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라디오 YTN] 차별과 혐오 넘어서는 성소수자 인권 보도 준칙 짚어보기

[열린라디오 YTN] 차별과 혐오 넘어서는 성소수자 인권 보도 준칙 짚어보기

2025.06.29. 오후 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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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5년 6월 28일 (토요일)
■ 진행 : 최휘 아나운서
■ 대담 :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내용 인용 시 YTN라디오 <열린라디오 YTN> 인터뷰 내용임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최휘 아나운서(이하 최휘) : 한 주간 뉴스를 꼭꼭 씹어보는 시간, 미디어 비평입니다. 오늘은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과 전화연결 되어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이하 김언경) : 안녕하세요.

◆ 최휘 : 우리 국민의 인권 의식은 계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에전에는 그럴 수밖에 없다고 받아들이던 부당한 일에 대해서 이것은 인권침해고 차별이다 이렇게 목소리를 높이는 영역이 점점 넓어지고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어느 날부터 우리 사회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는 매우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거론된다는 느낌도 듭니다. 지난 14일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열렸는데요. 언론노조가 서울퀴어문화축제를 앞두고 ‘성소수자 인권 보도 준칙’을 발표했다고 해서 관련 내용을 짚어보겠습니다.

◇ 김언경 : 말씀하신 것처럼 전국언론노동조합 성평등위원회가 지난 14일 서울퀴어문화축제를 앞두고 언론인들이 지켜야 할 ‘성소수자 인권 보도 준칙’을 발표했습니다. 이번 준칙은 언론이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재생산하지 않고 인권을 보호할 수 있도록 마련되었다고 합니다. 사실 이런 준칙이 또 발표되지 않아도 우리 사회에는 언론이 성소수자를 차별하지 말라는 메시지가 담긴 가이드라인, 강령, 준칙, 선언문들이 참 많습니다. 예를 들면요. 2011년 9월에 제정해서 2014년에 개정한 국가인권위원회와 한국기자협회가 만든 인권보도준칙도 존재합니다. 인권보도준칙은 2023년에는 <인권보도 참고 사례집>이라는 이름으로 사례 사례중심으로 또한 발간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는 당연히 언론이 다양한 사회적소수자에 대해 어떻게 보도해야 바람직한지와 반대로 주의해야주길 바라는 내용들이 잘 담겨있습니다.
이뿐이 아닙니다. 한국기자협회・방송기자연합회・한국인터넷기자협회・한국PD연합회・한국아나운서연합회・한국방송작가협회・인플루언서경제산업협회・전국언론노동조합・민주언론시민연합・국가인권위원회가 함께 선언했던 혐오표현 반대 미디어 실천 선언도 있습니다. 또한 2020년 한국기자협회와 한국인터넷신문협회가 함께 만든 언론윤리헌장이 있는데요. 여기에서도 인권을 존중하고 피해를 최소화해야한다는 가치가 담겨있지요.

◆ 최휘 : 그렇군요. 이렇게 이미 존재하는 가이드라인이 있음에도 왜 언론노조 성평등위원회는 ‘성소수자 인권 보도 준칙’을 만들어서 발표했을까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 김언경 : 맞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언론노조는 제가 말씀드린 다른 준칙과 달리 정확하게 성소수자 인권을 위해서 언론이 지켜야 할 내용을 핵심적으로 담아서 보다 더 많은 언론인들이 이를 인지하고 지키게 하고 싶은 마음일 것입니다. 또한 언론노조는 기자협회와는 조금 달라서 조금 더 폭넓게 언론계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연대이니까요. 기자협회의 보도준칙보다 오히려 더 많은 언론종사자들이 함께 지킬 수도 있다고 생각되어서 그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오늘은 언론노조 성평등위원회가 새롭게 내놓은 ‘성소수자 인권 보도 준칙’을 중심으로 우리 언론이 성소수자 관련해 어떻게 보도해야 바람직한가를 말씀드리면서 한편으로는 대표적인 위반 사례들을 함께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첫 번째는“호기심이나 배척의 시선이 아닌, 모든 사람은 존엄하고 평등하나는 인권 중심의 관점으로 보도한다.” 라고 되어있습니다.

