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으로 아들이 죽었는데, 가해자는 의대 진학...피해 父 "교육당국 사과 원해"

학폭으로 아들이 죽었는데, 가해자는 의대 진학...피해 父 "교육당국 사과 원해"

2025.07.04. 오후 12:02.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5년 7월 4일 (금)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송주희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이원화 변호사(이하 이원화): A군과 B군은 당시 부산의 한 중학교에 재학중이었습니다. 두 학생은 쉬는 시간을 이용해 함께 책을 보게 됐는데 그 과정에서 A군이, B군에게 “문제를 낼테니 한 번 맞혀봐라” 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졌죠. 그렇게 이어진 A군의 폭행은 차마 입에도 담기 어려울 정도로 잔혹했습니다. 무차별적인 폭행에 B군의 폐는 3분의 2가 파열됐고 머리에 피가 고여, B군은 결국 사망했습니다. 하지만 A군은 형사처벌을 받지 않았습니다. 그가 미성년자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피해자의 아버지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며 합의서를 써줬기 때문이죠. 오늘 사건엑스파일에서 이 문제,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엑스파일, 이원홥니다. 로엘 법무법인, 송주희 변호사와 함께 합니다. 변호사님, 어서오세요.

◇송주희 변호사(이하 송주희):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의 송주희 변호사 입니다.

◆이원화: 오늘 살펴볼 이 사건 같은 경우, 사건이 발생한 지도 올해로 벌써 20년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학폭, 하면 떠오르는 그런 사건 아닌가 싶거든요.

◇송주희: 네, 그렇습니다. 20년 가까이 지난 사건임에도 많은 분들이 기억하고 분노하는, 이른바 '부산 개성중학교 폭행치사 사건'입니다. 사건은 2005년 10월, 부산의 한 중학교에서 일어났는데요. 가해학생 A군과 피해학생 B군은 초등학교 동창이었습니다. 쉬는 시간에 둘이 함께 '그리스 로마 신화' 책을 보고 있었죠. 그러다 가해학생 A군이 '책장을 왜 이리 빨리 넘기냐, 내용을 다 이해하냐'고 물으면서, 이마를 때리는 벌칙을 걸고 퀴즈를 내기 시작한 것이 비극의 시작이었습니다.

◆이원화: 친구한테 그런 대접을 받으면 저라도 굉장히 치욕스러웠을 것 같거든요.

◇송주희: 네, 맞습니다. 계속 문제를 틀리고 이마를 맞자 B군도 화가 나서 책을 던지며 욕을 했습니다. 그러자 A군이 격분해서 주먹으로 B군의 가슴과 머리를 때렸습니다. A군은 쓰러진 B군에게 의자를 들어 던지려고까지 했는데요, 친구 두 명이 말렸음에도 불구하고 재차 의자를 던져 B군의 옆구리와 다리 쪽을 가격했습니다. 이어서 쓰러져 있는 B군의 배와 머리를 발로 걷어찼고, B군은 그대로 정신을 잃었습니다.

◆이원화: 주변에서 친구들이 말렸는데도 저지가 안 된 모양이죠?

◇송주희: 네, 주변 친구들이 두 명이나 제지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폭행 직후 B군은 의식을 잃었는데요. 안타까운 점은 학교 측의 후속 대처였습니다. 마침 지나가던 체육 교사가 상황을 발견하고 구급차를 불렀지만 , 학교 측은 즉시 병원으로 이송하는 대신 현장에서 응급처치를 하느라 20분가량을 지체했습니다.

◆이원화: 학생이 의식이 없을 정도면 본인들이 나설 게 아니라
바로 병원에 갔어야하는 거 아닙니까.

◇송주희: 바로 그 점이 가장 비판받는 지점입니다. 학교에서 병원까지는 차로 불과 2분 거리였습니다. 학교 측은 B군의 상태가 심각해 섣불리 옮기기보다 응급처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그 20여 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상태는 더욱 악화했고, 결국 B군은 병원 도착 당시 폐의 3분의 2가 파열되고 머리 전체에 피가 고이는 등 손을 쓰기 힘든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나흘 뒤 끝내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이원화: 너무 안타깝습니다.

