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 대신 국가가 보상하고 감형까지? ‘국가 보조금‘ 제도 개선 필요한가

가해자 대신 국가가 보상하고 감형까지? ‘국가 보조금‘ 제도 개선 필요한가

2025.05.12. 오후 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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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5년 5월 12일 (월)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황근주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이원화 변호사(이하 이원화) : 우리는 흔히 아주 끔찍한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나면 가해자가 얼마나 극악무도했는지 그래서 어떤 처벌을 받는지에 대해 주목하곤 합니다. 그리고 마땅한 처벌을 받았다 싶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사회 정의가 실현됐다. 안심하곤 하죠. 그런데요 과연 그게 끝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생명이나 신체를 해하는 범죄로 사망하거나 다친 피해자와 그 유족에게는 국가 구조금이라는 게 지급됩니다. 내용에 따라 종류가 좀 나뉩니다만 범죄 피해의 일부 또는 전부를 배상받지 못한 유족들에게 지급되는 지원금 같은 거죠. 그런데 유족들이 이 구조금을 받는 경우 이게 가해자에게 유리한 양형 요소로 참작되는 경우가 많아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사건 이후 그 끔찍한 기억을 안고 살아가야만 하는 유족들. 어쩌면 평생을 가도 잊혀지지 않을 그 트라우마는 어떠한 금전적 보상으로도 치환될 수 없을 겁니다. 그런데 이처럼 유족구조금이 감경 요소로 판단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해 개선이 필요한 것 아니냐 하는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는 상황인데요. 실제 현실은 어떨까요? 오늘 사건 X파일에서 이 문제 자세히 다뤄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 X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도 로엘 법무법인 황근주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 황근주 변호사(이하 황근주) :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의 황근주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변호사님 범죄로 피해자가 사망하거나 신체 해를 입었을 때 피해자나 유족에게 나가는 국가 구조금이라는 게 있잖아요.  어떤 건지 어떻게 나뉘는지 좀 설명 부탁드립니다.

◇ 황근주 : 말씀하신 대로 범죄로 인해서 피해자가 사망하시거나 신체에 장애나 중상해를 입은 경우에는 국가가 구조금을 지급 이를 범죄 피해 구조금이라고 하고요. 종류로는 유족 구조금, 장애 구조금, 중상해 구조금 이렇게 구분이 됩니다. 만약에 피해자가 사망하신 경우는 유가족에게 유족 구조금이 지급되고요. 다쳤을 경우에는 다친 정도에 따라서 장애 구조금이나 중상해 구조금이 지급됩니다. 다만 교통사고와 같은 과실 범죄는 구조 대상에서 제외되고 우리나라 안에서 발생한 고의로 인한 범죄 피해자에게만 적용됩니다.

◆ 이원화 : 직업 기준이나 금액은 혹시 어떻게 산정되는 거죠?

◇ 황근주 : 먼저 유족 구조금은 사망한 피해자의 선순위 유가족에게 지급되는데요. 사망 당시에 피해자가 받으셨던 월 급여나 실제 수입액 또는 평균 임금의 24개월 이상 48개월 이하의 금액이 즉시 지급됩니다. 장애 구조금이나 중상해 구조금의 경우에는 사건이 있었을 당시에 월 급여나 실제 수입액 또는 평균 임금의 2개월 이상 40개월 이하의 금액이 즉시 지급됩니다. 이때 몇 개월분이 지급되느냐는 일괄적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고요. 사건으로 인해서 근로할 수 없는 기간이 어느 정도 되는지 개별적으로 검토해서 정해집니다.

◆ 이원화 : 합당한 경제적 보상이냐 너무 부족한 거 아니냐 이런 지적도 꾸준히 나오고 있는 상황이잖아요.

◇ 황근주 : 네 맞습니다. 결국 그게 재원 확보의 문제인데 범죄 피해자 보호 기금에서 지급을 하기는 하는데요. 범죄 피해자 보호 기금이 벌금의 일부를 떼서 조성을 하거든요. 나머지 재원은 지자체 지원에 의존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래도 돈이 모자를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 이원화 : 그런데 액수 문제는 일단 차치하고 이 구조금이 국가가 지급하는 형태입니다만 나중에 국가가 가해자로부터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게 돼 있죠. 쉽게 좀 설명 부탁드립니다.

◇ 황근주 : 구상권이라는 것이 쉽게 설명하면 돈 내야 될 사람을 대신해서 돈을 일단 지급하고 나중에 그 사람한테 청구하는 형태로 보시면 되겠습니다. 돈 내야 될 사람이 자력이 모자를 수도 있고 돈 낼 생각이 아예 없을 수도 있고 하여튼지 간에 돈 내야 될 사람만 상대해서는 적시에 못 받을 가능성이 있을 때 국가처럼 경제력이 보장된 제3자가 일단 지급을 해주고 나중에 실제로 돈을 내야 하는 사람에게 청구를 하는 겁니다.

