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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5년 6월 27일 (금)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박민희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이원화 변호사(이하 이원화): 이미 벌어진 일, 후회해봐야 뭐하냐, 그래봐야 정신건강에 좋을 것 하나 없다,란 말, 아마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하지만 오늘 소개해드릴 이 사건에서만큼은, 얘기가 조금 다릅니다. 어떻게든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는 간절함, ‘그때 왜 그런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을까’라는 뼈아픈 후회. 아마 오늘 이 이야기를 끝까지 듣고 나시면요. 무슨 말인지 알겠다,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충남 아산의 갱티고개에서 발생했던 사건입니다. 한 여성이 흉기에 찔려 사망한 채 발견됐죠.당시 피해여성의 차에선 가해자로 추정되는 누군가가 피운듯한 담배꽁초가 발견됐는데, 이 담배꽁초에서 DNA도 발견했죠. 또 여성의 카드로 돈을 인출한 CCTV 영상도 확보됐습니다. 물론 화질이 좋질 않았지만 그래도 동선을 추적해 몇몇 용의자를 추려낼 수 있었죠. 그렇게 뚜렷한 용의자도 찾지 못한 채 무려 15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그러던 어느 날. 그렇게 사건 발생 15년 만에 체포된 용의자는 놀랍게도 당시 참고인 조사를 받았던, 그러니까 수사당국으로부터 범인 아니냐, 의심받았던 남성 A씨였습니다. 과연 당시 수사당국이 놓쳤다는 그 중요한 단서,는 뭐였을까요. 오늘 사건엑스파일에서 이 사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엑스파일, 이원홥니다. 로엘 법무법인, 박민희 변호사와 함께 합니다. 변호사님, 어서오세요.
◇박민희 변호사(이하 박민희):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의 박민희 변호사입니다.
◆이원화: 처음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더 살폈더라면 어땠을까,란 아쉬움이 남는 그런 사건이기도 한데요.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부터 차근히 살펴볼까요.
◇박민희: 2002년 4월 18일 오전 7시 10분경 이른 아침부터 운동을 하던 한 시민이 충남 아산시 송악면 갱티고개에서 끔찍한 시신 한 구를 발견했습니다. 사망자는 이곳에서 차로 20분 거리인 아산 온천동 번화가에서 혼자 노래방을 운영하던 46세 여성으로 밝혀졌고, 피해자의 시신에는 목을 졸린 흔적과 날카로운 흉기로 목이 절단된 상처가 남아 있었습니다.
◆이원화: 도대체 누가 왜 그랬을지, 경찰이 수사를 했겠죠.
◇박민희: 네, 그렇습니다. 경찰은 피해여성이 발견된 날 오전에 현금인출기에서 피해여성 명의의 카드로 약 200만 원 상당의 현금을 인출한 용의자의 모습을 CCTV로 확인했고, 피해 여성의 신발과 피해여성의 차에 남아있던 담배꽁초에서 DNA 및 혈흔도 확인했습니다.
◆이원화: DNA만큼 확실한 증거도 없기 때문에 용의자만 잘 파악하면 생각보다 일이 잘 풀릴 수도 있었겠다 싶거든요. 어땠습니까.
◇박민희: 맞습니다, DNA 증거만큼 확실한 증거도 없었기에 경찰은 어쩌면 사건이 순조롭게 풀릴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CCTV상 확인되었던 용의자는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이 가려져 신원을 확인하기 어려웠고, 경찰이 지목했던 용의자 A씨와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DNA 증거가 일치하지 않자 경찰은 A씨를 용의선상에서 제외했습니다. 당시 경찰은 'DNA는 곧 범인'이라는 단정적 수사 방식을 고수했기 때문에, 다른 가능성을 충분히 따져보지 못했습니다.
◆이원화: 이후에라도 수사망에 오른 인물은 더 없었나요?
◇박민희: 네, 이후에 또 다른 용의자가 등장합니다. 이 사건이 발생한지 3개월만에 갱티고개에서 또 다른 여성이 시신으로 발견됐기 때문입니다. 7월에 시신으로 발견된 이 여성은 앞서 4월에 발생한 사건과 비슷한 장소, 비슷한 연배였기 때문에 7월 범행을 한 용의자가 곧 4월 범행의 용의자가 된 것이죠.
