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알리바이에 가려진 전남편 살인마, 공소시효 만료 25일만에 검거된 이유는?

완벽한 알리바이에 가려진 전남편 살인마, 공소시효 만료 25일만에 검거된 이유는?

2025.06.13. 오후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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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5년 6월 13일 (금)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박한솔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이원화 변호사(이하 이원화): 어쩌면, 여성 A씨는 어떤 특정한 날을 디데이로 잡고 무탈하게, 아무 일 없이 그날이 지나가기만을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랐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무려 15년이란 세월을 말이죠. 도대체 여성 A씨에겐 어떤 비밀이 숨어있었던 걸까요. 어느 날, 경찰은 여성 A씨가 보험사기에 연루됐다는 보험사 측의 제보를 받게 됐습니다. 그리고 A씨의 보험사기 사건을 파헤지던 중 이 여성이 15년 전 미제로 남은 한 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였단 사실을 알게 됐죠. 경찰이 A씨를 수상히 여겨, 15년 전 미제사건을 다시 파기 시작한 시점은, 해당 사건의 공소시효를 정말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이었는데요. 과연 이 사건의 진실은 뭐였을까요. A씨는 과연, 억울한 누명을 쓴 피해자였을까요. 아니면 공소시효가 끝나기만 기다리던, 진짜 살인자였을까요. 오늘 사건X파일에서 이 사건, 자세히 다뤄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X파일, 이원홥니다. 로엘 법무법인, 박한솔 변호사와 함께 합니다. 변호사님, 어서오세요.

◇박한솔 변호사(이하 박한솔): 네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의 박한솔 변호사입니다.

◆이원화: 보험사기 사건은 정말 끊이질 않는 것 같습니다. 아주 거액이 오가는 것만 사기사건이다 생각하실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고, 변호사님도 사건수임하다 보면 아시겠지만 기상천외한 방법들, 진짜 많죠.

◇박한솔: 네. 보통 흔한 보험사기 유형으로는 허위 병에 대한 진단을 받아서 치료비를 청구하거나 보험금을 노리고 일부러 교통사고를 내는 경우 등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경우 외로, 극악한 범죄행위로 이어지는 보험사기도 많이 발생하는데요, 일례로 군산에서는 한 50대 남성이 보험금을 타기 위해서 17년 동안 같이 산 아내를 살해 후 자동차에 태워 교통사고로 위장한 뒤 불까지 저지른 사건도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우리 주변에서 보험 사기 범죄가 다양하게 그리고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원화: 오늘 살펴볼 사건 역시 결국은 보험금 때문에 일어났고 또 보험금 때문에 덜미를 잡혔다, 볼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어떤 사건이었는지, 살펴볼까요.

◇박한솔: 네. 1998년 12월 20일 일요일 전북의 시골 마을에서 발생한 사건인데요, 이날 밤 11시 30분경 검은색의 대우 프린스 자동차가 돼지 축사를 들이받은 것입니다. 이때 굉음에 놀라서 현장에 간 마을 주민이, 프린스 자동차의 운전석에서 피해 남성이 미동도 없이 앉아 있는 모습에 119를 부르게 된 것입니다.

◆이원화: 차 안에는 운전석에 있던 남성 한 명만 있었던 건가요?

◇박한솔: 네. 당시 현장으로 출동한 119 구급대원이, 자동차 운전석에 이미 숨져있는 피해 남성 한 명을 발견하였고 경찰로 사건을 넘겼습니다.

◆이원화: 단순 차 사고가 아닐 수 있겠다, 볼만한 정황들이 있었던 건가요?

◇박한솔: 네. 당시 경찰은, ‘마을 길이 구불구불해 일반적으로 속도를 내며 운전하기 힘든 점, 자동차가 굉음을 내며 돼지 축사를 들이받았으나 자동차의 좌측 범퍼가 약간 손상된 정도에 그친 점, 피해 남성이 핸들이나 앞 유리에 부딪히지 않은 점, 피해 남성이 사고에 의해 사망까지 이를 정도였다면 피해 남성의 다리에도 큰 부상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점, 그리고 무엇보다 피해 남성 뒷통수에 무언가로 가격한 흔적이 있는 점 등을 의심스럽게 생각하였고, 그래서 피해 남성의 부검을 국과수에 의뢰하였습니다.

