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한급수 피해는 시민 몫?…'펑펑' 물 쓴 강릉시청 논란

제한급수 피해는 시민 몫?…'펑펑' 물 쓴 강릉시청 논란

2025.09.17. 오후 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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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한급수 피해는 시민 몫?…'펑펑' 물 쓴 강릉시청 논란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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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강릉 지역의 극심한 가뭄으로 시민들이 사상 첫 제한급수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정작 강릉시청 청사가 대수용가(물 다량 사용 시설) 지정에서 빠지고 절수 조치에도 늑장 대응을 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17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강릉시청 저수조 용량은 566톤(t)으로 대수용가 기준(100t)을 5배 이상 웃돌지만, 시는 청사를 제한급수 대상에서 제외했다.

앞서 강릉시는 지난 6일부터 저수조 100t 이상을 보유한 아파트 113곳과 대형 숙박시설 10곳 등 모두 123곳을 대수용가로 지정해 시간제 단수 등 강력한 제한급수를 시행하고 있다.

시민들은 지난달 20일부터 정수기와 급수기 폐쇄, 일회용품 사용 등 물 절약에 동참해왔다. 강릉시는 같은 날부터 수도 계량기를 50% 잠그고 시민들에게 절수를 호소한 바 있다.

이러한 노력에도 저수율이 연일 하락해 시민들은 욕조·그릇에 물을 받아두고, 생수로 세면을 하거나 요강을 구입해 쓰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 일부 숙박업소 등 민간 시설도 영업 피해를 감수하고 있다.

그러나 시청사에는 별도의 제한이 없어 평소처럼 물을 사용해 오다 정부의 재난 사태 선포 이후에야 청사 내 절수 조치를 시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8일에서야 구내식당에 일회용품을 도입하고, 10일부터 각 부서 정수기·커피머신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이어 화장실 세면대와 탕비실 수전, 비데, 야외 화장실까지 폐쇄했다. 시민들이 지난달 20일부터 절수에 들어간 것에 비해 한참 뒤늦은 조치다.
강릉시청, 정수기 사용 제한 ⓒ 연합뉴스

시민 김 모(50) 씨는 "시청사를 방문하고 깜짝 놀랐다. 시청 직원들은 여전히 정수기에서 물을 받아서 먹고 있고, 심지어 비데까지 작동되고 있었다"며 "시청사에선 강릉 가뭄이 남의 나라 얘기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강릉시 관계자는 "시청사는 민원인 방문이 많고 직원 1,000명 가까이 상주하고 있는 공공시설이기 때문에 대수용가에서 제외했다"며 "정수기 폐쇄 등 절수 방안에도 지난달 20일부터 계획했지만, 민원인 불편 등의 이유로 늦어졌다"고 해명했다.

한편 행정안전부의 '9월 가뭄 예·경보'에 따르면 강릉은 9월 강수량도 평년보다 적을 것으로 전망됐다. 환경부 가뭄지도 역시 강릉이 10~11월에도 생활·공업용수 공급 제한이 불가피한 '극심한 가뭄' 상태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YTN digital 류청희 (chee0909@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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