◆이원화: 비슷한 장소에, 비슷한 연배의 여성... 혹시 연쇄살인이었을까요.
◇박민희: 당시 경찰에서도 연쇄살인이다, 아니다로 논쟁이 격렬했다고 합니다. 비슷한 장소, 비슷한 연배, 그리고 4월과 7월의 피해자 모두 목졸림에 의해 사망했고 사후 확인사살을 당했던 점, 무차별하게 확인 사살한 모습에서 면식범일 가능성이 높다는 공통점이 연쇄살인을 의심하게 했습니다. 특히 7월의 피해자 몸에는 타이어자국이 발견되었는데요, 이와 같은 단서가 4월, 7월의 사건 용의자를 특정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더욱 기대하게 만들었습니다.
◆이원화: 타이어자국이요?
◇박민희: 그렇습니다. 특이하게도 피해자의 직접적인 사인은 경부압박 질식사였지만, 이후 피해자의 몸을 차량이 깔고 지나간 것으로 보이는 타이어 자국이 발견되었습니다. 7월의 피해자는 새벽 출근길에 이와 같은 참변을 당했는데요, 이 피해자는 주로 택시를 이용해서 출근을 했다고 합니다. 경찰은 이와 같은 단서에 입각하여 피해자 몸에서 발견된 타이어 자국의 타이어 모델을 찾아냅니다. 그리고 그와 같은 타이어를 장착한 택시들에 대해 수사했고 당일 행적이 수상한 택시기사를 찾아냈지만 결정적인 증거를 찾지 못해 수사는 답보상태에 빠지고 맙니다.
◆이원화: 그러면 두 사건 모두 미제로 남아버린 겁니까.
◇박민희: 안타깝게도 그렇습니다. 그러나 사건 발생 15년 뒤 극적인 반전이 발생합니다.
◆이원화: 어떤 반전이었죠?
◇박민희: 이 사건의 공소시효가 만료되기 직전인 2015년 7월 일명 ‘태완이법’이 시행되었습니다. 청취자분들도 잘 알고 계시겠지만, 태완이법은 살인죄의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법안으로 1999년 5월경 여섯 살 김태완 군이 황산테러로 사망했으나 범인이 잡히지 않은채 공소시효 만료 위기에 처하자 공소시효 폐지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형사소송법을 개정하게 되었습니다. 그에 따라 이 사건에 대해서도 재수사가 가능해졌습니다. 여러명의 프로파일러들로 구성된 합동수사팀이 과거 수사기록을 아주 꼼꼼하게 재검토 했고 그 결과, 갱티고개 살인사건의 범인은 최소 2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피해여성 차량에서 혈흔이 발견됐다는 것은 차량 안에서 몸싸움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되고, 차량이 갱티고개까지 이동하려면 운전자도 필요하니 최소 2명의 공범이 있었을 것이다라고 예측한 것이죠.
◆이원화: “공범이 있었을 것이다”라는 이야기는, 사실 사건 발생 당시엔 전혀 언급되지 않았던 부분인데요.청취자분들도 기억하시겠습니다만 앞서 피해여성의 차량에서 DNA가 나왔는데, 용의자로 지목됐던 남성이 수사망에서 빠져나갈 수 있던 이유가 이 DNA가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잖아요. 만약 공범이 있었다,라는 걸 처음부터 놓치지 않았더라면, 이거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었다 싶거든요?
◇박민희: 그렇습니다, 최초 경찰이 갱티고개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했던 A씨는 결정적으로 당시 발견됐던 DNA 증거가 불일치했기 때문에 수사선상에서 제외됐습니다. 그러나 그 DNA가 공범의 DNA였다는 가능성을 놓치지 않고, 당시 용의자 A씨를 끝까지 추궁했다면 15년이나 미제사건으로 남지 않았을 것입니다. 또한 당시 용의자 A씨는 이미 동종 전과가 있었고 동종전과자 추적은 각종 사건의 수사의 기초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살인이나 강도의 경우 같은 지역에서 용의선상에 오를만한 인물이 많지 않기에 이와 같은 점을 놓치지 않았다면 더 빨리 범인을 검거할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원화: 그래서 어떻게 됐죠?
