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딸딸한데 음주측정기에 안 걸리는 술이 있다?

알딸딸한데 음주측정기에 안 걸리는 술이 있다?

2024.04.28. 오전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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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딸딸한데 음주측정기에 안 걸리는 술이 있다?
센티아(SENTIA)'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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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아닌 음주...알코올같은 너"

마시면 취한 기분은 들지만, 알코올은 들어있지 않은 '대체 술'이 나오자, 우리나라에서도 이를 마시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음주 운전 아닌 음주 운전 등이 우려되지만 이와 관련된 규제가 없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알코올이 없는 술 센티아(SENTIA)'

이 제품은 런던 임파리얼컬리지 신경정신약리학과 데이비드 넛 교수가 개발한 대체 술이다.

센티아에 들어있는 성분은 뇌에서 진정 신호를 생성하는 감마 아미노부티르산(이하 가바·GABA)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의 활성을 자극한다. 알코올도 가바의 효과를 모방하는 물질 중 하나다. 와인이나 맥주 후에 불안이나 스트레스가 가시는 이유다. 그러나 다량을 섭취하면 통제력을 상실하고 의식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

술에 들어있는 알코올 성분이 암에서 치매, 간경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질병의 원인이 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획기적인 발명이라 할만하다. 건강을 열심히 챙기고 숙취를 싫어하는 MZ들에 좋은 반응을 얻은 이유다.

센티아뿐만 아니라 유포르믹스, 지아, 사이키델릭 워터 등 식물 화합물 이용해 '알딸딸한' 느낌을 주는 무알콜 음료 스타트업들이 성행 중이다. 음료산업조사 회사 IWSR에 따르면, 미국 내 무알콜 주류 판매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거의 300% 증가했다.


안전할까?

전문가들의 "의견은 확신할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스탠퍼드 대학교 의과대학의 중독 의학 책임자 안나 렘케 박사는 타임지에 "같은 효과를 내면서도 건강에는 나쁘지 않은 분자가 있을 순 있지만, 그 결과가 어떨지는 모른다"고 답변했다.

렘케 박사는 헤로인은 모르핀의 중독성 문제로부터 안전한 대체 약물로 개발됐고, 전자 담배는 덜 위험한 흡연 방법으로 소개됐지만 둘 다 부작용을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미국 국립 알코올 남용 및 알코올 중독 연구소(NIAAA)의 퍼트리샤 파월 부소장은 " 정말로 '건강한' 방식의 가짜 알코올이 가능한지, 중독이나 의존 가능성 없는 알코올 모방 제품을 만드는 게 가능한지, 이미 알코올 사용 장애로 고생하는 사람들의 재발 우려를 높일지 등등에 대해 아직 답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좀 더 많은 사례가 쌓인 뒤에나 대체 알코올이 이로운지 해로운지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뜻이다.

마지 스키어 터프츠대학교 의과대학의 공중 보건 및 지역 사회 의학 부교수 또한 "부작용 없이 장점만 내세우는 새로운 제품에 대해서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스키어 부교수는 "(센티아와 관련해)우리는 어떤 연구도 없으며 어떤 데이터도 없다"고 말했다.

또한 이 술을 개발한 신경정신약리학자 데이비드 넛이 과거에 "알코올이 헤로인이나 크랙, 코카인과 같은 마약보다 사회에 더 위험하다"고 주장한 전력이 있으며 환각제 사용 확대를 강력히 지지한다는 점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우리나라에도 유행할까?

최근 우리나라에도 '센티아'를 마시고 난 뒤 반응과 후기를 남기는 유튜버들이 등장했다. 북미에서 틱톡 바이럴을 타고 대체 알코올이 유행한 사례를 보면 우리나라도 비슷한 유행이 번질 수 있다.

국내에서도 이 제품을 마셔본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몽롱하다"는 반응이 있지만 "별 느낌이 없다"는 이들도 있다. 알코올 성분이 없는 음료이기 때문에 음주측정기를 대어도 알코올 성분이 검출되지 않는다.
그러나 알코올과 같은 효과를 내는 만큼 관련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찰청은 YTN에 "약물의 영향과 그 밖의 사유로 정상적으로 운전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 상태에서 운전하는 행위는 도로교통법 제45조에 따라 금지돼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약물은 '마약, 대마 및 향정신성의약품과 그 밖에 행정안전부령으로 정하는 것'으로 약물로 인정되지 않는다면 별도 처벌 규정이 없어 처벌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센티아가 약물로 인정되면 음주 운전과 마찬가지로 12대중과실에 해당해 가중처벌 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일반 교통사고와 같은 절차에 따라 처리된다"고 밝혔다.

디지털뉴스팀 최가영 기자

YTN 최가영 (weeping07@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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