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권리 vs 여론 재판, 제2의 '故이선균 사건' 막으려면…

알 권리 vs 여론 재판, 제2의 '故이선균 사건' 막으려면…

2025.07.16. 오전 10:48.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5년 7월 16일 (수)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김보경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이원화 변호사(이하 이원화): 이 논란이 불거진 지도 벌써 1년 7개월 가까운 시간이 흘렀습니다. 지난 2023년 12월, 배우 이선균 씨가 마약 투약 혐의로 조사를 받던 중 사망했는데, 이후 피의사실 공표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죠. 당시 이선균 씨의 수사 정보를 외부에 유출한 경찰관과 검찰 수사관, 그리고 그들로부터 정보를 건네받아 또 다른 기자에게 전달한 기자까지 이들이 최근에서야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아마도 각자가 받는 혐의에 따라 응당한 법적 책임을 지게 될 겁니다. 그런데, 이들의 처벌로 모든 문제가 말끔히 해결되는 걸까요? 피의사실 공표죄가 엄연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 걸까요. 한편 이선균 씨를 협박해 금품을 뜯어낸 유흥업소 실장에 대한 항소심도 현재 진행중입니다. 최근 조건부 보석으로 석방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는데요. 오늘 사건 엑스파일에서 이 문제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엑스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은 로엘 법무법인, 김보경 변호사와 함께 합니다. 변호사님, 어서오세요.

◇김보경 변호사(이하 김보경): 네, 안녕하세요


◆이원화:이 논란이 불어진 지도 벌써 1년 7개월여가 지났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인데요. 많은 분들이 아직도 그 날의 충격, 기억하고 계실 겁니다. 배우 고 이선균 씨 사건, 저도 처음에 보도되자마자 굉장히 놀랐던 걸로 기억하거든요.

◇김보경: 네, 이선균 씨가 2023년 10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형사 입건되었고 당시 이선균씨는 조사 내내 일관되게 부인해왔습니다. 다만 모두 아시듯이 이선균씨가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함에 따라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은 종결되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혐의도 혐의지만 수사가 일반적이지 않았고 그 과정이 대부분 언론에 공개되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이원화: 공개소환 조사를 불과 며칠 사이에 3차례나 진행했다는 점이 당시에도 꽤 이례적이란 말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김보경: 네, 매우 이례적이었습니다. 기억나시겠지만 경찰은 이선균 씨를 소환할 때마다 포토라인에 세워서 조사날에는 모든 포털 사이트와 SNS에 이선균 씨의 당혹스러운 표정이 담긴 사진으로 꽉 차있었어요, 심지어 마지막 조사 때는 조사시간이 무려 19시간을 넘겼다고 합니다. ‘경찰 수사에 관한 인권보호 규칙’ 제9조 및 수사준칙 제21조에 따르면 오후 9시부터 오전 6시까지, 즉 심야 시간대 조사는 해선 안된다고 규정되어 있고, 심야조사를 할 수 있는 경우에 대해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의 마지막 조사는 그 시간이 19시간을 넘겼어요. 이 점에 대하여 경찰의 마지막 조사가 심야조사 제한 규정을 위반했다는 말도 있었습니다. 더군다나 경찰은 이렇게 세 차례 소환조사를 하고, 이선균 씨에게 마약 간이검사와 정밀감정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선균 씨가 마약류를 투약하였다는 물증을 찾지 못했어요. 그렇게 조사 내내 이선균 씨가 고의성이 없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하고 계속해서 억울함을 호소하였음에도, 경찰은 유흥업소 실장의 진술에 따라 구성된 피의사실을 언론에 거의 스포츠 경기처럼 중계하면서 이선균 씨를 궁지로 몰아갔죠. 심지어 당시 고 이선균 씨가 유흥업소 실장의 진술의 신빙성을 따지기 위해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의뢰한 상태였다고 해요.

◆이원화: 방금 말씀해주신 대로, 이선균 씨 측에서 유흥업소 실장의 진술 신빙성에 문제제기를 하면서 거짓말탐지기 조사까지 요청했던 상황이었잖아요. 일단 이 유흥업소 실장은 이 사건과 구체적으로 어떻게 연결돼있는 인물입니까?

◇김보경: 이선균 씨가 마지막 조사에서 진술하기를 실장은 이선균 씨에게 수면제라며 약물을 준 인물이에요. 그리고 해킹범으로부터 텔레그램 메시지를 통해 협박을 받고 이선균 씨에게 “휴대전화가 해킹돼 협박받고 있는데 입막음용으로 돈이 필요하다”라고 하면서 3억 원을 가로챈 인물입니다.

