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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5년 7월 24일 (목)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신영재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이원화 변호사(이하 이원화):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에 위치한 그곳에는 당시, 백 삼십여 명이 넘는 여성들이 함께 모여살고 있었습니다. 자의에 의한 건 아니었고요. 가출 후 방황을 하고 있다거나, 가정 형편이 어려운 경우 교육이란 명분으로 사회와 차단된 채 살게 됐던 것이었죠. 그런데 학생들에게 기술을 가르쳐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게 해준다던 그곳은 무언가 좀 이상했습니다. 해당 시설에 살고 있는 학생들에겐 조금의 자유도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편지를 검열하고, 창문엔 쇠창살이 설치됐죠. 밖으로 나가고 싶다한들, 경비원에게 가로막혀 나갈 수조차 없었습니다. 말을 듣지 않을 경우엔, 혹독한 가혹행위까지 이어졌다고 하죠. 어쩌면 감옥보다도 못했던 그곳에서 탈출하기 위해 당시 시설에 살던 여학생들은 무모한 선택을 하고야 말았습니다. 기숙사 커튼에 불을 질러 탈출을 계획했던 것이죠. 당시 해당 시설에서 가장 나이가 어린 여성은 단 13살이었고. 최연장자는 33살의 성인 여성이었다고 합니다. 과연 이 사건의 끝은 어땠을까요? 오늘 사건 엑스파일에서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엑스파일, 이원화입니다. 로엘 법무법인, 신영재 변호사와 함께 합니다. 변호사님, 어서오세요.
◇신영재 변호사(이하 신영재): 안녕하세요, 신영재 변호사입니다.
◆이원화: 2025년인 지금 대한민국 어딘가에 이런 곳이 있다고 하면 그야말로 사회가 발칵 뒤집힐 만한 사건이 아닌가 싶거든요?
◇신영재: 그렇습니다, 지금으로서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일인데요. 오늘 우리가 다룰 이 사건은 1995년 경기여자기술학원에서 일어난 화재사건입니다.
◆이원화: 그런데 95년이라고 하면, 저 초등학교 다닐 때거든요. 물론 오래전이지만, 그래도 그때 진짜 이런 일이 있었다고 놀랄만한 그런 사건이었던 것 같은데 경기여자기술학원, 여기가 학원이란 이름이 붙었습니다만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학원은 아니었죠?
◇신영재: 맞습니다, “이름만 ‘학원’이지,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학원은 아니구요. 가출 청소년이나 가정형편이 어려운 소녀들을 보호하고 교육한다는 명목으로 데려다 놓고는 사실상 감금상태로 두었던 곳인데요, 사회와 단절된 채 감시 속에서 살았던, 그야말로 수용소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원화: 언뜻 형제복지원이 떠오르는데요?
◇신영재: 저도 바로 형제복지원부터 생각나더라고요. 국가 보조금을 타내려고 약자를 모아놓고 운영하는 구조죠. 보호라는 명분으로 인권유린과 감금이 일상이었고, 게다가 종교재단이 위탁 운영하면서 신앙교육이라는 이름으로 강제 예배와 정신교육까지 더해졌습니다.
◆이원화: 부모님이 키울 형편이 안돼서 잠시 교육을 위해 맡겨놓은 그런 학생들도 있다, 알려졌거든요.
◇신영재: 그렇습니다. 꼭 가출을 하거나 문제를 일으킨 아이들만 있었던 게 아니구요, 부모가 형편상 맡긴 경우도 있었고, 스스로 진학을 포기하고 기술을 배우겠다고 들어오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대부분은 10대 미성년자들이었는데, 최연소는 13살, 최연장자는 33살이었다고 합니다.
◆이원화: 학생들을 상대로 교육은 제대로 했나 모르겠습니다. 전문 인력이라든지 교육 커리큘럼이라든지, 실제 자격증을 취득한 학생들이 많다든지 어땠나요?