◇박민희: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이번 재수사 과정에서 새롭게 추가된 증거는 없었습니다. 다만, 통신기록 및 주변인물 재분석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되었는데요, 노래방 주변과 피해자의 차량 이동경로를 재추적했으며 범행현장 인근 통화내역 1만 7000여 건을 다시 분석했습니다. 그러던 중 사건과 관련해 지난 2012년 참고인 조사를 받았던 A씨가 범행시각 노래방 근처에서 받았던 휴대전화 수신기록 1통을 발견하게 되었죠. A씨는 극적으로 체포되었습니다. 그러나 A씨는 범행을 순순하게 인정하지 않았는데요. 피해자를 직접 살해한 사람은 함께 일했던 후배인 조선족 B씨이고, 자신은 단순히 B씨가 시키는대로 피해자의 시신만 운반했을 뿐이라고 말이죠. 아마도 A씨는 조선족이었던 B씨가 본 건 범행 후 출국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범행을 떠넘기고자 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원화: 누가 그랬냐는 일단 차치하고, 공범은 찾았습니까?
◇박민희: 네, 그렇습니다. A씨의 진술에 경찰은 공범 B씨를 추가 수사하게 되었는데요, A씨가 다녔던 회사에 조선족인 사람이 있었지만 이는 A씨가 공범으로 지목했던 이름과 달랐습니다. 경찰의 수사가 잠시 난항에 빠지는가 싶었지만 경찰은 B씨를 체포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불법체류자였던 B씨는 2006년 불법체류자진신고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에 정착했고, 2014년 정식 비자를 발급받아 경기도의 모 회사에서 일하며 결혼을 준비 중이었습니다. 출근길에 B씨를 체포한 경찰은 2002년 피해자의 차량 뒷좌석에서 발견되었던 DNA와 B씨의 DNA가 일치한다는 사정을 확인했습니다. 결국 A씨는 2017. 6. 21.에, B씨는 6. 30일에 각각 구속되었습니다.
◆이원화: 진실은 뭐였나요?
◇박민희: 2002년 당시 B씨는 A씨보다 10살 가량 어린 20대 초반의 나이였고, A씨와 B씨는 같은 직장에서 일하다가 적은 봉급에 불만을 품고 그만둔 뒤 여관 생활과 유흥으로 남은 돈을 거의 다 탕진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러자 A씨는 한 탕 하고 중국으로 튀자며 B씨를 끌어 들였습니다. A씨는 ‘너는 외국인이니까 안 걸린다’는 말로 B씨에게 범행을 하도록 유도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지시가 아니라 심리적 조종으로 작용했죠. 그리고는 평소에 알고 지내던 노래방 여주인을 범행 대상으로 삼게 되었습니다. A 씨는 퇴근하던 피해자에게 여관까지 태워달라며 접근하여 피해자의 승용차에 얻어탔고, 20분 가량 가던 중 강도로 돌변했다. 조수석 자리에 앉아있던 A 씨는 운전석으로 자리를 옮기고, B 씨와 함께 피해자를 협박해 카드 비밀번호를 알아냈습니다. 그리고 갱티고개 인근에서 뒷좌석에 탑승했던 B씨가 안전벨트로 피해자의 목을 압박하였습니다. 그럼에도 피해자가 B씨의 손가락을 깨물며 반항하자 A씨는 '너는 외국인이니 도망가면 안 걸린다'고 B씨에게 칼을 쥐어주고 피해자의 목을 베어 살해하게끔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과정에서 B씨가 범행하기 전 초조한 마음에 차안에서 담배를 피우기도 하였는데, 그 때 B씨의 DNA가 남은 담배꽁초가 발견되었던 것입니다. 이후 A씨와 B씨는 그대로 피해자의 차량을 몰고 갱티고개로 가서 시신을 유기하였습니다. 이렇게 완전 범죄를 꿈꾸던 A씨와 B씨의 범행이 만천하에 낱낱이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이원화: 돈만 빼앗을 수도 있었을텐데, 굳이 살인을 했다 싶어서 더 안타깝고, 그래서 더 괘씸하다 싶습니다.
