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병실에 있던 환자 소화기로 '퍽' 치매 할머니의 살인, 무죄 선고한 이유는

같은 병실에 있던 환자 소화기로 '퍽' 치매 할머니의 살인, 무죄 선고한 이유는

2025.05.07. 오후 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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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5년 5월 7일 (수)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전수련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이원화 변호사(이하 이원화) : 2021년 8월 부산의 한 요양병원 다들 잠에 들어 고요하던 어느 날 밤이었습니다. 어디선가 퍽퍽 묵직한 무언가로 내리치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죠.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던 A 씨는 그날 새벽 자신과 한 방을 쓰던 다른 80대 환자 B 씨를 살해했습니다. 병실 한 켠 출입문 쪽에 놓여 있던 소화기로 B 씨의 머리를 수차례 내리쳤다 알려졌죠. 검찰은 A 씨를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판결이 가능했을까요? A 씨는 중증 치매 환자였습니다. 법원은 A 씨가 사건 발생 당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어서 형법에 따라 심신상실 상태가 인정된다 판단했던 거였죠. 해당 형이 확정되자 여론은 들끓었습니다. 치매 환자인데 어쩌겠냐 동조하는 의견도 있었지만 반대하는 의견도 많았죠. 여러분 생각은 어떠신가요? 오늘 사건 X파일에서 이 문제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 X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도 로엘 법무법인 전수련 변호사와 함께 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 전수련 변호사(이하 전수련) :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의 전수련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2024년 자료를 보니까요. 국내 치매 환자가 100만 명이 넘었다고 하더라고요. 고령화 사회의 또 다른 단면이 아닌가 싶은데 문제는 치매 환자들이 범죄를 저지를 경우 이걸 어떻게 처벌할 것이냐 이 부분이 참 애매한 경우가 종종 있잖아요.

◇ 전수련 : 네 맞습니다. 아무래도 치매라는 질병이 나이가 들수록 발생하는 것이다 보니까 고령화와 더불어서 치매 환자도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데요. 이 경우는 다른 범죄랑은 달리 가해자가 처벌을 받을 수 있는 상태인지를 따지는 일명 형사책임 능력에 대한 판단이 동반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즉 치매 환자라고 해서 모두가 무조건 처벌을 면하는 건 아니고 범행 당시의 상태 이것이 처벌 판단의 기준이 될 것 같습니다.

◆ 이원화 : 앞서 잠시 소개해 드렸던 사건 같은 경우 치매 환자가 같은 병실을 쓰는 다른 환자를 폭행해서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됐던 그런 사건이었잖아요.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 설명을 해주시죠.

◇ 전수련 : 네 2021년 8월 부산의 한 요양병원에서 발생한 사건인데요. 77세의 A 씨가 같은 병실에서 생활 중이던 80대 환자 B 씨의 얼굴과 머리를 소화기로 수차례 가격해서 숨지게 한 사건입니다. 당시 A 씨는 알코올성 치매를 앓고 있었고 그 사건 이전에도 평소에 굉장히 인지장애가 심한 상태였다고 해요. 병원 직원이 소리를 듣고 현장에 달려왔을 때 이미 그 피해자 B 씨는 크게 다친 상태였고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됐습니다.

◆ 이원화 : 평소 둘 사이가 안 좋았다거나 그런 것도 아니었던 거죠?

◇ 전수련 : 네 경찰 조사 결과에 따르면 A 씨와 B 씨는 평소 어떤 특별한 갈등이 있지도 않았습니다. 그래서 어떤 명확한 동기도 없이 벌어진 사건이라서 좀 더 충격이 컸고요. 가해자인 A 씨는 병력 상으로도 수년간 인지 기능 저하가 계속 진행이 되고 있었고 이 병원에 입원하기 전부터도 가족들조차 제대로 대화가 되지도 않는 상태였다고 합니다.

◆ 이원화 : 검찰은 상해치사로 기소를 했던 것 같더라고요?

◇ 전수련 : 네 맞습니다. 검찰은 이 사건을 살인이 아니라 상해 치사의 혐의로 A 씨를 기소했습니다. 즉 사물 변별의 능력이나 의사결정 능력이 적게나마 남아 있는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걸로 본 것 같습니다.

◆ 이원화 : 그런데 이런 경우라면 치매 정도가 얼마나 심했는지 이 부분이 굉장히 중요할 것 같거든요.

◇ 전수련 : 네 그렇습니다. 대한민국 형법 제10조에서는 심신상실의 상태에서 저지른 범죄는 처벌할 수가 없고 심신미약일 경우에는 형을 감경할 수 있다 이렇게 정하고 있는데요. 이 조항에 따르면 심신상실은 사물 변별 능력과 의사결정 능력이 완전히 없는 그런 상태를 의미하고 이 경우에는 처벌 자체가 면제가 됩니다. 반면에 심신미약은 판단 능력이 다소 좀 부족한 상태로 감형은 되는데 처벌은 가능합니다. 그래서 재판에서는 피고인이 범행 당시 어느 정도의 인지 능력을 갖고 있었는지를 집중적으로 따지게 될 겁니다.

