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남는" 카데바 "공유" 표현에 시신 기증 서약자들 뿔났다

복지부 "남는" 카데바 "공유" 표현에 시신 기증 서약자들 뿔났다

2024.03.29. 오후 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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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남는" 카데바 "공유" 표현에 시신 기증 서약자들 뿔났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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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의대 2천 명 증원에 따른 의대 교육 부실 우려에 기증된 해부 실습용 시신, 이른바 '카데바(cadaver)'를 의대 간 공유하고 부족하면 수입도 고려하겠다고 밝히자, 사후 의대에 시신 기증을 서약한 가족들이 항의문을 냈다.

29일 의료계에 따르면, 연세대학교 의대 출신인 맹호영 씨는 지난 28일 페이스북에 '맹호영 외 5명' 명의로 쓴 항의문을 올렸다.

그는 자신들을 "스스로 혹은 부모님의 몸을 사후 연세대학교 의과 대학에서 연구와 교육 목적으로 사용하기를 서약한 본인 혹은 가족"이라고 소개하며 "(카데바 부족 문제는)의대증원이라는 문제의 극히 일부분이지만 박민수 보건복지부 차관의 발언을 좌시할 수 없어 항의문을 올리게 됐다"고 썼다.

맹 씨 외 5인의 항의는 앞서 박 차관이 지난 21일 브리핑을 통해 "우리나라는 1년에 기증되는 카데바 수가 약 1,200구 정도인데 실제 의대에서 활용되고 있는 카데바 수는 800구 정도이며 400구가 남아 다른 학교에 공유하고 부족하면 수입도 고려할 수 있다"는 발언에 대한 반발이다.

이들은 "해부학은 단순한 우리 몸의 구조나 명칭이 아닌 생명이 떠난 신체를 마주하며 생명의 소중함을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된다"면서 "또 400구의 시신이 남는다는 발언은 시신 처리와 교육 준비 과정의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일 뿐 아니라 대중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표현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해부학은 갓 시작한 의대생들에게 생명이 떠난 고인의 몸을 통해 배우며 살아있는 생명에 대한 존중과 두려움을 배우는 매우 중요한 과정인 것을 아시는 분이라면 마치 어떤 물건의 재고가 있어 나눌 수 있듯 '남는' 혹은 '공유' 라는 표현은 하실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카데바를 의대 간 공유해도 부족한 경우 수입하겠다는 정부 입장에 대해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진 전형과 변이를 배울 기회를 우선하기보다는 단순히 수가 부족하면 '수입'해 숫자를 채우면 된다는 사고방식은 몰이해에 대한 실망과 함께 이런 분들이 과연 의학교육과 수련 정책에 얼마나 신중하실 수 있을지 알 수 없어 암담할 뿐"이라고 말했다.

의료계에서는 정부의 의대 정원 2천 명 정원으로 인해 필수 과목의 질이 떨어질 것을 우려 중이다. 특히 해부학의 경우 가르칠 교수도 부족하고 카데바도 부족한 실정이다.

이들은 "기증된 시신이 부족해 고민하는 학교들이 있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이를 해결 하기 위해서는 우선 시신 기증자와 그 가족을 존중하고 감사히 여기는 문화가 먼저 정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항의문 전문

복지부 "남는" 카데바 "공유" 표현에 시신 기증 서약자들 뿔났다



YTN 최가영 (weeping07@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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