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복용 후 운전 금지' 영국은 24시간·호주는 12시간, 한국은 가이드라인 없다?

'약 복용 후 운전 금지' 영국은 24시간·호주는 12시간, 한국은 가이드라인 없다?

2025.06.30. 오전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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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5년 6월 30일 (월)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송주희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이원화 변호사(이하 이원화): 최근 이 소식 듣고 적잖이 놀라신 분들, 아마 많으셨을 겁니다. 최근 약을 복용하고 운전대를 잡았다가 형사처벌로 이어지는 사례들이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고 하죠. 과연 약물운전의 기준, 어디까지가 처벌대상이고, 우리가 주의할 점은 없을지, 오늘 사건엑스파일에서 이 문제,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엑스파일, 이원홥니다.로엘 법무법인, 송주희 변호사와 함께 합니다. 변호사님, 어서오세요.

◇송주희 변호사(이하 송주희): 안녕하세요, 법부법인 로엘의 송주희 변호사입니다.

◆이원화: 이 소식 듣고 깜짝 놀라셨단 분들 많으셨을 것 같습니다. 유명 개그맨 이경규 씨가 ‘약물운전’ 혐의로 입건됐다...어떤 일이 있었던 건가요?

◇송주희: 네, 지난 6월 8일, 방송인 이경규 씨가 서울 강남의 한 실내 골프연습장에서 다른 사람의 차를 운전하다 차량 절도 의심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의 조사를 받게 된 사건입니다. 주차관리 요원의 실수로 본인 차와 같은 차종의 다른 차를 잘못 몰고 간 해프닝이었는데요. 현장에서 경찰이 실시한 음주 측정에서는 음성이 나왔지만, 간이시약 검사에서 약물 양성 반응이 나오면서 도로교통법상 약물 운전 혐의로 입건돼 조사를 받게 된 겁니다.


◆이원화: 그러니까요. 처음에는 절도 의심 신고를 당했었다는 거잖아요. 그런데 상황을 보니 그게 아니었고, 당시 경찰은 아마 음주를 의심하지 않았을까 싶거든요?

◇송주희: 네, 맞습니다. 일반적으로 운전자가 비정상적인 모습을 보이면 음주운전을 가장 먼저 의심하게 되죠. 그래서 경찰이 음주 측정을 먼저 실시했지만 결과는 음성이었습니다. 하지만 음주 상태가 아닌데도 운전이 부자연스러웠다고 판단했는지, 이어서 약물 검사를 실시했고 여기서 양성 반응이 나온 겁니다. 이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 감정에서도 동일한 결과가 나오면서, 경찰은 이경규 씨를 정식 피의자로 입건해 소환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이원화: 이경규 씨 측에서는 “공황장애 치료를 위해 복용 중인 약 때문에 양성 반응이 나온 거다, 마약은 아니었다” 해명했던데 실제로 마약이 아니어도,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으로도 간이시약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올 수 있는 건가요?

◇송주희: 네, 충분히 가능합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공황장애나 우울증, ADHD 치료제뿐만 아니라 내과나 가정의학과에서 처방하는 일부 위장약, 근육이완제, 심지어 다이어트약에도 향정신성의약품 성분이 포함된 경우가 많은데요. 이런 약물들은 치료 목적으로 사용되는 합법적인 의약품이지만, 마약류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경규 씨에게서 검출된 것도 공황장애 치료에 자주 쓰이는 향정신성의약품인 '벤조디아제핀' 계열 성분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원화: 그런데 이경규 씨가 이런 말을 했더라고요. “공황장애 약을 먹고 운전하면 안 된다는 걸 인지하지 못했다” 사실 이런 경우, 우리 주변에도 꽤 있을 것 같거든요. 마약이 아니어도, 그러니까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이라도 처벌대상이 될 수 있는 겁니까?

◇송주희: 네, 그렇습니다. 현행 도로교통법의 핵심은 약물이 합법이냐 불법이냐가 아닙니다. 법 조항을 보면 '약물의 영향으로 정상적으로 운전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 상태'에서 운전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의사에게 정상적으로 처방받은 약이라 할지라도, 그 약으로 인해 졸음이 오거나 판단력이 흐려지는 등 운전에 지장을 줄 수 있는 상태였다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처방받은 수면제를 먹고 운전하다 사고를 내 벌금형을 선고받은 간호사 사례도 있습니다.

◆이원화: 그럼 약물검사에서 양성 나오면 무조건 형사처벌 받는 거예요?

◇송주희: 무조건 처벌받는 것은 아닙니다. 양성 반응은 중요한 증거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처벌의 핵심 요건은 앞서 말씀드린 '정상적으로 운전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 상태'였음을 입증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원화: 그런데 정상적으로 운전하지 못할 우려,의 기준이 너무 모호하다, 이런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거든요. 검찰은 뭘 기준으로 기소 여부를 판단할까요?

◇송주희: 아주 정확한 지적입니다. 이 '모호함'이 현재 약물 운전 단속과 처벌에 있어 가장 큰 쟁점입니다. 음주운전은 혈중알코올농도 0.03%라는 명확한 수치가 있지만, 약물 운전에는 그런 객관적인 기준이 없습니다. 그래서 수사기관은 앞서 여러 정황 증거를 종합해 판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어, 사고가 발생했다면 그 자체로 정상적인 운전이 아니었다는 강력한 증거가 될 수 있겠죠. 또한 사고 직후 운전자의 상태, 즉 제대로 걷지 못하고 비틀거리거나 대화 상대방을 알아보지 못하고 횡설수설하는 등 이상 행동을 보였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기소 여부를 결정합니다. 사건 하나하나를 개별적으로 보고 판단해야 해서, 국민들이 느끼기에는 기준이 모호하다고 느껴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이원화: 해외에서는 복용 후 몇 시간까지 운전하면 안 된다, 이런 구체적 기준이 법에 명시돼 있다는 것 같던데요.

