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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일시 : 2025년 9월 5일 (금) 저녁 10시 20분
□ 담당 PD : 이시우
□ 담당 작가 : 김배정, 김현정
□ 출연자 : 한승범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장)
□ 방송 채널
IPTV - GENIE TV 159번 / BTV 243번 / LG유플러스 145번
스카이라이프 90번
케이블 - 딜라이브 138번 / 현대HCN 341번 / LG헬로비전 137번 / BTV케이블 152번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한승범 : 안녕하세요. 저는 국내 의료계에 종사하고 있는 정형외과 전문의 한승범입니다. 제가 오늘 준비한 이야기는 대한민국의 의료, 지금 어디에 서있나입니다.
◇ 박상훈 성우 : 세계에서 한국 의료는 의료 접근성과 저렴한 의료비 그리고 우수한 IT 기반 의료시스템으로 호평받고 있다. 그러나 국내 의료 현실은 지난 2024년 의대 정원 2천 명 확대 발표로 발생한 의정 갈등의 후유증과 필수의료 분야의 부족한 의료 인력 문제, 그리고 수도권으로 환자들이 몰리는 의료계 쏠림 현상과 고령화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 위기 등 의료계와 정부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는데, 2025년 한국 의료의 문제점과 미래 의료를 위해 우리가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자세히 알아보자.
<위기의 의료시스템>
◆ 한승범 : 먼저 2024년 2월에 시작된 의정 갈등 이야기부터 해볼까요? 의정 갈등, 많은 분들은 아직도 의대 정원 확대라는 숫자 싸움으로 보는 분들이 많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의정 갈등은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의 구조적 문제와 불균형, 그리고 정부와 의료계의 신뢰 붕괴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의정 갈등으로 인한 전공의 사직, 그들이 사직하게 된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나라 의대 정원은 2006년 이래로 3,058명이었습니다. 정부가 필수의료 공백과 지역 의료의 부족, 응급실 뺑뺑이 방지 등을 이유로 2024년 2월 갑자기 2천 명 증원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실제로 2025학년도 의과대학 신입생들은 5,058명을 선발하였고, 이에 반발한 대다수의 의과대학생들과 전공의들이 학교와 의료 현장을 떠났습니다. 그 이유는 표면적으로는 의대 정원 확대의 반대이지만 근본적 원인을 살펴보면 몇 가지가 있습니다. 정부가 말하는 의료의 실패, 즉 필수의료 인력 부족, 지역 의료의 붕괴, 응급실 문제 등의 원인을 필수의료 분야의 높은 법률적 리스크, 저수가 등의 문제를 무시하고 단순히 의사 수 부족으로 전가하는 것에 대한 반발이 주원인이었다고 생각됩니다. 또한 의료계와 충분한 논의 없이 급진적으로 또 일방적으로 진행한 것에 대한 반발도 원인이겠죠. 저의 견해도 갑작스러운 2천 명 증원은 증원된 의대생들에 대한 준비 안 된 교육 여건 문제는 물론 이들이 의사가 되어 실제로 일하게 될 10년 후의 의사 인력 계획을 포함한 우리나라 의료서비스 전반에 청사진이 전혀 없이, 이에 당사자들과의 숙의 과정 없이 급작스럽게 실행된 것이 문제의 주원인이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의사 수 증가와 의료비 변화>
◆ 한승범 : 의사 수가 증가하면 의료비는 왜 늘어날까요? 많은 분들이 수요와 공급 논리로 의사 수가 증가하면 의료비는 낮아질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물론 의사 1인당 인건비는 줄 수 있지만, 현재 의료 비용 중 의사 인건비가 5% 내외라는 점에서 의료비 전체의 지출은 크게 늘어날 것입니다. 더 쉽게 이야기하면 지금도 많은 분들이 병원에 가실 때 한 곳에만 가지 않습니다. 같은 증상인데도 여러 군데의 병원을 다녀서 같은 진단이 내려지고 같은 치료 방침이 권유되어야 안심을 하죠. 의사 수가 많고 동네 병원이 더 많아지면 의료 쇼핑을 할 수 있는 곳이 많다 보니 의료비 전체 지출은 증가할 수밖에 없는 거죠. 또, 경쟁이 심해진 의사들의 과잉 진료도 의료비 증가에 한몫을 하게 될 것입니다. 재미있는 예를 들어보면 미국에서 여러 주의 척추 수술 숫자를 비교해 보니 인구 수에 비례하는 것이 아니라 수술할 수 있는 의사 수에 더 비례한다는 연구는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것은 의료 분야에서 수요가 공급을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시 한번 이야기하면 의사 수의 증가는 의료 이용의 증가, 그리고 진료비의 증가를 야기합니다. 이는 건강보험 지출의 증가와 건강보험료 인상이 필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 부담은 결국 국민에게 돌아가게 되는 거죠. 지난 2025년 5월, 국회예산정책처에서는 건강보험 적자 전환 시점이 1년 앞으로 다가왔고, 누적준비금 소진 시점은 2년 앞으로 당겨졌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2025년 의정 갈등으로 전공의가 이탈한 이후 응급의료와 필수의료를 유지하기 위해 비상 진료 수가 인상으로 1조 5천 31억 원이 들어갔다고 합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의정 갈등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국민들이 부담하는 국민건강보험 증액은 더 빨리 진행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건강보험 재정의 현실>
