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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4년 12월 7일 (토요일)
■ 진행 : 최휘 아나운서
■ 대담 : 어원연구가 신동광 작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최휘 아나운서(이하 최휘) : 네. 여는 말에서 소개해드렸죠. 야심차게 준비한 새 코너입니다. 미디어 속 언어. 얼마 전 백종원 씨가 예산시장의 임대료 급등을 이야기하면서 젠트리피케이션 이슈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용어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매일경제에 어원 칼럼 ‘말록 홈즈’ 시리즈를 연재하고 계신 신동광 작가 모셔보겠습니다.
◆ 어원연구가 신동광 작가(이하 신동광) : 반갑습니다. 어원연구가 신동광입니다.
◇ 최휘 : 네. 어원연구가라고 소개해주셨는데요. 조금 생소한 단어인데요. 말의 뜻을 연구하는 직업인가요?
◆ 신동광 : 아, 그건 작가로 활동할 때 부 캐릭터입니다. 어원풀이를 통해 사람들의 지적 호기심을 해결해 주는 글을 연재하고 있는 부캐가 말록홈즈고요. 본업은 커뮤니케이터입니다. 회사의 사업, 비즈니스, 기술력 같은 정보들을 대중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컨텐츠도 만들고 미디어 뉴스에 소개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 최휘 : 말록홈즈라면 셜록홈즈와 비슷한 개념인가요?
◆ 신동광 : 맞습니다. 말의 뜻을 풀어서 궁금증을 해결해 주는 어원 탐정이란 뜻으로 말록홈즈라고 지었는데요. 사람들이 경마 이야기 쓰냐고 물어보더라고요. 속상했습니다.
◇ 최휘 : 속이 답답할 때는 좋은 사람들과 시원하게 맥주 한잔 나누는 것도 좋은 것 같습니다. 마침 이제 송년회 시즌 시작인데, 보통 어디서 모이시나요?
◆ 신동광 : 회사 사람들과는 대부분 사무실 인근으로 많이 갑니다. 얼른 먹고 지하철 다닐 때 집에 가는 게 편하니까요.
◇ 최휘 : 아무래도 귀가하기 편한 곳이 좋겠죠. 그라면 회사 근처 외에 즐겨 찾으시는 지역이 있나요?
◆ 신동광 : 오랜만에 보는 친구나 지인들은 힙한 동네에서 만나려고 하는 것 같아요. 다들 모이기 편하고 맛집도 다양한 곳을 선호하죠. 저는 신사, 신논현 지역으로 많이 갑니다. 가성비 높은 단골맛집들이 꽤 있죠.
◇ 최휘 : 아, 신논현이라면 백종원 골목으로 유명하던 곳 아닌가요? 오늘 주제도 백종원 씨 이야기에서 시작했는데요.
◆ 신동광 : 예전엔 백 선생님 브랜드 식당들이 꽤 자주 눈에 띄었는데, 이젠 잘 모르겠어요. 임대료가 오른 영향을 받았다는 얘기를 들은 것 같아요.
◇ 최휘 : 상권 활성화의 주역이 임차료 때문에 이주를 했다면 참 안타까운 일인데요. 도대체 젠트리피케이션이란 건 어떻게 나온 말인가요?
◆ 신동광 : 젠트리피케이션은 ‘금수저 진출로 인한 흙수저 퇴거’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영어 ‘젠트리(gentry)’에서 온 말인데요. 원래 젠트리는 ‘타고난 부유층’을 뜻했습니다. 젠트리의 젠은 ‘어떠한 속성을 물려받아 탄생했다’라는 뜻을 가졌습니다. 성경에서는 세상을 창조하던 시기의 이야기를 창세기 ‘제너시스(Genesis)’라고 부릅니다. 하늘이 내린 타고난 인재란 뜻인 천재 ‘지니어스(genious)’도 같은 뿌리를 가졌어요.
◇ 최휘 : 이 ‘타고난 부유층’ 젠트리는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들이었나요?