◇송주희: 가해학생 A군은 학교에서 전교 2등을 할 정도로 공부를 잘했지만, 동시에 인근 학교까지 소문이 날 정도로 폭력적인 학생이었다고 합니다. 시험 기간에는 예민하다는 이유로 같은 반 학생들을 화장실도 못 가게 할 정도였다는 후문도 있었죠. 결국 이 사건으로 가해학생은 폭행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검찰은 단기 4년, 장기 6년의 징역형을 구형했습니다. A군은 구형 후 부산구치소에 수감됐습니다.

◆이원화: 가해자가 미성년자, 앞서 중학교 3학년이라고 하셨죠. 미성년자라 장단기로 나눠진 구형량이 나온 것 같은데, 결과 어떻게 됐습니까.

◇송주희: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가해학생은 어떠한 형사처벌도 받지 않고 풀려났습니다.

◆이원화: 처벌을 아예 안 받았어요?

◇송주희: 네. 이게 가능했던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가해자가 미성년자라는 점, 그리고 둘째는 피해학생의 아버지가 법원에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제출했기 때문입니다. 재판부는 이 점들을 고려해서, 형사처벌 대신 소년부 송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소년법상 보호처분을 받은 것이기 때문에, 전과기록이 남는 형사처벌을 피한 겁니다.

◆이원화: 들으시는 분들 중에서 분명, 아무리 미성년자라도 사람을 죽였는데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단 게 가능하냐, 이게 맞냐, 하실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송주희: 네, 충분히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행법상으로는 가능한 일입니다. 특히 피해자 측에서 처벌불원 의사를 밝힌 점이 결정적으로 작용했죠. 소년법은 처벌보다는 교화와 개선에 목적을 두기 때문에 이런 결정이 내려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 사건이 여론의 더 큰 공분을 산 것은, 사건 발생 몇 년 뒤에 벌어진 일들 때문이었습니다.

◆이원화: 왜죠? 무슨 일이 있었나요?

◇송주희: 사건 이후 가해자가 메신저에 '살인도 좋은 경험^^' 같은 글을 올렸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국민적 공분을 샀습니다. 다만 이 메시지는 후에 조작된 것이라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이후 2017년에는 가해자를 재조사하고 엄벌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오기도 했지만, 이미 재판이 끝난 사안이라 법적으로 재조사는 불가능했습니다. 여기에 가해자가 이름을 바꾸고 SNS에 아무렇지 않게 잘 지내는 사진들을 올린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더욱 커졌습니다.

◆이원화: 어떤 분들은 이 부분이 특히 이해하기 어렵다, 하실 것 같습니다. 뭐냐하면 가해학생이 처벌받지 않은 이유 가운데 하나가 피해자 아버지의 합의서였잖아요. 어떤 마음이셨을까 싶거든요.

◇송주희: 아들의 죽음 앞에 그런 결정을 내리기까지 얼마나 고통스러우셨을지 감히 짐작하기 어렵습니다. 아버님은 인터뷰를 통해 "개인적인 심정이야 가해 학생을 감옥에 보내고 싶었지만, 교육당국의 책임이 더 크다고 생각했다"고 밝히셨습니다. 가해 학생 역시 어찌 보면 잘못된 교육 시스템의 또 다른 피해자일 수 있다고 보신 겁니다. 그래서 가해 학생 개인에 대한 처벌보다는, 시스템의 문제를 제기하는 데 집중하기로 하셨고, 실제로 교육청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셨습니다.

◆이원화: 어떻게 됐습니까.

◇송주희: 안타깝게도 패소했습니다. 재판은 대법원까지 갔지만, 법원은 "교육 관여자에게 사법적 책임을 물을 만큼 뚜렷한 과실을 찾기 어렵다"는 이유로 아버지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이원화: 아무튼 이 사건이 발생한 지 이제 20년이 됐거든요. 아버님의 바람대로 교육 당국의 대처가 나아졌냐, 묻는다면 글쎄요. 사실 저희 로펌에도 학폭 사건이 정말 많이 들어오잖아요. 날이 가면 갈수록 점점 더 들어오는 것 같은데. 그런 걸 보면 전혀 나아진 것 같진 않아 보입니다?