◆ 최휘 : 호기심이나 배척의 시선으로 보도하지 말라는 메시지가 강하게 느껴지네요. 사실 성소수자에 대한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이 바로 이것이 아닌가 싶은데요.

◇ 김언경 : 맞습니다. 그러나 성소수자에 대한 호기심이나 배척의 시선이 담긴 보도들은 주로 기독교계 언론사에서 발견되는데요. 뉴스앤조이가 2023년 보도한 <[퀴어 문화 축제 방해 잔혹사] ④ 무지와 편견에 기반한 혐오의 이유>를 보면요. 2016년 6월 열린 서울 퀴어 문화 축제를 보도하는 <국민일보>의 첫 기사 제목은 '지역 유일의 동성애 음란 축제 현장'이었습니다. 2017년 6월에는 대구 퀴어 문화 축제와 반대 집회를 보도하며 '불건전 퀴어 축제 VS. 경건한 반대 집회'라는 제목을 달았고요. 2017년 7월 서울 퀴어 문화 축제에서는 '서울광장에 또다시 등장한 반나체 여성', '음란 강도 더욱 심해진 퀴어 축제' 등의 제목의 기사를 내놨습니다. 이처럼 선정적인 제목으로 기사를 내놓는 것은 성소수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주려는 의도도 있겠지만, 이런 제목의 보도 자체가 조회수를 높이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상업적 의도도 있어 보입니다.
뉴스앤조이 보도에서 잘 지적해준 퀴어축제 관련 충격적인 사례는 2018년 제주퀴어문화축제 관련 보도였습니다. 2018년 9월 29일 제주시 신산공원에서는 제2회 제주 퀴어 문화 축제가 열렸었는데요. 퀴어 퍼레이드 때 행진 차량이 잠깐 멈춘 사이, 혐오 문구가 적힌 깃발을 들고 있던 한 남성이 재빨리 깃발을 버리고 차량 밑으로 들어간 적이 있습니다. 행진을 방해하려고 극단적인 방법을 쓴 것인데요. <크리스천투데이>는 이 남성이 차량 밑에 들어간 사진만 보고 "퀴어 축제 측 차량이 반대 집회 측 시민을 덮쳤다"고 보도했던 적이 있습니다. 현장에 있지도 않았으면서, 정확한 사실관계 확인도 없이 기사부터 쓴 샘이죠.

◆ 최휘 : 그렇다면 두 번째 준칙의 조항은 무엇일까요?

◇ 김언경 : “성소수자 존재를 찬반의 문제로 다루지 않는다. 인권은 논쟁의 대상이 아니고, 혐오표현은 반대 의견으로 포장될 수 없다.”입니다. 우리는 이 명확한 명제를 늘 잊고 삽니다. 언론인뿐 아니라 정치인, 종교인, 많은 시민들이 성소수자의 존재에 대해서 찬성이나 반대 의견을 말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생각하고요. 심지어 그들에 대한 혐오표현을 해놓고도 문제의식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2017년 4월 25일 19대 대선 TV 토론회에서 당시 홍준표 후보(자유한국당)는 문재인 후보(민주당)에게 동성애를 반대하느냐고 거듭 물었지요. 문 전 대통령은 "(동성애를) 반대한다", "좋아하지 않는다", "'합법화'에 찬성하지 않는다"고 대답했습니다. 당연히 국내의 인권단체들의 비판에 직면했고요. 가디언(영국) 등 외신은 문재인 후보에 대해 “사생활을 이유로 동성애를 반대한다”고 지적했으며, 그의 발언이 ‘반(反)성소수자’라는 비판을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동성애 찬반은 모든 진보 정치인에게 사상검증을 하는 수준으로 들이대는 질문입니다. 2017년 대선에서도 대선 후보자들에게 기회가 될 때마다 동성애 찬반을 묻고,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를 촉구했습니다. 꼭 정치인뿐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우리는 흔히 동성애 찬반의견을 묻습니다. 여론조사도 많이 합니다. 그러나 이럴 때에도 분명하게 알아야 할 것은 성소수자에 대한 찬반을 말하는 것 자체가 부당한 행위라는 것입니다. 아산경제정책연구원이 2014년 12월, 전 연령층을 대상으로 성소수자 인권 문제를 조사한 적 있는데요. '성소수자는 인권 문제다'라는 질문에 '그렇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습니다. 이는 진보뿐 아니라 보수조차도 성소수자를 인권 문제로 보는 데 공감하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 최휘 : 언론노조의 성소수자 인권보도 준칙 세 번째 조항은 무엇일까요?