◆ 신동광 : 옛날 유럽에는 왕 외에 힘과 명예를 가진 가문들이 있었습니다. 공작, 후작, 백작, 남작, 자작 같은 작위들을 가진 지역 호족이었는데요. 이들은 보통 작위를 아들에게 세습했습니다. 하지만 작위는 하나였어요. 어느 가문의 자식들이 똑똑하다고 다 공작이나 백작을 물려줄 수는 없었죠. 결국 작위를 받지 못한 자식들을 젠트리라고 불렀는데요. 부유한 집안에서, 인물 좋은 부모의 똑똑한 유전자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영양이 풍부한 음식을 풍족하게 먹고, 편안한 공간에 거주하며, 좋은 교육을 받고, 예술과 스포츠도 배우고, 그런 이들끼리의 인맥 리그까지 물려받았죠.
◇ 최휘 : 풍요롭고 평화롭게 자랐군요. 이런 성장배경이 성격에도 영향을 주었을 것 같은데요?
◆ 신동광 : 맞습니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말처럼, 이들은 여유로운 환경에서 좋은 교육을받고 살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온화하고 교양 있다는 이미지를 주었습니다. 우리가 신사로 알고 있는 젠틀맨(gentleman)도 이 젠트리에서 온 말입니다.
◇ 최휘 : 그러면 이 부유층들의 어떤 활동이 젠트리피케이션이 된 건가요?
◆ 신동광 : 인기가 올라간 지역에 젠트리 계층이 들어왔습니다. 초기에는 문화와 환경이 좋은 지역에 부유층이 거주하러 들어왔던 행위를 가리켰습니다. 나중에는 유망한 상권이 형성되거나 지가 상승이 예상되는 지역에, 건물이나 토지 같은 부동산을 매입해 투자하는 행태가 젠트리피케이션의 의미로 자리잡았습니다. 쉽게 말해 인기 지역의 ‘부유층 점유화’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 최휘 : 부작용들이 있을 것 같은데요.
◆ 신동광 : 일단 임차료가 올라가고, 주변 물가도 올라가니, 원래 거주민, 상인, 방문객들 모두에게 부담을 주었죠. 특히 대기업들의 프랜차이즈 상점들이 몰려오니, 지역 고유의 특색이 사라지고, 결국 거주민도, 상인도, 방문객도 떠나는 현상이 벌어집니다.
◇ 최휘 : 대표적인 지역이 어디가 있을까요?
◆ 신동광 : 제가 부동산 전문가는 아니라서 구체적으로는 모르지만, 압구정 로데오 거리가 제 청년시절보다 많이 한산해진 것 같아요. 합정, 상수, 연남동 같은 지역도 예전보다 시들해 보이구요. 요즘 뜨는 성수, 을지로, 용리단길 같은 곳도 이 열기가 오래 계속될지는 모르겠습니다.
◇ 최휘 : 혹시 지역명에도 다들 뜻이 있나요?
◆ 신동광 : 을지로는 힙지로라고 불리는데, 멋스럽다는 힙과 을지로의 지로가 붙은 말입니다. 이 지역에 일제강점기부터 중국인들의 상권이 번창했는데, 이를 누르려고 살수대첩의 명장 을지문덕 장군의 이름을 따왔다는 말이 있습니다. 같은 시기 명동 인근은 혼마찌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유흥가였는데, 임진왜란에서 일본군을 대파한 명장 이순신 장군의 시호인 충무공에서 따와 충무로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이순신 장군께서 이 지역에 사시기도 했다는군요.
◇ 최휘 : 경리단이나 용리단 같은 이름들도 어떤 뜻인지 궁금하네요.
◆ 신동광 : 용리단은 ‘용산 경리단’이란 뜻으로 이태원 2동의 ‘경리단길’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리’는 유리 같은 맑고 투명함을, ‘단’은 단청지붕의 울긋불긋한 따스함을 줍니다. 뜻보다 어감의 영향이 큽니다. 정작 경리단은 전혀 다른 의미입니다. 경리단의 정식이름은 ‘육군중앙경리단(陸軍中央經理團)’. 대한민국 육군의 재정업무를 맡았던 부대(현 국군재정관리단)의 이름입니다. 영어로는 재무부대란 의미로 Finance Corps가 적합해 보입니다. 지금은 일반적으로 ‘회계’라고 쓰는 말이, 예전엔 ‘경리’였습니다.
