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호텔 사건' 여성 입실 뒤 살해 모의...'구타 의심' 흔적도

'파주 호텔 사건' 여성 입실 뒤 살해 모의...'구타 의심' 흔적도

2024.04.17. 오후 5:10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앵커]
경기 파주 호텔에서 남녀 4명이 숨진 채 발견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의문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YTN 취재 결과 남성들은 여성들이 호텔 방에 들어오고 나서 서로 살해를 암시하는 메시지를 주고받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사건 취재한 사회부 우종훈 기자와 주요 내용 짚어보겠습니다.

우선 사건이 알려진 경위부터 설명해주시죠.

[기자]
네, 지난 10일 경기도 파주시 호텔에서 20대 남녀 4명이 숨진 채 발견됐죠,

경찰이 출동했을 당시 여성들은 방 안에서 발견됐고요,

남성 2명은 호텔 건물 바깥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당시 경찰은 전날인 9일 오후 친구를 만난다며 나간 뒤 들어오지 않고 있다는 여성 한 명의 가족 실종 신고를 접수한 뒤 휴대전화 위치 추적을 통해 호텔에서 택시를 내린 점을 확인하고 이곳을 찾았습니다.

경찰은 시신의 발견 위치와 상태 등을 토대로 남성들이 여성들을 살해한 뒤 자신들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해왔습니다.

[앵커]
경찰은 남성들이 범행을 계획하고 여성들을 호텔 방에 불렀다고 보는 거죠?

[기자]
네, 경찰은 네 가지 근거를 토대로 사실상 계획범죄였다고 보고 있습니다.

준비한 그래픽 보며 설명 드리겠습니다.

먼저, 숨진 남성이 '기절' 등 사람을 제압하는 단어를 휴대전화로 검색한 점.

두 번째, SNS에 '구인 글'을 올리는 방식으로 미리 예약한 호텔 방으로 여성들을 유인한 점.

셋째, 남성들이 범행에 쓸 도구로 케이블 타이와 청테이프를 미리 준비한 점.

넷째, 숨진 여성 한 명의 지인에게 여성인 척 접근해 수백만 원의 돈을 요구했던 점입니다.

[앵커]
남성들이 여성을 호텔 방으로 유인한 경위부터 짚어볼까요?

[기자]
우선 여성 2명은 호텔로 오게 된 경위가 각각 다릅니다.

8일 오후, 그러니까 남성들이 호텔에 입실한 날 다른 여성 한 명보다 먼저 방에 들어간 것으로 추정되는 여성은 2~3년 전부터 남성들과 알던 사이였습니다.

이 여성은 평소 남성과 연락도 주고받았는데, 남성이 '가상 화폐로 돈 많이 벌었으니 만나자'는 등 말로 유인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같은 날 밤에 호텔로 간 나머지 여성은 남성들과 전혀 알지 못했던 사이로 파악됐습니다.

남성은 이날 하루 동안 SNS에 '여성 딜러' 아르바이트를 구한다며 구인 글을 세 차례 올렸는데,

이 공고를 보고 여성이 답을 하면서 호텔을 찾게 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남성들은 구인 글을 보고 연락해온 이 여성의 지인에게 돈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지인에게 돈은 어떻게 요구한 겁니까?

[기자]
남성들은 여성인 척 지인에게 접근해서 돈을 요구했습니다.

지인 진술에 따르면 연락을 받은 건 8일 밤 10시 40분쯤 그러니까 이 여성이 방으로 들어간 지 50분쯤 지났을 때였는데요,

첫 연락은 여성 휴대전화로 보낸 메시지였는데 돈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메시지가 전송되고 지인의 휴대전화에는 부재중 전화가 와 있었는데 한 번은 여성의 번호, 한 번은 남성의 번호가 남아있었습니다.

지인은 평소 여성이 쓰지 않는 호칭으로 메시지가 쓰인 점을 수상히 여겨 부재중 전화를 남긴 남성에게 전화했고,

당시 남성은 여성이 '일하다 실수를 해 6백에서 7백만 원의 돈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실제 돈이 전해지진 않았는데 경찰은 지인과 통화를 주고받았을 당시 이미 여성이 살해된 뒤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앵커]
남성들이 지인에게 돈을 요구한 건 방금 말해준 이 한 사람뿐인가요?

[기자]
네, 현재까지 경찰이 여성 주변 인물 가운데 돈을 요구받았다고 밝힌 사람은 한 명뿐입니다.

다만, 범행의 목적이 돈이었고 이를 위해 여성을 계획적으로 유인한 거라면 다른 사람에게도 금품을 요구했을 거로 의심되긴 합니다.

YTN 취재 결과 경찰 역시 이 부분을 의심하고 추가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경찰은 현재 여성들의 계좌 조회를 통해 범행 시점에 돈이 수상하게 오간 점이 있는지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앵커]
그러면 경찰은 살인까지도 남성들이 계획했다고 보고 있는 건가요?

[기자]
현재까지 경찰이 여기에 대해 공식적으로 명확한 답을 내놓은 건 아닙니다.

하지만 경찰은 금품을 목적으로 범행을 계획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자 살인한 게 아닌지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YTN 취재 결과 남성들의 휴대전화를 포렌식 분석했더니 메신저로 살인을 모의하는 내용을 주고받은 점이 드러났는데요,

남성들이 서로 메시지를 주고받은 시점은 여성들이 이미 호텔 방에 들어간 뒤였습니다.

여성 한 명의 몸에서는 구타가 의심되는 흔적도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다만, 경찰은 시신 부패 등으로 인한 것일 가능성도 있어 확인하고 있습니다.

즉, 돈을 뜯어내려다 일이 틀어지자 살해를 저지른 게 아닌지 의심할 수 있는 정황이 발견된 겁니다.

[앵커]
경찰 수사를 통해 추가로 드러나야 하는 부분은 어떤 게 있습니까?

[기자]
구체적인 범행 동기입니다.

범행이 돈 때문에 일어났다면 남성들이 어떤 이유로 돈이 필요했던 건지 규명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를 위해 경찰은 숨진 남성들의 유족과 주변인을 상대로 경제적으로 궁핍했는지,

만약 궁핍했다면 평소 어떤 일들을 해왔는지 수사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또, 아직 발견되지 않은 여성들의 휴대전화도 확보돼야 하는데요,

경찰은 휴대전화 기지국 위치가 마지막으로 찍힌 장소를 토대로 남성들이 9일 새벽, 인근의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PC방을 찾을 때 여성의 휴대전화를 갖고 나간 게 아닌지 보고 있습니다.

PC방엔 4시간 정도 머무른 것으로 파악됐는데 여기서 무엇을 했는지도 밝혀져야 합니다.

경찰은 이르면 이번 주 수사를 마무리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남성들까지 모두 숨진 상황이라 범행동기 등을 밝히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앵커]
네, 지금까지 사회부 우종훈 기자였습니다.



YTN 우종훈 (hun91@ytn.co.kr)

※ '당신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카카오톡] YTN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02-398-8585
[메일] social@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