이제 윤 씨가 먼저 북한 대사관의 문을 두드렸던 사실은 쏙 빼고 납북 당할 뻔한 사건이라고 조작 내지 왜곡을 한 정황이 있습니다.
◇ 이원화 : 그러면 정부에서 아내가 살해당했다는 사실은 몰랐던 건가요? 아니면 이것도 알았는데 묵인한 건가요?
● 김연준 : 처음에는 몰랐어도 어차피 가면 갈수록 김 씨의 피살 사건 관련한 사실관계가 드러나지 않겠습니까? 한편으로 사망한 김옥분 씨의 시신이 이제 오래 숨겨지다 보니까 이웃 주민들이 수상함을 느끼고 홍콩에 경찰에 신고를 하거든요. 홍콩 경찰이 김 씨와 윤 씨가 살던 집에서 김옥분 씨 시신 발견하게 됩니다. 당연히 살인 사건이고 아무래도 제일 유력한 용의자는 윤 씨가 되지 않겠습니까? 홍콩 경찰에서는 김옥범 씨 피살 사건과 관련해서 윤태식 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소환 조사하려 했지만 한국 외무부에서 외무부 차원에서 이에 불응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후에도 홍콩에서는 우선 홍콩 언론에서 김옥분 씨는 북한 간첩이 아니고 또 살해당한 것이다라는 후속 보도가 있었는데 그게 지금 이제 시대가 응답하라 1988 시절이거든요. 그런데 인터넷이 있었기를 했겠습니까? 당연히 한국에까지 그런 내용이 좀 제대로 전파될 수가 없는 거죠. 이후 드러나는 정황에도 불구하고 윤 씨가 특별히 조사를 받은 사실은 없는 것 같고 반공투사가 돼서 안기부 요원들의 에스코트를 받으면서 대한민국으로 귀국하게 되는 거죠. 그런 기자들의 질문에도 너무 무서워서 말을 못하겠다 이런 식으로 응답했다고 전해지고 한편 수지 킴 김옥분 씨는 희대의 여성 간첩 북한 공작원 이런 식으로 선전이 되고요.
◇ 이원화 : 아무리 시대가 시대였다고 해도 정말 믿기 어려운 이야기인 것 같은데 문득 피해 여성의 유가족들 말입니다. 사건의 진상도 제대로 모른 채 간첩 가족이라는 낙인 속에서 쉽지 않았겠다 싶거든요. 어땠습니까?
● 김연준 : 말씀 주셨듯이 김 씨의 유가족들은 그 이후부터는 2중 3중으로 된 지옥을 살아나가야 했습니다. 우선은 하루아침에 가족 그러니까 딸을 또는 자매를 잃은 것도 모자라서 그 명예마저도 사실관계마저도 왜곡되고 훼손되는 상황 아니겠습니까? 갑자기 간첩이라니요? 개인의 역량으로는 이러한 오류를 바로잡는 것이 난망한 일이었습니다. 게다가 1980년대면 북한 간첩 가족이라는 낙인은 이제 도저히 견딜 수가 없는 그런 것이거든요. 안기부에서 작정하고 간첩 사건을 만들기로 결정을 했던 만큼 김 씨의 친족들에 대해서도 이제 조사를 되게 거칠게 진행했고 가족들은 이를 감내해야 했습니다. 김옥분 씨의 형제 자매들은 이후 직장을 잃거나 이혼을 하거나 그 자녀들 또한 이전과 같이 원만한 학교 생활을 할 수가 없는 등의 상황이 펼쳐졌고 김옥분 씨의 어머니는 사건의 충격으로 이제 실어증을 앓다가 사건 이후 10년 정도 지난 뒤에 돌아가셨습니다.
◇ 이원화 : 그러면 살인범 윤 씨 이 사람은 어떻게 됐습니까? 그냥 평범하게 자기 갈 길 간 건가요?
● 김연준 : 반공투사 납북 사건 생존자 출신 사업가라고 하면 어떨까요? 굉장히 핫한 인물이 되었을 것 같은데요. 이후 윤 씨는 실제로 당시 첨단 기술인 지문 인식 관련 벤처 기업체를 운영하면서 잘 나갑니다. 아침 텔레비전 같은 데 나오고요. 벤처기업 창업 기술 시연을 하면서 대통령 앞에도 모습을 드러내기도 하고요.