◇박민희: 네, 정말 가슴 아픈 사건입니다. 약 200만 원 상당의 금원을 뺏기 위해 사람의 목숨을 빼앗다니,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A씨와 B씨가 피해자를 살해하기까지 해야 했던 결정적인 이유는 피해자가 이들의 얼굴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평소 A씨와 B씨는 피해자가 운영하던 노래방의 단골손님이었기 때문에 피해자를 살려두었을 경우 자신들의 범행이 금방 들통날 것을 걱정했던 것입니다. A씨와 B씨의 범행은 피해자가 원한으로 인해 살해당한 것이 아닌가하고 의심받을 정도로 잔혹했습니다. 이러한 잔혹한 범행을 한 A씨와 B씨가 15년간 평범한 가정을 꾸리며 살고 있었다는 점도 정말 충격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이들은 재판을 받게 되는데요. A씨와 B씨는 재판과정에서, 범행을 서로 공모하기는 했지만 미리 계획하지 않았고 우발적으로 피해자를 살해하게 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B씨는 모든 범행의 지시를 A씨가 했다고 강조했고, A씨는 B씨가 피해자를 흉기로 살해하였다는 점은 알지 못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들은 2017년 11월 22일 1심에서 각각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습니다. A씨와 B씨는 양형이 과하다며 항소했지만 2018년 4월 13일 항소가 기각됐고, 대법원에 대한 상고도 기각되면서 무기징역이 확정되었습니다.
◆이원화: 15년 전에 진작 마땅한 처벌을 받았어야 했다 싶은데 그래도 뒤늦게라도 진실이 밝혀져 그나마 다행이다 싶고요. 그런데 이 사건 발생하고 3개월 뒤에 비슷한 사망사건이 하나 더 있었잖아요. 혹시 이 사건도 이 사람들이랑 연관이 있었나요?
◇박민희: A씨와 B씨를 통해 모든 미제사건이 해결됐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우리는 앞서 4월 사건과 7월 사건 모두 피해자들이 유사한 연배, 유사한 장소, 유사한 살해수법으로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죠. 경찰 역시 그와 같은 점에 착안하여 A씨를 끝까지 추궁했지만 7월 범행은 자신이 하지 않았다고 범행을 부인했습니다. 때문에 경찰은 더 이상 7월 사건에 대해서는 A씨와의 연관성을 찾지 못했고 아직까지 미제로 남아있는 상황입니다. 공식적으로는 관련 없다고 밝혀졌지만, A씨가 몰았던 차량 특성과 피해자의 사망 방식 등을 고려해 여전히 용의선상에서 제외해선 안 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특히 A씨가 화물차 운전 경력이 있고, 2차 피해자 역시 차량으로 확인 사살된 점 등을 고려할 때, 아직도 충분한 수사가 필요한 사건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원화: 변호사님 보시기엔 어떻습니까.
◇박민희: 4월 사건과 7월 사건의 여러 가지 공통점에 비추어 보면 같은 범인이 범행을 했을것이다라고 많은 사람들이 추측한다고 해도 무리가 아닙니다. 저 역시 그러한 의구심을 갖고 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의자에게 살인죄를 묻기 위해서는 매우 엄격한 증명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단순한 의심을 넘어서 확정적인 증거가 필요한 것이죠. 아직까지 미제사건으로 남아있는 것이 너무 가슴 아픈 현실입니다만, 다행히 태완이법을 통해 공소시효가 사라져 이제는 언제든 범인이 밝혀지면 처벌받게 할 수 있습니다. 7월에 발생한 범행도 우리가 포기하지 않고 계속 추적한다면 분명히 범행의 전말을 확인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 믿습니다.