◆이원화: 결과 어떻게 나왔습니까.

◇박한솔: 국과수의 부검 결과, 피해 남성의 사인은 ‘후두부에 둔기에 의한 타박상’이었습니다.

◆이원화: 부검 결과까지 그렇게 나왔으니, 단순 차사고가 아니라 살인사건이다,라는 게 확실해진 건데, 그렇다면 도대체 누가, 왜, 그리고 어떻게 이렇게 사건을 꾸밀 수 있었냐, 이 부분이 관건이겠다 싶거든요.

◇박한솔: 네. 일단 살인사건이라고 생각한 경찰은 이 사건을 강력 사건을 전환하여 수사하기 시작하였고, 그 결과 여러 수상한 점을 발견하였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피해 남성과 아내인 A씨가 이혼을 하였는데도 여전히 한집에서 살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이원화: 이혼을 했는데 한 집에 살고 있었다고요? 진짜 특이하네요.

◇박한솔: 네. 그리고 더 이상한 것은, ‘전처인 A가 남편이었던 피해 남성의 명의로 보험금 약 5억 7,000만 원에 달하는 총 세 개의 자동차보험을 들었다는 점, A가 피해 남성과 이혼한 후에도 여러 차례 피해 남성의 차량 미납 세금을 대신 내주어 압류를 해결하고 자동차 보험료도 내주었다는 점, A에게는 1억 3,000만 원의 채무가 있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경찰이 이 사건에 주목했던 또다른 사실이 있었습니다.

◆이원화: 뭐였죠?

◇박한솔: 바로 A씨에게 내연남이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A씨가 피해자와 이혼한 상태였긴 하지만, A씨가 이 남성과 관계를 이어온 것이 피해자와 이혼하기 전이었기 때문에, 이 남성을 내연남 B씨라고 칭하겠습니다.

◆이원화: 그러면 이혼도 그런 문제로 하게 됐을까 싶기도 하네요.

◇박한솔: 그러한 점까지는 밝혀진 바가 없으나, 이 내연남 B씨도 A씨의 채무에 대해서 연대보증인으로 되어있었다는 것으로 보아, A씨와 내연남 B씨가 채무로 얽혀있는 관계이지 않을까 추정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관계로 미루어 보아, 경찰은 A씨가 보험금을 타기 위해서 고의로 전남편인 피해 남성을 살해한 것이 아니냐고 의심을 한 것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수사를 해 가기에는 큰 문제가 하나 있었습니다.

◆이원화: 뭐였죠?

◇박한솔: 바로 A씨와 내연남 B씨의 알리바이였습니다. A는 ‘사건 당일인 1998년 12월 20일 밤, 아이들과 함께 집에 있었다.’라고 했고, 내연남 B씨는 ‘사건 당일 밤 군산 시내에서 친구, 술집 여사장과 함께 술을 마시고 있었다.’라고 하였습니다.

◆이원화: 사건의 성격을 봤을 때, 사건현장에 없었다? 청부살인 이런 거 아니고서는 절대 불가능한 상황인 거니까 경찰도 난감했겠다 싶은데. 다른 용의자는 전혀 없었던 거죠.

◇박한솔: 네. 다른 용의자는 없었고, 또 아이들은 사건 당일 밤에 엄마인 A와 함께 있었다고 답했고, 내연남 B씨가 함께 술을 마셨다는 지인과 술집 여사장 역시 그날 밤 B씨와 술을 마셨다고 답하였기에, 결국 경찰은 A와 내연남 B씨의 알리바이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이원화: 그러면 그렇게 미제가 된 거예요?

◇박한솔: 네 그렇습니다. 추가 증언이나 목격자, 다른 증거 등은 찾을 수 없었고 결국 이 사건을 그렇게 미제사건이 되었습니다.

