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여성 신고 취소해주세요" 수화기 너머 남자 목소리, 경찰은 살인범 왜 놓쳤나

"실종 여성 신고 취소해주세요" 수화기 너머 남자 목소리, 경찰은 살인범 왜 놓쳤나

2025.07.08. 오후 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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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5년 7월 8일 (화)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신도성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이원화 변호사(이하 이원화):오늘 소개해드릴 이 사건은요. 지난해 말, 벌어졌던 사건입니다. 현재 피고인이 항소하며, 항소심이 진행 중인 사건이죠.딸이 아무런 연락도 없이 집에 들어오지 않자 걱정이 된 어머니는 경찰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이에 경찰은 일단, 실종된 여성 A씨의 휴대폰으로 연락을 취했죠. 하지만 도통 연락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경찰서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지 않으셨나요? 집에 들어오지 않는다며 어머니가 신고했던 사람은 분명 자신의 딸 그러니까 여성이었는데, 경찰에 신고 취소 전화를 걸어온 사람의 목소리는 마치 남성이 억지로 여성의 목소리를 흉내내는 듯 했죠. 하지만 경찰에 직접 연락을 취했다던 이 여성은 끝끝내 자신의 가족에게로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이후 밝혀진 바에 따르면 어머니가 경찰에 신고 전화를 걸었던 그 시각, 여성은 이미 숨진 상태였다고 하죠. 그렇다면 경찰에 전화를 걸어, 마치 본인이 피해자인냥 연기했던 그 사람은 도대체 누구였을까요. 오늘 사건엑스파일에서 이 사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엑스파일, 이원홥니다. 오늘은 로엘 법무법인 신도성 변호사와 함께 합니다. 변호사님, 어서오세요.

◇신도성 변호사(이하 신도성): 안녕하세요. 로엘법무법인의 신도성 변호사입니다.

◆이원화: 지난해 말 발생해서,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인 사건인데요,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부터 차근히 짚어볼까요.

◇신도성: 네. 지난해 말, 한 여성이 실종된 것으로 보이면서 사건이 시작됩니다. 피해자의 어머니는 딸이 연락도 없이 집에 들어오지 않자 불안한 마음에 112에 미귀가 신고를 접수했고, 경찰도 즉시 실종자 확인에 착수합니다. 피해자의 휴대폰 상태 메시지는 ‘잠수’로 되어 있었고, 연락은 되었다가 끊기기를 반복하는 이상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원화: 생활반응은 있었던 거네요?

◇신도성: 그렇습니다. 문자로 어머니에게 "당분간 집에 못 들어간다"는 메시지가 오기도 했고, 근무 중이던 군부대에는 피해자 이름으로 “휴가처리 부탁드린다”는 문자도 발송됐습니다. 결정적으로, 피해자 본인 명의로 경찰에 전화가 걸려와, "나는 무사하다, 신고를 취소해달라"고 요청하는 상황까지 발생합니다.

◆이원화: 실종됐다던 여성이 직접 경찰서로 전화를 했군요.

◇신도성: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상한 점은, 전화받은 경찰이 이 전화를 걸어온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 남성의 목소리라고 느꼈다는 겁니다. 목소리는 억지로 여성 흉내를 낸 듯 어색했고, 실제 시스템에서도 발신자 성별이 ‘남성’으로 표기됐습니다.


◆이원화: 남성이요?

◇신도성: 네. 당시 112상황 접수 경찰은 전화를 건 사람이 남자임을 인지했고, 당시 시스템상 해당 전화의 발신자 성별은 남성으로 표기되긴 했습니다. 다만 미귀가 신고된 피해자의 성별과 다르다는 점은 조치 과정에서 인지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결국 경찰은 어머니에게 ‘딸과 연락이 닿았다’고 안내하면서, 다만 대면해서 확인해야 한다며 직장에 공문을 보내고 수사 협조를 요청하겠다고 했지만, 딸의 직장생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까 우려한 어머니는 직접 신고를 취소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약 일주일 후, 경찰에 또 하나의 충격적인 신고가 접수됩니다.

◆이원화: 어떤 내용이었죠? 이 사건과 관련된 내용이었나요?