◆이원화: 사건엑스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집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사건!엑스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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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일 : 2025년 6월 27일 (금)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박민희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이원화 변호사(이하 이원화): 이미 벌어진 일, 후회해봐야 뭐하냐, 그래봐야 정신건강에 좋을 것 하나 없다,란 말, 아마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하지만 오늘 소개해드릴 이 사건에서만큼은, 얘기가 조금 다릅니다. 어떻게든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는 간절함, ‘그때 왜 그런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을까’라는 뼈아픈 후회. 아마 오늘 이 이야기를 끝까지 듣고 나시면요. 무슨 말인지 알겠다,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충남 아산의 갱티고개에서 발생했던 사건입니다. 한 여성이 흉기에 찔려 사망한 채 발견됐죠.당시 피해여성의 차에선 가해자로 추정되는 누군가가 피운듯한 담배꽁초가 발견됐는데, 이 담배꽁초에서 DNA도 발견했죠. 또 여성의 카드로 돈을 인출한 CCTV 영상도 확보됐습니다. 물론 화질이 좋질 않았지만 그래도 동선을 추적해 몇몇 용의자를 추려낼 수 있었죠. 그렇게 뚜렷한 용의자도 찾지 못한 채 무려 15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그러던 어느 날. 그렇게 사건 발생 15년 만에 체포된 용의자는 놀랍게도 당시 참고인 조사를 받았던, 그러니까 수사당국으로부터 범인 아니냐, 의심받았던 남성 A씨였습니다. 과연 당시 수사당국이 놓쳤다는 그 중요한 단서,는 뭐였을까요. 오늘 사건엑스파일에서 이 사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엑스파일, 이원홥니다. 로엘 법무법인, 박민희 변호사와 함께 합니다. 변호사님, 어서오세요.
◇박민희 변호사(이하 박민희):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의 박민희 변호사입니다.
◆이원화: 처음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더 살폈더라면 어땠을까,란 아쉬움이 남는 그런 사건이기도 한데요.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부터 차근히 살펴볼까요.
◇박민희: 2002년 4월 18일 오전 7시 10분경 이른 아침부터 운동을 하던 한 시민이 충남 아산시 송악면 갱티고개에서 끔찍한 시신 한 구를 발견했습니다. 사망자는 이곳에서 차로 20분 거리인 아산 온천동 번화가에서 혼자 노래방을 운영하던 46세 여성으로 밝혀졌고, 피해자의 시신에는 목을 졸린 흔적과 날카로운 흉기로 목이 절단된 상처가 남아 있었습니다.
◆이원화: 도대체 누가 왜 그랬을지, 경찰이 수사를 했겠죠.
◇박민희: 네, 그렇습니다. 경찰은 피해여성이 발견된 날 오전에 현금인출기에서 피해여성 명의의 카드로 약 200만 원 상당의 현금을 인출한 용의자의 모습을 CCTV로 확인했고, 피해 여성의 신발과 피해여성의 차에 남아있던 담배꽁초에서 DNA 및 혈흔도 확인했습니다.
◆이원화: DNA만큼 확실한 증거도 없기 때문에 용의자만 잘 파악하면 생각보다 일이 잘 풀릴 수도 있었겠다 싶거든요. 어땠습니까.
◇박민희: 맞습니다, DNA 증거만큼 확실한 증거도 없었기에 경찰은 어쩌면 사건이 순조롭게 풀릴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CCTV상 확인되었던 용의자는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이 가려져 신원을 확인하기 어려웠고, 경찰이 지목했던 용의자 A씨와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DNA 증거가 일치하지 않자 경찰은 A씨를 용의선상에서 제외했습니다. 당시 경찰은 'DNA는 곧 범인'이라는 단정적 수사 방식을 고수했기 때문에, 다른 가능성을 충분히 따져보지 못했습니다.
◆이원화: 이후에라도 수사망에 오른 인물은 더 없었나요?
◇박민희: 네, 이후에 또 다른 용의자가 등장합니다. 이 사건이 발생한지 3개월만에 갱티고개에서 또 다른 여성이 시신으로 발견됐기 때문입니다. 7월에 시신으로 발견된 이 여성은 앞서 4월에 발생한 사건과 비슷한 장소, 비슷한 연배였기 때문에 7월 범행을 한 용의자가 곧 4월 범행의 용의자가 된 것이죠.