◇ 이원화 : 제가 늘 말씀드리지만 나쁜 짓은 결국 꼬리가 밟히게 돼 있거든요. 아무튼 그래서 윤 씨 결국 어떻게 됐습니까?
● 김연준 : 진실 규명을 위한 노력 끝에 공소시효가 만료되기를 딱 50일을 남겨두고 이제 검찰은 살인 혐의로 윤태식 씨를 구속 기소했고 홍콩 정부로부터 이제 자료를 요청받아서 이를 바탕으로 두 가지를 밝혀냅니다. 윤태식 씨의 살인 범행과 이를 은폐하고 조작하는 과정에서 대한민국 국가기관이 조직적으로 관여 개입한 사실 이걸 규명하게 되는 거거든요. 윤 씨는 이 사건 이후에 개인 사업을 운영하면서도 사기 범죄에 연루돼서 몇 번 구치소 왔다 갔다 하신 것으로 보이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이 사건 김옥분 씨에 대한 살인 또 별건으로 사기 또는 뇌물 공여 등의 혐의로 1심에서는 징역 18년을 또 그리고 항소심에서는 일부 사정이 참작돼서 어느 정도 감형이 된 징역 15년 6월을 선고받습니다.
◇ 이원화 : 뒤늦게나마 처벌을 받게 돼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징역 15년 6개월이라는 형량이 솔직히 좀 많이 부족하다 느껴지긴 하거든요.
● 김연준 : 형벌도 형벌대로겠지만 추징이나 손해배상의 문제가 또 새롭게 발생하지 않겠습니까? 국가기관의 조직적인 불법 행위가 관여된 것이기 때문에 그런 국가배상의 문제도 있겠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국가배상 청구나 이어지는 국가의 불법 행위자 본인들에 대한 구상권의 행사는 그렇다고 쳐도 조직적인 간첩 사건 조작이나 사실 은폐를 주도한 공무원들의 경우에는 예를 들면 직권남용죄 등이 적용될 수 있겠는데 이미 공소시효가 완성된 이후라서 별도의 처벌이 불가능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을 수 있습니다. 이 사건처럼 국가 권력이 조직적으로 남용돼서 국민에게 큰 피해를 입힌 어떻게 보면 반인도적이라는 범죄라고도 할 수 있는 범죄들은 공소시효나 아니면 손해배상 청구의 그런 소멸 시효를 폐지하거나 더 적절히 조정하는 것이 어떤가에 대한 의견들이 분분하기도 합니다. 이 사건과 관련해서 마지막으로 말씀드리고자 하는 부분은 그 피해자 김옥분 씨 어떻게 안식을 찾았을지 어떻게 되었는지를 말씀드리려고 해요. 유족들은 홍콩에서 김 씨의 유해가 이제 안치돼 있는 곳을 찾기는 했습니다만 현지에서 무연고자 시신으로 처리된 탓에 유해를 고국으로 모실 수는 없었다고 합니다. 대신에 김 씨가 다른 무연고자들과 함께 매장된 묘지의 흙을 조금이라도 가져와서 앞서 별세하셨다고 말씀드렸던 김 씨의 어머니 묘소에 뿌려서 그렇게나마 모녀가 다시 만날 수 있도록 했다고 합니다.
◇ 이원화 : 사건 X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들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양원 (newsfm0945@ytnradi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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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김연준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이원화 : 오늘 이야기해 드릴 이 사건은요. 억울하다란 말로는 결코 다 표현할 수 없는 들으면서도 차마 믿기 어려운 그런 이야기입니다. 사건은 한 남성이 자신의 아내를 살해하면서 시작됐죠. 남성 A 씨와 여성 B 씨는 당시 대한민국이 아닌 홍콩에 살고 있었습니다. 둘은 홍콩 현지에서 만나 결혼까지 했지만 여성 B 씨는 매일같이 남편의 폭행에 시달렸죠. 그리고 결혼 생활이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결국 남편의 폭력으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후 남성 A 씨는 싱가포르 한국 대사관으로 끌려가게 됐는데 남성 A 씨 입에서 나온 말은 자백이 아닌 정말 황당무계한 소설과도 같았죠. 아내가 북한의 간첩이라는 믿기 힘든 주장 대한민국 정부에서도 당연히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다음이었죠. 정부에서는 이 사건이 본질적으로 남편의 살인 사건이라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결국 그 사실을 묵인했습니다. 묵인 정도가 아니라 간첩 사건이라 둔갑시켜 대대적으로 알리기까지 했죠. 본인들의 목적을 위해 무고한 피해 여성을 간첩으로 몰아갔던 정부 사람이 그리고 권력이 어쩜 이토록 잔인할 수 있었을까요? 오늘 사건 X파일에서 이 사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의 X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도 로엘 법무법인 김연준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 김연준 : 안녕하십니까? 김연준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오늘 말씀드린 이 사건은 정말 소설이나 영화 속에서나 가능할 법한 그런 이야기입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처음부터 한번 차근히 짚어볼 거예요.