◇신도성: 강원도 화천 북한강에서 신원 미상의 시신 일부가 발견됐다는 신고였습니다. 처음엔 실종사건과의 연관성을 누구도 의심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경찰이 수색을 확대한 끝에, 인근 강바닥에서 비닐자루 8개가 추가로 발견됐고, 그 안에서 심하게 훼손된 시신의 나머지 부위들이 나왔습니다. 이에 따라 DNA 분석을 통해 피해자 신원을 특정하였는데

◆이원화: 설마, 집에 안 들어왔다던 그 여성 군무원이었나요?

◇신도성: 네 맞습니다. DNA 감식을 통해, 그 시신이 바로 실종됐던 그 여성 군무원으로 밝혀졌습니다. 피해자의 신원이 확정되자 경찰은 즉시 수사에 속도를 붙였습니다. 피해자의 휴대전화 통화내역, CCTV, 출입 기록, 주변인 탐문을 종합한 끝에, 시신이 발견된 지 약 28시간 만에, 서울 강남 일원역 지하도에서 용의자를 긴급 체포합니다.

◆이원화: 용의자는 누구였죠?

◇신도성: 용의자는 다름아닌 피해자와 같은 군부대에서 근무하던 현역 육군 장교 양 모 씨였습니다.

◆이원화: 두 사람이 직장동료였단 이야긴데, 도대체 왜 그랬던 거예요. 범행동기는 나왔습니까.

◇신도성: 두 사람은 단순한 동료를 넘어 불륜 관계였습니다. 양 씨는 유부남, 피해자는 미혼이었고, 교제 도중 피해자가 반복적으로 "불륜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말하며 갈등이 심화됐습니다. 양 씨는 이로 인해 압박을 느꼈고, 결국 피해여성을 살해하기로 범행을 결심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원화: 본인이 바람을 피우고 있단 걸 들킬까봐 사람을 죽였단 거예요?

◇신도성: 네 맞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이 더 충격적인 이유는, 단순히 감정적으로 우발적으로 행한 살인이 아니라, 철저히 준비된 계획살인이었다는 점입니다. 양 씨는 출근길에 차량에서 피해자와 다툰 후, 피해자가 또다시 ‘불륜 사실을 폭로하겠다’라고 하자, 조수석에 앉은 피해자에게 입을 맞춰 주의를 돌린 뒤 뒷좌석 바닥에 미리 준비해 둔 노트북 도난방지용 고정줄을 이용해 피해자를 질식시켜 살해합니다. 이후 양 씨는 부대 내 사무실과 자재실을 오가며 시신을 훼손할 도구와 대형 비닐봉지 등을 챙겼고, 시신을 인근 공터로 끌고 가 미리 준비해 둔 도구를 이용해서 혈흔이나 흔적이 남지 않도록 시신과 범행 도구를 8개의 봉투로 나누어 담은 뒤 북한강에 유기했습니다. 물에 뜨지 않도록 봉투엔 돌을 넣었습니다. 물론 양씨 본인은 계획범행이 아니다, 피해여성이 압박하니까 우발적으로 범행에 이르렀다 라고 주장하지만, 아시다시피 살인에서 계획이냐 우발이냐는 형량에 굉장히 큰 영향을 끼치지 않습니까.

◆이원화: 굉장히 큰 차이를 갖죠.

◇신도성: 네 맞습니다. 계획적인 범죄냐, 우발적인 범죄냐는 형량에 큰 영향을 줍니다. 양 씨는 위조한 차량 번호판으로 이동 경로를 은폐했고, 피해자 출입증으로 퇴근기록도 조작하였고, 피해자 휴대전화로 가족, 부대, 경찰에까지 연락하면서 생활 반응을 조작했습니다. 이 모든 정황은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된 정황으로 평가됐고, 결국 살인, 시체손괴, 시체유기, 자동차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며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습니다.

◆이원화: 1심에서는 우발적 범행이 아닌, 치밀한 계획범행이었다, 검찰의 주장에 손을 들어준건데 이 사건은 항소심이 진행중이다라고 말씀드렸잖아요. 가해자인 양 씨가 항소심에서 “양형조사를 해달라” 재판부에 요청했다고 하던데
이건 뭐고, 이게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 건지, 설명을 해주시죠.