◇신영재: 네, 학원이라는 이름이 무색했는데요. 개원 이래 실제 자격증을 취득한 인원은 20%도 안됐다고 합니다. 매일 3시간씩 시대에 뒤떨어진, 형식적인 기술 교육을 받아야 했고요, 이런 커리큘럼에 대해 학생들이 문제를 제기해도 개선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오히려 교화라는 명목 하에 감시와 인권유린이 비일비재했다는데요. 말을 듣지 않는 학생들을 구타하고, 편지를 검열하고, 문과 창문에는 쇠창살을 설치했고요, 심지어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하고 청원경찰과 경비원을 통해 탈주를 막기까지 했습니다.
◆이원화: 이거 만약에 지금 이런 곳이 있다하면 이거 다 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 거죠?
◇신영재: 그렇습니다, 지금이라면 감금, 폭행, 아동복지법 위반, 강요죄 등으로 강력하게 처벌받을 수 있겠지만, 당시엔 인권 감수성도 제도적 장치도 많이 부족했습니다.
◆이원화: 진짜 말도 안 되는 일들을 겪었다 싶은데 학생들이 이렇게 극단적인 상황에 내몰리다 보니 정말 해서는 안 될 그런 생각을 하게 됐던 거죠?
◇신영재: 맞습니다. 이런 감옥보다도 못한 곳에서 도저히 나올 방법을 찾을 수 없던 아이들은 결국 극단적인 방법을 생각해내게 됩니다. 바로, 불을 지르면 문을 열어줄 거라고 생각을 한 건데요. 그만큼 탈출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던 거겠죠.
◆이원화: 불이 나면, 연기가 날테고, 문을 열어줄 수밖에 없을 거다 그때를 틈타서 빠져나가자, 이런 계획이었던 건데 그냥 생각만으로 그친 게 아니라, 실제 시행까지 했습니까?
◇신영재: 네, 실제로 실행에 옮겼습니다. 사건 당일 학생들 대부분은 이 계획을 알고 있었다고 하는데요, 깊은 새벽, 창문을 깨는 소리를 신호로 여러 방에서 동시에 불을 질렀습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문은 열리지 않았고, 불은 삽시간에 번져버렸습니다. 비상구도 출입문도 잠긴 채, 결국 끔찍한 참사가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이원화: 문이 다 잠긴 상태라고 했잖아요. 아무도 안 왔던 거예요?
◇신영재: 청원경찰은 열쇠가 없어 문을 못 열었고요, 뒤늦게 직원 중 한명이 열쇠꾸러미를 들고 2층으로 올라가 문을 열어줬다고 주장하는데 어떠한 이유에선지 2층 사감만 탈출하고 화장실로 대피했던 2층 학생들은 다시 잠긴 2층 문을 열지 못했습니다. 일부 생존자들은, 사감 선생님만 나가게 해놓고 다시 문을 잠궜다고도 주장하구요, 실제로 도망 나오던 일부 학생들은 밖에서 몽둥이를 들고 서 있던 청원경찰이 당장 강당으로 들어가라 그래서 들어갔다고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 사상자 중 기숙학원 어른들은 단 한명도 없었다고 합니다.
◆이원화: 그러면 어떻게 됐습니까?
◇신영재: 말그대로 아비규환이었습니다. 소화기 소화액은 굳은지 오래였고요, 화재경보기는 직원이 사고 며칠 전 꺼두었다고 하는데요, 시끄럽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학생들은 평소 대피훈련도 제대로 받지 못했는데요, 출동한 소방관들은 쇠창살에 갇혀있는 학생들을 구조하는 데도 애를 먹었습니다. 결국 불은 1시간 만에 진화되었지만 약 40명이 질식해 사망했습니다. 안전조치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발생한 참사였습니다.
◆이원화: 참 안타깝다란 말로는 부족한 그런 상황인 것 같은데 인권유린과 가혹행위에 시달리던 이 여학생들이 명백한 피해자였습니다만 어쨌든 불을 내서 사망자가 나왔으니까요. 방화혐의로 처벌 받았으려나요?
◇신영재: 네, 학생들이 이런 결과를 생각한 건 절대 아니었을 테지만요, 결과적으로 불을 지른 17명의 소녀들 중 형사미성년자인 13세 원생을 제외한 나머지는 현주건조물방화치사 및 치상 혐의로 구속되었습니다. 다만 이 소녀들은 형사 처벌을 받는 게 아니라, 가정법원 소년부로 송치되었습니다. 그런데 진짜 화가 나는 포인트는 따로 있었습니다.