● 김연준 : 1986년 홍콩에서 만난 한 남녀가 백년가약을 올렸습니다. 신랑 윤태식 신부 김옥분 씨입니다. 1952년생 김옥분 씨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다양한 일을 했고 또 수지 킴이라는 가명을 쓰기도 했습니다. 김 씨는 윤 씨와 결혼하기 전 홍콩 남성과 결혼해서 홍콩으로 이주해서 살았지만 결혼 생활은 오래 가지 않았는데 그 뒤로 이제 김 씨는 한국 기업의 홍콩 주재원이었던 윤태식 씨를 만난 것입니다. 그런데 김 씨와 윤 씨의 결혼 생활 또한 비극으로 끝나게 됩니다. 윤태식 씨는 김옥분 씨와 결혼하고 바로 뒤부터 김 씨에 대한 가정 폭력을 계속했다고 해요. 그러다가 두 사람이 결혼한 지 채 1년이 지나지 않았던 1987년 1월 3일 윤태식 씨는 말다툼 끝에 김 씨의 목을 졸라 살해하고 맙니다.
◇ 이원화 : 사랑해서 결혼까지 했던 사람에게 폭행당하다 사망한다는 게 너무 안타깝고 이 남편 당연히 합당한 처벌받아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어떻게 됐습니까?
● 김연준 : 당연히 그래야겠죠. 윤 씨의 당시 입장을 생각하면 완전 이제 요즘 말로 멘붕이었을 겁니다. 일단 결혼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아내를 자기 손으로 살해한 것이니까 극도로 흥분하고 두려웠을 것이고요. 또 타지에 있죠. 자기 손으로 살해했을 때는 생각 못했던 김 씨 시신을 어떻게 해야 될지도 답이 안 나오지 않습니까? 이 사건은 이미 오래전에 전말이 드러난 사건이어서 내용을 복귀할 수 있기는 한데, 윤태식은 사망한 아내의 시신을 급한 대로 침대 아래에 이제 엉성하게 숨겨 놓은 다음에 이틀 뒤에 싱가포르로 이동해서 싱가포르의 북한 대사관에 망명을 신청하지만 거절당합니다. 윤 씨는 이어서 미국 대사관에도 방문했지만 마찬가지로 소득이 없었습니다. 얼마나 수상하겠어요? 북한 대사관 갔다가 바로 미국 대사관으로 간다는 게 윤 씨의 행적을 의심한 미 대사관 측에서는 다시 대한민국 대사관에 연락을 취하고 윤 씨는 주 싱가포르 한국 대사관까지 당도하게 됩니다.
◇ 이원화 : 어떻게든 자신의 잘못을 감추기 위해 별별 꼼수를 써봤지만 결국 뜻대로 되진 않았네요. 그나마 다행이다 싶습니다.
● 김연준 : 이야기가 거기에서 마무리됐다고 하면은 그나마 다행이다 싶을 텐데 사건 X파일에 소개될 정도의 사건들이 그렇게 심플하지 않더라고요. 저는 이 사건이 있었던 1980년대 사회상을 뭐 잘 알지 못합니다. 그런데 이 사건을 조사하면서 이런 식으로 사건이 전개된다고 싶은 대목이 지금부터 펼쳐집니다. 주 싱가포르 한국 대사관에서 조사를 받는 윤태식 씨는 갑자기 무슨 생각이 떠오른 건지는 모르겠지만 사실은 살해당한 살해한 아내 김옥분 그러니까 수지 킴이 사실은 북한의 간첩이었다 공작원이었다 이런 식의 주장을 했다고 합니다.
◇ 이원화 : 말도 안 되는 얘기인데 설마 우리 정부에서 그걸 곧이곧대로 믿었을 것 같지는 않거든요.