◆이원화: 뭐라면서 어떻게 협박을 했던 거죠?

◇김보경: 해킹범은 유흥업소 실장과 이선균 씨와의 관계를 빌미로 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원화: 그래서 결국 이선균 씨가 이 실장이라는 사람한테 3억을 건넸던 건가요?

◇김보경: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경찰 조사 과정에서 밝혀진 바에 의하면 실장을 협박한 사람은 실장과 같은 아파트에 살며 평소 친하게 지낸 사람이었다고 해요. 이 사람은 평소 친했던 실장이 필로폰을 투약하였다는 정황뿐만 아니라 이선균 씨와 친하게 지낸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불법 유심칩을 이용해 해킹범 행세를 한 거였습니다.

◆이원화: 실장이란 사람은 협박범이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자신의 지인이란 사실을 몰랐던 건가요?

◇김보경: 네, 실장도 익명 텔레그램 메시지를 통해 협박해 누군지 모른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합니다. 수사 과정에서 그 협박범이 실장과 친한 지인 사이라는게 밝혀졌다는 사실도 언론을 통해 알 수 있었죠. 그리고 협박범의 협박에 따라 이선균에게 3억 5천만원이라는 거액을 뜯어낸 실장은 협박범에게 돈을 직접 주려고 했다고 해요. 그런데 정작 협박범은 실장이 한 남성을 대동하고 온 것을 보고 약속 장소에 나가지 않아 실장은 협박범에게 돈을 주지 못했다고 하고, 결국 그 돈 3억 5천만원의 행방도 오리무중이라고 합니다.

◆이원화: 유흥업소 실장이란 사람과 그 실장을 협박했다는 B씨 둘 다 아직 재판 진행 중이죠?

◇김보경: 네, 실장과 협박범은 1심에서 각각 징역 3년6개월과 징역 4년 2개월을 선고받았고, 1심 재판부는 “둘의 공갈 범행이 피해자의 사망 원인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고 지적하였지만, “실장은 협박범의 협박을 받은 피해자였고, 그 협박이 범행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으며, 협박범은 대체로 잘못을 인정하면서 반성했고 부양할 미성년 자녀가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습니다. 다만 둘 다 판결에 불복해 1심 판결이 확정되진 않았고 현재 모두 항소심 진행 중입니다.

◆이원화: 최근 유흥업소 실장이 보석으로 풀려났다는 보도도 있었는데요, 어떤 사유로 보석이 허가됐던 거죠?

◇김보경: 지난달 재판부가 직권으로 실장의 보석을 허가했습니다. 형사소송법상 항소와 상고 등 상소심에서는 구속기간을 2개월씩 최대 세 차례까지 갱신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유흥업소 실장은 1심 선고 이후 지난해 12월 31일부터 지난 5월 8일까지 3회에 걸쳐 구속기간이 갱신됐어요. 그렇게 되면 7. 16. 예정된 실장의 항소심 선고 공판이 오기 전에 실장이 구속기간이 만료되게 됩니다. 이 때문에 법원은 실자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 앞서 보석을 허가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합니다.

◆이원화: 결국 구속기간 만료가 임박한 상황이기 떄문에 검찰이나 재판부 입장에서도 보석 결정이 더 나은 선택이었다고 봐야겠죠?

◇김보경: 네, 특히 실장은 단순 석방이 아닌 조건을 부가하는 보석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구속 만기로 풀려날 경우 법적 제약이 없는 불구속 상태가 되지만, 보석 석방 시에는 법원이 정한 조건을 따라야 하기 때문에 보석 결정이 더 나은 선택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원화: 그리고 유흥업소 실장 측에서 ‘공갈 혐의 사건’이랑 별도의 ‘마약 투약 혐의’ 사건도 함께 다뤄달라, 요청했다 알려졌거든요. 이건 왜 그렇게 요청한 걸까요?

◇김보경: 네, 별도의 마약 투약 사건 항소심을 심리 중인 재판부에 공갈 사건의 병합을 신청한 것인데요. 통상 사건을 병합하는 이유에는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 재판의 효율성 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병합된 사건의 경우, 법원은 각 사건에 대한 판단을 개별적으로 내리지만, 전체적인 판결은 하나로 통합되기 때문에, 이는 피고인의 양형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이원화: 앞서도 잠시 이야기 나왔습니다만 당시 수사 상황이 언론을 통해 마치 스포츠 중계처럼 실시간으로 보도됐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피의사실공표 금지 원칙이 있는데도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 걸까요?