◆이원화: 뭐였죠?
◇신영재: 바로 학원 측의 뻔뻔한 태도였습니다. 자신들은 아이들을 사랑으로 지도했다고 책임을 회피하고, 모든 잘못을 원생들에게로 전가했습니다. 아이들을 구하는 것보다는 탈출하는 것을 막는 데만 급급했단 것이 뒤늦게 알려지기는 했지만, 당시만 해도 비난의 화살은 문제아로 낙인 찍힌 원생들이었습니다.
◆이원화: 그러면 학원 관계자들은 법적 처벌, 안 받았습니까?
◇신영재: 이 학원 원장과 직원들도 형사처벌을 받기는 했지만, 각각 징역 1년 6개월, 2년에 집행유예 3년형이라는 가벼운 처벌에 그쳤습니다. 이후 사망자의 유족들이 학원 측과 경기도를 상대로 불법수용과 비인간적 처우로 화재를 야기했다며 3억 원이 넘는 손해배상소송도 했지만, 사회적 인식도, 법적 기준도 지금과는 달라 억울함이 컸습니다.
◆이원화: 벌써 30여년 전의 일입니다만 당시 구금돼있다시피 했던 이 여성들, 지금이라도 해당 시설에 대한 손해배상이라든지, 문제제기를 할 순 없을까요?
◇신영재: 지금이라도 손해배상청구의 소멸시효만 남아있다면 문제제기는 가능합니다. 과거 비슷한 여성수용시설이었던 평택여자기술양성원에 대하여 진실화해위원회에서는 인권침해사건이라고 판단하며 국가에 사과권고를 하였고, 이 결정을 근거로 피해자들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소송을 걸어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된 사안이 있습니다. 다만 사안별로 사실관계와 소멸시효 여부를 꼼꼼히 따져봐야겠습니다.
◆이원화: 사건엑스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집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엑스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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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화 변호사(이하 이원화):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에 위치한 그곳에는 당시, 백 삼십여 명이 넘는 여성들이 함께 모여살고 있었습니다. 자의에 의한 건 아니었고요. 가출 후 방황을 하고 있다거나, 가정 형편이 어려운 경우 교육이란 명분으로 사회와 차단된 채 살게 됐던 것이었죠. 그런데 학생들에게 기술을 가르쳐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게 해준다던 그곳은 무언가 좀 이상했습니다. 해당 시설에 살고 있는 학생들에겐 조금의 자유도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편지를 검열하고, 창문엔 쇠창살이 설치됐죠. 밖으로 나가고 싶다한들, 경비원에게 가로막혀 나갈 수조차 없었습니다. 말을 듣지 않을 경우엔, 혹독한 가혹행위까지 이어졌다고 하죠. 어쩌면 감옥보다도 못했던 그곳에서 탈출하기 위해 당시 시설에 살던 여학생들은 무모한 선택을 하고야 말았습니다. 기숙사 커튼에 불을 질러 탈출을 계획했던 것이죠. 당시 해당 시설에서 가장 나이가 어린 여성은 단 13살이었고. 최연장자는 33살의 성인 여성이었다고 합니다. 과연 이 사건의 끝은 어땠을까요? 오늘 사건 엑스파일에서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엑스파일, 이원화입니다. 로엘 법무법인, 신영재 변호사와 함께 합니다. 변호사님, 어서오세요.
◇신영재 변호사(이하 신영재): 안녕하세요, 신영재 변호사입니다.
◆이원화: 2025년인 지금 대한민국 어딘가에 이런 곳이 있다고 하면 그야말로 사회가 발칵 뒤집힐 만한 사건이 아닌가 싶거든요?
◇신영재: 그렇습니다, 지금으로서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일인데요. 오늘 우리가 다룰 이 사건은 1995년 경기여자기술학원에서 일어난 화재사건입니다.
