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1년 전 여가부 장관 방문 자료 보니…"태풍 대응도 점검"

잼버리 1년 전 여가부 장관 방문 자료 보니…"태풍 대응도 점검"

2023.08.08. 오전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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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버리 1년 전 여가부 장관 방문 자료 보니…"태풍 대응도 점검"
사진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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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현장 못 가봤다'는 여가부 장관

먼저 지난해 8월 18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전체 회의가 열렸다. 2023 새만금 잼버리를 1년 정도 앞둔 시점이었다. 이때부터 국회에서 새만금 잼버리에 대한 우려가 본격적이고 구체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당시 이원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렇게 질의했다. "배수 시설이나, 화장실, 급수대 등 시설들이 늦어지고 있다. 잘못하면 준비 상태가 상당히 문제 될 수 있다" 김현숙 여가부 장관의 답변은 이랬다. "(준비가) 늦어진 건 농식품부나 해수부, 새만금청과의 사용 허가 변경 절차인데 거의 완료됐다" 절차가 좀 남아 있긴 하지만 준비 상황은 사실상 '완료'되었다고 공언했다. 그러면서 김 장관은 "아직 잼버리 현장을 못 가봤다"고 밝혔고, 이 의원은 "(지금이라도) 빨리 현장에 가보셨으면 좋겠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현장 방문은 한 달 뒤에 이뤄진다.

잼버리 1년 전에 이미 침수 우려가 국회에서 지적된 것이다. 새만금은 간척지인 만큼 물 빠짐이 중요하다. 그런데 이게 제대로 되지 않아 텐트를 칠 수 없을 정도로 야영장에 물이 찼다. 텐트를 치려면 큰 못을 땅에 박아야 하는데 쉽게 뽑힐 정도였다. 임시로 플라스틱 팔레트가 제공됐다. 물에 잠겨 플라스틱 팔레트 위에서 텐트를 치는 스카우트 대원의 모습이 현장 기록으로 남게 된다.

한 달 뒤 현장 방문 이후 여가부 자료 보니…"태풍 대응도 점검"

한 달 뒤인 9월 21일. 국회 전체 질의 이후 김현숙 여가부 장관은 새만금 대회장을 찾았다. 방문 이후 여성가족부는 공식 자료를 통해 새만금 잼버리 준비가 잘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이 자료에 어떤 내용이 담겼을까?

김 장관은 이날 '전북도, 부안군, 조직위 관계자들과 함께 잼버리 시설 조성과 영내·외 프로그램 준비 상황 등을 세심히 살펴보고 논의했다'고 되어 있다. (참조 : 여성가족부 홈페이지) 여기서 언급한 시설에는 상하수도, 주차장, 대집회장, 야영시설, 직소천 과정활동장 등 주요 장소가 모두 포함됐다.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로 빈곤종식과 위생, 건강·웰빙, 양질의 교육, 양성평등, 에너지 등이 명시됐다.

방문 이후 어떤 결론을 내렸을까? 여가부는 같은 자료를 통해 "감염병, 여름철 태풍·홍수 등 재난 및 안전사고 예방대책, 신속하고 안전한 참가자 수송교통 등의 대응계획도 지속적으로 보완, 점검한다"고 밝혔다. 또 "새만금 세계잼버리가 국가·인종·종교를 초월해 서로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국제교류의 장이 될 수 있도록 관계부처, 전라북도, 잼버리 조직위 등과 협력해 대회 준비 지원체계를 강화하고 성공적인 대회 준비를 이끌어 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현숙 여가부 장관이 "코로나 이후 처음 열리는 대규모 청소년 행사인 만큼 새만금 세계잼버리를 성공적으로 개최할 수 있도록 보다 철저하게 준비하고 각 기관이 더욱 힘을 모으자"고 다짐하면서 마무리했다.

잼버리 1년 전 여가부 장관 방문 자료 보니…"태풍 대응도 점검"

한 달 뒤에도 당당하게 "대책 다 세웠다"

그리고 또 한 달 뒤인 10월 25일. 국회 여성가족부 국정감사가 열렸다. 이원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적이 이어졌다. 이 의원은 김 장관에게 "잼버리 개막이 열 달 남았는데 잘 진행될 거 같냐?"고 물었고 김 장관은 "물론이다"라고 당당하게 답변했다. 이어 이 의원은 "폭염이나 폭우 대책, 비산먼지 대책, 해충 방역과 코로나19 감염 대책, 관광객 편의시설 대책, 영내외 프로그램을 다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고 "전 세계에서 다 바라보는 이 대회가 정말 어려운 역경에 처할 수 있다는 걸 인지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김 장관은 계속해서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 장관은 "태풍, 폭염에 대한 대책도 다 세워 놓았다. 위원님께 보고드리겠다"고 답변했다. 이처럼 1년 전 김 장관은 당당하고 자신감이 넘쳤다.

새만금 잼버리를 유치한 건 지난 2017년 8월. 5년 넘게 중앙 부처에서 유일하게 여성가족부가 준비 작업을 도맡아왔다. 잼버리 주무 부처였다. 지난 2020년 7월 잼버리 조직위원회가 출범할 때 김윤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동조직위원장을 맡았다. 1인에서 2인 체제로 바뀐 것이다. 그래도 주무 부처는 여가부였다. 특별법인 새만금세계잼버리법에도 조직위 설립 운영과 관련 시설 처치 및 관리를 여가부 장관 인가 권한으로 뒀다. 그리고 올해 2월 행정안전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가세했다. 이래도 여가부는 여전히 핵심 주무 부처이다.

"준비가 아무리 됐어도 만족할 만한 수준이 되어야 하는데 여러분들이 느끼시는 것만큼 어려움을 느끼는 것은 저희도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지난 3일, 이기순 여가부 차관의 말이다. 1년 전 자신만만했던 여가부는 이렇게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태풍 '카눈' 영향으로 새만금 잼버리에 참가한 대원들 모두 야영지에서 조기 철수하기로 했다.

YTN 이대건 (dgle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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