◆ 한승범 : 국민건강보험의 증액 이야기만 들어도 걱정이 되고 화가 나죠. 이것이 사실일까요? 고령화와 의료비 증가가 멈추지 않는 상황에서 당장은 보험료가 오르지 않을 수도 있지만 지속가능한 의료시스템 유지를 위해서는 언젠가는 보험료 인상이 필요할 겁니다. 실제로 정부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논의 중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건강보험료가 너무 비싸다보다는 지금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더 큰 문제가 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맞겠죠. 그런데 지금보다 5% 정도 수가가 더 오른다고 해도 우리나라 의료제도는 세계에서 최고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국내 및 해외 의료시스템의 특징>
◆ 한승범 : 그렇다면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이 다른 나라와 비교하여 어떻게 다르고 어떤 장단점이 있을까요? 우리나라는 국민건강보험이라는 단일보험 체계를 가지고 있고 전 국민이 의무 가입을 한다는 점에서 일본과 독일의 사회보험 시스템과 유사한 점이 많습니다. 물론 의료기관 역시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라고 하여 국민건강보험 환자들을 진료하는 것을 법률적으로 강제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합헌이라는 법률적 판단을 받은 바도 있습니다.즉, 환자와 의료기관 모두가 강제 가입인 거죠.
다른 나라의 제도를 한번 살펴볼까요? 영국의 의료는 국가의료서비스, ‘National Health Service’로 부릅니다. 곧 국민이 낸 세금으로 운영되고 국민들이 따로 의료보험료를 내지 않고 무상으로 의료서비스가 제공됩니다. 완전한 공공의료죠. 물론 환자가 직접 지불해야 되는 민간의료기관도 있고 이러한 민간의료기관은 국가의료서비스의 대기가 길어짐에 따라 이용률이 점점 증가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사보험이 주종을 이루다 보니 의료비가 어마어마하게 고가이고 소득 격차에 따라 의료서비스의 질과 접근성에 큰 차이가 납니다.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동네 병원부터 대학병원까지 주거지 부근에서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어디 그뿐만일까요? 의료 비용도 미국에 비해 대략 10%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그런데도 주요 암 생존율, 주요 장기 이식 성공률 등 의료서비스의 성적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죠. 한마디로 적은 돈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입니다.
<국내 공공의료>
◆ 한승범 : 자, 그럼 우리나라 의료에서 공공의료가 차지하는 비율은 어느 정도일까요? 우리나라에서 공공의료가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 병원의 10% 내외입니다. OECD 평균은 대략 70% 정도 내외입니다. 그렇지만 민간병원도 공공의료와 동일한 건강보험 수가를 받고 있고 여러 기준 면에서 국가의 통제를 받고 있습니다. 코비드 팬데믹 같은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도 공공병원과 거의 같은 역할을 수행한 바 있습니다.그럼 우리나라에서 공공병원의 역할은 과연 무엇일까요? 국가적 재난 상황 및 감염병 대응의 최일선에서 일할 수 있고, 의료의 사각지대 해소, 지역 계층 간 불균형 해소, 또 민간 병원들이 회피하는 분야의 보완 등의 역할을 주로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현재 공공병원의 문제점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우리나라에 의료원이 약 35개소 정도 있습니다. 이 중 90% 이상이 적자 경영으로 중앙 또는 지방 재정으로 적자를 메우는 현실이 있어 상당한 재정적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물론 지역 의료와 소외계층 의료를 담당하다 보니 착한 적자일 수도 있겠으나 민간 영역에 비해 경쟁력과 효율성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으며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야 되는 문제가 있습니다. 인구 감소로 악화되고 있는 지방 재정에 큰 부담이 되는 것이지요.