◇신도성: 양형조사는 쉽게 말해 법원이 형사사건에서 피고인에게 적절한 형량을 정하기 위해 실시하는 조사인데요, 피고인의 범죄행위뿐만 아니라 개인적 배경, 범행 동기, 범행 후 태도, 피해 회복 노력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조사하는 과정입니다. 피고인의 인생사나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조사해서 형량 판단에 참고하는 절차입니다. 양 씨는 자신이 과거 군인으로 성실하게 근무한 이력과 가족들의 생활 형편을 조사해 이를 양형에 참작해달라고 요청한 겁니다. 이에 법원은 양형 조사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다만 양 씨가 이혼한 점을 고려해서 전처와 자녀들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하였고, 대신 양 씨의 부친을 통해 양형 조사를 진행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이원화: 그리고 계획범행으로 판단된 내용 중 일부는 사실과 다르다, 다음 공판에서 관련 이야기 하겠다, 밝혔다던데 이건 어떤 전략이라고 보세요?

◇신도성: 전형적인 감형 전략으로 보입니다. 형을 낮추려면 범행이 계획적이지 않았다는 근거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피고인인 양 씨는 일부 정황의 ‘우발성’을 부각시키려 할 겁니다. 하지만 범행 전 검색 기록, 준비물, 조작 과정 등을 보면 계획성이 짙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이원화: 결과 어떻게 예상하십니까?

◇신도성: 개인적으로 제가 예상해 보면, 1심 판단이 뒤집힐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입니다. 왜냐하면 양 씨가 했던 일련의 행동들, 예컨대 피해자의 생존을 가장한 문자라든지, 전화라든지, 모두가 치밀하고 사전에 계획된 것이라고 볼 여지가 충분합니다. 이는 단순한 충동에 의한 우발적 범죄라고 보기 매우 어렵습니다. 재판부 역시 이를 간과하지 않을 것입니다. 설령 계획성이 다소 감경되더라도, 시신 훼손과 유기 행위만으로도 중형은 불가피합니다. 결국 항소심에서도 1심과 유사학세 중형이 선고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원화: 그리고 끝으로 이 부분을 짚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은데 피해여성이 직접 경찰서로 전화해서, ‘나 괜찮으니 신고 취소해달라’ 그런데 알고보니 여성이 아니라 남성이었고, 경찰에서도 남성인 것 같다, 인지를 했다는 거 아닌가요. 그런데도 바로 뭔가 의심스럽다, 범죄정황을 판단하지 못했던 부분, 이건 경찰으로서 뼈아픈 대목 아닌가 싶거든요.

◇신도성: 네 맞습니다. 이 부분은 수사기관 입장에서 명백히 뼈아픈 실책이라 볼 수 있는데요, 경찰은 전화 상대의 음성이 어색하다는 걸 인지했음에도, 실제 대면 확인 없이 단순히 ‘연락됐다’라는 말로 사건을 정리했습니다. 물론 이 사건에서는 피해여성이 이미 사망한 상태였기 때문에 그때 바로 조치를 취했다 하더라도 살아 돌아올 순 없었겠지만, 이번 사건이야 그렇지만 다른 사건은 사실 이 차이로 누군가의 목숨이 오갈 수 있었던 것입니다. 결국 이런 대응이 반복된다면 다른 사건에서는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이 사건을 계기로 한 제도적 보완책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입니다. 보완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으로는, 실종자 본인이라 주장하는 전화는 반드시 AI 기반 음성 대조 시스템으로 검증하는 시스템의 도입이라든지, 실종자 피해자 본인이라는 주장만으로는 신고를 취소할 수 없도록 하고 최소한의 영상 통화나 직접 대면 확인을 의무화 한다든지, 목소리 이상, 응답 회피, 위치 불일치 등 이상 징후가 감지되면 즉각적으로 실종에서 범죄 의심 사건으로 이첩하도록 하는 수사기관의 초기 대응 매뉴얼을 도입하는 방안, 군부대에서 휴가 처리할 경우 외부 연락시 진위 확인을 위한 절차를 강화하는 방법, 등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겁니다. 결국 다소 번거로운 측면이 있더라도, 신원 대조 절차와 음성분석 기술을 좀 더 철저히 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이고, 항상 경찰의 판단은 시민의 생명에 직결된다는 점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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