● 김연준 : 근데 내용 자체는 아무리 1980년대라고 해도 황당하거든요. 당연히 믿기 어려운데 어떤 일이 펼쳐지냐면요. 국가안전기획부 그러니까 안기부 지금으로 따지면 국가정보원인데 안기부가 갑자기 개입합니다. 그렇게 되니까 가정폭력 피해자이고 살인 사건 피해자인 김옥분 씨가 갑자기 북한 공작원 수지 킴으로 둔갑을 하게 되는 거거든요. 이것은 당시 안기부장인 장세동의 주도하에 윤태식이 아내 김옥분을 가정폭력 끝에 살해한 사건을 북한 공작원이 해외 주재원을 강제로 이제 북송 그러니까 납북하려고 시도했던 사건으로 조작을 한 겁니다. 윤태식 씨는 이로 인해서 마치 납치당하려고 했는데 공작원을 격투 끝에 이제 살해한 그런 반공투사와 같이 되는 것이죠. 1987년이면 한국 민주화의 역사를 생각해 보면 실제로 제5공화국에서 6공화국 개헌이 된 해이기도 하고요. 국민들의 전두환 정권에 대한 퇴진 요구가 매우 컸던 해라고 하는데 당시 한국의 국내 정치 상황을 생각했을 때는 이런 북한 관련 사건이 발생해서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릴 수가 있다면 국가 안보에 또 뭐 정권의 안정에 이용할 수 있다는 그런 생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 언론에서 이제 윤 씨가 먼저 북한 대사관의 문을 두드렸던 사실은 쏙 빼고 납북 당할 뻔한 사건이라고 조작 내지 왜곡을 한 정황이 있습니다.
◇ 이원화 : 그러면 정부에서 아내가 살해당했다는 사실은 몰랐던 건가요? 아니면 이것도 알았는데 묵인한 건가요?
● 김연준 : 처음에는 몰랐어도 어차피 가면 갈수록 김 씨의 피살 사건 관련한 사실관계가 드러나지 않겠습니까? 한편으로 사망한 김옥분 씨의 시신이 이제 오래 숨겨지다 보니까 이웃 주민들이 수상함을 느끼고 홍콩에 경찰에 신고를 하거든요. 홍콩 경찰이 김 씨와 윤 씨가 살던 집에서 김옥분 씨 시신 발견하게 됩니다. 당연히 살인 사건이고 아무래도 제일 유력한 용의자는 윤 씨가 되지 않겠습니까? 홍콩 경찰에서는 김옥범 씨 피살 사건과 관련해서 윤태식 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소환 조사하려 했지만 한국 외무부에서 외무부 차원에서 이에 불응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후에도 홍콩에서는 우선 홍콩 언론에서 김옥분 씨는 북한 간첩이 아니고 또 살해당한 것이다라는 후속 보도가 있었는데 그게 지금 이제 시대가 응답하라 1988 시절이거든요. 그런데 인터넷이 있었기를 했겠습니까? 당연히 한국에까지 그런 내용이 좀 제대로 전파될 수가 없는 거죠. 이후 드러나는 정황에도 불구하고 윤 씨가 특별히 조사를 받은 사실은 없는 것 같고 반공투사가 돼서 안기부 요원들의 에스코트를 받으면서 대한민국으로 귀국하게 되는 거죠. 그런 기자들의 질문에도 너무 무서워서 말을 못하겠다 이런 식으로 응답했다고 전해지고 한편 수지 킴 김옥분 씨는 희대의 여성 간첩 북한 공작원 이런 식으로 선전이 되고요.
◇ 이원화 : 아무리 시대가 시대였다고 해도 정말 믿기 어려운 이야기인 것 같은데 문득 피해 여성의 유가족들 말입니다. 사건의 진상도 제대로 모른 채 간첩 가족이라는 낙인 속에서 쉽지 않았겠다 싶거든요. 어땠습니까?
● 김연준 : 말씀 주셨듯이 김 씨의 유가족들은 그 이후부터는 2중 3중으로 된 지옥을 살아나가야 했습니다. 우선은 하루아침에 가족 그러니까 딸을 또는 자매를 잃은 것도 모자라서 그 명예마저도 사실관계마저도 왜곡되고 훼손되는 상황 아니겠습니까? 갑자기 간첩이라니요? 개인의 역량으로는 이러한 오류를 바로잡는 것이 난망한 일이었습니다. 게다가 1980년대면 북한 간첩 가족이라는 낙인은 이제 도저히 견딜 수가 없는 그런 것이거든요. 안기부에서 작정하고 간첩 사건을 만들기로 결정을 했던 만큼 김 씨의 친족들에 대해서도 이제 조사를 되게 거칠게 진행했고 가족들은 이를 감내해야 했습니다. 김옥분 씨의 형제 자매들은 이후 직장을 잃거나 이혼을 하거나 그 자녀들 또한 이전과 같이 원만한 학교 생활을 할 수가 없는 등의 상황이 펼쳐졌고 김옥분 씨의 어머니는 사건의 충격으로 이제 실어증을 앓다가 사건 이후 10년 정도 지난 뒤에 돌아가셨습니다.