<수도권·지방 의료 격차>
◆ 한승범 : 공공의료 문제 못지않게 해결해야 될 문제가 바로 수도권vs지방 의료 격차 문제입니다.수도권vs지방 의료 격차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단순한 의료인프라의 차이를 넘어 의료의 접근성, 서비스의 질은 물론 환자의 생존율 차이까지 유발하고 있으며, 최근 KTX에 의해 전국이 1일 생활권을 넘어 3시간 이내의 생활권이 되어 더욱 심화되고 있는 상황입니다.수도권의 환자들이 집중되며 수도권 대형병원들의 의사들은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하게 되고, 병원은 더욱 최신 장비로 무장을 하게 되고, 환자는 이러한 의사와 병원을 찾아 더욱 수도권으로 쏠리는 그러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지역거점병원의 육성도 중요하지만 지역병원과 수도권 병원이 협진할 수 있는 원격 진료 시스템의 개발이 필요합니다. 또한 심뇌혈관 질환, 중증 외상, 분만을 포함한 응급진료를 위해서는 지역책임의료기관과 권역 단위 병원 간의 당직 및 수술과 응급진료 가능 여부를 공유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의 설치 등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예를 들면 뇌출혈 환자가 발생했을 때 권역 내에 수술할 수 있는 의료진이 있는 병원들이 컨트롤타워에 파악되어 즉각적인 전원 및 처치가 이루어지는 시스템인 거죠. 이렇게 된다면 얼마 전 상급종합병원 간호사가 뇌출혈로 사망했던 불행한 사고도 막을 수 있었을 겁니다. 또한 권역 내에 모든 병원에 같은 분야의 전문의가 당직 대기를 해야 하는 불필요함도 줄일 수가 있습니다.외국의 사례처럼 지역가산수당이나 일부 지자체에서 시행하고 있는 특별보조금 지급도 고려할 만하다고 생각됩니다.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는 영상진료 원격 진단 스마트 협진 플랫폼을 통해 의료의 접근성을 확보하고 있고, 캐나다 사스카툰주에서는 지역 환자가 원격 리모트 진료실에서 전문가의 진료를 받는 제도를 운영 중에 있습니다. 지방에 수도권과 비슷한 병원과 의료진을 배치할 수 없기 때문에 지방에서도 수도권에 있는 의료진에게 협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죠. 물론 이러한 과정에서 분명 생각지 못한 문제점도 발견될 겁니다. 하지만 그 과정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 속에 한국 의료체계는 한발짝 더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내 의료수가의 구조적 문제>
◆ 한승범 : 그럼 이번에는 우리나라 의료수가에 대해 문제점을 짚어볼까요? 의료수가란 의료에 가격표라고 보시면 됩니다. 우리나라 수가의 특징을 이야기하면 기본적으로 OECD 국가들에 비해 저수가이고 행위별수가제입니다. 행위별수가제라는 것은 의사가 환자를 치료할 때 진단, 검사, 수술, 처치 등 여러 가지 행위에 각각의 수가를 부과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이런 제도는 각각의 행위에 수가가 부과되기 때문에 다소 과잉진료를 유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대 개념은 포괄수가제이죠. 이는 특정 질환이나 행위의 전체에 대해서 수가를 부과합니다.즉, 여러가지 행위를 해도 수가가 늘어나지 않는 그런 시스템인 거죠. 이렇게 되면 의료 비용은 절약되지만 서비스의 질이 다소 떨어질 수 있는 단점이 있습니다.그럼 이런 저수가 구조 속에서 어떻게 우리나라에 많은 민간병원들이 유지가 될까요?우리나라에는 비급여수가 항목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는 상대적으로 덜 필수적인 의료 행위에 대해 건강보험에서 보상하지 않고 환자들이 직접 지불하게 되는 진단, 수술, 처치 및 재료 등의 의료서비스 항목입니다. 이러한 비급여가 과연 무슨 문제를 일으키고 있을까요?일견 보기에는 덜 필요한 진료에 대해 환자들이 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그런대로 합리적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바로 함정이 있습니다. 우리가 필수의료라고 부르는 소위 생명과 직접 연관된 바이탈 과목일수록 비급여보다는 급여로 커버되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즉, 필수의료는 소송 등의 법률적 리스크도 큰 것에 비해 비급여 항목이 적어 보상은 적은, 즉 높은 위험도에 낮은 보상이 되고, 반대로 비필수, 비바이탈 과목은 비급여 항목이 상대적으로 많아 위험성은 낮은데 보상은 높은 구조가 생기게 되죠. 이것이 바이탈과 기피 현상으로 이어진다고 볼 수가 있습니다. 현재 많은 젊은 의학도들이 필수의료보다는 비필수진료 과목을 전공으로 선택하는 큰 이유입니다. 그럼 비급여 항목을 대폭 축소하면 되지 않을까?라고 질문하는 분들이 계실 텐데요. 이게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습니다. 비급여수가가 저수가인 급여수가를 보완해서 많은 병원들의 경영을 유지하게 하는 측면이 큽니다. 즉, 비급여를 축소하려면 급여분야의 수가를 많이 올려야 되고, 이는 건보료 인상 또는 막대한 재정 투입이 필요하게 됩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3천만 명 이상의 국민들이 가입하고 있는 실손보험 문제입니다. 실손보험은 건강보험에서 지불해주지 않는 본인 부담금을 해결해주는 민간보험입니다. 따라서 민간보험사와 개인간의 계약입니다. 이를 위해 오랜기간 동안 적지 않은 보험료를 납부해왔는데 갑자기 비급여 항목이 줄게 되면 보험사 입장에서는 환영하겠지만 보험가입자 입장에서는 화가 나는 일일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비급여를 축소하기 위해 급여수가를 정상화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국내 의료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과제>
