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신고 '2차 가해' 무방비..."더 촘촘히 보호해야"

성범죄 신고 '2차 가해' 무방비..."더 촘촘히 보호해야"

2024.05.07. 오전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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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불법촬영 피해자, 고소 후 2차 가해 노출
경찰, 가해자에 경고했지만 가능성 여전
구두경고 지침 없어…현장에서 실수하는 경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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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가정폭력이나 스토킹, 아동학대 피해자들은 신고 이후 2차 가해를 당하지 않도록 접근금지 조치가 시행되고 있는데요.

성범죄 피해자들도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는 만큼 접근금지 조치의 범위가 확대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신귀혜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최근 학교 사회복무요원으로부터 불법촬영을 당한 교사 박 모 씨, 고소 이후에도 2차 가해에 시달렸습니다.

[박 모 씨 / 불법촬영 피해 교사 : 형사 고소한 바로 다음 날 새벽에 본인이 저 때문에 자살하겠다고 하는 자필로 쓴 유서와 실행하는 사진들 5장 정도를 저한테 보내왔었습니다.]

경찰이 가해자에게 '연락하지 말라'고 경고했지만, 언제든 다시 연락이 올 수 있다는 생각에 여전히 불안합니다.

현행법상 범죄 피해자들은 경찰관이 주거지에 수시로 방문하거나 스마트워치를 지급 받는 방식으로 안전조치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인 연락까지 막을 수 있는 '접근금지' 조치는 가정폭력과 스토킹, 아동학대 혐의에 해당할 때에만 내려집니다.

성범죄 피해자는 가해자와 가까운 사이여서 2차 가해를 당할 우려가 크더라도, 스토킹 범죄 요건에 맞는 행위가 있어야 접근금지 조치가 가능한 겁니다.

이 때문에 일선 경찰관들은 성범죄 신고가 접수되면 가해자에게 구두경고를 내릴 순 있지만, 어디까지나 '경고'에 그칠 뿐 실질적으로 2차 가해를 막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게다가 경고의 내용과 방식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아, 현장에서 실수가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김수정 /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장 : (피해자들과) 상담을 해보면 경고 정도는 가해자가 오히려 경미한 조치로 여기기도 하고요. 수사관이 이 부분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않으면 경고를 하다가 가해자한테 정보를 주는 경우도 있어요.]

21대 국회에서 가해자의 접근을 제한하는 법 개정안이 2건, 피해자 정보 누설을 금지하는 법 개정안이 1건 발의됐지만 모두 논의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정수경 / 변호사 : 가해자의 접근을 금지하는 것을 법으로 (정하는) 제도가 생긴다면 피해자들이 느끼는 심리적 안정감은 상당할 것 같고, 특히 (피해자가) 가해자랑 아는 사이일 경우, 자기 주거지가 노출된 경우에 상당히 안정적으로 제도가 활용될 것 같다….]

곧 문을 열 22대 국회의 활발한 입법 논의와 함께, 수사당국의 적극적인 연구와 실천도 필요해 보입니다.

YTN 신귀혜입니다.

촬영기자: 심원보
디자인: 김진호


YTN 신귀혜 (shinkh0619@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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