◆이원화: 비슷한 장소에, 비슷한 연배의 여성... 혹시 연쇄살인이었을까요.
◇박민희: 당시 경찰에서도 연쇄살인이다, 아니다로 논쟁이 격렬했다고 합니다. 비슷한 장소, 비슷한 연배, 그리고 4월과 7월의 피해자 모두 목졸림에 의해 사망했고 사후 확인사살을 당했던 점, 무차별하게 확인 사살한 모습에서 면식범일 가능성이 높다는 공통점이 연쇄살인을 의심하게 했습니다. 특히 7월의 피해자 몸에는 타이어자국이 발견되었는데요, 이와 같은 단서가 4월, 7월의 사건 용의자를 특정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더욱 기대하게 만들었습니다.
◆이원화: 타이어자국이요?
◇박민희: 그렇습니다. 특이하게도 피해자의 직접적인 사인은 경부압박 질식사였지만, 이후 피해자의 몸을 차량이 깔고 지나간 것으로 보이는 타이어 자국이 발견되었습니다. 7월의 피해자는 새벽 출근길에 이와 같은 참변을 당했는데요, 이 피해자는 주로 택시를 이용해서 출근을 했다고 합니다. 경찰은 이와 같은 단서에 입각하여 피해자 몸에서 발견된 타이어 자국의 타이어 모델을 찾아냅니다. 그리고 그와 같은 타이어를 장착한 택시들에 대해 수사했고 당일 행적이 수상한 택시기사를 찾아냈지만 결정적인 증거를 찾지 못해 수사는 답보상태에 빠지고 맙니다.
◆이원화: 그러면 두 사건 모두 미제로 남아버린 겁니까.
◇박민희: 안타깝게도 그렇습니다. 그러나 사건 발생 15년 뒤 극적인 반전이 발생합니다.
◆이원화: 어떤 반전이었죠?
◇박민희: 이 사건의 공소시효가 만료되기 직전인 2015년 7월 일명 ‘태완이법’이 시행되었습니다. 청취자분들도 잘 알고 계시겠지만, 태완이법은 살인죄의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법안으로 1999년 5월경 여섯 살 김태완 군이 황산테러로 사망했으나 범인이 잡히지 않은채 공소시효 만료 위기에 처하자 공소시효 폐지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형사소송법을 개정하게 되었습니다. 그에 따라 이 사건에 대해서도 재수사가 가능해졌습니다. 여러명의 프로파일러들로 구성된 합동수사팀이 과거 수사기록을 아주 꼼꼼하게 재검토 했고 그 결과, 갱티고개 살인사건의 범인은 최소 2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피해여성 차량에서 혈흔이 발견됐다는 것은 차량 안에서 몸싸움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되고, 차량이 갱티고개까지 이동하려면 운전자도 필요하니 최소 2명의 공범이 있었을 것이다라고 예측한 것이죠.
◆이원화: “공범이 있었을 것이다”라는 이야기는, 사실 사건 발생 당시엔 전혀 언급되지 않았던 부분인데요.청취자분들도 기억하시겠습니다만 앞서 피해여성의 차량에서 DNA가 나왔는데, 용의자로 지목됐던 남성이 수사망에서 빠져나갈 수 있던 이유가 이 DNA가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잖아요. 만약 공범이 있었다,라는 걸 처음부터 놓치지 않았더라면, 이거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었다 싶거든요?
◇박민희: 그렇습니다, 최초 경찰이 갱티고개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했던 A씨는 결정적으로 당시 발견됐던 DNA 증거가 불일치했기 때문에 수사선상에서 제외됐습니다. 그러나 그 DNA가 공범의 DNA였다는 가능성을 놓치지 않고, 당시 용의자 A씨를 끝까지 추궁했다면 15년이나 미제사건으로 남지 않았을 것입니다. 또한 당시 용의자 A씨는 이미 동종 전과가 있었고 동종전과자 추적은 각종 사건의 수사의 기초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살인이나 강도의 경우 같은 지역에서 용의선상에 오를만한 인물이 많지 않기에 이와 같은 점을 놓치지 않았다면 더 빨리 범인을 검거할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원화: 그래서 어떻게 됐죠?