◆ 한승범 : 국내 의료의 현주소, 의정 갈등으로 아직도 해결해야 할 점들이 많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국내 의료서비스는 낮은 수준의 의료비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성비가 좋은 제도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민간 중심 의료의 고효율성에서 찾을 수가 있겠습니다.한마디로 의사뿐 아니라 의료기관 종사자들의 과로의 결과라고 볼 수 있는데요. 실제로 주변에 주 6~7일, 저녁 늦은 시간까지 일하는 병원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어디 그뿐일까요? 미래 의료의 핵심은 디지털 헬스케어와 스마트 병원이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이 모든 것도 대한민국이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 우수한 실정입니다.디지털 헬스케어와 스마트 병원이란 이야기 많이 들어보셨죠? 미래 병원이 지향하는 개념인데요. 간단히 줄여 얘기하자면 스마트 병원이란 ICT(정보통신기술), 인공지능, 빅데이터, 로봇, 사물인터넷 기술 등을 이용하여 환자 중심의 안전하고 효율적인 치료를 제공하는 병원을 얘기합니다. 다시 말하면 의료 종사자의 실수를 줄이고 환자 의료데이터를 가지고 환자 맞춤형 의료를 제공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럼 실제 우리나라 병원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을까요? 국내 대학병원 중 일부에서는 모든 의무기록, 즉 환자 건강 정보가 클라우드 기반의 병원정보시스템으로 표준화되어 운영되며 저장됩니다. 이렇게 되면 예를 들어 환자가 특정한 약물에 이상 반응을 일으킨 기왕력이 있다면 같은 약물을 의사가 처방하게 될 경우 의료 정보시스템에서 자동으로 알람이 뜨게 됩니다. 환자의 안전성이 높아지게 되는 거죠. 주사 약물 투여도 컴퓨터에 의해 약물의 종류 및 투여량이 자동 조절되는 시스템이 있어서 투약 오류 등의 실수를 막을 수 있는 스마트 인퓨전 펌프 솔루션 시스템도 함께 사용되고 있습니다. 또한 유전체 분석을 통하여 환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질병을 미리 예측하여 예방하고, 특정 암의 경우 환자의 유전체 정보를 이용하여 환자에게 최적의 표적 항암 치료도 시행되고 있지요. 이것이 환자 맞춤형 정밀 의학이 되겠습니다. 멀지 않은 미래에는 환자들의 여러 가지 검사 수치와 영상 데이터를 가지고 인공지능이 의사의 진단과 치료 과정을 돕는 이러한 일들을 쉽게 우리는 상상할 수 있습니다. 즉, 미래 스마트 병원의 핵심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두 가지가 될 것으로 생각을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의료비용 측면에서 건강보험 수혜자는 급격히 증가하고 반대로 부담자, 즉 보험료를 낼 세대는 점차 줄어들어 건강보험 재정이 어디까지 버틸 수 있느냐가 심히 걱정되는 수준입니다. 단순히 비용만의 문제가 아니라 의료 인력, 돌봄 인력, 또 많은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이 됩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료계와 정부, 그리고 우리 모두가 힘을 합쳐 닥쳐올 의료분야의 난제들을 해결해야 될 것입니다. 조금 전 이야기한 디지털 기술, 인공지능, 로봇 기술 등이 의료의 효율성을 높여 보다 적은 비용으로 질 좋은 의료를 제공해야겠으며, 20~30년 이후 인구 구조의 변화에 대비해 미리 국가 단위의 의료의 청사진도 만들어 놓아야 할 것입니다. 무조건 의사 수만 늘린다고 되는 문제는 아니지요.또 하나의 문제는 현재 미국이 주도하는 신약 개발 시장으로 인해 특히 항암제 등의 약물에 대한 비용이 천문학적이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시행 중인 특정 난치성 백혈병 환자들에게 시행하는 면역 항암 치료인 CAR-T 치료는 1인당 치료 비용이 3억 원이 넘습니다. 이러한 약물 여러 종이 이미 FDA를 통과하여 대기 중에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다발성 골수종 같은 특정 암의 치료제들입니다. 즉, 경제 수준의 차이에 의한 의료의 불평등 문제도 우리가 깊이 고민해봐야 되며, 나아가서 우리나라 의료 및 제약 산업도 신약과 바이오 의약품 개발을 통해 국부 창출은 물론 의료비용 부담도 줄이도록 육성을 해야 되겠습니다. 이를 위해서 국가 단위의 대규모 연구개발 투자 지원도 필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결론적으로 다가올 노령화 사회에 대비하기 위해서 우리 사회가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정부, 의료계뿐 아니라 사회 여러 분야가 힘을 합쳐 미래 의료에 대한 청사진을 만들어 대비해야 할 것입니다. 이 청사진에는 우리 의료의 인적 그리고 물적 자원을 어떻게 구성하고 배치해야 하는지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것만은 기억하자>
◆ 한승범 :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대한민국 의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딱 한 가지만 마지막으로 기억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국내 의료기술은 세계에서 인정받는 최고라는 점, 그리고 앞으로를 위해 많은 의학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늘 저의 이야기가 여러분들이 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YTN 이시우PD (lsw5407@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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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한승범 : 안녕하세요. 저는 국내 의료계에 종사하고 있는 정형외과 전문의 한승범입니다. 제가 오늘 준비한 이야기는 대한민국의 의료, 지금 어디에 서있나입니다.