한자어 경리(經理)는 ‘다스릴 경’자에, ‘다스릴 리’자를 씁니다. ‘경영관리’(business management)의 줄임말이지만, 주로 회계업무(accounting)를 가리킵니다.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입에 담기 싫을 군부대 이름인데, 경리단은 대체 왜 핫해졌을까요? 70년대에 국군 경리단 소속 야구팀(현 상무)이 있었습니다. 리그 우승을 많이 차지해 인기가 높았고, 부대이름도 유명해졌습니다. 또한 인근 미군부대와 외국 대사관들의 영향을 받아, 외국의 먹거리와 풍습이 자리잡은 이색적 거리가 형성되었다고 합니다. 더불어 경리단도 많은 이들의 약속장소로 자리잡았습니다.
그렇다고 용리단이나 송리단이 엉터리거나 잘못됐으니, 때려고치자는 의견은 아닙니다. 말은 의미뿐만 아니라, 소리가 주는 느낌의 영향도 크게 받으니까요. 그래도 경리단의 본래 의미가 재무부대란 것 정도는 알면 좋겠습니다. 저처럼 뜻 모르는 말 쓸 때 가끔 창피스러운 분들께는, 쓸모 있는 정보가 되어 주리라 기대합니다. 앞으로 생겨날 공간과 기관의 이름엔, 좋은 뜻과 더불어 산뜻한 어감을 함께 담으면 좋겠습니다.
◇ 최휘 : 네, 오늘 젠트리피키에션으로 시작해서 다양한 경제, 문화 용어들을 어원 중심으로 풀어봤는데요. 끝으로 젠트리피케이션. 한 마디로 정의해 주실 수 있을까요?
◆ 신동광 : 탈주범 지강헌이 했던 유명한 말이 있죠. “유전 무죄, 무전 유죄!”. 이 말을 적용하면, “유전 전입(有錢 轉入), 무전 퇴거(無錢 退去)!”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본주의가 이 사회의 기본 시스템이긴 하지만, 평범하거나 어려운 환경에서 태어나 자란 이들도 더불어 행복하게 사는 사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함께 지혜를 모아 노력하면 길을 찾을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 최휘 : 네.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너무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신동광 : 감사합니다.
◇ 최휘 : 지금까지 어원연구가 신동광 작가 였습니다.
YTN 장정우 (jwjang@ytnradi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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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 최휘 아나운서
■ 대담 : 어원연구가 신동광 작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최휘 아나운서(이하 최휘) : 네. 여는 말에서 소개해드렸죠. 야심차게 준비한 새 코너입니다. 미디어 속 언어. 얼마 전 백종원 씨가 예산시장의 임대료 급등을 이야기하면서 젠트리피케이션 이슈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용어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매일경제에 어원 칼럼 ‘말록 홈즈’ 시리즈를 연재하고 계신 신동광 작가 모셔보겠습니다.
◆ 어원연구가 신동광 작가(이하 신동광) : 반갑습니다. 어원연구가 신동광입니다.
◇ 최휘 : 네. 어원연구가라고 소개해주셨는데요. 조금 생소한 단어인데요. 말의 뜻을 연구하는 직업인가요?
◆ 신동광 : 아, 그건 작가로 활동할 때 부 캐릭터입니다. 어원풀이를 통해 사람들의 지적 호기심을 해결해 주는 글을 연재하고 있는 부캐가 말록홈즈고요. 본업은 커뮤니케이터입니다. 회사의 사업, 비즈니스, 기술력 같은 정보들을 대중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컨텐츠도 만들고 미디어 뉴스에 소개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 최휘 : 말록홈즈라면 셜록홈즈와 비슷한 개념인가요?
◆ 신동광 : 맞습니다. 말의 뜻을 풀어서 궁금증을 해결해 주는 어원 탐정이란 뜻으로 말록홈즈라고 지었는데요. 사람들이 경마 이야기 쓰냐고 물어보더라고요. 속상했습니다.
◇ 최휘 : 속이 답답할 때는 좋은 사람들과 시원하게 맥주 한잔 나누는 것도 좋은 것 같습니다. 마침 이제 송년회 시즌 시작인데, 보통 어디서 모이시나요?
◆ 신동광 : 회사 사람들과는 대부분 사무실 인근으로 많이 갑니다. 얼른 먹고 지하철 다닐 때 집에 가는 게 편하니까요.