◇ 이원화 : 그러면 살인범 윤 씨 이 사람은 어떻게 됐습니까? 그냥 평범하게 자기 갈 길 간 건가요?
● 김연준 : 반공투사 납북 사건 생존자 출신 사업가라고 하면 어떨까요? 굉장히 핫한 인물이 되었을 것 같은데요. 이후 윤 씨는 실제로 당시 첨단 기술인 지문 인식 관련 벤처 기업체를 운영하면서 잘 나갑니다. 아침 텔레비전 같은 데 나오고요. 벤처기업 창업 기술 시연을 하면서 대통령 앞에도 모습을 드러내기도 하고요.
◇ 이원화 : 제가 늘 말씀드리지만 나쁜 짓은 결국 꼬리가 밟히게 돼 있거든요. 아무튼 그래서 윤 씨 결국 어떻게 됐습니까?
● 김연준 : 진실 규명을 위한 노력 끝에 공소시효가 만료되기를 딱 50일을 남겨두고 이제 검찰은 살인 혐의로 윤태식 씨를 구속 기소했고 홍콩 정부로부터 이제 자료를 요청받아서 이를 바탕으로 두 가지를 밝혀냅니다. 윤태식 씨의 살인 범행과 이를 은폐하고 조작하는 과정에서 대한민국 국가기관이 조직적으로 관여 개입한 사실 이걸 규명하게 되는 거거든요. 윤 씨는 이 사건 이후에 개인 사업을 운영하면서도 사기 범죄에 연루돼서 몇 번 구치소 왔다 갔다 하신 것으로 보이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이 사건 김옥분 씨에 대한 살인 또 별건으로 사기 또는 뇌물 공여 등의 혐의로 1심에서는 징역 18년을 또 그리고 항소심에서는 일부 사정이 참작돼서 어느 정도 감형이 된 징역 15년 6월을 선고받습니다.
◇ 이원화 : 뒤늦게나마 처벌을 받게 돼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징역 15년 6개월이라는 형량이 솔직히 좀 많이 부족하다 느껴지긴 하거든요.
● 김연준 : 형벌도 형벌대로겠지만 추징이나 손해배상의 문제가 또 새롭게 발생하지 않겠습니까? 국가기관의 조직적인 불법 행위가 관여된 것이기 때문에 그런 국가배상의 문제도 있겠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국가배상 청구나 이어지는 국가의 불법 행위자 본인들에 대한 구상권의 행사는 그렇다고 쳐도 조직적인 간첩 사건 조작이나 사실 은폐를 주도한 공무원들의 경우에는 예를 들면 직권남용죄 등이 적용될 수 있겠는데 이미 공소시효가 완성된 이후라서 별도의 처벌이 불가능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을 수 있습니다. 이 사건처럼 국가 권력이 조직적으로 남용돼서 국민에게 큰 피해를 입힌 어떻게 보면 반인도적이라는 범죄라고도 할 수 있는 범죄들은 공소시효나 아니면 손해배상 청구의 그런 소멸 시효를 폐지하거나 더 적절히 조정하는 것이 어떤가에 대한 의견들이 분분하기도 합니다. 이 사건과 관련해서 마지막으로 말씀드리고자 하는 부분은 그 피해자 김옥분 씨 어떻게 안식을 찾았을지 어떻게 되었는지를 말씀드리려고 해요. 유족들은 홍콩에서 김 씨의 유해가 이제 안치돼 있는 곳을 찾기는 했습니다만 현지에서 무연고자 시신으로 처리된 탓에 유해를 고국으로 모실 수는 없었다고 합니다. 대신에 김 씨가 다른 무연고자들과 함께 매장된 묘지의 흙을 조금이라도 가져와서 앞서 별세하셨다고 말씀드렸던 김 씨의 어머니 묘소에 뿌려서 그렇게나마 모녀가 다시 만날 수 있도록 했다고 합니다.
◇ 이원화 : 사건 X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들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양원 (newsfm094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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