◇ 박상훈 성우 : 세계에서 한국 의료는 의료 접근성과 저렴한 의료비 그리고 우수한 IT 기반 의료시스템으로 호평받고 있다. 그러나 국내 의료 현실은 지난 2024년 의대 정원 2천 명 확대 발표로 발생한 의정 갈등의 후유증과 필수의료 분야의 부족한 의료 인력 문제, 그리고 수도권으로 환자들이 몰리는 의료계 쏠림 현상과 고령화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 위기 등 의료계와 정부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는데, 2025년 한국 의료의 문제점과 미래 의료를 위해 우리가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자세히 알아보자.
<위기의 의료시스템>
◆ 한승범 : 먼저 2024년 2월에 시작된 의정 갈등 이야기부터 해볼까요? 의정 갈등, 많은 분들은 아직도 의대 정원 확대라는 숫자 싸움으로 보는 분들이 많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의정 갈등은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의 구조적 문제와 불균형, 그리고 정부와 의료계의 신뢰 붕괴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의정 갈등으로 인한 전공의 사직, 그들이 사직하게 된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나라 의대 정원은 2006년 이래로 3,058명이었습니다. 정부가 필수의료 공백과 지역 의료의 부족, 응급실 뺑뺑이 방지 등을 이유로 2024년 2월 갑자기 2천 명 증원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실제로 2025학년도 의과대학 신입생들은 5,058명을 선발하였고, 이에 반발한 대다수의 의과대학생들과 전공의들이 학교와 의료 현장을 떠났습니다. 그 이유는 표면적으로는 의대 정원 확대의 반대이지만 근본적 원인을 살펴보면 몇 가지가 있습니다. 정부가 말하는 의료의 실패, 즉 필수의료 인력 부족, 지역 의료의 붕괴, 응급실 문제 등의 원인을 필수의료 분야의 높은 법률적 리스크, 저수가 등의 문제를 무시하고 단순히 의사 수 부족으로 전가하는 것에 대한 반발이 주원인이었다고 생각됩니다. 또한 의료계와 충분한 논의 없이 급진적으로 또 일방적으로 진행한 것에 대한 반발도 원인이겠죠. 저의 견해도 갑작스러운 2천 명 증원은 증원된 의대생들에 대한 준비 안 된 교육 여건 문제는 물론 이들이 의사가 되어 실제로 일하게 될 10년 후의 의사 인력 계획을 포함한 우리나라 의료서비스 전반에 청사진이 전혀 없이, 이에 당사자들과의 숙의 과정 없이 급작스럽게 실행된 것이 문제의 주원인이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의사 수 증가와 의료비 변화>
◆ 한승범 : 의사 수가 증가하면 의료비는 왜 늘어날까요? 많은 분들이 수요와 공급 논리로 의사 수가 증가하면 의료비는 낮아질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물론 의사 1인당 인건비는 줄 수 있지만, 현재 의료 비용 중 의사 인건비가 5% 내외라는 점에서 의료비 전체의 지출은 크게 늘어날 것입니다. 더 쉽게 이야기하면 지금도 많은 분들이 병원에 가실 때 한 곳에만 가지 않습니다. 같은 증상인데도 여러 군데의 병원을 다녀서 같은 진단이 내려지고 같은 치료 방침이 권유되어야 안심을 하죠. 의사 수가 많고 동네 병원이 더 많아지면 의료 쇼핑을 할 수 있는 곳이 많다 보니 의료비 전체 지출은 증가할 수밖에 없는 거죠. 또, 경쟁이 심해진 의사들의 과잉 진료도 의료비 증가에 한몫을 하게 될 것입니다. 재미있는 예를 들어보면 미국에서 여러 주의 척추 수술 숫자를 비교해 보니 인구 수에 비례하는 것이 아니라 수술할 수 있는 의사 수에 더 비례한다는 연구는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것은 의료 분야에서 수요가 공급을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시 한번 이야기하면 의사 수의 증가는 의료 이용의 증가, 그리고 진료비의 증가를 야기합니다. 이는 건강보험 지출의 증가와 건강보험료 인상이 필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 부담은 결국 국민에게 돌아가게 되는 거죠. 지난 2025년 5월, 국회예산정책처에서는 건강보험 적자 전환 시점이 1년 앞으로 다가왔고, 누적준비금 소진 시점은 2년 앞으로 당겨졌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2025년 의정 갈등으로 전공의가 이탈한 이후 응급의료와 필수의료를 유지하기 위해 비상 진료 수가 인상으로 1조 5천 31억 원이 들어갔다고 합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의정 갈등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국민들이 부담하는 국민건강보험 증액은 더 빨리 진행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건강보험 재정의 현실>
◆ 한승범 : 국민건강보험의 증액 이야기만 들어도 걱정이 되고 화가 나죠. 이것이 사실일까요? 고령화와 의료비 증가가 멈추지 않는 상황에서 당장은 보험료가 오르지 않을 수도 있지만 지속가능한 의료시스템 유지를 위해서는 언젠가는 보험료 인상이 필요할 겁니다. 실제로 정부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논의 중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건강보험료가 너무 비싸다보다는 지금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더 큰 문제가 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맞겠죠. 그런데 지금보다 5% 정도 수가가 더 오른다고 해도 우리나라 의료제도는 세계에서 최고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국내 및 해외 의료시스템의 특징>
◆ 한승범 : 그렇다면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이 다른 나라와 비교하여 어떻게 다르고 어떤 장단점이 있을까요? 우리나라는 국민건강보험이라는 단일보험 체계를 가지고 있고 전 국민이 의무 가입을 한다는 점에서 일본과 독일의 사회보험 시스템과 유사한 점이 많습니다. 물론 의료기관 역시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라고 하여 국민건강보험 환자들을 진료하는 것을 법률적으로 강제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합헌이라는 법률적 판단을 받은 바도 있습니다.즉, 환자와 의료기관 모두가 강제 가입인 거죠.