◆이원화: 그럼 궁금한 게, 이 여성이 남편 명의로 들었던 보험금, 이건 탈 수 있었나요?

◇박한솔: 보험금을 타내는 과정은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당시 피해 남성의 부검 결과가 ‘둔기에 의한 다발성 충격에 따른 타살 가능성이 있다.’는 것으로 나오면서 A씨는 보험사와의 1심 소송에서 패소하였습니다. 그러나 항소심에서 일부 승소를 하여 보험금의 일부인 1억 원을 받아갔습니다. 이와 중에 A씨와 그 자녀들은 수사가 종결되지 않아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수사를 빨리 종결시켜 달라.’라며 탄원서를 제출하기까지 하였습니다.

◆이원화: 탄원서까지 냈었군요. 그런데 만약에 정말 이 여성이 결백하다고 한다면, 살인자로 몰린 것도 억울하고, 정당하게 받을 수 있는 보험금도 덜 받게 된다? 억울할 순 있을 것 같습니다?

◇박한솔: 네. 그럴 수도 있으나, 수사 과정에서 보인 A씨의 태도가 많이 미심쩍기는 했습니다. 전남편이 사망한 사건인데 수사를 빨리 종결해달라고 탄원서를 넣는 것이 일반적이지는 않으니까요. 한편, 피해 남성의 부모와 형제들은 전처인 A씨가 의심된다면서 범인을 찾아달라고 국민 청원을 넣기도 하였던 바, A씨와 피해 남성의 가족들이 이 사건을 대하는 태도가 매우 상반됐었습니다.

◆이원화: 그런데 아직 방송 시간이 남은 거 보니, 뒤에 남은 이야기가 더 있는 것 같은데, 반전 같은 게 있었나요?

◇박한솔: 네. 무려 14년 8개월이 지난 시점, 이 사건이 다시 주목받게 되는 일이 생깁니다.

◆이원화: 뭐였죠?

◇박한솔: 2013년 8월 말, 금융감독원에 파견된 보험사 직원이, ‘A씨 가족이 5억 원이 넘는 거액의 보험금을 타간 것이 의심스럽다.’라고 다시 제보를 한 것입니다.

◆이원화: 이게 공소시효가 얼마나 남은 상황이었죠?

◇박한솔: 지금은 살인죄에 대한 공소시효가 없어졌지만, 1998년 당시 살인죄의 공소시효는 15년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이 사건의 공소시효는 2013년 12월 19일 만료될 예정이었습니다. 따라서 보험사 직원이 2013년 8월말경 위와 같이 제보를 한 때는, 이 사건의 공소시효가 약 4개월 정도 남았을 때였습니다.

◆이원화: 그런데 보험금 더 타려고 통원치료로도 충분한데, 입원치료 받고 하는 경우들은, 제법 많거든요. 그런데 이걸 보고, 거의 15년이 다 된 살인사건까지 연결 짓는다? 대단하다 싶거든요?

◇박한솔: 네. 정말 보험사 직원과 경찰이 정말 대단한 것 같은데요, 당시 보험사 직원의 제보를 받고 사건을 다시 파악해 본 경찰은, ‘휴일 교통사고 때 보험금이 3배라는 특약에 가입되어 있었던 점, 사고가 일요일에 발생한 점, A씨와 그 자녀들이 1억 원에 가까운 보험금을 받아간 점, 통원 치료가 가능함에도 입원 치료를 하며 보험금을 부풀리려 한 점, A씨와 자녀들이 보험사를 상대로 보험금 지급 독촉을 계속 하고 있었던 점’ 등을 보아 수상한 점이 있다고 본 것입니다.

◆이원화: 그런데 문제는, 그때도 숨진 남성의 전 아내와 내연남이 유력 용의자였지만, 알리바이가 워낙 확실해서 수사를 더 못했던 것 아닌가요? 15년 지났다고 달라질 수가 있는 겁니까?

