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차 놓치고 당황한 시각장애 외국인...버스기사, 퇴근 후 운전대 잡았다

막차 놓치고 당황한 시각장애 외국인...버스기사, 퇴근 후 운전대 잡았다

2025.08.07. 오전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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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차 놓치고 당황한 시각장애 외국인...버스기사, 퇴근 후 운전대 잡았다
지난 1일 밤 경주역으로 향하던 외국인 두 명이 경북 경주 51번 버스에 앉아 있는 모습 / 경주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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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주의 한 시내버스 기사가 막차 운행을 마친 뒤, 목적지를 잘못 알고 당황하던 외국인 승객 두 명을 자신의 승용차로 직접 데려다준 미담이 알려져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경주 시내버스 회사 '새천년미소' 소속 51번 버스 운전기사 김수찬(65세) 씨다.

김 씨는 지난 1일 밤 경주 시내 화랑로 인근 정류장에서 외국인 남녀 승객 두 명이 버스에 탑승하는 것을 확인했다. 해당 시간대에 김 씨가 운행하던 51번 버스 종점은 충효동 문화중·고등학교 앞이었는데, 두 외국인의 목적지는 KTX 경주역이었다. 종점과 경주역은 약 7.8km 떨어진 곳이었다.

막차인 점을 고려하면 두 사람이 경주역까지 이동하기는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었다. 게다가 남성 승객은 시각장애인이었는데, 보행 지팡이를 든 채 동행한 여성과 함께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이 모습을 운전석에서 지켜본 김 씨는 종점에 도착한 뒤 버스를 정차시키고, 휴대전화 통역 앱을 이용해 승객들의 사정을 물었다.

이들이 경주역에 가고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한 김 씨는 버스를 차고지에 입고한 뒤, 자신의 승용차에 두 외국인을 태워 경주역까지 직접 데려다주었다. 두 사람은 연신 "Thank you"를 외치며 김 씨에게 고마움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연은 마침 같은 버스를 타고 퇴근 중이던 경주시 내남면행정복지센터의 강호지 산업팀장을 통해 외부에 알려졌다. 강 팀장은 당시 상황을 지켜본 뒤 두 승객의 동의를 얻어 촬영한 사진과 함께 사연을 주변에 전달했고, 이 훈훈한 이야기는 빠르게 지역 사회에 퍼져나갔다.

김 씨는 "그 상황이었다면 누구라도 저처럼 행동했을 것"이라며 "경주를 찾은 손님이 불편 없이 여행을 마칠 수 있어 기쁘다"고 겸손한 소감을 밝혔다.

김 씨의 선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2021년에는 심정지로 위급한 상황에 처한 승객에게 심폐소생술(CPR)을 시행해 생명을 구한 공로로 'TS교통안전 의인상'을 받았다.

YTN digital 류청희 (chee0909@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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