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에 빼곡한 통화 기록..."숨진 제주 교사, 학부모에 괴롭힘 당해"

휴대폰에 빼곡한 통화 기록..."숨진 제주 교사, 학부모에 괴롭힘 당해"

2025.05.23. 오후 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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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에 빼곡한 통화 기록..."숨진 제주 교사, 학부모에 괴롭힘 당해"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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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제주 모 중학교 창고에서 숨진 채 발견된 40대 교사 A씨의 유족이 최근 고인이 학생 가족의 지속적인 민원을 받아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23일 유족 측은 3학년 담임을 맡고 있던 A씨가 지난 3월부터 최근까지 제대로 등교하지 않는 등 일탈행위를 해 온 학생 1명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학생 가족으로부터 지속적인 항의를 받았다고 전했다.

A씨 아내는 "학생이 'A 교사 때문에 학교에 가기 싫다'고 말하자 이 학생 가족은 교사인 남편이 하는 말은 믿지 않고, 개인 휴대전화로 전화해 '아동 학대'라는 취지의 민원을 계속해 제기했다"고 말했다.

실제 유족이 보여준 A씨 휴대전화 통화 목록에는 평일과 주말 할 것 없이 학생 가족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많게는 십여 차례 전화한 기록이 남아있었다. 이들 가족은 최근 제주도교육청 홈페이지에 'A 교사가 학생을 상대로 언어 폭력을 저질렀다'는 민원도 넣은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학생이 졸업하지 못하게 될까 봐 항의성 민원을 받으면서도 끝까지 가족에 등교 여부를 전달하고, 학생에게는 진단서 등을 발급받아 오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극심한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한 A씨는 지난 19일 학교 측에 두통을 호소하며 병가를 사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결국 사용하지 못했다. 지난 21일에는 학생 가족이 찾아오겠다는 말에 병가를 쓰지 못하고 미뤘지만, 학생 가족은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A씨 아내는 "남편은 잘못하지 않았음에도 학생 가족에게 사과까지 했지만, 상대 측에서는 계속 트집을 잡으며 '사과하지 말라', '벌은 알아서 받으라'고 괴롭혔다"며 "남편이 억울함이 극에 달해 이러한 선택을 한 것 같다"고 토로했다.

앞서 A씨는 지난 22일 새벽 0시 46분쯤 제주시 모 중학교 창고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A씨 아내가 남편과 연락이 닿지 않자 경찰에 신고했고, 학교 주변을 수색하던 경찰이 숨진 A씨를 발견했다.

교무실에서 발견된 A씨 유서에는 학생 가족과 갈등으로 힘들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학교에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학교에는 이 같은 사실을 알리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YTN digital 이유나 (ly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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