◇송주희: 네, 저도 변호사님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20년이 지났지만 교육 현장이 본질적으로 달라졌다고 말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최근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학교 측이 용기를 내서 가해 학생들을 피해 학생과 다른 반으로 분리하는 '학급 교체' 조치를 내렸습니다. 그런데 관할 교육지원청 학폭위에서 이 결정을 뒤집고, 가해 학생들에게 서면 사과 같은 가벼운 처분만 내리면서 다시 같은 반이 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는 피해 학생 보호라는 대원칙보다 가해 학생의 교육받을 권리를 우선시한 결정으로 비춰질 수 있어 많은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이원화: 학폭 전담조사관,이란 제도가 있다,라고 알고 있는데 이건 어떤 거고, 실효성은 어떻게 보세요?

◇송주희: '학폭 전담조사관' 제도는 교사들의 과도한 업무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올해부터 도입된 제도입니다. 퇴직 교원이나 퇴직 경찰 등이 위촉되어 학폭 사안의 초기 조사를 담당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실효성에 대해서는 비판이 많습니다. 1년 단위 위촉직에 보수도 낮아 전문성 있는 인력을 구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실제로 일부 조사관들이 피해 학생에게 '너도 같이 욕하지 그랬냐'는 식으로 말해 2차 가해 논란이 일거나, 학교 사정을 잘 몰라 학부모들과 마찰을 빚는 사례들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원화: 더 안타까운 건, 피해학생 10명 중 4명은 가해학생으로부터 신고를 당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있더라고요. 이게 기록으로 남다 보니까, 가해자임에도 반성하지 않고 오히려 본인도 피해자인냥 문제제기를 한다는 거죠?

◇송주희: 네, 맞습니다. '푸른나무재단'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폭 피해 학생 10명 중 4명이 가해 학생으로부터 맞신고를 당한 경험이 있다고 합니다. 학폭 사실이 학교생활기록부에 남으면 대입 등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니, 가해자 측에서 '쌍방 폭행' 프레임을 걸어 책임을 회피하려는 전략적인 행동입니다. 이 과정에서 피해 학생은 이미 겪은 고통에 더해, 자신을 방어해야 하는 2차 피해까지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안타까운 상황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원화: 만약에 내 아이가, 혹은 내가 아는 누군가가 학폭으로 힘들어하고 있다,라고 하면, 일단 뭐부터 어떻게 해야한다, 변호사로서 어떤 조언 주시겠습니까.

◇송주희: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증거 확보'입니다. 아이의 상처 부위를 날짜와 함께 사진으로 찍어두고, 병원 진료를 받았다면 진단서를 발급받아야 합니다. 찢어진 옷이나 망가진 물건도 보관해야 하고, SNS나 문자 메시지를 통한 폭언이 있었다면 반드시 화면을 캡처해두셔야 합니다. 그리고 아이의 진술을 차분히 들어주시고, 시간 순서에 따라 구체적으로 정리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그 다음, 확보된 증거를 바탕으로 학교에 공식적으로 학교폭력을 신고하고, 아이의 안전을 위해 즉시 가해 학생과의 '분리 조치'를 강력하게 요청해야 합니다.

◆이원화: 그리고 이것만은 꼭 유의해야 한다, 그러니까 학폭 사건 이후 대응 과정에서, 피해 학생들이 흔히 하는 실수라든지, 대처 중인 학생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 끝으로 부탁드릴게요.

◇송주희: 피해 학생들이 흔히 하는 실수는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입니다. 억울하고 분한 마음에 가해 학생이나 그 부모에게 감정적인 문자 메시지를 보내거나 SNS에 글을 올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오히려 상대방에게 빌미를 줄 수 있으니 반드시 삼가야 합니다. 철저히 사실에 기반해서, 증거를 통해 이야기해야 합니다. 그리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학생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학교폭력을 당한 것은 결코 여러분의 잘못이 아닙니다. '신고해봤자 달라지는 건 없을 거야'라는 무력감에 빠지기 쉽다는 것도 압니다. 하지만 용기를 내어 목소리를 내는 것이 이 폭력의 고리를 끊는 첫걸음입니다. 여러분은 혼자가 아니며, 여러분을 돕고 지지해 줄 어른들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러니 부디 혼자 끙끙 앓지 말고, 믿을 수 있는 어른에게 꼭 도움을 요청하시기 바랍니다.

◆이원화: 사건엑스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집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엑스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