◇송주희: 네, 맞습니다. 여러 선진국에서는 이런 모호함을 줄이기 위해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해두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영국과 독일은 특정 약물에 대해 혈중 농도 기준치를 설정하거나, 24시간동안 운전을 금지하며, 호주의 경우 12시간동안 운전을 금지하는 식의 시간 기준을 두기도 합니다.국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런 해외 사례를 참고해 우리나라도 약물별 혈중농도 기준치를 만들거나, 약물 복용 후 운전 금지 시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법제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명확한 기준이 있어야 운전자들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법 집행의 일관성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원화: 그러면 혹시 형사처벌 대상이 된 경우, “내가 먹은 약이 문제 되는지 몰랐다, 운전하면 안 되는지 몰랐다” 하면 참작사유가 되긴 하나요?

◇송주희: "법을 몰랐다"는 주장은 원칙적으로 처벌을 면할 수 있는 사유가 되지는 않습니다. 운전자는 본인의 몸 상태를 스스로 확인하고 안전하게 운전해야 할 주의 의무가 있기 때문이죠. 이경규 씨 역시 "위법성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말했지만, 이는 혐의를 부인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부주의를 인정하는 취지로 보입니다. 다만, 재판 과정에서 처방 시 의사나 약사로부터 운전 금지에 대한 고지를 전혀 받지 못했다는 점 등이 입증된다면 양형에 있어 일부 참작될 여지는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처벌 자체를 피하기는 어렵습니다. 실제로 약물 복용 후 사고를 낸 운전자가 심신미약을 주장했지만,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사례도 있습니다.

◆이원화: 관련 법이 개정되면서 약물운전에 대한 처벌 수위도 더 높아졌다면서요?

◇송주희: 네, 맞습니다. 약물 운전의 위험성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처벌이 대폭 강화됐습니다. 기존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었지만, 법이 개정되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상향되었습니다. 이는 사실상 혈중알코올농도 0.2% 이상의 만취 음주운전과 거의 같은 수준의 처벌입니다. 또한 매우 중요한 변화가 있는데, 경찰의 약물 측정 요구를 거부할 경우 처벌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이 신설됐습니다. 이제 약물 검사를 거부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이원화: 그런데 운전을 하는데 있어서, 이상이 없이 보이더라도 경찰이 불시에 약물검사를 요구하는 경우, 이럴 때도 반드시 응해야하는 겁니까?

◇송주희: 경찰이 아무런 근거 없이 불심검문처럼 약물 검사를 요구할 수는 없습니다. 도로교통법상 경찰관은 운전자가 약물 등의 영향으로 정상적으로 운전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 검사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그 '상당한 이유'라는 것이 교통사고를 냈다거나, 운전 행태가 불안정하다거나, 운전자의 언행이 부자연스러운 경우 등이 해당되겠죠. 만약 경찰이 이런 합리적인 이유를 바탕으로 검사를 요구한다면,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반드시 응해야 합니다. 정당한 이유 없이 불응할 경우 그 자체로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원화: 일각에서는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인데 너무 한 거 아니냐, 약도 먹지 말라는 거냐, 법적 처벌까지 할 필요가 있냐, 하실 수 있겠습니다만 실제 이게 간단히 넘길 문제가 아닌 게 위험천만한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제법 많죠?

◇송주희: 네, 정말 심각한 대형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약물 운전이 음주운전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위험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는 너무나도 많습니다. 많은 분들이 기억하시는 '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건'도 운전자가 약물에 취한 상태에서 인도를 덮쳐 20대 여성을 숨지게 한 비극적인 사고였습니다. 또, 처방받은 수면제를 복용한 운전자가 중앙선을 넘어 8명의 사상자를 낸 사고도 있었고 , 수면 내시경 후 마취가 덜 깬 상태로 운전하다 도로 한복판에서 잠이 들어 연쇄 추돌 사고를 일으킨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런 사고들은 처방받은 약이라도 운전에 얼마나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명백히 보여줍니다.

◆이원화: 그러니까요. 약물운전으로 사고가 난 경우, 심지어 인명피해가 있거나 할 경우, 처벌이 훨씬 중해지죠?

◇송주희: 네,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가중처벌됩니다. 약물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서 운전하다 사람을 다치게 하면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에 따라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만약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게 되면,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이라는 매우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됩니다. 그래서 청취자분들께 꼭 당부드리고 싶습니다.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으려면, 첫째, 병원에서 약을 처방받을 때 '이 약을 먹고 운전해도 괜찮은지' 의사나 약사에게 반드시, 그리고 명확하게 확인하셔야 합니다. 둘째, 졸음이나 어지러움을 유발할 수 있는 약, 특히 처음 복용하는 약이라면 며칠간은 운전을 피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본인의 몸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셋째, 약 설명서에 '운전 등 기계 조작 시 주의' 문구가 있다면 절대 가볍게 여기시면 안 됩니다. 결국 모든 책임은 운전대를 잡은 본인에게 돌아온다는 사실을 꼭 명심하셔야 합니다.

◆이원화: 사건엑스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집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엑스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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