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 살인 첫 공판..."딸아, 미안하다" 부친 호소에 눈물바다

서천 살인 첫 공판..."딸아, 미안하다" 부친 호소에 눈물바다

2025.05.13. 오후 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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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 살인 첫 공판..."딸아, 미안하다" 부친 호소에 눈물바다
처음 보는 여성 살해한 이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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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을 지켜주지 못한 죄책감에 밥을 먹어도, 잠을 자도 숨이 막힙니다."

무고한 여성을 무차별적으로 살해한 '서천 묻지마 살인' 피고인 이지현(34세)에 대한 첫 재판이 13일 대전지법 홍성지원에서 열렸다.

고개를 숙인 채 증인석에 앉은 피해자의 부친은 떨리는 목소리로 준비해 온 글을 읽기 시작했다.

"사랑하는 딸은 이제 이 세상에 없다. 그 얼굴, 그 손을 다시는 볼 수 없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며, "죽어서라도 딸을 만나고 싶지만, 남은 가족 때문에 그럴 수도 없다"고 울먹이는 부친의 모습에 방청석은 눈물바다가 됐다.

이어 "가해자가 몇 년 형을 받고 다시 사회로 나온다면, 그때 저는 이 세상에 없을텐데 어떻게 하느냐"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법정 최고형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간절히 요청했다.
살인 피의자 이지현(오른쪽)이 우산을 쓴 채 걸어가는 피해자를 발견하고 뒤쫓는 모습 / YTN

이지현은 지난 3월 2일 오후 9시 45분쯤 충남 서천군 사곡리의 인도에서 일면식도 없는 40대 여성을 흉기로 수십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검찰은 이지현이 가상화폐 투자로 수천만 원의 손실을 본 후 대출까지 거절당하며 신변을 비관해 사회에 대한 막연한 분노를 품고 범행을 계획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그는 사건 한 달 전부터 “다 죽여버리겠다”는 내용의 메모를 남기고, 범행에 사용할 흉기를 미리 준비한 뒤 사건 현장을 여러 차례 배회한 것으로 밝혀졌다.

피고인 측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면서도,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하며 정신감정을 신청하겠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계획적인 무차별 범행으로,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충남경찰청은 신상공개심의위원회를 열고 이지현의 이름, 나이, 얼굴을 공개했다.

재판부는 사건의 중대성을 고려해 향후 공판 절차를 엄중하게 이어갈 방침이며, 다음 재판은 다음 달(6월) 17일 오전 11시 대전지법 홍성지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YTN digital 류청희 (chee0909@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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