◆이원화: 그런데 95년이라고 하면, 저 초등학교 다닐 때거든요. 물론 오래전이지만, 그래도 그때 진짜 이런 일이 있었다고 놀랄만한 그런 사건이었던 것 같은데 경기여자기술학원, 여기가 학원이란 이름이 붙었습니다만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학원은 아니었죠?
◇신영재: 맞습니다, “이름만 ‘학원’이지,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학원은 아니구요. 가출 청소년이나 가정형편이 어려운 소녀들을 보호하고 교육한다는 명목으로 데려다 놓고는 사실상 감금상태로 두었던 곳인데요, 사회와 단절된 채 감시 속에서 살았던, 그야말로 수용소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원화: 언뜻 형제복지원이 떠오르는데요?
◇신영재: 저도 바로 형제복지원부터 생각나더라고요. 국가 보조금을 타내려고 약자를 모아놓고 운영하는 구조죠. 보호라는 명분으로 인권유린과 감금이 일상이었고, 게다가 종교재단이 위탁 운영하면서 신앙교육이라는 이름으로 강제 예배와 정신교육까지 더해졌습니다.
◆이원화: 부모님이 키울 형편이 안돼서 잠시 교육을 위해 맡겨놓은 그런 학생들도 있다, 알려졌거든요.
◇신영재: 그렇습니다. 꼭 가출을 하거나 문제를 일으킨 아이들만 있었던 게 아니구요, 부모가 형편상 맡긴 경우도 있었고, 스스로 진학을 포기하고 기술을 배우겠다고 들어오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대부분은 10대 미성년자들이었는데, 최연소는 13살, 최연장자는 33살이었다고 합니다.
◆이원화: 학생들을 상대로 교육은 제대로 했나 모르겠습니다. 전문 인력이라든지 교육 커리큘럼이라든지, 실제 자격증을 취득한 학생들이 많다든지 어땠나요?
◇신영재: 네, 학원이라는 이름이 무색했는데요. 개원 이래 실제 자격증을 취득한 인원은 20%도 안됐다고 합니다. 매일 3시간씩 시대에 뒤떨어진, 형식적인 기술 교육을 받아야 했고요, 이런 커리큘럼에 대해 학생들이 문제를 제기해도 개선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오히려 교화라는 명목 하에 감시와 인권유린이 비일비재했다는데요. 말을 듣지 않는 학생들을 구타하고, 편지를 검열하고, 문과 창문에는 쇠창살을 설치했고요, 심지어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하고 청원경찰과 경비원을 통해 탈주를 막기까지 했습니다.
◆이원화: 이거 만약에 지금 이런 곳이 있다하면 이거 다 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 거죠?
◇신영재: 그렇습니다, 지금이라면 감금, 폭행, 아동복지법 위반, 강요죄 등으로 강력하게 처벌받을 수 있겠지만, 당시엔 인권 감수성도 제도적 장치도 많이 부족했습니다.
◆이원화: 진짜 말도 안 되는 일들을 겪었다 싶은데 학생들이 이렇게 극단적인 상황에 내몰리다 보니 정말 해서는 안 될 그런 생각을 하게 됐던 거죠?
◇신영재: 맞습니다. 이런 감옥보다도 못한 곳에서 도저히 나올 방법을 찾을 수 없던 아이들은 결국 극단적인 방법을 생각해내게 됩니다. 바로, 불을 지르면 문을 열어줄 거라고 생각을 한 건데요. 그만큼 탈출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던 거겠죠.
◆이원화: 불이 나면, 연기가 날테고, 문을 열어줄 수밖에 없을 거다 그때를 틈타서 빠져나가자, 이런 계획이었던 건데 그냥 생각만으로 그친 게 아니라, 실제 시행까지 했습니까?
◇신영재: 네, 실제로 실행에 옮겼습니다. 사건 당일 학생들 대부분은 이 계획을 알고 있었다고 하는데요, 깊은 새벽, 창문을 깨는 소리를 신호로 여러 방에서 동시에 불을 질렀습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문은 열리지 않았고, 불은 삽시간에 번져버렸습니다. 비상구도 출입문도 잠긴 채, 결국 끔찍한 참사가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이원화: 문이 다 잠긴 상태라고 했잖아요. 아무도 안 왔던 거예요?