◆ 이원화 : 그런데 문제는 피해자나 유족들은 국가에서 주는 지원금이다 생각하고 봤는데 이게 가해자의 감형 요소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이거거든요.

◇ 황근주 : 작년 국정감사에서 확인된 사항입니다만 지난 10년간 공개된 형사 판결문 50건 중에서 유족 구조금 지급을 이유로 감형된 사례가 무려 70%가 넘는다고 합니다. 혹시 2023년 8월 분당 서현역 인근에서 일어났던 흉기 난동 사건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이 사건으로 총 14명의 시민이 다치거나 부상을 입었는데요. 그중에 연명 치료를 받다가 사망하신 분이 계신데 국가에서 범죄 피해자 지원금으로 3300만 원을 지급했습니다. 그런데 가해자가 항소심 재판에서 범죄 피해자 지원금으로 지급된 3300만 원을 두고 피해 회복을 위해서 노력했으니까 양형에 고려해 주세요라고 요청을 한 겁니다. 이거는 어디까지나 국가 자금으로 지급된 것이지 가해자가 노력을 한 건 하나도 없거든요. 그런데도 이거를 가해자에게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해 달라고 요청을 하니까 유가족들 입장에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는 거죠.

◆ 이원화 : 근데 이게 양형 기준에 포함이 돼 있는 겁니까? 아니면 법관 재량입니까?

◇ 황근주 : 정확히 말씀드리자면 양형 기준에는 피해 회복의 노력이라고만 돼 있지 유족 구조금이 여기에 포함된다 혹은 되지 않는다는 기준은 없습니다. 다만 양형 기준이라는 것이 어디까지나 양형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고 참조하라는 의미일 뿐이기 때문에요. 법관을 무조건적으로 구속하는 건 아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범죄 피해자 구조금 지급을 양형 사유로 삼을 것인지는 법관의 재량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 이원화 : 공탁금이나 합의금과는 전혀 다른 거죠?

◇ 황근주 : 공탁금이나 합의금하고는 전혀 다른 겁니다. 공탁금이나 합의금은 어디까지나 가해자가 직접 지급한 것이지만 범죄 피해자 구조금은 국가가 지급한 것이고 나중에 이걸 가해자로부터 정상적으로 회수를 할 수 있을지 없을지도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양형에 있어서도 다르게 취급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봅니다.

◆ 이원화 : 변호사님 의견은 어떠세요? 여기에 관한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 이렇게 보십니까?

◇ 황근주 : 법관의 양형이라는 것이 정형화된 기준이 있는 건 아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이거는 제도로서 해결해야 될 문제가 아니라 범죄 피해자 구조금에 대해서 인식을 개선해야 되는 문제라고 봅니다. 범죄 피해자 구조금은 어디까지나 국가가 지급하는 것이기 때문에 섣불리 가해자에게 유리한 사정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라는 인식이 확산이 된다면 이를 이유로 감형을 하는 사례도 자연히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이원화 : 앞서 유족 구조금 이야기해 봤습니다만 이것과 별도로 피해자나 유족들이 가해자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가능하죠?

◇ 황근주 : 네 물론 가능합니다.

◆ 이원화 : 그런데 이 손해배상 소송을 해서 유가족들이 승소를 하고 배상할 금액이 정해지면 가족들이 국가로부터 먼저 지급받았던 유족 구조금 이거 반환해야 되는 건가요? 아니면 별도입니까?

◇ 황근주 : 일단 반환해야 된다는 개념은 아니고요. 그만큼 가해자의 손해배상액에서 제외하게 됩니다. 가해자 입장에서 보자면 가해자는 손해배상 금액 중에 유족 구조금으로 지급된 금액은 국가의 구상을 당하고 나머지 금액을 유가족에게 지급하는 형태가 됩니다. 유가족이 유족 구조금에 해당하는 금액까지 가해자에게 받을 수는 없습니다.

◆ 이원화 : 이중 수령은 안 된다는 이야기죠?

◇ 황근주 : 네 그렇습니다.

◆ 이원화 : 실제 사례를 예를 들어보면 많이들 기억하시겠습니다만 한강 몸통 시신 사건이라 불린 케이스 이 사건의 유족들이 손해배상금 지급 판결을 받아내기도 했거든요. 그런데 일단 청취자분들을 위해서 이 사건이 어떤 사건이었는지 한번 설명 부탁드립니다.

◇ 황근주 : 2019년 8월 12일 경기 고양시 한강 마곡철교 남단 부근에서 머리와 팔다리가 없는 몸통만 있는 시신이 발견됐는데요. 모텔에서 일하던 가해자가 손님의 반말을 듣고 화가 나서 손님을 살해한 사건이었습니다. 가해자는 손님이 잠이 든 틈을 타서 객실에 몰래 침입해서 들어가서 망치로 내리쳐서 손님을 살해하고 시신을 토막 내서 한강에 유기한 사건입니다. 가해자는 끝까지 나쁜 놈이 나쁜 놈을 죽였을 뿐이라며 전혀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고 가해자에게는 무기징역형이 확정됐습니다.