◇박민희: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이번 재수사 과정에서 새롭게 추가된 증거는 없었습니다. 다만, 통신기록 및 주변인물 재분석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되었는데요, 노래방 주변과 피해자의 차량 이동경로를 재추적했으며 범행현장 인근 통화내역 1만 7000여 건을 다시 분석했습니다. 그러던 중 사건과 관련해 지난 2012년 참고인 조사를 받았던 A씨가 범행시각 노래방 근처에서 받았던 휴대전화 수신기록 1통을 발견하게 되었죠. A씨는 극적으로 체포되었습니다. 그러나 A씨는 범행을 순순하게 인정하지 않았는데요. 피해자를 직접 살해한 사람은 함께 일했던 후배인 조선족 B씨이고, 자신은 단순히 B씨가 시키는대로 피해자의 시신만 운반했을 뿐이라고 말이죠. 아마도 A씨는 조선족이었던 B씨가 본 건 범행 후 출국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범행을 떠넘기고자 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원화: 누가 그랬냐는 일단 차치하고, 공범은 찾았습니까?
◇박민희: 네, 그렇습니다. A씨의 진술에 경찰은 공범 B씨를 추가 수사하게 되었는데요, A씨가 다녔던 회사에 조선족인 사람이 있었지만 이는 A씨가 공범으로 지목했던 이름과 달랐습니다. 경찰의 수사가 잠시 난항에 빠지는가 싶었지만 경찰은 B씨를 체포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불법체류자였던 B씨는 2006년 불법체류자진신고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에 정착했고, 2014년 정식 비자를 발급받아 경기도의 모 회사에서 일하며 결혼을 준비 중이었습니다. 출근길에 B씨를 체포한 경찰은 2002년 피해자의 차량 뒷좌석에서 발견되었던 DNA와 B씨의 DNA가 일치한다는 사정을 확인했습니다. 결국 A씨는 2017. 6. 21.에, B씨는 6. 30일에 각각 구속되었습니다.
◆이원화: 진실은 뭐였나요?
◇박민희: 2002년 당시 B씨는 A씨보다 10살 가량 어린 20대 초반의 나이였고, A씨와 B씨는 같은 직장에서 일하다가 적은 봉급에 불만을 품고 그만둔 뒤 여관 생활과 유흥으로 남은 돈을 거의 다 탕진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러자 A씨는 한 탕 하고 중국으로 튀자며 B씨를 끌어 들였습니다. A씨는 ‘너는 외국인이니까 안 걸린다’는 말로 B씨에게 범행을 하도록 유도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지시가 아니라 심리적 조종으로 작용했죠. 그리고는 평소에 알고 지내던 노래방 여주인을 범행 대상으로 삼게 되었습니다. A 씨는 퇴근하던 피해자에게 여관까지 태워달라며 접근하여 피해자의 승용차에 얻어탔고, 20분 가량 가던 중 강도로 돌변했다. 조수석 자리에 앉아있던 A 씨는 운전석으로 자리를 옮기고, B 씨와 함께 피해자를 협박해 카드 비밀번호를 알아냈습니다. 그리고 갱티고개 인근에서 뒷좌석에 탑승했던 B씨가 안전벨트로 피해자의 목을 압박하였습니다. 그럼에도 피해자가 B씨의 손가락을 깨물며 반항하자 A씨는 '너는 외국인이니 도망가면 안 걸린다'고 B씨에게 칼을 쥐어주고 피해자의 목을 베어 살해하게끔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과정에서 B씨가 범행하기 전 초조한 마음에 차안에서 담배를 피우기도 하였는데, 그 때 B씨의 DNA가 남은 담배꽁초가 발견되었던 것입니다. 이후 A씨와 B씨는 그대로 피해자의 차량을 몰고 갱티고개로 가서 시신을 유기하였습니다. 이렇게 완전 범죄를 꿈꾸던 A씨와 B씨의 범행이 만천하에 낱낱이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이원화: 돈만 빼앗을 수도 있었을텐데, 굳이 살인을 했다 싶어서 더 안타깝고, 그래서 더 괘씸하다 싶습니다.