◇신영재: 청원경찰은 열쇠가 없어 문을 못 열었고요, 뒤늦게 직원 중 한명이 열쇠꾸러미를 들고 2층으로 올라가 문을 열어줬다고 주장하는데 어떠한 이유에선지 2층 사감만 탈출하고 화장실로 대피했던 2층 학생들은 다시 잠긴 2층 문을 열지 못했습니다. 일부 생존자들은, 사감 선생님만 나가게 해놓고 다시 문을 잠궜다고도 주장하구요, 실제로 도망 나오던 일부 학생들은 밖에서 몽둥이를 들고 서 있던 청원경찰이 당장 강당으로 들어가라 그래서 들어갔다고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 사상자 중 기숙학원 어른들은 단 한명도 없었다고 합니다.
◆이원화: 그러면 어떻게 됐습니까?
◇신영재: 말그대로 아비규환이었습니다. 소화기 소화액은 굳은지 오래였고요, 화재경보기는 직원이 사고 며칠 전 꺼두었다고 하는데요, 시끄럽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학생들은 평소 대피훈련도 제대로 받지 못했는데요, 출동한 소방관들은 쇠창살에 갇혀있는 학생들을 구조하는 데도 애를 먹었습니다. 결국 불은 1시간 만에 진화되었지만 약 40명이 질식해 사망했습니다. 안전조치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발생한 참사였습니다.
◆이원화: 참 안타깝다란 말로는 부족한 그런 상황인 것 같은데 인권유린과 가혹행위에 시달리던 이 여학생들이 명백한 피해자였습니다만 어쨌든 불을 내서 사망자가 나왔으니까요. 방화혐의로 처벌 받았으려나요?
◇신영재: 네, 학생들이 이런 결과를 생각한 건 절대 아니었을 테지만요, 결과적으로 불을 지른 17명의 소녀들 중 형사미성년자인 13세 원생을 제외한 나머지는 현주건조물방화치사 및 치상 혐의로 구속되었습니다. 다만 이 소녀들은 형사 처벌을 받는 게 아니라, 가정법원 소년부로 송치되었습니다. 그런데 진짜 화가 나는 포인트는 따로 있었습니다.
◆이원화: 뭐였죠?
◇신영재: 바로 학원 측의 뻔뻔한 태도였습니다. 자신들은 아이들을 사랑으로 지도했다고 책임을 회피하고, 모든 잘못을 원생들에게로 전가했습니다. 아이들을 구하는 것보다는 탈출하는 것을 막는 데만 급급했단 것이 뒤늦게 알려지기는 했지만, 당시만 해도 비난의 화살은 문제아로 낙인 찍힌 원생들이었습니다.
◆이원화: 그러면 학원 관계자들은 법적 처벌, 안 받았습니까?
◇신영재: 이 학원 원장과 직원들도 형사처벌을 받기는 했지만, 각각 징역 1년 6개월, 2년에 집행유예 3년형이라는 가벼운 처벌에 그쳤습니다. 이후 사망자의 유족들이 학원 측과 경기도를 상대로 불법수용과 비인간적 처우로 화재를 야기했다며 3억 원이 넘는 손해배상소송도 했지만, 사회적 인식도, 법적 기준도 지금과는 달라 억울함이 컸습니다.
◆이원화: 벌써 30여년 전의 일입니다만 당시 구금돼있다시피 했던 이 여성들, 지금이라도 해당 시설에 대한 손해배상이라든지, 문제제기를 할 순 없을까요?
◇신영재: 지금이라도 손해배상청구의 소멸시효만 남아있다면 문제제기는 가능합니다. 과거 비슷한 여성수용시설이었던 평택여자기술양성원에 대하여 진실화해위원회에서는 인권침해사건이라고 판단하며 국가에 사과권고를 하였고, 이 결정을 근거로 피해자들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소송을 걸어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된 사안이 있습니다. 다만 사안별로 사실관계와 소멸시효 여부를 꼼꼼히 따져봐야겠습니다.
◆이원화: 사건엑스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집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엑스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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