◆ 이원화 : 끝까지 반성은 없는 모습을 보여서 왜 사형이 아니라 무기징역이냐 이런 논란이 많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 황근주 : 가해자가 살인의 사체 손괴, 사체 유기라는 입에 담지 못할 범죄를 저지른 데다가 그 동기도 별거 없었거든요. 그래서 당연히 사형이 선고돼야 한다는 의견도 일견 타당한 측면이 있습니다. 다만 우리나라는 국제적으로 실질적인 사형 폐지의 국가라는 점도 생각을 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1심 재판부도 비록 가해자에 대해서 사형을 선고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그와 동등한 형벌이 집행될 수 있도록 판결문에 가석방이 결코 허용될 수 없는 무기징역형임을 밝힌다라는 문구를 추가하기도 했습니다.

◆ 이원화 : 네 아무튼 이 사건 같은 경우 형사 재판과 별도로 유족들이 가해자인 장대호뿐만 아니라 모텔 주인까지도 함께 손해배상 청구 대상으로 소송을 했고요. 실제 법원에서도 이걸 받아들인 걸로 알고 있거든요. 사실 살인을 저지른 건 장대호인데 왜 모텔 주인도 손해배상 청구 대상이 됐던 건가요?

◇ 황근주 : 민법 756조에 따르면 고용주는 그 종업원이 업무 중에 저지른 불법 행위에 대해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부담합니다. 손해배상 소송을 담당한 재판부도 모텔 주인이 모텔 관리 업무 중 발생할 수 있는 위험과 마찰 등을 방지하기 위해서 종업원인 가해자를 상대로 교육과 감독을 철저히 할 책임이 있고 가해자의 범행과 모텔 운영 사이에 업무 집행 관련성이 인정된다면서 주인도 함께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라고 판결했습니다.

◆ 이원화 : 그러면 법원에서 책정한 이 금액을 반반 나눠 내는 건가요? 아니면 정해진 비율 같은 게 있습니까?

◇ 황근주 : 1심에서는 가해자와 모텔 주인이 같은 비율로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한다고 판결했는데요. 항소심과 상고심에서는 모텔 주인의 책임을 70%로 제한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비율이 정해져 있다고 해서 그 금액대로 돈을 낸다는 것이 아니라 일단은 총액을 정하고 그 총액이 다 찰 때까지는 가해자와 모텔 주인 중 누구라도 손해배상을 지급해야 된다 이런 개념으로 보셔야 될 것 같습니다. 모텔 주인의 책임을 70%로 제한했다는 것은요. 전체 금액 중 70%에 달하는 금액이 채워질 때까지는 모텔 주인도 그 금액을 지불해야 합니다.

◆ 이원화 : 전액을요?

◇ 황근주 : 네 다만 전체 금액 중 70%가 지불된 이후에는 모텔 주인은 책임이 없다 이렇게 이해를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 이원화 : 그 일부에 대해서는 전체 책임이 있다 이렇게 보면 되겠네요. 그런데 그 유족 구조금을 앞서 말씀해 주신 대로 손해배상 청구 금액에서 제해야 하는데 이 사건 같은 경우 모텔 주인이 내야 할 부분이 아닌 장대호가 내야 할 배상금에서만 공제돼야 한다 이렇게 판결이 나왔던데 이거는 어떤 얘기인 거죠?

◇ 황근주 : 법원은 유족 구조금의 경우는 국가가 가해자를 대신해서 지급한 손해배상액으로 보기 때문에요. 사용자인 모텔 주인의 책임 부분에서도 공제를 하게 되면 가해자가 지불 능력이 없을 때 유가족이 손해배상을 더 받기 어려운 상황으로 번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모텔 주인의 손해배상 분에서는 공제하지 않았습니다.

◆ 이원화 : 실제로 유족들이 돈을 받을 수 있을지 여부가 참작이 된 건데 근데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승소한다고 해도 가해자가 처분한 가해자가 가지고 있는 재산이 가처분 재산이라고 하는데요. 하나도 없거나 돈 갚을 능력이 전혀 안 되거나 이럴 경우에는 어떻게 되는 거예요?

◇ 황근주 : 안타깝지만 이런 경우는 현실적으로 가해자한테 손해 배상을 받아내기는 어려운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상황이 있으니까 유족 구조금 같은 범죄 피해자 구조금 제도가 발전하게 된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일반적인 민사소송에서도 채무자의 무자력의 경우에는 현실적으로 변제를 받기 어려운 건 마찬가지인데요. 다만 범죄 피해자의 경우에는 국가가 그중 일부라도 대신 변제해 주겠다 이런 취지로 이해를 해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 이원화 : 민사소송에서 승소는 했지만 집행을 할 수 없다. 어떻게 보면 상처뿐인 영광 아닌가 이런 생각도 들어요. 사건의 X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고요.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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