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책가방에 녹음기 넣어 수집한 아동학대 증거, 사용 불가"

대법 "책가방에 녹음기 넣어 수집한 아동학대 증거, 사용 불가"

2024.01.11. 오전 11:13.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이미지 확대 보기
대법 "책가방에 녹음기 넣어 수집한 아동학대 증거, 사용 불가"
사진 출처=연합뉴스
AD
부모가 아이 몰래 책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교사의 발언을 녹음하면 형사재판의 증거로 쓸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1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날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아동학대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초등학교 교사 A씨에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동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18년 3월부터 5월까지 자신이 담임을 맡은 초등학교 3학년 학생에게 "학교 안 다니다 온 애 같다"라고 말하는 등 16차례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됐다.

해당 학생의 모친은 A씨의 아동학대를 의심해 아이의 가방에 몰래 녹음기를 넣어 수업 내용을 녹음했고, 이를 경찰에 증거로 제출했다.

1·2심 법원은 녹음 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해 A씨에게 유죄를 선고했지만, 대법원은 "피해 아동의 부모가 몰래 녹음한 피고인의 수업 시간 중 발언은 '공개되지 않은 대화'에 해당한다"라며 "이 녹음파일은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증거능력이 부정된다"라고 다른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은 "교사의 수업 시간 중 발언은 교실 내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서 일반 공중이나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된 것이 아니다"라며 "대화 내용이 공적인 성격을 갖는지, 발언자가 공적 인물인지 등은 '공개되지 않은 대화' 여부를 판단하는 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대화를 녹음한 파일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원칙에 관해 예외가 인정된 바 없다"며 "교실 내 발언을 학생의 부모가 녹음한 경우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 녹음'에 해당해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통신비밀보호법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전자장치를 이용해 청취할 수 없고, 이를 증거로 사용할 수도 없다고 정한다.


YTN digital 이유나 (lyn@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