◇박민희: 네, 정말 가슴 아픈 사건입니다. 약 200만 원 상당의 금원을 뺏기 위해 사람의 목숨을 빼앗다니,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A씨와 B씨가 피해자를 살해하기까지 해야 했던 결정적인 이유는 피해자가 이들의 얼굴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평소 A씨와 B씨는 피해자가 운영하던 노래방의 단골손님이었기 때문에 피해자를 살려두었을 경우 자신들의 범행이 금방 들통날 것을 걱정했던 것입니다. A씨와 B씨의 범행은 피해자가 원한으로 인해 살해당한 것이 아닌가하고 의심받을 정도로 잔혹했습니다. 이러한 잔혹한 범행을 한 A씨와 B씨가 15년간 평범한 가정을 꾸리며 살고 있었다는 점도 정말 충격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이들은 재판을 받게 되는데요. A씨와 B씨는 재판과정에서, 범행을 서로 공모하기는 했지만 미리 계획하지 않았고 우발적으로 피해자를 살해하게 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B씨는 모든 범행의 지시를 A씨가 했다고 강조했고, A씨는 B씨가 피해자를 흉기로 살해하였다는 점은 알지 못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들은 2017년 11월 22일 1심에서 각각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습니다. A씨와 B씨는 양형이 과하다며 항소했지만 2018년 4월 13일 항소가 기각됐고, 대법원에 대한 상고도 기각되면서 무기징역이 확정되었습니다.
◆이원화: 15년 전에 진작 마땅한 처벌을 받았어야 했다 싶은데 그래도 뒤늦게라도 진실이 밝혀져 그나마 다행이다 싶고요. 그런데 이 사건 발생하고 3개월 뒤에 비슷한 사망사건이 하나 더 있었잖아요. 혹시 이 사건도 이 사람들이랑 연관이 있었나요?
◇박민희: A씨와 B씨를 통해 모든 미제사건이 해결됐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우리는 앞서 4월 사건과 7월 사건 모두 피해자들이 유사한 연배, 유사한 장소, 유사한 살해수법으로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죠. 경찰 역시 그와 같은 점에 착안하여 A씨를 끝까지 추궁했지만 7월 범행은 자신이 하지 않았다고 범행을 부인했습니다. 때문에 경찰은 더 이상 7월 사건에 대해서는 A씨와의 연관성을 찾지 못했고 아직까지 미제로 남아있는 상황입니다. 공식적으로는 관련 없다고 밝혀졌지만, A씨가 몰았던 차량 특성과 피해자의 사망 방식 등을 고려해 여전히 용의선상에서 제외해선 안 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특히 A씨가 화물차 운전 경력이 있고, 2차 피해자 역시 차량으로 확인 사살된 점 등을 고려할 때, 아직도 충분한 수사가 필요한 사건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원화: 변호사님 보시기엔 어떻습니까.
◇박민희: 4월 사건과 7월 사건의 여러 가지 공통점에 비추어 보면 같은 범인이 범행을 했을것이다라고 많은 사람들이 추측한다고 해도 무리가 아닙니다. 저 역시 그러한 의구심을 갖고 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의자에게 살인죄를 묻기 위해서는 매우 엄격한 증명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단순한 의심을 넘어서 확정적인 증거가 필요한 것이죠. 아직까지 미제사건으로 남아있는 것이 너무 가슴 아픈 현실입니다만, 다행히 태완이법을 통해 공소시효가 사라져 이제는 언제든 범인이 밝혀지면 처벌받게 할 수 있습니다. 7월에 발생한 범행도 우리가 포기하지 않고 계속 추적한다면 분명히 범행의 전말을 확인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 믿습니다.
◆이원화: 사건엑스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집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사건!엑스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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