◆ 이원화 : 피고인의 정신 상태를 전문적으로 감정하는 거는 누가 하게 되죠? 이게 구속력이 있나요?

◇ 전수련 : 보통은 정신과 전문의가 소속된 국립법무병원이나 국립 정신건강센터 아니면 법원이 지정한 정신의료기관에서 감정을 진행하게 됩니다. 이 감정은 법원에 제출되는 의견서의 형태로 반영이 되고 재판부는 그 내용을 이제 참고 자료로는 삼되 반드시 그대로 따라야 할 의무는 없습니다. 즉 감정서가 심신상실로 나왔다고 해도 재판부가 다른 정황을 근거로 반박할 수도 있고요. 반대로 심신미약으로 나왔다고 해도 전체적인 증거를 보고 심신상실로 판단을 할 수도 있습니다.

◆ 이원화 : 네 방금 언급해 주셨던 사건 같은 경우는 어땠습니까? 재판부 판결이 어떻게 나왔죠?

◇ 전수련 : 1심과 2심 물론 대법원까지 모두 A 씨가 심신미약보다도 정도가 더 심한 사물 변별 및 의사결정이 아예 없는 심신상실 상태라고 판단해서 이 A 씨에 대해서 무죄를 선고를 했습니다.

◆ 이원화 : 사실 결과만 놓고 보면 충격적인 결과인데요. 재판부가 심신상실이다 판단한 이유는 뭐였습니까?

◇ 전수련 : 당시 A 씨는 일상생활 유지조차도 어려울 정도의 인지 상태를 가졌고 정신감정 결과에 따르면 기억 손실, 시간이나 장소에 대한 인식도 전혀 없고 언어 이해력 저하 이런 것들이 모두 관찰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재판부는 무엇보다도 그 범행을 저지를 당시 그 상태가 좀 중요하다고 봤는데요. A 씨는 갑작스럽게 공격적으로 변했고 내려친 이후에 상황 인식도 전혀 못하는 모습을 보였고 정신 감정 결과 이와 같이 사물을 변별하고 의사결정 능력이 아예 없는 모두 상실된 상태였다는 결론이 났기 때문에 법원에서도 최종적으로 심실상실을 인정하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이 판단은 현재 형법 해석 범위 안에서는 좀 불가피한 판단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피해자 측의 입장에서는 정말 받아들이기가 힘든 결과일 수밖에 없겠지만요.

◆ 이원화 : 네 검찰에서 치료감호 청구했다고 알려져 있어요. 그런데 이것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했거든요. 이 부분은 어떻게 된 겁니까?

◇ 전수련 : 만일 A 씨에 대한 처벌이 이게 형사적인 처벌이 어렵다면 치료 감호로 이렇게라도 좀 내려달라 이렇게 요청을 했었는데요. 치료 감호란 범죄를 처벌은 하지 않더라도 재범을 할 수 있는 위험이 있기 때문에 재범 방지를 위해서 국가 시설에서 치료와 보호를 받게 하는 그런 조치입니다. 하지만 이 사건에서 A 씨는 이제 재범 위험이 낮고 오히려 이런 치료 감호시설에서조차 적응이 어려울 정도로 치매 상태가 심각하다는 이런 점에서 기각이 되었습니다. 즉 이 부분은 의료기관이 아닌 요양적인 보호에 가까운 환자에 가깝다 이런 판단이었던 것 같아요.

◆ 이원화 : 네 그런데 이 판결이 알려지고 나서 많은 분들이 아무리 치매라도 의사 분별 능력이 없었다고 해도 살인은 살인인데 혹시 다른 피해자 나오면 어떡하냐 그때도 또 심신상실이냐 이런 우려들을 하셨거든요. 이 부분은 어떻게 보세요?

◇ 전수련 : 지적도 충분히 이해는 됩니다. 왜냐하면 피해자 가족들 입장에서는 이게 정말 받아들이기 힘든 결과일 것 같고요. 하지만 법이라는 게 결국 고의와 책임 능력을 기준으로 작동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가해자가 책임을 질 수 없는 상태의 그런 정신 상태였다면 이게 형사 처벌은 좀 불가능한 구조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말씀하신 대로 치매면 무조건 무죄냐 이것도 맞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이런 사건에 대비해서 치매 환자에 대한 사전 보호 조치, 관련된 전담 시설의 확충, 정신 건강 감시 체계 이런 사회 전반적으로 보완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 이원화 : 네 그런데 치매 환자라고 해서 무조건 심신 상실이 인정되냐 이게 흔하냐라고 하면 그건 아니죠?

