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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구 천수주말농장에서 주렁주렁 열린 바나나(왼쪽)와 제주 한경면의 한 농장 밭에서 익어버린 단호박(오른쪽) / 연합뉴스, 제주볼레섬농장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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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이어지는 기록적인 폭염 속에서 대한민국 작물에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 도심에서는 열대 과일인 바나나가 열렸고, 제주에서는 밭에서 자라던 단호박이 뜨거운 햇볕 때문에 자연스럽게 익어버리는 일이 발생했다.
31일 뉴스1의 보도에 따르면, 서울 노원구 천수주말농장 한 가운데 성인 남성 키 1.5배에 달하는 바나나 나무가 우뚝 솟아 있다. 길게 뻗은 잎 아래로는 손바닥만 한 자주색 꽃과 함께 바나나 세 송이가 주렁주렁 열려 있다.
열대과일인 바나나는 보통 고온다습한 동남아시아에서 잘 자란다. 국내에서는 대부분 비닐하우스에서 재배되는데, 연일 폭염이 이어지면서 도심 속 노지에서도 바나나가 열린 것이다. 실제로 30일 농장 온습도계는 '35.8도, 습도 73%'를 가리켰다.
농장을 운영하는 마명선 씨는 "날이 너무 더워서 처음엔 무화과를 심어봤는데 너무 잘 자라서, 바나나도 심어보기로 했다"며 "4년 전 처음 바나나 나무에 꽃이 피었다"고 전했다.
한편, 같은 날 제주에서는 이례적인 기온으로 단호박이 밭에서 '찜질'을 당하는 피해가 발생했다.
제주시 한경면에 위치한 제주볼레섬농장은 공식 SNS에 "너무 더워서 밭에서 익어버림"이라는 설명과 함께 노랗게 익은 단호박 속살을 영상으로 공개했다.
영상에서는 줄기에 달린 단호박을 가위로 긁자 마치 찜기에 찐 것처럼 속살이 포슬포슬한 모습이 담겼다.
농장 측은 "미니단호박 2차 수확하러 갔는데 계속되는 폭염특보에 더위 먹은 밤호박들이 많이 보인다"며 "혹시나 해서 찔러보니 진짜로 익었다. 그 와중에도 '보우짱' 품종이라 밤처럼 포슬포슬 익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들이 단순한 기상 이변으로 볼 것이 아니라, 기후 변화에 따른 농업 환경 변화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폭염과 같은 이상 기후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작물의 상품성"이라며 "열대작물들의 경우 국내에서 상품화가 어렵기 때문에 결국 중요한 것은 재해에 강한 기존 품종의 개발"이라고 강조했다.
또 "농촌진흥청과 같은 기관 주도하에 기후 변화 속도에 맞는 품종에 대한 연구·개발과 보급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YTN digital 류청희 (chee0909@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31일 뉴스1의 보도에 따르면, 서울 노원구 천수주말농장 한 가운데 성인 남성 키 1.5배에 달하는 바나나 나무가 우뚝 솟아 있다. 길게 뻗은 잎 아래로는 손바닥만 한 자주색 꽃과 함께 바나나 세 송이가 주렁주렁 열려 있다.
열대과일인 바나나는 보통 고온다습한 동남아시아에서 잘 자란다. 국내에서는 대부분 비닐하우스에서 재배되는데, 연일 폭염이 이어지면서 도심 속 노지에서도 바나나가 열린 것이다. 실제로 30일 농장 온습도계는 '35.8도, 습도 73%'를 가리켰다.
농장을 운영하는 마명선 씨는 "날이 너무 더워서 처음엔 무화과를 심어봤는데 너무 잘 자라서, 바나나도 심어보기로 했다"며 "4년 전 처음 바나나 나무에 꽃이 피었다"고 전했다.
한편, 같은 날 제주에서는 이례적인 기온으로 단호박이 밭에서 '찜질'을 당하는 피해가 발생했다.
제주시 한경면에 위치한 제주볼레섬농장은 공식 SNS에 "너무 더워서 밭에서 익어버림"이라는 설명과 함께 노랗게 익은 단호박 속살을 영상으로 공개했다.
영상에서는 줄기에 달린 단호박을 가위로 긁자 마치 찜기에 찐 것처럼 속살이 포슬포슬한 모습이 담겼다.
농장 측은 "미니단호박 2차 수확하러 갔는데 계속되는 폭염특보에 더위 먹은 밤호박들이 많이 보인다"며 "혹시나 해서 찔러보니 진짜로 익었다. 그 와중에도 '보우짱' 품종이라 밤처럼 포슬포슬 익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들이 단순한 기상 이변으로 볼 것이 아니라, 기후 변화에 따른 농업 환경 변화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폭염과 같은 이상 기후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작물의 상품성"이라며 "열대작물들의 경우 국내에서 상품화가 어렵기 때문에 결국 중요한 것은 재해에 강한 기존 품종의 개발"이라고 강조했다.
또 "농촌진흥청과 같은 기관 주도하에 기후 변화 속도에 맞는 품종에 대한 연구·개발과 보급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YTN digital 류청희 (chee0909@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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