◇ 김언경 : 성소수자를 특정 질병이나 범죄 행위와 연결짓지 않는다입니다. 사실 이와 관련해서는 너무 많은 사례가 있습니다. 꼭 성소수자뿐 아니라 모든 질병이나 범죄행위와 그 사람의 정체성을 함부로 연결지어서는 안되는 것이 상식이지요. 어떤 범죄행위가 꼭 그 사람이 여성의 성 정체성과 연결되어 발생한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니까요. 특정질환 역시 과학적 근거 없이 성소수자와 연결지어서 단정적으로 보도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경우가 참 많았습니다.
일단 성소수자 반대 단체에서 기자회견을 하면서 특정 질병이 “동성 간 성접촉으로 특정 질병이 생긴다고 언급하거나, 해당 질병 급증으로 국가 재정 부담 증가된다는 주장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언론이 이런 주장을 여과없이 보도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특히 종교계 언론이 HIV 통계를 내세워 “동성애는 공중보건 위험”, “청소년 성병 위험 상승”이라며 동성애와 에이즈의 직접적 연결을 보도하고 있습니다. 2020년 코로나19 확산 당시 이태원 클럽에서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하여 확산되었을 때에도 언론이 해당 클럽을 게이클럽이라는 용어를 부각해 보도하여서 동성애자 커뮤니티가 코로나19 감염의 원인인 것처럼 다룬 적이 있습니다. 언론노조의 성소수자 인권보도준칙 여섯 번재 조항에 “성소수자를 비하하는 발언이나 댓글 등 혐오표현을 그대로 인용, 유포하지 않는다”라는 내용이 있는데요. 이런 행위들이 주로 성소수자를 반대하는 단체들의 기자회견이나 관련 글, 댓글 등을 그대로 인용하여 보도하는 과정에서 발생합니다. 다시 말해서 성소수자를 특정 질병이나 범죄행위와 연결짓는 등의 혐오표현을 언론이 그대로 받아쓰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 최휘 : 사실 우리가 어떤 표현을 하는 것이 적절한가 아닌가 등에 대해서 잘 몰라서 실수를 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성소수자를 폄훼하거나 왜곡하는 표현은 무엇이 있을까요?

◇ 김언경 : 바로 성소수자 인권보도준칭의 다섯 번재 내용이 “성소수자를 비하하거나 사실을 왜곡하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인데요. 이런 내용이 참 많습니다. 그중 대표적으로 적은 것인 동성연애, 동성연애자가 아니라 동성애, 동성애자라고 사용하라고 권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라는 이유는 성적 지향을 표기하면서 굳이 연애라는 표현을 붙임으로서, 성직 지향이 개인적 기호나 즉흥적 선택, 유희에 불과한 것처럼 폄훼하게 되기 때문이고요. 성적 취향, 성적 기호, 성적 선호가 아니라 성적 지향으로 사용하라는것, 커밍아웃을 자백이나 조롱, 비하의 의미로 사용하지 말라는 내용 등이 있습니다. 또한 동성애를 언급하면서, 동성애에 빠졌다. 동성애를 즐긴다. 동성애로 충격, 경악 등의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성소수자 인권보호 관점에서 주의해야 하는 표현입니다. 무엇보다 성소수자가 잘못되고 타락한 것이라는 뉘앙스가 담기지 않는지 거듭 주의하는 언어사용 습관을 가질 필요가 있지요.

◆ 최휘 : 언론노조가 처음으로 참여한 서울퀴어문화축제, 당시 많은 참가자들이 언론노조 행사 부스에 줄을 서서 참여할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고 전해지는데요. 언론노조는 앞으로 매년 퀴어축제에 참여하겠다고 하면서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언론계의 좋은 변화를 기대해보면서,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김언경 : 감사합니다.

◆ 최휘 : 지금까지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과 함께 했습니다.

YTN 장정우 (jwjang@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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