다른 나라의 제도를 한번 살펴볼까요? 영국의 의료는 국가의료서비스, ‘National Health Service’로 부릅니다. 곧 국민이 낸 세금으로 운영되고 국민들이 따로 의료보험료를 내지 않고 무상으로 의료서비스가 제공됩니다. 완전한 공공의료죠. 물론 환자가 직접 지불해야 되는 민간의료기관도 있고 이러한 민간의료기관은 국가의료서비스의 대기가 길어짐에 따라 이용률이 점점 증가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사보험이 주종을 이루다 보니 의료비가 어마어마하게 고가이고 소득 격차에 따라 의료서비스의 질과 접근성에 큰 차이가 납니다.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동네 병원부터 대학병원까지 주거지 부근에서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어디 그뿐만일까요? 의료 비용도 미국에 비해 대략 10%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그런데도 주요 암 생존율, 주요 장기 이식 성공률 등 의료서비스의 성적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죠. 한마디로 적은 돈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입니다.
<국내 공공의료>
◆ 한승범 : 자, 그럼 우리나라 의료에서 공공의료가 차지하는 비율은 어느 정도일까요? 우리나라에서 공공의료가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 병원의 10% 내외입니다. OECD 평균은 대략 70% 정도 내외입니다. 그렇지만 민간병원도 공공의료와 동일한 건강보험 수가를 받고 있고 여러 기준 면에서 국가의 통제를 받고 있습니다. 코비드 팬데믹 같은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도 공공병원과 거의 같은 역할을 수행한 바 있습니다.그럼 우리나라에서 공공병원의 역할은 과연 무엇일까요? 국가적 재난 상황 및 감염병 대응의 최일선에서 일할 수 있고, 의료의 사각지대 해소, 지역 계층 간 불균형 해소, 또 민간 병원들이 회피하는 분야의 보완 등의 역할을 주로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현재 공공병원의 문제점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우리나라에 의료원이 약 35개소 정도 있습니다. 이 중 90% 이상이 적자 경영으로 중앙 또는 지방 재정으로 적자를 메우는 현실이 있어 상당한 재정적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물론 지역 의료와 소외계층 의료를 담당하다 보니 착한 적자일 수도 있겠으나 민간 영역에 비해 경쟁력과 효율성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으며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야 되는 문제가 있습니다. 인구 감소로 악화되고 있는 지방 재정에 큰 부담이 되는 것이지요.