◇ 최휘 : 아무래도 귀가하기 편한 곳이 좋겠죠. 그라면 회사 근처 외에 즐겨 찾으시는 지역이 있나요?
◆ 신동광 : 오랜만에 보는 친구나 지인들은 힙한 동네에서 만나려고 하는 것 같아요. 다들 모이기 편하고 맛집도 다양한 곳을 선호하죠. 저는 신사, 신논현 지역으로 많이 갑니다. 가성비 높은 단골맛집들이 꽤 있죠.
◇ 최휘 : 아, 신논현이라면 백종원 골목으로 유명하던 곳 아닌가요? 오늘 주제도 백종원 씨 이야기에서 시작했는데요.
◆ 신동광 : 예전엔 백 선생님 브랜드 식당들이 꽤 자주 눈에 띄었는데, 이젠 잘 모르겠어요. 임대료가 오른 영향을 받았다는 얘기를 들은 것 같아요.
◇ 최휘 : 상권 활성화의 주역이 임차료 때문에 이주를 했다면 참 안타까운 일인데요. 도대체 젠트리피케이션이란 건 어떻게 나온 말인가요?
◆ 신동광 : 젠트리피케이션은 ‘금수저 진출로 인한 흙수저 퇴거’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영어 ‘젠트리(gentry)’에서 온 말인데요. 원래 젠트리는 ‘타고난 부유층’을 뜻했습니다. 젠트리의 젠은 ‘어떠한 속성을 물려받아 탄생했다’라는 뜻을 가졌습니다. 성경에서는 세상을 창조하던 시기의 이야기를 창세기 ‘제너시스(Genesis)’라고 부릅니다. 하늘이 내린 타고난 인재란 뜻인 천재 ‘지니어스(genious)’도 같은 뿌리를 가졌어요.
◇ 최휘 : 이 ‘타고난 부유층’ 젠트리는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들이었나요?
◆ 신동광 : 옛날 유럽에는 왕 외에 힘과 명예를 가진 가문들이 있었습니다. 공작, 후작, 백작, 남작, 자작 같은 작위들을 가진 지역 호족이었는데요. 이들은 보통 작위를 아들에게 세습했습니다. 하지만 작위는 하나였어요. 어느 가문의 자식들이 똑똑하다고 다 공작이나 백작을 물려줄 수는 없었죠. 결국 작위를 받지 못한 자식들을 젠트리라고 불렀는데요. 부유한 집안에서, 인물 좋은 부모의 똑똑한 유전자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영양이 풍부한 음식을 풍족하게 먹고, 편안한 공간에 거주하며, 좋은 교육을 받고, 예술과 스포츠도 배우고, 그런 이들끼리의 인맥 리그까지 물려받았죠.
◇ 최휘 : 풍요롭고 평화롭게 자랐군요. 이런 성장배경이 성격에도 영향을 주었을 것 같은데요?
◆ 신동광 : 맞습니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말처럼, 이들은 여유로운 환경에서 좋은 교육을받고 살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온화하고 교양 있다는 이미지를 주었습니다. 우리가 신사로 알고 있는 젠틀맨(gentleman)도 이 젠트리에서 온 말입니다.
◇ 최휘 : 그러면 이 부유층들의 어떤 활동이 젠트리피케이션이 된 건가요?
◆ 신동광 : 인기가 올라간 지역에 젠트리 계층이 들어왔습니다. 초기에는 문화와 환경이 좋은 지역에 부유층이 거주하러 들어왔던 행위를 가리켰습니다. 나중에는 유망한 상권이 형성되거나 지가 상승이 예상되는 지역에, 건물이나 토지 같은 부동산을 매입해 투자하는 행태가 젠트리피케이션의 의미로 자리잡았습니다. 쉽게 말해 인기 지역의 ‘부유층 점유화’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 최휘 : 부작용들이 있을 것 같은데요.
◆ 신동광 : 일단 임차료가 올라가고, 주변 물가도 올라가니, 원래 거주민, 상인, 방문객들 모두에게 부담을 주었죠. 특히 대기업들의 프랜차이즈 상점들이 몰려오니, 지역 고유의 특색이 사라지고, 결국 거주민도, 상인도, 방문객도 떠나는 현상이 벌어집니다.
◇ 최휘 : 대표적인 지역이 어디가 있을까요?