◇김보경: 네, 말씀하신 것처럼 피의사실공표 금지 원칙이 존재하고, 형법 제126조에도 수사기관이 직무수행 중 알게 된 피의사실을 공소제기 전에 공표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피의사실공표죄’가 규정되어 있습니다. 피의사실공표죄는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을 실현하고 피의자의 명예와 방어권을 보호하기 위한 조항인데요. 하지만 말씀하신 것처럼 최근 피의사실공표 금지 원칙에 위배되는 일들이 반복해서 일어나고 있고, 이에 대해서 최근 전문가들은 수사기관이 ‘국민의 알권리’와 ‘범죄피해 확산 방지를 위한 대국민 홍보’를 명분으로 수사 중인 피의사실을 언론에 공표하는 관행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였습니다.

◆이원화: 그래서 기소되는 경우도 많지 않고 기소된다고 해도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지 않다 알고 있거든요.

◇김보경: 네 맞습니다. 피의사실 공표죄를 엄격하게 적용한다면 언론이 국민의 관심도가 큰 정치적 비리사건이나 흉악한 범죄사건 등을 취재하고 보도하는 것이 어려워져 결과적으로 국민의 알 권리 보장범위가 축소된다는 문제가 발생하거든요. 이때문에 피의사실공표죄가 사문화되었다고 보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원화: 아무튼 이선균 씨 사건 당시에는 누가 이런 수사 정보를 흘렸던 거죠?

◇김보경: 수사관 한명과 경찰관 한명을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먼저 인천지검 소속 한 수사관인데요. 이 수사관은 이선균 씨가 마약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과 수사 진행 상황을 지역 신문 기자에게 전달하였다는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이 혐의 사실로 인하여 “톱스타 L씨, 마약 혐의로 내사 중”이라는 헤드라인으로 기사가 단독 보도되어 수사 정보가 외부로 확산되는 기점이 되었습니다. 저도 이 당시에 이 헤드라인만으로도 큰 충격을 받았고, 톱스타 L씨가 누군지 찾는 무수히 많은 댓글들을 봤던 것이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다른 한 명은 인천경찰청 소속 경찰관인데요. 이 경찰관은 인천경찰청 마약수사계 내부보고서를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그 내부보고서에는 이선균 씨의 마약 사건과 관련한 대상자 이름과 전과, 신분, 직업 등 인적 사항이 담겨있었다고 해요. 이 경찰관을 통해 보고서가 유출되었고, 결국 연예 매체를 통해 보고서 내용이 보도 자료로 공개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인천지검 형사6부는 2025년 6월 5일 수사관련 내부 정보를 유출한 인천지검 소속 수사관과 인천경찰청 소속 경찰 이 둘을 공무상 비밀누설 및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하였습니다.

◆이원화: 그런데 그 정보를 전달받은 기자가 이걸 기사화한 것도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건가요?

◇김보경: 정보를 받기만 한 단순 수신의 경우 개인정보보호법 법리에 따라 처벌이 어렵습니다. 개인정보보호법 제71조에는 영리 또는 부정한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를 처벌한다고 규정되어 있고, 이 때문에 검찰에서도 경찰과 수사관으로부터 정보를 제공받기만 한 기자들에 대해서는 영리나 부정한 목적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기소 처분을 했거든요. 하지만 수신한 정보를 재전달한 경우는 다릅니다. 현재 경정보를 전달받아 다른 기자에게 이걸 또 제공한 기자의 경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이원화: 당시 논란이 막 불거졌을 때는 이선균 방지법이다, 뭐다 해서 법안도 나오고 했던 걸로 아는데, 이런 사태가 다시 벌어지지 않으려면 제도적으로 어떤 보완이 필요하다고 보세요?

◇김보경: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알 권리, 정말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 사건을 지켜보던 전문가들은 대부분 피의사실공표로 인한 낙인효과가 심각하고 무죄추정의 원칙을 훼손하는 중대한 인권침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였습니다. 따라서 여론 재판 방지와 인권 보호를 위해 수사기관과 언론의 자정 노력과 더불어 제도 보완이 필요하긴 합니다. 피의사실공표행위의 법적 허용 한계를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고, 특히 수사 내용을 공개할 수 있는 수사기관의 자체 기준이 적절하게 다시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피의사실공표 피해자 명예회복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해 보입니다.


◆이원화: 사건엑스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집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엑스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