<수도권·지방 의료 격차>
◆ 한승범 : 공공의료 문제 못지않게 해결해야 될 문제가 바로 수도권vs지방 의료 격차 문제입니다.수도권vs지방 의료 격차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단순한 의료인프라의 차이를 넘어 의료의 접근성, 서비스의 질은 물론 환자의 생존율 차이까지 유발하고 있으며, 최근 KTX에 의해 전국이 1일 생활권을 넘어 3시간 이내의 생활권이 되어 더욱 심화되고 있는 상황입니다.수도권의 환자들이 집중되며 수도권 대형병원들의 의사들은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하게 되고, 병원은 더욱 최신 장비로 무장을 하게 되고, 환자는 이러한 의사와 병원을 찾아 더욱 수도권으로 쏠리는 그러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지역거점병원의 육성도 중요하지만 지역병원과 수도권 병원이 협진할 수 있는 원격 진료 시스템의 개발이 필요합니다. 또한 심뇌혈관 질환, 중증 외상, 분만을 포함한 응급진료를 위해서는 지역책임의료기관과 권역 단위 병원 간의 당직 및 수술과 응급진료 가능 여부를 공유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의 설치 등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예를 들면 뇌출혈 환자가 발생했을 때 권역 내에 수술할 수 있는 의료진이 있는 병원들이 컨트롤타워에 파악되어 즉각적인 전원 및 처치가 이루어지는 시스템인 거죠. 이렇게 된다면 얼마 전 상급종합병원 간호사가 뇌출혈로 사망했던 불행한 사고도 막을 수 있었을 겁니다. 또한 권역 내에 모든 병원에 같은 분야의 전문의가 당직 대기를 해야 하는 불필요함도 줄일 수가 있습니다.외국의 사례처럼 지역가산수당이나 일부 지자체에서 시행하고 있는 특별보조금 지급도 고려할 만하다고 생각됩니다.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는 영상진료 원격 진단 스마트 협진 플랫폼을 통해 의료의 접근성을 확보하고 있고, 캐나다 사스카툰주에서는 지역 환자가 원격 리모트 진료실에서 전문가의 진료를 받는 제도를 운영 중에 있습니다. 지방에 수도권과 비슷한 병원과 의료진을 배치할 수 없기 때문에 지방에서도 수도권에 있는 의료진에게 협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죠. 물론 이러한 과정에서 분명 생각지 못한 문제점도 발견될 겁니다. 하지만 그 과정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 속에 한국 의료체계는 한발짝 더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내 의료수가의 구조적 문제>
◆ 한승범 : 그럼 이번에는 우리나라 의료수가에 대해 문제점을 짚어볼까요? 의료수가란 의료에 가격표라고 보시면 됩니다. 우리나라 수가의 특징을 이야기하면 기본적으로 OECD 국가들에 비해 저수가이고 행위별수가제입니다. 행위별수가제라는 것은 의사가 환자를 치료할 때 진단, 검사, 수술, 처치 등 여러 가지 행위에 각각의 수가를 부과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이런 제도는 각각의 행위에 수가가 부과되기 때문에 다소 과잉진료를 유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대 개념은 포괄수가제이죠. 이는 특정 질환이나 행위의 전체에 대해서 수가를 부과합니다.즉, 여러가지 행위를 해도 수가가 늘어나지 않는 그런 시스템인 거죠. 이렇게 되면 의료 비용은 절약되지만 서비스의 질이 다소 떨어질 수 있는 단점이 있습니다.그럼 이런 저수가 구조 속에서 어떻게 우리나라에 많은 민간병원들이 유지가 될까요?우리나라에는 비급여수가 항목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는 상대적으로 덜 필수적인 의료 행위에 대해 건강보험에서 보상하지 않고 환자들이 직접 지불하게 되는 진단, 수술, 처치 및 재료 등의 의료서비스 항목입니다. 이러한 비급여가 과연 무슨 문제를 일으키고 있을까요?일견 보기에는 덜 필요한 진료에 대해 환자들이 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그런대로 합리적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바로 함정이 있습니다. 우리가 필수의료라고 부르는 소위 생명과 직접 연관된 바이탈 과목일수록 비급여보다는 급여로 커버되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즉, 필수의료는 소송 등의 법률적 리스크도 큰 것에 비해 비급여 항목이 적어 보상은 적은, 즉 높은 위험도에 낮은 보상이 되고, 반대로 비필수, 비바이탈 과목은 비급여 항목이 상대적으로 많아 위험성은 낮은데 보상은 높은 구조가 생기게 되죠. 이것이 바이탈과 기피 현상으로 이어진다고 볼 수가 있습니다. 현재 많은 젊은 의학도들이 필수의료보다는 비필수진료 과목을 전공으로 선택하는 큰 이유입니다. 그럼 비급여 항목을 대폭 축소하면 되지 않을까?라고 질문하는 분들이 계실 텐데요. 이게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습니다. 비급여수가가 저수가인 급여수가를 보완해서 많은 병원들의 경영을 유지하게 하는 측면이 큽니다. 즉, 비급여를 축소하려면 급여분야의 수가를 많이 올려야 되고, 이는 건보료 인상 또는 막대한 재정 투입이 필요하게 됩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3천만 명 이상의 국민들이 가입하고 있는 실손보험 문제입니다. 실손보험은 건강보험에서 지불해주지 않는 본인 부담금을 해결해주는 민간보험입니다. 따라서 민간보험사와 개인간의 계약입니다. 이를 위해 오랜기간 동안 적지 않은 보험료를 납부해왔는데 갑자기 비급여 항목이 줄게 되면 보험사 입장에서는 환영하겠지만 보험가입자 입장에서는 화가 나는 일일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비급여를 축소하기 위해 급여수가를 정상화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국내 의료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과제>