◆ 신동광 : 제가 부동산 전문가는 아니라서 구체적으로는 모르지만, 압구정 로데오 거리가 제 청년시절보다 많이 한산해진 것 같아요. 합정, 상수, 연남동 같은 지역도 예전보다 시들해 보이구요. 요즘 뜨는 성수, 을지로, 용리단길 같은 곳도 이 열기가 오래 계속될지는 모르겠습니다.
◇ 최휘 : 혹시 지역명에도 다들 뜻이 있나요?
◆ 신동광 : 을지로는 힙지로라고 불리는데, 멋스럽다는 힙과 을지로의 지로가 붙은 말입니다. 이 지역에 일제강점기부터 중국인들의 상권이 번창했는데, 이를 누르려고 살수대첩의 명장 을지문덕 장군의 이름을 따왔다는 말이 있습니다. 같은 시기 명동 인근은 혼마찌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유흥가였는데, 임진왜란에서 일본군을 대파한 명장 이순신 장군의 시호인 충무공에서 따와 충무로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이순신 장군께서 이 지역에 사시기도 했다는군요.
◇ 최휘 : 경리단이나 용리단 같은 이름들도 어떤 뜻인지 궁금하네요.
◆ 신동광 : 용리단은 ‘용산 경리단’이란 뜻으로 이태원 2동의 ‘경리단길’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리’는 유리 같은 맑고 투명함을, ‘단’은 단청지붕의 울긋불긋한 따스함을 줍니다. 뜻보다 어감의 영향이 큽니다. 정작 경리단은 전혀 다른 의미입니다. 경리단의 정식이름은 ‘육군중앙경리단(陸軍中央經理團)’. 대한민국 육군의 재정업무를 맡았던 부대(현 국군재정관리단)의 이름입니다. 영어로는 재무부대란 의미로 Finance Corps가 적합해 보입니다. 지금은 일반적으로 ‘회계’라고 쓰는 말이, 예전엔 ‘경리’였습니다.
한자어 경리(經理)는 ‘다스릴 경’자에, ‘다스릴 리’자를 씁니다. ‘경영관리’(business management)의 줄임말이지만, 주로 회계업무(accounting)를 가리킵니다.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입에 담기 싫을 군부대 이름인데, 경리단은 대체 왜 핫해졌을까요? 70년대에 국군 경리단 소속 야구팀(현 상무)이 있었습니다. 리그 우승을 많이 차지해 인기가 높았고, 부대이름도 유명해졌습니다. 또한 인근 미군부대와 외국 대사관들의 영향을 받아, 외국의 먹거리와 풍습이 자리잡은 이색적 거리가 형성되었다고 합니다. 더불어 경리단도 많은 이들의 약속장소로 자리잡았습니다.
그렇다고 용리단이나 송리단이 엉터리거나 잘못됐으니, 때려고치자는 의견은 아닙니다. 말은 의미뿐만 아니라, 소리가 주는 느낌의 영향도 크게 받으니까요. 그래도 경리단의 본래 의미가 재무부대란 것 정도는 알면 좋겠습니다. 저처럼 뜻 모르는 말 쓸 때 가끔 창피스러운 분들께는, 쓸모 있는 정보가 되어 주리라 기대합니다. 앞으로 생겨날 공간과 기관의 이름엔, 좋은 뜻과 더불어 산뜻한 어감을 함께 담으면 좋겠습니다.
◇ 최휘 : 네, 오늘 젠트리피키에션으로 시작해서 다양한 경제, 문화 용어들을 어원 중심으로 풀어봤는데요. 끝으로 젠트리피케이션. 한 마디로 정의해 주실 수 있을까요?
◆ 신동광 : 탈주범 지강헌이 했던 유명한 말이 있죠. “유전 무죄, 무전 유죄!”. 이 말을 적용하면, “유전 전입(有錢 轉入), 무전 퇴거(無錢 退去)!”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본주의가 이 사회의 기본 시스템이긴 하지만, 평범하거나 어려운 환경에서 태어나 자란 이들도 더불어 행복하게 사는 사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함께 지혜를 모아 노력하면 길을 찾을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 최휘 : 네.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너무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신동광 : 감사합니다.
◇ 최휘 : 지금까지 어원연구가 신동광 작가 였습니다.
YTN 장정우 (jwjang@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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