◇박한솔: 네. 그래서 경찰은 A씨와 내연남 B씨의 당시 알리바이를 깨뜨리기 위해서, 이들의 알리바이에 빈틈이 없는지 살펴보기 시작하였습니다. 먼저 경찰들은, 사건 당일 밤 B씨와 술을 먹었다고 진술했던 술집 여사장을 찾아가서 추궁하였는데, 기나긴 설득과 추궁 끝에 술집 여사장으로부터 ‘사건 당일 밤에 B씨, 지인, 나 이렇게 셋이서 술을 마시다가 밤 9시 30분쯤 헤어졌고 그 후 자정 무렵에 B씨가 감자탕 집에서 만나자고 하여 만나러 갔더니, B씨가 “내가 일을 저질렀으니 나와 늦게까지 주점에서 술을 마셨다고 경찰에게 말해달라.”라고 했다는 진술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A씨의 알리바이를 깨뜨리기 위해서 경찰이 사건 당일 A씨와 자녀들의 통화 기록을 살펴본 결과, 사건 당일 새벽 1시 48분에 A씨의 딸이 A씨에게 8초간 삐삐를 호출한 사실, 그리고 A씨가 그날 새벽 2시 15분에 공중전화로 자기 집에 전화를 건 사실을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이원화: 통화내역 같은 것도 제대로 안 봤었군요. 당시 경찰 수사가 부실한 면도 있긴 했네요.

◇박한솔: 그렇죠. 그 당시에 삐삐 기록이나 공중 전화 기록, 통화 기록 등을 살펴보았더라면 그때 A씨와 B씨의 알리바이를 깨뜨리고 검거할 수 있었을텐데, 라는 아쉬운 생각이 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원화: 그런데 결국 이 사람들이 알리바이 조작에 가담한 거잖아요. 이것도 죄를 물을 수 있습니까?

◇박한솔: 음, 사실 수사기관에서 단지 참고인으로 조사받으면서 진술한 것이 허위라는 이유로 죄를 묻는 것이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그러나 참고인 등이 거짓말을 하거나 허위의 증거를 직접 제출하는 등 적극적으로 수사기관을 속이거나 범인을 도피시키려 했고, 수사기관이 충실한 수사를 하였음에도 참고인의 거짓 진술 때문에 수사에 혼선이 발생한 경우 등에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나 범인도피죄 정도의 죄책을 물을 수는 있을 것 같으나, 사안에 따라 다 다를 것이기에 구체적 사안에 따라 검토해야할 것입니다.

◆이원화: 아무튼, 그래서 용의자, 둘 다 잡았습니까? 아직도 관계를 이어가고 있을지도 궁금하네요.

◇박한솔: 둘은 검거 당시에는 이미 헤어진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경찰들은 B씨의 다른 내연녀의 도움을 받아서 B씨를 검거할 수 있었고, A씨 역시 당시 만나고 있던 다른 남성의 조력을 받아서 A씨를 체포할 수 있었습니다. 경찰이 이들을 체포한 2013년 11월 24일은, 공소시효 만료를 딱 25일 남긴 때였습니다. 그리고 추후 밝혀진 사실에 따르면 A씨와 B씨는 피해자 살해 후 타낸 보험금 1억 원을 나눠가지는 과정에서 관계가 틀어졌다고 합니다. 결국 A씨와 B씨는 무기징역을 선고받게 되었습니다.

◆이원화: 이런 이야기 들을 때마다, 미제사건이라고 해서, 절대 해결이 안 날 것 같은 사건이라고 해서 그냥 포기하면 안 된다,라는 생각이 더 확고해지는 것 같습니다.

◇박한솔: 네 그렇습니다. 이 사건도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사소한 점도 허투루 넘기지 않은 보험사 직원과 오래된 사건이라도 다시 구체적으로 검토한 경찰 덕분에 공소시효 만료 25일을 앞두고 범인을 검거할 수 있었던만큼, 사소한 것도 지나치지 않고 다시 수사한다면 장기 미제 사건도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원화: 사건X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집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이은지 (yinzhi@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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