◆ 한승범 : 국내 의료의 현주소, 의정 갈등으로 아직도 해결해야 할 점들이 많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국내 의료서비스는 낮은 수준의 의료비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성비가 좋은 제도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민간 중심 의료의 고효율성에서 찾을 수가 있겠습니다.한마디로 의사뿐 아니라 의료기관 종사자들의 과로의 결과라고 볼 수 있는데요. 실제로 주변에 주 6~7일, 저녁 늦은 시간까지 일하는 병원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어디 그뿐일까요? 미래 의료의 핵심은 디지털 헬스케어와 스마트 병원이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이 모든 것도 대한민국이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 우수한 실정입니다.디지털 헬스케어와 스마트 병원이란 이야기 많이 들어보셨죠? 미래 병원이 지향하는 개념인데요. 간단히 줄여 얘기하자면 스마트 병원이란 ICT(정보통신기술), 인공지능, 빅데이터, 로봇, 사물인터넷 기술 등을 이용하여 환자 중심의 안전하고 효율적인 치료를 제공하는 병원을 얘기합니다. 다시 말하면 의료 종사자의 실수를 줄이고 환자 의료데이터를 가지고 환자 맞춤형 의료를 제공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럼 실제 우리나라 병원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을까요? 국내 대학병원 중 일부에서는 모든 의무기록, 즉 환자 건강 정보가 클라우드 기반의 병원정보시스템으로 표준화되어 운영되며 저장됩니다. 이렇게 되면 예를 들어 환자가 특정한 약물에 이상 반응을 일으킨 기왕력이 있다면 같은 약물을 의사가 처방하게 될 경우 의료 정보시스템에서 자동으로 알람이 뜨게 됩니다. 환자의 안전성이 높아지게 되는 거죠. 주사 약물 투여도 컴퓨터에 의해 약물의 종류 및 투여량이 자동 조절되는 시스템이 있어서 투약 오류 등의 실수를 막을 수 있는 스마트 인퓨전 펌프 솔루션 시스템도 함께 사용되고 있습니다. 또한 유전체 분석을 통하여 환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질병을 미리 예측하여 예방하고, 특정 암의 경우 환자의 유전체 정보를 이용하여 환자에게 최적의 표적 항암 치료도 시행되고 있지요. 이것이 환자 맞춤형 정밀 의학이 되겠습니다. 멀지 않은 미래에는 환자들의 여러 가지 검사 수치와 영상 데이터를 가지고 인공지능이 의사의 진단과 치료 과정을 돕는 이러한 일들을 쉽게 우리는 상상할 수 있습니다. 즉, 미래 스마트 병원의 핵심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두 가지가 될 것으로 생각을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의료비용 측면에서 건강보험 수혜자는 급격히 증가하고 반대로 부담자, 즉 보험료를 낼 세대는 점차 줄어들어 건강보험 재정이 어디까지 버틸 수 있느냐가 심히 걱정되는 수준입니다. 단순히 비용만의 문제가 아니라 의료 인력, 돌봄 인력, 또 많은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이 됩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료계와 정부, 그리고 우리 모두가 힘을 합쳐 닥쳐올 의료분야의 난제들을 해결해야 될 것입니다. 조금 전 이야기한 디지털 기술, 인공지능, 로봇 기술 등이 의료의 효율성을 높여 보다 적은 비용으로 질 좋은 의료를 제공해야겠으며, 20~30년 이후 인구 구조의 변화에 대비해 미리 국가 단위의 의료의 청사진도 만들어 놓아야 할 것입니다. 무조건 의사 수만 늘린다고 되는 문제는 아니지요.또 하나의 문제는 현재 미국이 주도하는 신약 개발 시장으로 인해 특히 항암제 등의 약물에 대한 비용이 천문학적이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시행 중인 특정 난치성 백혈병 환자들에게 시행하는 면역 항암 치료인 CAR-T 치료는 1인당 치료 비용이 3억 원이 넘습니다. 이러한 약물 여러 종이 이미 FDA를 통과하여 대기 중에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다발성 골수종 같은 특정 암의 치료제들입니다. 즉, 경제 수준의 차이에 의한 의료의 불평등 문제도 우리가 깊이 고민해봐야 되며, 나아가서 우리나라 의료 및 제약 산업도 신약과 바이오 의약품 개발을 통해 국부 창출은 물론 의료비용 부담도 줄이도록 육성을 해야 되겠습니다. 이를 위해서 국가 단위의 대규모 연구개발 투자 지원도 필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결론적으로 다가올 노령화 사회에 대비하기 위해서 우리 사회가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정부, 의료계뿐 아니라 사회 여러 분야가 힘을 합쳐 미래 의료에 대한 청사진을 만들어 대비해야 할 것입니다. 이 청사진에는 우리 의료의 인적 그리고 물적 자원을 어떻게 구성하고 배치해야 하는지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것만은 기억하자>
◆ 한승범 :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대한민국 의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딱 한 가지만 마지막으로 기억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국내 의료기술은 세계에서 인정받는 최고라는 점, 그리고 앞으로를 위해 많은 의학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늘 저의 이야기가 여러분들이 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YTN 이시우PD (lsw5407@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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