◇ 전수련 : 네 맞습니다. 이게 심신상실 상태가 인정이 되려면 범행을 할 당시에 피고인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 결정할 능력을 전혀 갖추지 못한 상태여야만 합니다. 그래서 실제로 심신상실을 인정받으려면 피고인의 치매가 얼마나 심각한지 그 상태에서 실제로 어떤 범행을 저질렀을 때 어느 정도 자신의 행동을 이해하고 인지할 수 있었는지를 좀 두루 고려를 합니다. 예를 들어서 방금 말씀드렸던 소화기 폭행 사건에서는 중증 치매 증상이 있는 환자에게는 심신상실이 인정이 되었죠. 근데 예를 들면 다른 사건에서 피고인이 범행 후에 증거를 은폐하려고 했다든지 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어떤 범행을 기억하고 있었다고 보이는 그런 사건이었다면 심신상실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즉 단순히 치매를 앓고 있다고 해서 심신상실이 인정되는 아니고 그 각각의 상태에 따라서 달라질 것 같습니다.

◆ 이원화 : 가족들이 민사로 손해배상 청구를 한다든지 뭐 정신적인 보상을 받을 길은 있습니까?

◇ 전수련 : 네 범죄 피해자나 그 유족은 가해자의 법적 책임을 묻기 위해서 따로 민사 소송을 제기할 수가 있습니다. 치매 환자가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는 만약 가해자가 심신상실이 아닌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단되면 그 가해자한테 민사 소송을 제기해서 피해 보상을 받을 수 있고요. 다만 치매 환자가 심신상실 상태였다면 원칙적으로 심신상실자는 책임 능력이 없기 때문에 민사상의 손해배상 청구도 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그 치매 환자의 가족이나 보호자가 치료 관리에 대한 책임을 다했는지를 한번 따져봐야 할 것 같습니다.

◆ 이원화 : 그렇죠. 여기서 사실 논의가 있어요. 감독자에 대한 책임을 어디까지 지울 수 있느냐 그리고 그 감독자 책임을 지는 주체가 누구냐 가족이 되는 거냐 아니면 그 당시에는 병원이었기 때문에 병원이 되는 거냐 이게 논란이 있을 수 있는데요. 개별적인 상황에 따라서 판단이 좀 달라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치매 환자가 실형을 선고받고 형을 산다고 그러면 정상적인 수감 생활이 가능할까 싶긴 하거든요. 그리고 다른 제소자들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이라 기준 같은 게 있을까요? 어떻게 하게끔 돼 있습니까?

◇ 전수련 : 네 치매 환자는 수감 생활에서 적절한 치료도 있어야 되고 또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그런 교정 시설보다는 치매 환자를 위한 특수한 교정 시설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치매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그런 시설이 마련된 교도소나 정신병원에 수감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치매 환자가 정상적으로 수감 생활을 하는 것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수감 기준이나 장소 이런 것은 그 사람의 치매 상태와 함께 그 재활이나 치료가 가능한지 여부를 기준으로 결정될 것 같습니다.

◆ 이원화 : 앞서도 이야기 나왔습니다만 치매 환자가 100만이 넘었고요. 100만이면 웬만한 대도시 인구예요. 고양시 인구가 100만이다 이런 얘기 제가 알고 있거든요. 앞으로 늘면 더 늘었지 줄지는 않을 것 같아요. 한 10년, 20년 전에 일본에서도 이런 얘기 많이 나왔었던 걸로 알고 있어요. 그래서 치매 환자가 범죄를 저질렀을 때 법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좀 더 세부적인 기준이 마련이 필요하다. 그리고 치매 환자가 큰 사고를 냈을 때 심지어 앞서 사건처럼 심신 상실로 무죄를 받아 버린다, 그러면 이 사건의 책임을 누구한테 묻느냐 이런 문제가 분명히 있거든요. 일본에서는 가족들이 책임지게끔 하는 그런 사례도 있었던 걸로 아는데요. 변호사님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 전수련 : 네 사고가 미연에 방지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지만 이미 발생을 했다면 분명히 그 책임을 누가 어떻게 질 것인지 이 논의도 굉장히 중요한 문제이죠. 그래서 말씀하신 대로 예를 들어 일본에서는 치매 환자가 사고를 일으켰을 경우에는 그 가족들이 환자의 보호와 관리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그런 법적인 기준이 아예 존재하고 있습니다.

◆ 이원화 : 그런데 책임질 가족이라고 해도 어느 친족까지 해당하게끔 할 거냐 감독을 한다면 어디까지 해야 되냐 어려운 부분이긴 한 것 같습니다.

◇ 전수련 : 요즘은 워낙 가족이 해체도 많이 되고 1인 가족도 많고 하다 보니까요. 이게 치매 환자에 대한 책임질 범위가 각 사안마다 아니면 법적인 윤리적 기준에 따라서 다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꼭 가족이 아니더라도 아까 말씀하신 대로 병원의 어떤 관리 감독 주체라든지 이런 사람이 될 수도 있겠고요. 치매 환자가 워낙 많아지다 보니까 국가 단위에서 좀 관리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게 정말 어려운 문제인 것 같습니다.

◆ 이원화 : 미성년자 같은 경우에는 나이로 그냥 해버리면 되는데 치매 환자 같은 경우에는 반드시 노령이라고 해서 다 심신미약이나 상실이 되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예를 들어서 성년 후견인을 지정하는 것도 일괄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신청을 하는 경우에 하게 돼 있기 때문에 책임 소재를 한정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아무래도 논의가 좀 더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사건 X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고요.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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